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화
* * *
필립은 가벼운 걸음으로 펠리시아의 옆까지 걸어갔다.
딱히 시선을 모으기 위해 뭘 할 필요는 없었다. 산만한 신입생 한두 명을 제외한 모두의 시선이 그를 향하고 있었으니.
“반갑다. 학생 여러분. 날 아는 사람도 있고, 모르는 사람도 있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너희들이 이 자리에서 날 만난 게 행운이라는 사실이다.”
거울을 보면서도 질투가 느껴질 정도의 외모, 중저음의 울림 좋은 목소리.
‘전생에 이랬으면 연봉이 억은 넘었을 텐데.’
필립은 그렇게 생각하며 신입생들을, 그리고 학부모들을 바라보았다.
대놓고 입을 여는 사람은 없었으나 분위기 정도는 읽을 수 있었다.
의심과 경멸로 가득한 시선 속에서 필립은 피식 웃었다.
“무슨 소리냐는 듯한 눈치들인데, 날 좀 더 겪어 보면 알게 될 거다. 아마 너희들이 스스로는 해결하지 못할 것만 같은 문제와 마주했을 때 날 찾아온다면 더 쉽게 알 수 있을 테고, 예를 들면 연애 상담 같은 것. 선생님은 그 분야의 전문가거든.”
신입생들 사이에서 키득거리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저 나이 언저리의 소년 소녀들은 웃음이 헤픈 법이었다.
필립은 펠리시아를 돌아보았다.
‘…?’
그녀는 놀란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는데, 필립이 눈치를 주자 헛기침을 한 번 한 뒤 입을 열었다.
“크흠, 그러면 교관도 학생들에게 실력을 한 번 뽐내 보세요.”
“예. 교수님.”
필립은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허리에 찬 검을 뽑았다. 물론 ‘수다쟁이 네리아’였다.
―그거 할 거예요? 그거? 어제 계속 연습하던 그거요.
“그래.”
작게 대답한 필립이 가죽과 모래로 만든 수련용 인형 앞에 섰다. 디아나 프렌할이 벤 것과 달리, 싸구려 철로 만든 갑주를 입은 인형이었다.
어젯밤 필립은 네리아가 보여준 꿈속에서 서른 번이 넘는 가상 전투를 치렀다.
비록 ‘월광검’에 입문하지는 못했으나 필립은 월광검이 보여준 가능성 중 하나를 몸에 익히는 데 성공했고, 마법 갑옷과 뛰어난 마력을 보유한 네리아의 셋째 주인은 아주 좋은 연습 상대가 되어 주었다.
이제 필립은 그 이름 모를 기사를 수십 번 죽여가며 완성한 기술을 선보일 참이었다.
“흡!”
네리아의 검신이 수련 인형에 걸친 강철 갑옷을 툭, 치고 지나갔다.
마치 장난이라도 치는 것처럼 가벼운 접촉이었다.
“…?”
그걸 본 모든 사람의 시선이 수련 인형과 필립 사이를 몇 번이나 왕복했다.
“필립… 오스왈드….”
펠리시아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필립을 노려보았다. 증오를 넘어선 뭔가가 그녀의 마음에 싹트려 하고 있었다.
‘내가, 내가 미쳤지. 저런 망나니를 믿은 내가 미쳤지. 나한테…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나한테 무슨 원한이 있다고…?’
그리고 그 순간 필립이 건드렸던 수련 인형이 폭삭 무너져 내렸다.
인형을 가득 채웠던 모래와 찢어진 가죽 조각이 강철 갑옷 사이로 흘러내렸다.
극소수를 제외한 사람들은 그제야 필립이 뭔가를 했다는 걸 눈치챘다. 동시에 펠리시아의 표정 또한 급격히 밝아졌다.
그녀는 아주 오랜만에 동생의 얼굴이 예뻐 보였다.
“…뭘 한 거지? 저게 뭐 대단한 건가?”
조용한 가운데 누군가가 중얼거리자 곧바로 대답이 들렸다.
“당연히 대단한 것 아니겠습니까? 갑옷을 무시하고 타격을 입힌다는 말인데? 검이 닿는 그 짧은 순간 갑옷 안쪽에 오러를 형성한 겁니다. 저건 아무나 못 해요.”
“…기발한 발상은 둘째치고, 마력을 다루는 능력을 타고났군.”
“백작 가문에서 쫓겨나지 않은 이유가 있었네요.”
참관한 학부모, 그리고 귀빈 중 최소 절반 이상은 이십 년 이상 검을 수련한 고수였다.
가문에 충성을 맹세한 기사들에게 가르침을 내리는 그들도 방금 필립이 보인 기술은 쉽게 따라 하기 힘든 것이었다.
앞서 자신의 기술을 선보인 디아나 프렌할과는 결이 달랐다.
그녀가 보여준 검기의 분열은 단지 나이에 비해 뛰어난 성취일 뿐, 필립만큼의 충격을 선사하지는 못했다.
장내의 분위기가 달라졌다. 스물둘 청년이 보여준 비상식적인 재능은 잠시나마 필립의 소문을 잊을 수 있을 만큼 충격적이었다.
“오스왈드 교수님의 수업을 잘 따라온다면 여기 앉은 학생 중 몇 명은 저처럼 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필립은 허리를 숙여 인사한 뒤 본래 자리로 돌아갔다.
수업이 재개되었음에도 몇몇 귀빈들의 시선은 필립의 얼굴에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성공적이네요. 그렇죠?
“그래 보이는군. 이제 잘릴 위험은 거의 없어진 것 같은데.”
―…아, 예. 고작 그런 게 걱정이셨단 말이죠?
“그보다 저길 봐.”
펠리시아를 바라본 필립이 작게 웃음을 흘렸다.
그녀는 평정심을 되찾은 듯 참관 수업을 매끄럽게 진행하고 있었으나 필립은 그녀의 맥이 한 번 풀렸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녀의 가느다란 다리가 간헐적으로 떨렸기 때문이었다.
―주인님은 진짜 못됐어요. 일부러 저 언니 반응을 보려고 그러신 거잖아요.
네리아가 툴툴거렸다.
“그건 아니지. 내가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어려운 기술이라 고른 거라고.”
‘…생각보다 더 효과가 좋긴 했지만. 이건 성공할 줄 알았어. 애초에 망나니 이미지를 당장 벗을 수는 없어. 차라리 인성이 좀 좋지 않더라도 실력을 봐서 참도록 하는 게 내 목표였으니까.’
실력이 좋은 스포츠 선수가 인성이 좋지 않아도 매번 경기나 TV에 나오는 것처럼 필립이 노린 것 또한 이것이었다.
‘대체할 사람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 있는 거지. 아무도 날 대신할 수 없으면 그만이야. 제아무리 제멋대로 굴어도 절대 내칠 수 없도록, 실력을 다듬어야겠지만.’
필립은 그렇게 생각하며 참관 수업에 집중했다.
“지금부터는 실제로 목검을 들고 인형을 타격해 볼 거야. 같은 길이의 진검과 무게를 똑같이 맞춰 놨으니, 아직 검을 잡아본 적 없는 사람한테는 무겁고 위험할 수도 있어.”
이제 간단한 실습만 마치면 참관 수업의 끝이었다.
“이익…!”
신입생 소녀 한 명이 낑낑거리며 목검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본 필립이 다급히 다가갔다.
“그렇게 들었다간 손목이 아파질 거다. 자, 너는 아직 힘이 약해서 두 손으로 들어야 하니, 한 손은 폼멜에, 다른 손은 여기 가드 밑을 단단히 받치면서…그렇지. 잘하네. 한 번 휘둘러 볼까?”
* * *
참관 수업이 모두 끝난 오후였다.
교직원들은 학부실로 돌아가 학기를 준비하고, 학생들은 보금자리가 될 기숙사로 돌아갈 시간.
그러나 필립에겐 한가롭게 학부 업무에 매달릴 시간이 없었다.
―네리아는 이제 모르겠어요. 이러고 있을 시간이 아니지 않아요? 돌아가서 뭔가 일 같은 걸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너 의외로 상식적이구나?”
―주인님이 이상한 거예요.
필립은 네리아의 말이 옳다고 생각했다.
그는 동료 교관들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이 시간에 아카데미 뒷산을 오르고 있었으니까.
“분명히 이 근처인데.”
―대체 뭘 찾으시는 거예요?
“꼬맹이 둘. 갈색 머리 쌍둥이. 신입생이고.”
필립이 찾는 건 주인공 쌍둥이였다.
이름 모를 사내에게 거둬져 산에서 자란 고아 쌍둥이. 그들은 지금 이 산에 있을 터였다.
―오늘 입학한 애들 아니에요? 걔들이 왜 여기 있어요?
“…뭐 애들이 좀 모험심이 강하고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산에서 자란 쌍둥이는 지금껏 자신들을 키워준 사내와 작별하고 아카데미에 입학했다.
보호자도, 의지할 만한 어른도 없는 상황에서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산을 찾는 건 이상한 일도 아닐 터였다.
“저기군.”
필립은 곧 커다란 바위 위에 걸터앉은 갈색 머리 소년 소녀를 발견했다.
“루엔, 표정이 왜 그래? 난 여기가 좋아. 엄청 넓고, 건물도 높고, 빵도 너무 맛있잖아? 세상에, 난 그렇게 부드러운 빵은 처음 먹어 봤어.”
“…난 모르겠어. 루아. 난 그냥… 불안해. 거기서 계속 살고 싶었어.”
발랄하고 신이 난 포니테일 여자애의 이름이 루아, 앞머리를 일자로 자른 남자애의 이름이 루엔.
필립은 묘한 기분을 느끼며 아이들을 빤히 바라보았다.
“넌 항상 그런 식이야. 루엔. 나도 아저씨는 좋아해. 하지만 언제까지 그 작은 오두막에서 살 수는 없잖아? 아저씨도 그러셨는걸. 더 큰 세상을 보렴, 루아, 루엔. 너희는 그럴 자격이 있단다. 나도 그 말이 옳다고 생각해.”
“그치만….”
“에잇, 정말! 이리 와. 루엔.”
여자아이, 루아가 자신의 쌍둥이를 끌어안고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 지금 나랑 같이 있잖아. 루엔. 네가 그렇게 불안해하면 나도 불안해진단 말이야. 그냥…앞으로 일어날 행복한 일들만 생각하면 안 돼? 친구도 많이 만들고… 어쩌면 네가 좋다는 예쁜 여자애가 나타날지도 모르고….”
“난 아직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는데.”
예쁜 모습이었다. 필립은 그렇게 생각했다.
토끼나 다람쥐 같은, 그런 작은 동물들이 서로를 보듬는 것만 같아 필립은 마음이 아팠다.
저 애틋한 남매가 곧 서로 갈라진다는 걸 알기에 더더욱 그랬다.
필립은 이쯤에서 자신이 나서야 한다고 생각했다.
“너희들 여기서 뭘 하고 있니?”
그의 등장에 쌍둥이 남매는 깜짝 놀라 바위에서 풀쩍 뛰어내렸다.
“누…구세요?”
갑자기 등장한 어른의 모습에 남매는 불안한 듯했다. 그러나 필립의 복장이 교관 정복인 걸 확인하곤 경계심을 어느 정도 거두었다.
“선생님…? 교관님? 뭐라고 불러야 해요?”
루아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편한 대로 부르렴. 그보다 곧 기숙사에서 인원을 확인할 시간인데 너희는 여기서 뭘 하고 있었니?”
“어… 여기 있으면 안 되는 거예요?”
“…음. 그건 아닌데, 너희는 오늘 막 입학했으니 지금이 여기에 있어도 되는 시간인지 잘 모르지 않니? 그걸 모르고 여기에 있는 건 안 되지 않을까.”
“앗, 죄송합니다.”
“아직 아무도 피해를 보진 않았으니 잘못한 건 없지. 이대로 한 시간만 지났더라도 기숙사 사감을 맡은 교수님께서 식은땀을 흘리셨겠지만…… 잠깐, 내 뒤로 오렴, 어서.”
필립은 아이들의 팔을 잡아당겨 자신의 뒤로 보냈다. 그리곤 네리아를 뽑아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겨누었다.
―으엥? 주인님, 갑자기 왜 그러세요?
‘이게 뭐지?’
허공의 한 지점에서 지독한 괴리감이 느껴졌다. 마치 손상된 부분을 합성 프로그램으로 대충 기워 넣은 듯한 기분.
‘…그녀구나.’
필립은 올 것이 왔다는 걸 직감했다.
이 세상에 오직 셋뿐인 대현자 중 하나, 일록시나 타라미어가 쌍둥이 중 하나를 데려가기 위해 이곳에 나타난 것이었다.
“잠깐, 진정해요. 나는 적이 아닙니다.”
그리고, 공간을 찢으며 대현자가 나타났다.
대현자 일록시나.
시공간, 그리고 바람에 관한 마법을 다루는 황색 마탑의 탑주이자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마법사 중 한 명.
일흔을 넘긴 지 오래되었으나 마법으로 젊음을 붙든 탓인지 그녀의 외모는 이십 대 정도로 보였다.
그녀는 필립의 외관을 살피더니 일순 놀란 표정을 지었다.
“내 마법을 어떻게 알아차린 건지 묻고 싶지만, 그럴 때가 아니군요. 저는 황색 마탑주, 일록시나 타라미어입니다. 혹시 증명이 필요한가요?”
필립이 아는 그대로의 인격자였다. 그녀는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린 필립에게도 예의를 차리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긴장과 함께 침을 목구멍으로 넘기며 필립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방금 그걸 보고도 의심할 리가 있겠습니까? 저는 단지 탑주님께서 왜 여기 계신 건지 궁금할 뿐입니다. 절 모르시는 걸 보니 제게 용무가 있는 건 아닌 것 같고, 혹시 저희 학생들에게 용무가 있으시다면 제게 이야기하셨으면 합니다.”
대현자 일록시나는 쌍둥이 남매와 필립을 번갈아 가며 바라보더니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로셀로 그레이엄, 학장과는 이미 이야기를 마쳤습니다. 미안하지만, 학생 한 명을 좀 데려가야 할 것 같네요.”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저는, 루엔이라는 이름의 소년을 데려가기 위해 왔습니다.”
그러자 루아가 필립의 앞으로 뛰쳐나왔다. 놀란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뜬 얼굴에서 당황과 공포가 엿보였다.
“네? 왜요?”
루엔은 잔뜩 겁을 먹었는지 루아의 팔을 끌어안고 벌벌 떨고만 있었다.
일록시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하려는 일이 어떤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태어난 순간부터 모든 시간을 함께한 남매를 갈라놓아야만 하는 일. 저 순진한 아이들이 느낄 상실감과 고통을 생각하면 그녀 또한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하지만 결국 아이들을 위해선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아가야, 네게 모든 것을 설명할 수는 없단다. 다만 네 동생이 이곳에 계속 머무른다면 너희도, 아카데미의 다른 아이들도 위험해져. 부디, 날 용서하렴….”
그녀는 그렇게 말하며 왼손을 들어 올렸다.
필립은 그녀의 손을 따라 움직이는 마력을 느꼈다.
그리고 그 순간, 견딜 수 없을 수준의 졸음이 쏟아졌다.
“…아.”
어린 루아와 루엔은 그 자리에 쓰러지듯 잠들었으나 필립은 눈에 핏발을 세우며 견뎠다.
이를 악물고, 눈꺼풀에 경련이 일 만큼 억지로 눈을 치떴다.
일록시나, 그녀에게 해야 할 말과 들어야 할 것이 있었다.
“저항하지 마세요! 몸이 상합니다!”
필립이 자신의 수면 마법에 저항하려 하자 일록시나가 다급히 소리쳤다.
비록 가장 아래 등급인 5위계 마법이라지만 대현자라 불리는 그녀에 손에서 펼쳐졌다면 그 의미가 달랐다.
타고난 항마력을 가진 사람이 아니라면 체내의 마력이 꼬여서 자칫 큰 부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필립은 핏발이 선 눈을 부릅뜬 채 억지로 입술을 떼었다.
머리가 어지럽고 눈앞이 흐릿한 데다 전신에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
“그 애를, 잘 돌본다고 약속하십시오.”
“…약속하겠습니다.”
“당신이 저기 잠든 저 소녀만큼 루엔을 사랑할 수 있습니까? 당신은 지금 세상에 둘만 남은 아이의 유일한 가족을 앗아가는 겁니다. 어린아이 두 명의 세상을 부수는 거란 말입니다. 이게 세상을 위한 희생 같습니까? 저 어린것들이 뭘 안다고!”
필립은 손을 들어 어느새 흐르기 시작한 코피를 훔쳐냈다. 더는 버티기 힘들었다.
“다시, 약속, 하십시오. 정말, 잘, 돌볼 수… 있습니까?”
그러나 안타깝게도 필립은 일록시나의 대답을 듣지 못했다. 정신력의 한계를 맞이한 필립은 곧 의식을 잃고 쓰러지고 말았다.
대현자는 흔들리는 눈동자로 필립을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이 루엔이라는 소년을 왜 데려가는지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녀에게 있어서 그냥 지나쳐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분명 아무 관련이 없는 사람일 텐데.’
그녀의 마법을 의지로 견뎌내는 정신력이나, 자신과 아무 관련도 없는 남매를 위해 나서는 인품.
게다가 그녀의 마법을 무의식적으로 간파해 내는 재능까지.
‘이 남자와는 언젠간 다시 만날 것 같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쓰러진 필립에게 대답한 뒤, 그녀는 루엔을 안아 들었다.
“….”
품에 안긴 아이의 무게를 느끼며 대현자는 아카데미에서 모습을 감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