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신이 귀환했다-37화 (37/117)

관찰 예능(3)

VBS 신규 런칭 예능, <오랜 사이>의 1화 예고편이 세계 최대의 동영상 사이트에 업로드된 건 백은하의 남자친구에 대한 얘기가 피크에 달했을 즘이었다.

[저희 그런 사이 아니에요!]

썸네일에 백은하와 한 남자가 놀이공원을 돌아다니는 사진이 박여있고 제목이 저거였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연예인들이 비밀 연애에 걸렸을 때 저런 변명을 한다는 걸 잘 알고 있던 대중들은 허겁지겁 썸네일을 클릭했다.

Q. 요즘 세간이 은하 씨 얘기로 뜨거운데, 혹시 알고 계셨나요?

“말도 마세요. 그거 때문에 아침에 너튜브 보다가 사레에 들렸다니까요.”

Q. (화면에 백은하와 한 남자가 놀이공원에서 줄을 서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 찍은 사진이 올라온다) 이분이랑은 무슨 사이세요?

“무슨 사이냐고요? 하아. 저희 그냥 삐―.”

백은하가 무언가를 말하고 그게 삐처리되는 것으로 영상이 마무리 됐고.

시청자의 반응이 폭발했다.

<이걸 방송에서 말해주네>

근데 저러는 거 보면 그냥 아무 사이 아닌 거 아님?

┗저런 식으로 컨셉 잡자고 합의 봤을 수도 있지. 까보기 전엔 모른다.

┗┗친구 사이라고 변명하면 남자친구일 확률 99퍼임 ㅋㅋ

<그냥 바이럴 아님?>

예능 찍기 전이라 업체에서 바이럴 돌린 거 아니냐?

┗백은하가 굳이 그럴 필요가 있나 그냥 출연하기만 해도 시청률 터질 텐데.

그렇게 정점을 찍고 슬슬 내려가려던 백한영에 대한 관심에 <오랜 사이> 예고편이 불을 질렀고.

<쟤 친오빠 아님?>

백은하 친오빠 있다고 했잖아. 저것들 다 오빠랑 놀러 간 사진 아님?

┗이 새끼 백퍼 외동이다.

┗┗여동생이 친오빠랑 둘이서 아쿠아리움이랑 놀이동산을 간다고? 여동생한테 환상 좀 갖지 마. 그럴 일 절대 없어 ㅋㅋ

간간이 올라오는 진실이 융단폭격을 맞고 사라지는 와중.

<오랜 사이> 1화가 방영되는 날이 찾아왔다.

수많은 사람들이 요즘 가장 화제인 백은하의 얘기를 듣기 위해 티비 앞을 지켰다.

드디어 백은하의 얘기를 들을 수 있겠구나, 라는 생각을 시청자들이 하고 있을 때.

한 남자가 화면에 나왔다.

컴퓨터 앞에 앉은 남자가 키보드를 거세게 누르며 모니터를 빠르게 훑었다.

딸각딸각딸각딸각.

마우스가 현란하게 움직였다.

마우스 커서를 따라 게임 캐릭터가 협곡을 누볐고.

상대의 넥서스가 터지며 모니터 화면에 승리라는 두 글자가 떠올랐다.

가볍게 한숨을 쉰 남자가 작게 중얼거렸다.

“쉽네.”

그걸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전부 동일했다.

‘?’

머릿속에 갈고리가 자라난 것이다.

<저거 뭐냐?>

갑자기 왜 레오레를 하고 있는 거냐?

┗모름 ㅋㅋ 저거 뭐임?

<오랜 사이>의 소개문과 예고편을 본 시청자 중 출연자가 시작부터 게임을 하고 있을 거라고 예상한 사람은 단언컨대 단 한 명도 없었다.

화면 구석에 촬영 당시의 시간을 보여주는 시계가 나타났다.

째깍째깍.

시계가 빠르게 돌아가고, 빨리 감기가 시작됐다.

2시간 후.

여전히 게임을 하고 있는 남자에게 누군가 다가와 조심히 물었다.

“한영아.”

“······.”

“한영아?”

“잠깐만요.”

여자(화면에 <오랜 사이>의 작가 및 출연진의 이모라는 설명이 짤막하게 지나갔다)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계속해서 마우스를 딸깍이던 남자는 게임에서 승리한 후 입을 열었다.

“캐리.”

“한영아. 게임 그거 언제까지 하니?”

살짝 힘이 빠진 이모의 말에 남자가 눈알을 굴리고는 대답했다.

“어···평소만큼요?”

“그게 어느 정도니?”

“12시간 정도요?”

그 후로 제발 다른 것 좀 해달라고 부탁하는 여자와 말로는 알았다고 대답하며 게임을 돌리는 남자의 컷이 지나가고.

시청자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헛웃음이긴 했지만.

<12시간은 ㅅㅂㅋㅋ>

쟤 뭐냐. 프로그램 작가 조카라고 하는데 왜 게임만 함? 그리고 백은하는 어딨음?

┗우리도 몰라.

<그래서 남자친구가 맞냐고>

왜 아무 설명 없이 게임만 하고 있냐고.

┗ㄹㅇㅋㅋ

촬영이 시작되자마자 대뜸 게임만 2시간 동안 했으니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물론 모든 시청자가 그런 건 아니었다.

<야 쟤 게임은 진짜 개 잘한다>

(얼마 전에 개인 방송을 한 프로게이머의 인 게임 스크린샷)

여기 상대 미드 라이너가 쟤인 거 같은데?

┗챌린저였음?

┗┗이건 어떻게 찾았냐.

캐릭터 이름 등을 전부 모자이크했음에도 순식간에 해당 게임을 찾아낸 시간 빌게이츠들의 소행 덕에 남자에 대한 관심이 조금 더 증폭된 순간.

소파에 앉은 남자가 인터뷰를 시작했다.

Q. 자기소개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은하 친오빠 백한영이라고 합니다.”

남자, 백한영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여러 커뮤니티 게시판에 비슷한 글들이 우르르 올라왔다.

<내가 친오빠 같다고 했잖아>

(헛소리하지 말라고 욕을 하는 댓글들 스크린샷)

했잖아!!!!!!

┗이게 진짜네.

┗┗아니 그럼 백은하는 친오빠랑 놀이공원에 간 거야? 이게 말이 돼?

생각보다 맥 빠지는 결말에 한 시정차가 김이 샜다는 표정으로 티비를 지켜보다가, 문득 이상한 걸 깨달았다.

‘대충 봐도 때깔이 다르네. 얼마짜리야 저기?’

갑자기 게임을 하는 백한영에게 시선이 너무 가 이제야 알아본 건데, 얼핏 봐도 티비에 나오는 집의 퀄리티가 심상치 않았다.

<저기 몇 년 전에 이 악물고 만들었던 그 아파트인데?>

(고급 아파트 내부 사진)

크기 대충 보니까 최소 100억 대인 듯?

┗백은하 급이면 저런 곳에서 사는구나.

┗┗백한영 쟤는 동생 잘 만나서. 부럽네.

그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는지 슬금슬금 백한영이 살고 있는 집에 대한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거기에 더해 출근을 한다며 백한영이 10억 대의 독일 유명 브랜드의 자동차에 탑승하는 걸 보며 시청자들이 연신 부럽다는 말을 쏟아냈다.

백한영을 동생 하나 잘 만나서 팔자 핀 한량 정도라고 생각한 탓이었는데.

그러한 반응들은 백한영이 무신련에 출근한 후로 싹 사라졌다.

<무신련 저기 뭐 하는 곳이냐?>

(무신련 재무제표 스크린샷)

뭔데 최근에 거의 800억 넘게 벌었냐?

┗800억? 진짜임? 왜 이런 곳을 여태 들어보지 못한 거지?

┗┗설립한 지 얼마 안 되기도 했고, 소규모라서 그럼. 길드원이 백한영을 포함한 4명 정도가 다임.

┗┗┗걍 알짜배기네.

백한영이 동생 잘 만난 한량이 아니라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

정확히 <오랜 사이>의 담당PD와 똑같은 흐름으로 백한영이라는 인간이 누군지 알아가던 시청자들은, 백한영이 갑자기 살벌하게 사람을 두들겨 패고 길드 홍보를 할 때도 그냥 허허 웃으며 넘어갔다.

살짝 이상했지만, 능력 있는 사람이라는 건 확실히 알 수 있었으니 말이다.

자신의 길드에서 볼 일을 다 본 백한영은 그 후 곧장 청풍을 찾아갔다.

“···얼마라고요?”

“237억 원입니다.”

백한영이 의뢰한 검의 가격을 듣고 기겁하는 담당PD와 활짝 웃는 부길드장, 방상철의 모습이 지나가고.

백한영이 큰 반응 없이 성단검(星鍛儉)을 팔찌로 바꾸어 착용하는 장면이 나왔다.

“근데 은하가 만든 검은 언제 주시나요?”

백한영이 그렇게 말한 직후.

컷 전환이 일어났다.

공방에서 열심히 검을 점검하는 백은하.

신중에 신중을 기하며 검을 확인한 백은하가 땀을 닦아낸 후 인터뷰를 했다.

Q. (화면에 백은하와 백한영이 놀이공원에서 줄을 서고 있는 모습을 멀리서 찍은 사진이 올라온다) 이분이랑은 무슨 사이세요?

“무슨 사이냐고요? 하아. 저희 그냥 남매예요. 친남매.”

Q. 어떤 기분이셨어요?

“어이가 없어서 말이 안 나오더라고요. 친오빠가 남자친구라고 세상이 막 떠드는데, 진짜. 오빠가 있는 사람들은 제가 무슨 소리를 하고 싶은지 아실 거예요.”

정말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탄을 늘어놓던 백은하는 이내 자신이 만든 검을 들고 응접실로 향했다.

“저 왔어요!”

응접실 책상에 자신이 가져온 목함을 내려놓은 백은하와 싱글벙글 웃으며 동생이 가져온 목함을 여는 백한영.

그 후 백한영이 검을 휘두르거나, 검 이름을 은하제일검으로 하는 게 어떠냐는 장면이 연달아 나왔고.

<백한영 쟤 반응 개 웃기네>

(237억짜리 검을 시큰둥하게 받는 백한영 짤)

(백은하가 만든 4억짜리 검을 싱글벙글 웃으며 받는 백한영 짤)

이럴 거면 237억짜리 검은 왜 제작했냐고.

┗그냥 이 새끼는 표정을 못 숨김 ㅋㅋ

┗┗어이없네.

<은하제일검 이러고 있다 ㅋㅋ>

원래 남매 사이가 저렇게 좋냐?

┗걍 별종이라고 생각해라. 애초에 남매끼리 단둘이 놀러 간 부분에서 평범이랑은 거리가 멈.

┗┗방송 컨셉일 수도 있음.

┗┗┗방송 아닐 때도 놀이공원 간 거 보면 컨셉 아닌 거 같은데?

<237억이면 신기록 아님?>

여태 각성자 무기 중 저 정도 가격 나왔던 거 있냐?

┗100억 대도 없음.

┗┗예술적 가치 이런 거 때문이 아니라 순수하게 성능을 올리느라 237억이 된 거라 진짜 역대급 각성자 무기가 나온 거임.

시청자들도 뜨겁게 반응했다.

백한영이 남자친구가 아니라고 했을 때만 해도 김이 샜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지만, 계속 보다 보니 생각보다 백한영 백은하 남매의 얘기가 재밌었던 것이다.

백한영과 백은하, 그리고 이모인 이지선이 고급 레스토랑에 입장해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는 것을 마지막으로, <오랜 사이> 1화가 마무리됐다.

다음 화 예고편이 나오자마자 나오자마자 시청자들은 여운에 잠긴 채 게시판에 글을 썼다.

<잠깐 보려다가 한 시간 반이 삭제당했네>

아직 과제가 남았을 텐데···?

┗너도? ㅋㅋ

┗┗진짜 초비상이네.

<남매 둘이 친하니까 의외의 재미가 있네>

(백은하가 자신이 만든 검을 마음에 들어하는 백한영을 보고 살짝 입꼬리를 올리는 짤)

이 정도로 친한 남매 본 적이 없는 거 같음.

┗ㄹㅇ

┗┗진짜 남매가 맞다고? 내 여동생은 안 저러는데?

┗┗┗니 얼굴을 보고 와라.

간만에 재미있는 예능을 본 시청자들이 도란도란 모여 떠드는 와 중.

한 남자가 급하게 아는 형에게 전화를 걸었다.

[형! <오랜 사이> 이거 뭐예요! 형 동생 백은하였어요?]

“너 팬이니 뭐니 하더니 은하가 출연한 드라마도 아직 안 봤나 보다? 그 얘기를 이제야 나한테 하는 걸 보면.”

[드라마는 형 때문에 너무 바빠서···. 아무튼 진짜 백은하가. 와.]

자신이 최고로 좋아하는 연예인이 아는 형의 동생이라니. 이 기막힌 우연에 김태식이 신기해하며 입을 열었다.

[형 다음에 형님 동생분 싸인 좀···.]

“너 하는 거 봐서. 일단 지금 실력으로는 가져다주기 어려울 거 같은데?”

[형님 제발.]

그렇게 간절한 김태식을 백한영이 웃으며 골려주고 있을 때쯤.

“······옆집에 살고 있었어?”

집에서 티비를 보고 있던 이초아가 작게 중얼거렸다.

이초아의 고개가 현관 쪽으로 돌아갔다.

식사 한 번 사겠다는 말을 어떻게 꺼내야 자연스러울지 고민하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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