“꼭 못 볼 거라도 본 얼굴이네.” 묵직한 음성이 귓가를 울렸다. 팔려 가듯 나간 선 자리에서 그와 재회했다. 차현과 헤어진 지 딱 5년 만이었다. “결혼하려고 나 버린 줄 알았더니, 아직도 안 했더라고.” “……그걸.” “어떻게 알기는. 내 관심은 온통 너였잖아, 은재희.” 원망 섞인 목소리에 재희의 고운 미간이 좁혀졌다. 제 아버지 때문에, 사랑하는 그의 손을 놓아야 했다. 지독히도 괴로웠던 5년. 아무것도 가진 게 없던 그가 이젠 다른 사람이 되어 그녀를 흔들기 시작한다. “그 결혼, 내가 하지.” “아뇨. 생각 없어요.” 단호한 그녀의 목소리에도 차현은 여유롭게 입꼬리를 말아 올렸다. “어차피 결혼을 해야 한다면, 모르는 여자와 한 침대에서 뒹굴고 싶진 않아서.” “뭐라고요?” “우리 제법 잘 맞았잖아.” 치명적인 그의 미소에 재희의 눈동자가 사정없이 요동쳤다. #계약결혼 #재회물 #계략남 #차도남 #후회녀 #상처녀 #약신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