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XXX 귀환합니다(1)
세상에 있는 모든 게이트가 던전 게이트로 변한 직후, 거의 대부분의 국가는 던전 게이트에 대한 재조사를 실시했다.
기존에 쌓은 정보가 충분히 있었지만, 예전의 정보가 새로운 던전 게이트에도 먹힐 거라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러한 이유로 대규모 조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 밝혀진 정보는 다음과 같았다.
첫째. 바뀐 던전 게이트는 기존의 던전 게이트와 다르게 차원에너지를 계속해서 빨아들인다. 마치 예전의 일반 게이트처럼.
둘째. 차원에너지가 임계점에 도달하면 던전에 있는 몬스터가 쏟아져 나온다.
이 중 후자는 북유럽의 외딴 시골에 있던 던전 게이트가 붕괴하며 알아낸 것이었기에 거의 확정이었다.
물론 던전이 붕괴하는, 일명 던전 브레이크라는 명칭이 붙은 현상이 새로 추가됐다고 해도 던전 게이트는 기존의 게이트와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안전했다.
뭐 던전 게이트의 몬스터가 일반 게이트 몬스터보다 평균적으로 강하긴 했지만, 직접 싸워야 되는 각성자들을 제외한 민간 피해 부분만 생각하면 이보다 좋을 수 없는 것이다.
애초에 현대의 인류에게 던전 브레이크라는 개념이 그다지 새롭지도 않았다. 기존의 일반 게이트도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몬스터를 뱉는 건 똑같았으니까.
때문에 사람들은 던전 브레이크를 외딴 오지나, 게이트 탐지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개발도상국에서나 종종 일어나는 현상이라고 인식하고 넘어갔는데.
늘 그렇듯, 모든 일엔 예외라는 게 존재하는 법이었다.
시작은 한 던전 게이트가 강원도 산골에 생성된 것에서부터였다.
“강원도 쪽에 게이트 발생했습니다.”
“등급은?”
“아직 그거까지는···.”
“등급 확인하는 대로 각성자 앱에 등록해.”
게이트에 대한 정부의 대응은 다음과 같았다.
우선 발견. 이 부분은 대규모 탐지 장치를 통해 주기적으로 이뤄지기에 대부분이 아무리 늦어도 하루 안으로는 발견됐다.
그다음으로 측정. 발견된 던전의 등급이 어느 정도인지 알아내는 작업이다.
이 두 가지 정도를 제외하면 정부에서 해야 될 일은 사실상 관리 및 통제 정도가 끝이었다. 그리 안 복잡하다는 얘기다.
그래서 정부도 평소처럼 작업을 진행했다.
무슨 말이냐면, 그날따라 유독 안이하게 대처를 했다든가, 늦장을 부렸다든가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강원도에 던전 게이트가 발견된 지 30분 후, 게이트 발생으로부터는 한 시간 후.
정부의 게이트 관리부서에 날벼락이 떨어졌다.
“던전 브레이크···?”
처음에 평범해 보이던 던전 게이트가 갑자기 차원에너지를 빨아들이더니, 던전 브레이크를 일으킨 것이다.
“피해 상황은?”
“다행히 주변에 민가가 없어 아직은 없지만, 이대로 가다가는.”
“긴급 지원 요청해! 당장!”
정부의 긴급 지원 요청에 강원도 근처에 있는 각성자들이 전부 던전 브레이크가 발생한 지역으로 몰려들었다.
그리고.
“공략에 실패했다고?”
“던전 브레이크에서 튀어나온 몬스터가 A급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A급 이상?”
대패했다.
사태의 심각함을 인지한 게이트 관리부서는 바로 시간이 남는 S급 각성자와 A급 각성자들에게 공략 요청을 보냈다.
그렇게 긴급 지원 요청을 받은 각성자들과 S급 각성자를 중심으로 한 공략대가 강원도로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했고.
같은 시각 강원도 산골.
거대한 뱀 모습의 몬스터가 인가를 향해 이동했다.
“막아!”
긴급 소집을 받은 각성자들이 다급히 각성 능력을 사용했다.
쾅! 콰앙!
뱀 몬스터의 비늘에 연신 폭발이 일며 연기가 자욱하게 깔렸다.
하지만.
그륵.
미동조차 하지 않은 채 뱀 몬스터가 혀를 날름거렸다.
뱀 몬스터의 두 눈에 붉은 마나가 맺히고.
번쩍.
빛이 터져 나오며 붉은 광선이 각성자들을 휩쓸고 지나갔다.
종이 인형처럼 나가떨어지는 각성자들.
살아남은 각성자들이 슬금슬금 도망칠 준비를 하자, 각성자 중 한 명이 다급히 외쳤다.
“이 뒤는 민가야! 더는 물러날 곳이 없어!”
“지금쯤이면 다 대피했을 거 아니야! 난···난 더는 못해.”
“아직 사람들이 대피할 정도로 시간을 충분히 끌지―!”
콰앙!
말을 끝내지 못하고 뱀의 꼬리에 얻 맞아 허공을 나는 각성자.
적과의 압도적인 차이에 모든 각성자들의 머릿속에 후퇴라는 두 글자가 새겨졌다.
못 이겨 이건. 이 정도면 충분히 했잖아.
도망가자.
그 순간이었다.
돌연 허공에 게이트가 생겨나더니, 마나를 흡수하며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몬스터 하나도 감당을 못하는데, 여기서 추가로 몬스터가 더?
이건 진짜로 안 된다고 생각한 각성자들이 부상자도 내팽개치고 도망칠 준비를 한 것과 동시에.
막 열린 게이트에서 누군가 걸어 나왔다.
“뭐야 이거.”
주변을 훑어본 남자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재차 입을 열었다.
“잘못 연결된 거 아니야? 여기 지구 맞아?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알아.”
남자의 말에 대답한 건 뒤따라 게이트에서 걸어 나온 로브를 쓴 여자였다.
남자가 거대한 뱀 몬스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맞는 거 같은데? 쟤네 아무리 봐도 한국인이고. 그럼 저건 뭐지. 왜 저게 여기 있어?”
그 말에 로브를 뒤집어쓴 여자가 뭘 묻고 있냐는 듯 턱을 까딱였다.
“몬스터잖아. 몇 년 동안 지긋지긋하게 본 걸 벌써 까먹었어?”
“몬스터인 건 알지. 내 말은 그거지. 저게 왜 지구에 있냐고.”
“그러니까 그걸 우리가 어떻게 아냐고.”
여자의 말에 남자는 머리를 긁적이며 미간을 찌푸렸다.
“여기도야? 진짜 나한테 왜 이래.”
[XXXX 귀환합니다(1)]
→ [용사파티 귀환합니다(1)] New!
25살의 홍유진은 한쪽 무릎을 꿇은 채 17살의 겨울날을 떠올렸다.
역대급 한파라며 세상이 시끄럽던 시기. 과연 호들갑을 떨만했는지 안 그래도 추웠던 보육원이 예년보다 2배 정도 더 추웠던 그때. 지난밤 얻어맞은 눈을 문지르며 마지막 중학교 등굣길에 오른 홍유진은 빙판에서 미끄러졌고.
그대로 이세계에 떨어졌다.
인과가 부족한 거 같다고 느꼈다면 제대로 봤다.
실제 홍유진도 당시 보육원 음식에 펜타닐이 섞인 게 아닌가 의심했었으니 말이다.
“여신님.”
경건한 목소리로 홍유진이 입을 열었다.
홍유진의 몸에 서광이 닿았다. 신이 응답한 것이다.
“여신님.”
[······.]
“시발 세계 구했어요. 집에 좀 보내주세요.”
[······말을 예쁘게 하거라.]
“여신님···!”
서광이 흔들렸다. 여신이 한숨을 쉰 것이다.
[정말 갈 거니?.]
“당연하죠.”
[너한테 말한 게 아니란다.]
“얘들아 여신님이 준비됐냐고 물어보신다.”
홍유진의 말에 그의 뒤에 서 있던 여자들이 차례대로 대답했다.
“다른 세계가 궁금하기도 하고, 네가 없으면 심심하기도 하고.”
“용사님이 가는 곳이 어디든 따라가겠다고 이미 맹세했답니다.”
“당신이 없는 곳에 있어봤자 별 의미 없습니다.”
“나 아직 돈 못 받았어. 이대로 못 놔줘.”
순서대로 몰락한 귀족가의 천재 마법사, 잊혀진 신의 성녀, 세계수에게 버림받은 엘프 궁수, 그냥 도적이었다.
“됐다는데요?”
[다시는 못 돌아올 수도 있다는 걸 인지하고 있냐고 물어봐주렴.]
“다시 못 돌아올 수 있다는데? 각오는 됐냐는데?”
홍유진의 말에 몰락한 귀족가의 마법사, 엘레나 크래프트가 바로 대답했다.
“전부 알고 있고, 그럼에도 따라가려고 정한 거라고 말해줘. ···우리가 어쩌다가 저런 나사 빠진 애를. 에휴.”
“됐대요! 자! 여신님! 얼른!”
서광이 흔들렸다. 여신이 고개라도 저은 모양이다.
[대가를 바치거라.]
여신의 말에 홍유진이 미리 준비해 놨던 마왕의 핵을 제단에 올려놓자, 눈깜빡한 사이에 마왕의 핵이 사라졌다.
신이 자신의 신도가 바친 제물을 접수한 것이다.
[차원을 열어줄 테니 슬슬 준비하렴.]
“드디어!”
홍유진은 지난날을 회상했다.
처음 이세계에 떨어졌을 때 홍유진은 신을 원망했었다.
웬 어린아이 크기의 초록 괴물을 때려죽이느라 온몸에 진이 빠졌던 홍유진은 간이 잠자리에 누워 생각했었다.
내가 착하게 산 건 아니지만, 이런 꼴을 당할 정도로 잘못한 건 아니지 않아? 라고.
대체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길래 이런 벌을 받아야 되나 한탄하며 숲을 헤쳐 나가던 홍유진은 한 인간과 조우했고.
여차저차 판타지 라이프를 즐기다가 신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알았다.
자신을 이곳에 데려온 존재는 아무도 없고, 우연히, 그냥 차원이 불안정해서, 진짜 단순히 확률적인 이유로 이세계에 떨어졌다는 걸 말이다.
지구로 돌아갈 방법은 없냐고 묻는 홍유진에게 여신은 마왕을 쓰러트리면 원래 세계로 돌려보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했고.
기어코 홍유진은 마왕을 죽이고 말았다.
뭐 정확히는 마왕을 죽이고 나니 여신이 말했던 집으로 돌려보내 줄 수 있다던 얘기가 떠오른 거긴 했지만, 아무튼 드디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 상황에서 홍유진은 조심스럽게 여신에게 물었다.
“그···성검은.”
[네가 가지고 가거라. 어차피 너 아니면 쓸 사람도 없단다.]
“그게 아니라 이거 반납하고 그냥 처음부터 안 썼던 걸로 할 수는 없죠?”
[될 리가 있겠니.]
“그럴 거 같았어요.”
홍유진이 빠르게 납득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혹시나 해서 물어본 건데. 역시 안 되는 건 안 되나 보다.
홍유진이 말했다.
“자 얘들아. 내가 돌아가면 음식이 뭔지부터 알려줄게.”
“그 얘기 벌써 만 번 넘게 들은 거 같아.”
“나도.”
“용사님의 고향 음식, 벌써 기대되네요.”
마법사, 도적, 성녀가 대답을 하자마자.
우웅―!
허공에 차원 포탈이 생겨났다.
“가자.”
이상이 강원도 산골 마을에 용사파티가 갑자기 출몰한 이유였다.
“저거 상당히 강한데? 최상급 몬스터 정도는 되겠어.”
“네 고향은 몬스터고 전쟁이고 없는 평화로운 곳이라며.”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내가 없는 사이에 많이 바뀌었네?”
마법사, 엘레나 크래프트의 말에 머리를 긁적인 홍유진이 이내 다른 사람들을 바라봤다.
“왜 그러시죠?”
홍유진의 시선에 엘프 궁수, 티냐 나피스가 물었다.
홍유진이 손가락으로 뱀 몬스터를 가리키며 말했다.
“누가 좀 처리해 줘. 나는 못 하는 거 알잖아.”
“확실히 그렇긴 합니다만···.”
티냐가 말끝을 흐리며 헛기침을 했다.
“설마 안 돼?”
“아시잖아요. 제가 원래 저 정도는 가뿐한 거.”
“아니까 해결해 달라고 말한 거 아니야. 뭐 문제 있어?”
“아직 이 세계의 정령과 얘기를···.”
“그래?”
홍유진이 이번엔 성녀, 세피아 레이즌을 바라봤지만, 그녀도 홍유진의 시선을 피했다.
“넌 또 왜.”
“차원을 넘어서 그런가 신님과의 패스가 약해진 거 같아요 용사님···.”
“가지가지 한다.”
홍유진은 그냥 도적, 이엘을 슬쩍 봤다가 마법사 엘레나 크래프트에게로 고개를―.
“야. 방금 그거 뭐냐?”
싸늘한 목소리로 말하는 이엘에게 홍유진이 다급히 변명했다.
“아니. 너 피곤할 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어.”
“내가 저 정도도 못 잡을 거 같아?”
“당연히 아니지. 마왕을 쓰러트린 우리 용사파티의 도적 이엘이 저 정도의 몬스터도 못 잡는다? 아무도 안 믿지.”
“네 말투가 너무 화가 나. 비켜봐. 내가 처리할 테니까.”
허리춤에 차고 있던 단검 두 자루를 꺼내 들며 말하는 이엘.
“괜찮겠니?”
“그 엄마 같은 말투 뭐야. 안 되겠다. 너부터 일로 와봐.”
홍유진의 따듯한 말투에 화가 난 이엘이 성큼성큼 걸음을 옮겼을 때.
작게 한숨을 쉰 엘레나 크래프트가 마나를 끌어올렸다.
전투는 전문이 아니었지만,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니 자기 말고는 싸울 사람이 없었다.
“진짜 어쩌자고 저런 애를.”
다시 한번 작게 중얼거린 엘레나가 마법을 사용했다.
직후.
거대한 불의 새가 뱀 몬스터를 덮쳤다.
*
“선생님, 정말 죄송한데 치킨 좀 사주시면 안 될까요? 이 은혜는 꼭 갚겠습니다.”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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