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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이 귀환했다-106화 (106/117)

107화 아카데미 속 엑스트라 (7)

“그러니까, 얘가 뭐야. 특이 케이스라고?”

“그렇습니다.”

백한영은 백이영을 훑어봤다.

백이영은 현재 자리에 앉아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는 중이었다.

백이영의 앞에서 손을 몇 번 흔든 백한영은 이내 입을 열었다.

“사실 난 이게 얼마나 신기한 건지는 몰라. 확률적으로 어떻게 돼?”

“확률을 계산하는 게 무의미합니다. 원래라면 불가능하니까요.”

“그래?”

이해를 잘 못하는 백한영을 위해 바르세알은 호문쿨루스가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하기 시작했다.

“호문쿨루스는 성장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이게 육체적으로 강해지지 못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생명체니까.”

“호문쿨루스가 불리한 건 영능학적인 부분에서입니다. 단순히 신체를 성장시키는 것뿐이라면 그들도 가능합니다.”

“그건 아까 들었어.”

호문쿨루스의 영혼은 불안전하다. 영혼이라는 건 필멸자는 물론이고 승천자라 해도 다루기 쉽지 않은 분야.

아무리 중급 신위를 손에 넣은 바르세알이라고 해도 완벽한 호문쿨루스, 그러니까 완전한 영혼을 가진 호문쿨루스를 만드는 건 어려웠다.

영능학에서 가장 중요한 건 영혼이다. 영혼을 성장시키고, 그에 맞는 심상을 키우는 것이 영능학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었다.

때문에 호문쿨루스의 영능은 성장하지 못한다.

불안전한 영혼에 깃드는 심상은 불안전할 수밖에 없었으니까.

그런데.

백이영은 성장해 버렸다.

그 이유로 바르세알은 백한영의 재능을 지목했다.

호문쿨루스에게 백한영의 재능을 이식한 탓에 이런 일이 벌어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실제로 바르세알의 판단은 정확했다.

이 모든 일의 원흉은 백한영이 맞았다.

호문쿨루스는 인공 생명체다.

인공적으로 만드는 만큼 어느 정도의 지식을 미리 주입하는 게 가능했지만, 생명체인지라 제대로 된 사고를 하기 위해선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바르세알은 호문쿨루스에게 간단한 명령을 내렸다.

눈앞의 적을 치명상을 입히지 말고 제압하라는, 심플하고 간단한 명령을.

실제로 바르세알의 명령을 잘 먹혔다. 몇 주 동안 호문쿨루스들은 용사 후보에게 좋은 스파링 상대가 되어 줬다.

물론 그것도 어제까지의 얘기였다.

호문쿨루스, 백이영은 임무를 수행하던 중 혼란에 빠졌다.

바르세알이 내린 명령은 적을 제압하라는 것이었는데, 그 적이 갑자기 강해졌다.

심상경(心像境)에 발을 들인 슈진을 제압하기 위해선 한 가지 방법밖에 없었다.

똑같이 심상경(心像境)의 경지에 오르는 것.

하지만 자신은 호문쿨루스다. 평범한 방법으로는 영적인 성장이 불가능했다

그래서 백이영은 특단의 조치를 내렸다.

무지막지한 재능을 바탕으로, 심상(心像)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아니, 그게 될 리가 없는데?”

백한영이 황당하다는 듯 중얼거렸다.

심상을 인위적으로 만들었다니. 그런 게 가능하면 사람들이 일평생 가질 수 있는 심상이 하나일 리가 있나.

죄다 적당한 심상을 여러 개 만들고 다니지.

나는 여러 개의 심상을 쓰긴 하지만, 그건 나잖아.

검신이라고.

나는 예외로 쳐야지. 안 그러면 통계에 오류가 생겨.

“뭐 때문에 이렇게 된 거지? 얘만 유독 의념을 강하게 불어넣었나?”

백한영은 오랜만에 정신을 집중했다.

타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건 아무리 백한영이라고 해도 집중이 필요했다.

“어라?”

그리고 눈을 깜빡였다.

익숙한 힘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백한영이 턱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얘, 천령(天靈)이 열렸네?”

* * *

천령(天靈). 그것은 백한영의 힘을 이루는 근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백한영이 천령의 재능을 자각한 건 바야흐로 마신 리바인드를 처음 인식한 그 순간. 대적자의 존재를 깨달았을 때였다.

당시 백한영은 큰 충격을 받았다.

평범한 대적자와 조우해도 사람은 거대한 운명을 느끼고 충격을 받는데, 하물며 백한영이 만난 대적자는 최상급 신위를 가진 마신. 필멸자에 불과했던 백한영은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다.

백한영의 내면에, 영혼 깊숙한 곳에 자리 잡고 있던 ‘재능’이 깨어난 것은.

천령(天靈).

쉽게 말해 하늘이 될 수 있는 재능이라는 뜻이었다.

천령의 소유자는 모든 걸 포용할 수 있었다.

과거, 현재, 미래.

하늘을, 대지를, 사람을, 우주를 포용할 수 있었다.

천령의 소유자의 내면은 그만큼 거대했고, 끝이 없었다.

“왜 버그 같은 일이 일어났나 했더니. 천령이면 그럴 만하다.”

비록 백이영의 천령은 불안전하고 미약했지만, 그럼에도 그건 천령이었다.

일단 천령을 일깨웠다면 인공적으로 심상을 만들어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백한영은 팔짱을 끼며 생각에 잠겼다.

‘얘를 잘 키우면 일이 편할 것 같은데… 힘들겠지?’

천령은 어마어마한 능력이었지만, 그래서 정안(正眼)보다 사기냐고 묻는다면 조금 애매했다.

물론 천령이 백한영이 알고 있는 재능 중 최고는 맞았다. 하지만 사기냐고 묻는다면… 솔직히 사기는 정안이 사기지.

아무것도 안 해도 쭉쭉 성장하잖아.

천령은 성장시키려면 진짜 개고생해야 된다고.

백한영도 천령을 지금의 수준으로 성장시키기 위해 미치도록 고생했었다.

백한영조차 그랬는데, 그보다 매우 많이 떨어지는 백이영이 천령을 온전히 성장시킬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안 들었다.

‘내가 아무리 교육의 신이라도 타인의 천령까지 성장시키는 건 좀. 불가능할 것 같지는 않지만, 그 고생을 할 바에는 그냥 직접 지구를 지키겠다.’

천령을 키워서 자동 사냥 인간으로 써먹으면 이른바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나온다.

그만큼 천령은 성장시키기 어려운 능력이었다.

백한영이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그래서 얘를 어떻게 처리해야 될까.

백한영이 백이영을 빤히 쳐다봤다.

“…….”

“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얘네 말은 못 하냐?”

“필요 없다고 판단해서 넣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간단한 의사소통은 할 수 있으면 좋겠는데.”

“확인했습니다. 반영하겠습니다.”

천령의 소유자를 한 번 쓰고 버리는 것도 그러니 어떻게든 활용 방법을 찾아볼 텐데, 계속 이렇게 말을 못 하는 것도 곤란했다.

으으음.

백한영이 입을 열었다.

“일단 너한테 맡길게. 근데 진짜 다른 애들도 얘처럼 못 만들어?”

“시도는 해 보겠습니다.”

* * *

시간은 빠르게 흘러, 백한영이 용사 후보를 맡고 딱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마빈, 슈진, 아일라는 어마어마한 성장을 이뤘다.

우선 마빈은 강기(罡氣)를 넘어 심상경에 진입했다.

검을 잡고 한 달 만에 화경(化境)? 그게 말이 되나 싶겠지만, 정안이 원래 저렇다. 괜히 백한영이 사기라고 한 게 아닌 것이다.

뭐, 아무리 정안이라도 한계가 있어 승천경까지 이 페이스로 달리진 못했다.

현경(玄境)의 벽 앞에서 한 번 무릎을 꿇고, 승천경(昇天境)의 벽 앞에서 대성통곡을 할 게 분명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벽에 막힐 때쯤 한 번씩 들르면 되겠지.

다음으로 슈진.

얘도 성장이 굉장히 빨랐다.

심상경에 발을 들이민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심상병기(心像兵器)를 사용한 것이다.

‘자극이 된 건가.’

원래 슈진의 재능으로 이 속도로 성장하는 건 불가능했지만, 사람의 성장이라는 게 꼭 재능의 영향만 받는 건 아니었다.

환경도 중요했고 라이벌도 중요했다.

뒤에서 쫓아오는 마빈과 호문쿨루스 주제에 심상경에 도달한 백이영 탓에 자극을 많이 받은 모양이었다.

백한영에겐 흐뭇한 일이었다.

스페어 용사가 무사히 성장한 것이니까.

마지막으로 아일라.

얘는… 좀 이상했다.

“대련.”

“어?”

“대련하고 싶어.”

“하고 있잖아.”

한 2주일 전쯤. 느닷없이 백한영을 찾아온 아일라가 한 말이었다.

백한영의 말에 아일라는 그를 빤히 쳐다봤다.

백한영은 아일라가 하고 싶은 말을 깨닫고 되물었다.

“나랑 대련하고 싶다고?”

“응.”

“아직 호문쿨루스를 쓰러트리지도 못했는데 무슨. 순서를 지켜.”

“응.”

그리고 3일 후, 아일라는 호문쿨루스를 쓰러트렸다.

심상경에 입문한 후 아일라는 백한영을 당당하게 찾아와 말했다.

“대련.”

“하아. 알겠어.”

약속대로 백한영은 적당히 아일라를 상대해 줬다.

솔직히 마빈도 직접 가르치는 중에 아일라까지 상대하는 건 귀찮았지만, 나름 괜찮게 대련을 해 줬는데.

“진심으로.”

“응?”

“진짜 실력을 보여 줘.”

아일라는 만족하지 못했다.

백한영이 가지고 있는 진정한 힘을 보고 싶어 했던 거다.

“진짜 실력은 무슨. 아직 화경의 극에도 이르지 못한 꼬맹이 상대로 내가 진심을 어떻게 내.”

“보여 줘.”

“정 보고 싶으면 현경, 니네들 말로 그랜드 오러 마스터는 되고 말해. 그러면 생각해 볼게.”

“응.”

사실상 에둘러 거절한 것이었다.

백한영은 곧 이 세계를 떠난다.

그렇기에 만약 백한영과 대련을 하고 싶다면 고작 며칠 만에 현경의 경지에 올라야 됐는데, 이제 막 화경에 입문한 애가 그게 될 리가.

그건 정안의 소유자인 마빈도 불가능했다.

그래서 백한영은 아일라와 한 약속을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고 이 세계에서 처리할 일들을 마무리했다.

황제에게 마빈이 용사로 결정됐으니 잘 챙기라고 말(협박하지 않았다)하고, 성당의 인물들에게 설명을 하며 며칠을 보냈고.

지구로 돌아가기 하루 전, 눈을 끔뻑였다.

“대련.”

“와. 어이가 없네.”

아일라가 기어코 현경의 경지에 도달해 찾아온 것이다.

피로에 절어 있는 걸 보니 그동안 잠을 아예 안 잔 듯했다.

그것과 별개로 표정엔 생기가 넘쳤지만.

곧 백한영과 싸울 수 있다고 생각하니 신이 나는 모양이었다.

‘얘도 특이하네.’

슈진의 경우에서 말했듯 성장이라는 건 꼭 재능의 영향만 받지 않는다.

환경도 중요했고, 열망도 중요했다.

대체 백한영과 대련하는 게 아일라에게 무슨 의미를 가지는진 모르겠지만, 며칠 만에 현경에 도달할 정도로 중요하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작게 한숨을 쉰 백한영은 손을 까딱였다.

1초 만에 달려온 바르세알이 차분히 입을 열었다.

“부르셨습니까.”

“적당히 힘쓸 만한 곳 있냐?”

“…어느 정도를 말씀하시는 건지.”

“얘가 내 진심을 보고 싶대.”

“행성을 준비해야겠군요.”

바르세알이 헛웃음을 터트렸다.

백한영의 진심을 보고 싶다니. 제정신인 사람은 할 수 없는 말이었다.

‘백한영 님의 경지를 모르니까 할 수 있는 말이군. 이래서 무지하면 용감하다는 건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 바르세알에게 백한영이 말했다.

“적당한 곳으로 준비해 줘. 내가 설마 손대중을 안 하겠냐.”

“그렇다면 괜찮은 곳이 있습니다. 따라오시죠.”

바르세알이 공간과 공간을 이었다. 일렁이는 공간에 들어가며 백한영이 아일라에게 손짓했다.

“따라와.”

아일라는 순순히 백한영을 따라갔다.

백한영과 아일라가 도착한 곳은 수백 킬로미터 내에 생명체가 없는 황량한 대지였다.

“여기는?”

“대륙과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죽음의 땅입니다. 단순히 생명체가 없어서 그리 부르는 거고, 위험한 곳은 아닙니다만.”

“딱 좋네.”

백한영은 아일라를 옆에 세우고 검을 뽑았다.

“너랑 진심으로 대련하는 건 좀 그렇고. 대신 어느 정도인지 보여 주긴 할게.”

“대련.”

“보고 말해 보고.”

* * *

그렇게 아일라가 백한영의 힘을 일부분 본 다음 날.

아일라는 아카데미를 자퇴했다.

더불어 집안에 편지를 썼다.

[스승님을 따라갈 거야. 먼 곳이라 소식은 자주 못 전해 줘. 여유가 생기면 또 편지 보낼게.]

그녀의 부모님이 기겁할 내용의 편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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