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화
* * *
“안뇽?”
여우 수인은 필립을 바라보며 손을 흔들었다.
“아, 예.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수인은 보통 인간의 형태와 짐승의 형태, 두 종류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월랑족처럼 고대 신수의 피를 이어받은 종족이나 그 중간이 존재했는데, 눈앞의 여우 수인은 달랐다.
인간 소녀의 외모에 여우의 귀, 그리고 꼬리를 달고 있었다. 그것만으로도 대단히 비범한 존재라고 할 수 있었다.
“으음, 이 모습이 이상해? 인간들은 이 모습으로 이렇게 꼬리를 흔들어 주면 좋아하던데. 에잇!”
여우 소녀는 엉덩이를 필립 쪽으로 내밀고 풍성한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어 보였다.
‘하긴, 드래곤들은 다 이런 식이지.’
프리비아가 특별한 케이스였다. 그녀는 드래곤치곤 놀랄 만큼 말이 잘 통하는 여자였다.
필립은 뭔가를 바라는 듯한 여우 수인의 반짝이는 눈빛을 보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신중하게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정말 귀엽군요.”
필립의 칭찬에 여우 수인은 매우 기뻐하며 폴짝폴짝 뛰었다.
“그치? 그렇지? 너 보는 눈이 있구나? 그러니까 프리비아 님께서 널 예뻐하시는 거야. 자! 여기, 넌 특별히 이거 만져도 돼!”
어딘가 나사가 하나 빠진 듯한 모습이었으나 필립은 긴장을 놓지 않았다.
“제가 감히 그래도 되겠습니까?”
“예쁘게 생겨서는 하는 행동도 정말 예쁘네. 영광으로 생각해! 내 꼬리를 내어주는 건 이백 년 만이니까!”
필립은 손을 뻗어 여우 수인의 꼬리를 만지작거렸다.
‘감촉 한번 죽이는군.’
여우를 기를까 하는 고민이 들 만큼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운 털의 향연. 필립은 홀린 듯 꼬리를 쓰다듬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손을 떼었다.
“어머, 대단한 정신력이네. 내가 그만하라고 하기 전에 손을 뗀 건 네가 처음이야.”
여우 수인은 조금 감탄했는지 손으로 입을 가렸다.
“네가 그 월광검의 계승자라는 건 들어서 알고 있지만…그래. 그걸 계승하려면 이 정도는 되어야 하나 보네. 으음, 여기는 놀러 온 거니?”
“아, 예. 요즘 힘든 일이 많아서, 휴식 차 찾아왔습니다.”
“으음… 그래. 그랬겠지. 그렇게 지친 몸을 쉬기 위해 내 땅에 왔는데, 습격을 당하고…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아마도 드래곤일 여우 수인은 귀를 반으로 접으며 슬픈 표정을 지었다.
‘이 무슨 공감 괴물인가?’
필립은 그녀의 공감 능력에 감탄했다. 마치 대단히 슬픈 이야기를 들은 것처럼 그녀는 코까지 훌쩍거리고 있었다.
“이건 용서할 수 없겠네. 으음… 아무리 생각해도 그래. 하르딘 가문을 지워버리고, 널 습격한 아이들도 모두 죽여야겠어. 그래야 프리비아 님을 만날 때 덜 죄송할 거야.”
그리고 이어진 논리적인 비약에는 필립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예?”
“예전에 예뻐하던 아이의 가문이라고 너무 오래 내버려 둔 것 같기는 해. 하지만 감히 내 선물을 아무한테나 공유하고 돈을 받아먹은 것까지 용서했잖아? 그런데 감히 프리비아 님이 예뻐하는 네게 그런 수모를 겪게 했으니까….”
필립은 그녀의 사고방식을 이해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대충 알겠군.’
여우 수인의 정체는 거의 밝혀졌다고 봐도 좋았다.
이 온천의 원류가 흐르는 산맥의 주인, 레드 드래곤 하르디아나.
딱히 필립이 주시할 만큼 대단한 행보를 보이지는 않았으나, 서적에 종종 언급되는 드래곤.
‘드래곤과 관계를 맺고 있는 나와 다른 인간은 다르다는 건가.’
인간 중에도 개미나 사슴벌레 같은 미물을 좋아하는 이들이 있었다.
본래라면 드래곤이 인간에게 베푸는 호의는 목마른 사슴벌레에게 수액을 몇 방울 떨어트려 주거나, 개미에게 각설탕을 던져 주는 정도일 터.
그게 조금 더 발전하면 하르디아나가 하르딘 가문에게 자기 둥지의 일부를 내어준 것처럼 집에 곤충의 집을 만들고 관찰하는 취미를 갖게 되는 셈.
그런 의미에서 하르디아나는 취미에 꽤나 진심인 드래곤이라 할 수 있었다.
‘프리비아 님은 내 보호자라고 자칭하였으니, 말하자면 키우던 곤충이 집에서 뛰쳐나와 남의 집 삼대독자를 문 셈이 되겠군. 그래야 저런 반응이 나오겠지.’
드래곤끼리 정보가 공유된다고 가정하면, 프리비아가 월광검의 계승자를 천 년째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은 하르디아나 또한 알고 있을 터였다.
미물에게도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같은 사람에게는 얼마나 깊게 공감하겠는가. 필립은 자신이 그녀에게 있어 정확히 어떤 의미를 지니는 존재인지 궁금했지만, 그녀의 말과 행동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유추해낼 수 있었다.
“저는 괜찮습니다. 조금 귀찮기는 했지만,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저 때문에 굳이 그러시지 않아도 됩니다.”
여기서 하르딘 가문에겐 잘못이 없다느니, 혹은 그래도 사람인데 어떻게 그러냐는 감정적인 반박은 아무런 도움이 되질 않았다.
‘나는 너와 같은 사고관을 가진 존재라는 걸 보여줘야지.’
하르딘 가문이나 ‘권치’ 라일이 속한 집단을 배려하는 게 아닌, 드래곤인 당신의 취미를 배려하겠다는 뉘앙스가 중요했다.
다행히 필립의 처세가 잘 먹혔는지 레드 드래곤 하르디아나는 감동한 표정으로 필립의 손을 붙잡았다.
“정말…? 그냥 넘어가 주는 거니?”
“오백 년이나 지켜보신 인간들 아닙니까? 고작 이런 일 때문에 지운다니요.”
“그래 맞아. 많이 아깝긴 했어. 너 정말 좋은 애구나. 그냥 넘어가긴 너무 미안한데… 음, 좋아. 네게 이걸 줄게.”
그녀가 손가락을 튕기자 루비처럼 빨간 보석 한 알이 필립의 손 위로 떨어져 내렸다.
“그 안에는 내 숨결이 저장되어 있거든? 나쁜 놈들이 널 괴롭히면 그걸 던지면 돼.”
필립은 깜짝 놀라 하마터면 보석을 놓칠 뻔했다.
“…아, 감사합니다.”
드래곤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건 일회용 전술 병기나 다름없었다. 성채 하나를 그대로 지워 버릴 수 있는 레드 드래곤의 브레스가 담겨 있다니, 이게 잘못해서 터진다면 그만큼 끔찍한 일도 드물었다.
필립이 그것을 받아들자마자 허공에 포탈이 열리더니 기겁한 표정의 프리비아가 나타났다.
그녀는 숨을 크게 모은 뒤 일갈했다.
“야, 이 미친년아!!!!”
* * *
필립은 뒤통수를 어루만지며 온천으로 돌아왔다. 레드 드래곤에게 소란의 대가로 받았던 보석은 프리비아에게 뺏긴 이후였다.
주는 대로 받아먹었다는 이유로 꿀밤을 한 대 맞은 필립이었으나 기분이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 1회분의 브레스를 건넨 하르디아나는 훨씬 심한 꼴을 당했기 때문이었다.
‘뭐, 나중에 필요하면 준다고 하니까 다행이지.’
프리비아는 보석을 가져가며 언젠가 이걸 다룰 능력이 생겼을 때 돌려주겠다고 말했다.
‘무슨 세뱃돈 가져가는 부모님도 아니고.’
그런 건 필립에게도 매우 부담스러운 물건이었기에 차라리 다행인 일이었다.
‘들고 있으면 드래곤들이 날 주시했겠지. 가져가 줘서 고마운데.’
“하여간에 요즘 것들이 문제다. 하르디아나 그 계집애는 천 년 전엔 너무 어려서 마족과의 전쟁에 동원되지 않았어. 그러니 저 모양이지. 대체 그 애 부모가 어떻게 교육시켰는지 궁금하구나….”
프리비아는 드래곤 사회에 불거진 MZ세대의 문제점에 대해 한탄했다.
“도박장에나 가시겠습니까?”
필립이 묻자 프리비아는 고개를 갸웃했다.
“너도 그런 걸 즐기느냐?”
“예, 뭐. 재밌잖습니까?”
“하긴, 돈 쓰는 재미만큼 좋은 재미도 드물기는 하지. 나는 구경이나 할 테니 마음대로 하거라.”
‘여기 왔으면 무조건 가야지.’
하르딘 온천에서 운영하는 도박장은 제법 유명했다. 사람들끼리 즐길 수도 있었으나 아무래도 가장 유명한 것은 신수가 직접 뽑는 제비뽑기였다.
운명을 읽는 능력이 있다고 전해지는 부엉이 신수가 뽑은 점괘를 받는 것인데, 그게 제법 잘 맞아떨어져서 귀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았다. 게다가 운이 좋으면 부엉이 신수의 선물을 받을 수도 있었다.
‘제법 쓸만한 걸 주긴 하지.’
필립은 방으로 돌아가 펠리시아와 학생들을 불러냈다.
“도박장? 한 번쯤은 겪어볼 만하지. 그런데 루아나 헤일리는 너무 어린 게 아닐까? 쟈니스나 다른 3학년생들은 몰라도 1학년생들에게는 조금 이른 것 같은데.”
별다른 유흥거리가 없는 이 세상에서 카드놀이 같은 도박은 빠르면 십 대 초반에 입문하는 취미 생활이었다. 그렇기에 교육자인 펠리시아 또한 아이들을 도박장에 데려가는 데 큰 불만이 없었다.
“그 애들은 내가 데리고 다니려고. 게다가 딱히 도박을 재밌어할 애들도 아니잖아.”
“그건 그래. 뭐, 재미있게만 놀면 그만이지.”
그때 루아가 카밀라와 함께 필립을 찾아왔다. 카밀라는 이 근처에 있던 알레시오스 왕자를 만나고 오느라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안녕하세요. 교수님.”
“네. 공주님.”
카밀라와 펠리시아는 어색한 인사를 나누었다. 펠리시아는 이상하게도 막내 공주인 카밀라를 편하게 대하질 못했다. 아무래도 소녀 시절 카밀라의 경호 임무를 맡았던 기억 탓인 듯했다.
“마침 잘됐구나. 놀러 갈 생각이었는데. 카밀라. 도박은 좋아하니?”
필립은 외출복 차림의 카밀라를 향해 물었다. 카밀라는 난데없는 질문에도 고개를 살짝 갸웃할 뿐이었다.
“예전에 바로운 가문의 영애가 제게 주사위 놀이를 가르쳐 준 적이 있어요. 저는 재미있게 놀았지만 영애는 단단히 혼이 났다고 들었는데….”
“그 영애 이름이 혹시 크리스틴이니?”
“네. 맞아요.”
엉덩이에 불이 나도록 매질을 당했을 크리스틴을 추모하며 필립은 루아에게 지시했다.
“가서 애들 좀 데리고 올래?”
* * *
온천에 붙어 있는 도박장은 언제나 사람들로 붐볐다. 관광객뿐만 아니라 주변 지역에 거주하는 귀족, 그리고 부유한 평민들이 즐겨찾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조금 어두운 조명에 예쁘게 차려입은 고용인들이 도박에 열중하고 있는 손님들의 시중을 드는 모습이 보였고, 그 처음 느껴 보는 분위기에 아이들은 흥분했다.
“저기 봐. 바로운 가문의 도련님인데?”
“무르엘라 가문의 막내딸도 있잖아?”
“…저기 저 소녀는… 설마 공주는 아니겠지? 살다 살다 도박장에서 공주를 보는 날이 다 오는군. 아카데미에 입학했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오스왈드 가문의 자랑인 맏딸도 보이는 걸 보니 아무래도 아카데미에서 견학을 나온 모양이군.”
필립과 일행들을 본 귀족들, 그리고 부유한 평민들이 여기저기서 소곤댔다. 아이들은 그러거나 말거나 신이 잔뜩 나서 눈을 반짝였다.
가문 사람들과 이곳에 올 땐 지금보다 더 어렸기에 도박장에는 들어온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헤일리, 카밀라, 루아. 너희는 날 따라올래? 3학년들은 열여섯 살이니 알아서 재미있게들 놀면 될 것 같고. 너희는 보호자와 함께 있어야 할 거다. 싫으면 저 애들을 따라가도 되고.”
필립의 권유에 루아는 냉큼 필립의 손을 잡았다.
“전 교관님 따라갈래요.”
“저도 따라갈게요. 너무 소란스러워서 정신이 하나도 없거든요.”
카밀라와 루아가 합류 의사를 밝히자, 헤일리 또한 어깨를 으쓱했다.
“저도 따라가겠습니다. 이런 종류의 놀이는 딱히 끌리지 않아서 구경하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한편 쟈니스는 초롱초롱한 눈으로 셰릴과 스테판을 바라보았다.
“너희들 들었지? 아까 말한 대로 내기하는 거다? 먼저 이백 골드 잃은 사람이 사흘 동안 카페테리아에서 간식 다 사기야?”
셰릴과 스테판은 서로를 바라보며 눈빛을 교환했다.
‘내키지는 않지만 어쩔 수 없지.’
‘저렇게 좋아하는데 그냥 해 줘요. 도련님.’
“그러면 다녀오겠습니다!”
쟈니스가 셰릴과 스테판을 이끌고 포커와 비슷한 규칙의 카드놀이를 하는 테이블로 향했다.
“…쟤들 뭔가 사고 칠 것 같으니 내가 따라가 볼게.”
“예. 그러세요. 교수님.”
눈치를 보던 펠리시아도 3학년 아이들의 뒤를 따라갔다.
“우리도 가자꾸나.”
필립은 1학년생들을 데리고 도박장의 중심부로 향했다. 그곳에는 중절모를 쓴 부엉이 신수가 커다란 탁자 가운데 앉아 발톱으로 제비가 가득 담긴 통을 흔들고 있었다.
“부엉이 아저씨다!”
루아가 눈을 반짝였다.
“…부엉…어디 보자…부엉.”
부엉이 신수는 한 귀족 여인의 점괘를 막 뽑아냈다. 반쯤 눈을 감고 점괘를 해석하던 신수는 갑자기 극대노하며 퍼드득 날아올라 귀족 여인의 머리통을 쪼기 시작했다.
“네가 사람이냐, 부엉? 애까지 있으면서 그러면 되냐, 부엉?”
“꺄아악! 이거 왜 이래? 잠깐!”
“젖먹이를 놔두고, 부엉! 남자를 만나러 멀리도 다니는구나! 부엉! 마음 같아서는 그렇게 살다 죽으라고 하고 싶은데, 부엉! 애가 불쌍해서 하지 말라고 충고한다! 부엉! 계속 그렇게 살면 십 년 안에 성병에 걸려 죽을 거다, 부엉!”
“경비병! 경비병! 아야! 그만해! 아파!”
난데없이 불륜이 까발려진 귀족 여인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고, 구경꾼들은 그 모습을 보며 키득댔다.
“그렇게 안 생겨서는 인생을 제법 즐길 줄 아는군.”
“하루라도 젊을 때 즐겨 놓자는 뭐 그런 건가?”
나이가 지긋한 귀족들은 도망친 여인을 보며 킬킬댔으나, 부엉이의 점괘를 받아 보려던 젊은 귀족들은 입을 다물었다.
“씨익…부엉……부엉…이런 씨부엉… 저런 짐승 같은 년….”
부엉이 신수는 씩씩대며 분을 삼키다가 필립과 아이들이 온 것을 확인하곤 날개를 퍼덕여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어서 와라. 부엉. 복채는 금화 오십 개다, 부엉. 칩으로도 받는다.”
빛보다 빠른 태세 전환이었다.
필립은 미리 바꿔 놓은 금화 백 개짜리 칩 세 개를 내밀었다.
“나머지는 지렁이 값에 보태 쓰십시오.”
“너는 아주 된 놈이구나. 부엉.”
부엉이 신수는 아주 흡족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부리로 칩을 받아 챙겼다.
“네가 먼저 해볼래?”
필립은 카밀라의 어깨에 손을 올리며 물었다. 부엉이 신수를 신기하다는 듯 구경하고 있던 카밀라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럴게요.”
마침 흥미를 느꼈던 카밀라가 앞으로 나오자, 그녀가 공주라는 걸 알아봤으나 차마 말을 걸지 못한 구경꾼들이 웅성거리며 시선을 집중했다.
부엉이 신수가 발톱으로 제비가 담긴 통을 흔들자, 곧 하나의 막대가 떨어졌다. 신수는 그 떨어진 막대를 해석한 뒤 감탄했다.
“…귀인을 만나 운명이 바뀌었다. 부엉. 주변에서 뭐라고 하든 그 귀인의 말만 들으면 된다. 부엉. 네가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네 가족의 운명도 바뀔 거다. 부엉.”
말을 끝마친 부엉이 신수는 날갯죽지 부분에 부리를 가져다 대더니 깃털 사이에서 조그만 반지 같은 것을 꺼내어 카밀라에게 내밀었다.
“이건 결정적인 질문에 단 한 번 정답을 알려 주는 물건이다. 부엉. 네게 주는 선물이니 고마워해라.”
카밀라는 영문도 모르고 고개를 숙였다.
“아… 네. 고맙습니다.”
그러자 주변의 웅성거림이 심해졌다.
“저 깐깐한 부엉이가 마법 걸린 선물을 주는 건 정말 오랜만이군. 최근에 받은 놈이 뭘 받았었지?”
“작년에 주운 도토리를 받았지.”
“그전에는?”
“잘 말린 단풍잎을 받았고.”
“역시 공주쯤 되니까 우리와는 뭔가 다르군.”
반지를 받아온 카밀라는 루아가 구경하고 싶은 눈치를 보이자 루아의 옆에 붙어 함께 반지를 관찰했다.
필립은 이번에는 헤일리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번에는 네가 한번 볼래?”
“그러겠습니다. 교관님.”
내심 하고 싶었던 헤일리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