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603화 (603/605)

에필로그-1

2024년 6월 10일 10:00,

대한민국.

한미전을 끝으로 다시금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온 대한민국, 하지만 현재 대한민국은 그 어느 때보다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2023년 기준보다 8배 이상으로 넓어진 영토와 대한민국 국적으로 신규 편입한 제2국민이 이천삼백만 명에 달했다.

기존 7개 주 정부에 1개의 자치주 정부였던 대한민국은 신중국 영토를 이양받아 정주, 동이주, 고조선주, 유주 등 4개 주 정부가 신설되었고 일본 홋카이도 전체를 극동주라는 이름으로 변경하여 주 정부로 편입시켰다. 또한, 러시아의 영토였던 지역을 연해주, 한주, 영광주, 금주, 호평주, 남강주 등 6개 주 정부로 신설 및 편입했고 서강변경주, 중강변경주, 동강변경주, 북동강변경주 등 5개 변경주 정부가 신설되었다.

마지막으로 러시아 남부 영토는 고려주라는 이름의 주 정부가 신설되었다. 이 부분에서 고려주를 주 정부가 아닌 자치주로 하자는 의견도 있었다. 고려주 내 인종 비율을 보자면 고려인보다는 러시아계와 슬라브계가 대부분이라는 점이었다. 하지만 중앙정부는 유일하게 본토와 상당한 거리에 있는 고려주를 자치주로 운영하기엔 안보에 있어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과 타 인종이 많은 지역인만큼 비상시 중앙정부가 적극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주 정부가 낫다는 의견으로 모이면서 주 정부 행정기관으로 결정됐다.

이외에도 미국과의 종전 협정으로 인해 미국령에서 한국령이 된 북마리아 제도의 4개 섬은 동주에 편입되었고 하와이 제도의 모든 섬은 대한민국과 미국이 공동관리하는 중립지역이 되었다.

그리고 며칠 전, 2021년에 독립한 내몽골자치국에서 국민투표 후 대한민국 자치주에 편입하고자 하는 공식 의사를 전달해왔다. 척박한 지형에 기간시설이 낙후되었고 국가 성장의 원동력인 산업시설이 부족하여 독립한 지 3년이 지났지만, 빈민국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내몽골자치국 정부는 국민투표를 단행, 79%에 이르는 국민의 찬성으로 대한민국 자치주 편입을 요청한 이유였다.

이에 중앙정부에서는 신중하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다.

이로써 2024년 6월 기준 대한민국은 중앙정부 아래 19개의 주 정부와 4개의 변경주 정부, 그리고 2개의 자치주 정부로 나뉘게 되며 제2국민 포함 인구수는 1억 명을 넘게 되었다. 영토, 경제력, 군사력, 그리고 인구수마저 선진국으로써의 모든 조건을 달성한 대한민국이 되었다.

하지만, 단기간에 수배에 달하는 영토 확장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했다.

먼저, 새롭게 확장된 영토의 각 주 정부의 운영 계획 및 관리할 수십만에 이르는 공무원이 필요했다. 이에 전국적으로 공무원 시험이 있었지만, 1억에 가까운 인구수를 가졌어도 수년간 이어온 경제 호황으로 실업률이 0%인 탓에 공무원 시험에 응시하는 사람들은 턱없이 부족했다.

일반적인 노동자라면 상관없지만 주 정부에서 일할 공무원이었기에 타국의 노동자로 대처할 수 없었다. 이에 부족한 공무원은 일단 중앙정부와 기존 주 정부의 공무원을 급파해 기본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했고 공무원 월급과 복지를 대기업 못지않을 정도로 확대하는 정책을 발표하여 공무원 시험 응시자 수를 늘리는 데 방안을 세웠다. 대신 인력난에 허덕이는 산업현장에는 해외노동자의 취업규정을 완화하거나 이민조건을 대폭 낮춰 해외에서 유능한 인재들이 국내로 유입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에서 직접 정책을 수립하여 추진했다. 단, 해외노동자의 범죄 내역 같은 신원조회 절차는 더욱 강화했다.

이처럼 중앙정부와 주 정부는 한마음 한뜻이 되어 현재 주어진 문제점을 하나하나 적극적으로 분석하여 한 걸음 더 나아가기 위한 성장통을 이겨내는 정책을 수립해 나아갔다.

★ ★ ★

2024년 6월 10일 13:00 (현지시각 9일 21:00),

미국.

USSC 스캔들 여파로 미 의회에 의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탄핵당한 후 미국 정치계는 물론 경제계, 언론계, 군조직 등 사회 각계각층에서 대대적인 칼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먼저 탄핵과 동시에 구속 기소가 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백악관 고위관료들도 비엔나소시지마냥 줄줄이 관련 혐의가 입증되면서 구속 기소가 되었다.

또한, 해외로 도피하거나 자취를 감췄던 정치인들도 여러 수사당국에 의해 하나둘 체포되었고 미국 경제를 지탱하던 경제인들도 거액의 뇌물 수수혐의로 잡혀들어갔다. 대표적으로 미국의 대표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사의 클레이스 커쇼 회장이었다.

이외에도 언론계부터 사회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하루가 멀다고 뉴스 헤드라인을 도배했다. 특히 국가 안보를 책임지고 있는 미군 조직 내에서 무려 132명의 장성이 USSC와 연관되었다는 사실은 충격 중의 충격이었다.

세계 제1강 자리를 대한민국에 내주고 USSC 스캔들 여파에 몸살을 앓게 된 미국, USSC 스캔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앞으로 1년은 더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는 전문가들의 공통된 분석이었다.

★ ★ ★

2024년 6월 10일 13:00 (현지시각 9일 21:00),

일본.

제2차 동북아 전쟁 당시 미국의 꼬임에 넘어가 잘못된 판단을 하게 된 일본 내각과 우치다 총리는 대한민국의 대규모 포격을 받고 국가 폐망의 위기까지 몰렸다가 미국 최고 군사기밀인 X-400 프로메테우스라는 군사위성 정보를 대한민국에 넘기는 대가로 경제 원조를 받게 되어, 그나마 폐망이라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규모 폭격에 산업시설 대부분이 파괴되어 국가 경제는 멈췄고 실업자만 이천만 명이 넘게 발생했다.

더군다나, 규슈에 이어 홋카이도마저 대한민국 빼앗겨버린 일본의 미래는 그야말로 암울 자체였다.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즉 호흡기에 여명 하는 식물인간과 같았다.

이에 우치다 총리는 자신의 과오를 조금이나마 씻고자 야당의 핍박에도 불구하고 한 줄기 빛인 대한민국의 경제 원조를 밑거름으로 재건사업에 박차를 가했다.

한때 세계 3위의 경제 대국이라 불리던 황금기 시절로 돌아갈 순 없지만, 적어도 먹을 게 없어 국민이 굶어 죽는 국가가 되지 않도록 우치다 총리는 오늘도 대한민국은 물론 서방국가로부터 경제 원조를 받기 위해 발바닥에 땀이 나도록 움직였다.

★ ★ ★

2024년 6월 10일 13:00 (현지시각 9일 21:00),

러시아.

한러전 패배에 따라 천연자원의 보배라 할 수 있는 시베리아와 최대 곡창지대라 할 수 있는 남부 3개 주를 대한민국에 넘긴 러시아, 이로 인해 러시아 국민의 분노는 폭발했고 급기야 지난 6월 13일 한러전 당시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해임된 전 총참모장인 블라디미르 베샤스트니흐를 중심으로 추정세력에 의해 쿠데타가 일어났다.

3일간 진행된 쿠데타는 끝내 성공했다. 쿠데타군 수장인 블라디미르 베샤스트니흐는 이번 쿠데타를 5월 혁명이라 지정했고 붙잡힌 푸틴 대통령은 재판 없이 즉결심판으로 참수를 단행, 피바람을 불었다. 당연히 푸틴 대통령의 추종자들 역시 모두 체포되어 사형 선고를 받은 신세가 되고 말았다.

쿠데타임에도 국민의 지지를 받게 되면서 1개월도 안 걸려 대통령에 추대되어 정권을 잡게 된 블라디미르 베샤스트니흐는 기존 사회주의를 유지, 하지만 경제면에서는 과감하게 개방적인 자본주의 정책을 펼쳐나가고자 했다.

이에 정치는 사회주의이지만, 개인재산의 사유화를 공식적으로 인정하게 되면서 영토가 반 토막 나고 최대 곡창지대마저 잃었지만, 경제흐름도 나쁘지 않게 돌아갔다.

★ ★ ★

2024년 10월 10일 16:00 (현지시각 : 10:00),

쿠르디스탄 공화국 서아제르바이잔 주 마쿠-바자건 도로.

조금은 낡아 보이는 버스 한 대가 깨끗하게 깔린 아스팔트 도로를 달리고 있었다. 그리고 버스 안에는 쿠르디스탄 현지인 외에도 단정한 머리를 한 동양 남자가 뒷좌석에 앉아 창문 너머로 펼쳐진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피스부대 파병부대 일원으로 7개월간 이곳에서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독립을 위해 매일 목숨을 건 교전을 벌이고 이후 러시아 남부로 이동하여 러시아군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전쟁 영웅 김성호 병장이었다.

지금은 만기제대한 지 5개월이 넘은 민간인 신분으로 꿈에서도 보고 싶었던 로사린을 보고자 전날 항공편으로 도우바야즛 국제공항에 도착한 후 하루를 모텔에서 지낸 후 아침 일찍 마쿠행 버스를 타고 있는 이유였다.

원래 제대 후 바로 이곳으로 오려 했으나, 생각지 못한 문제에 부딪히고 말았다. 바로 로사린의 행방이었다.

수개월이 지난 탓에 여성수비대로 활동했던 로사린도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가 어디로 갔는지 정확히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에 김성호는 쿠르드어를 공부하며 사방팔방으로 로사린에 대한 행방을 문의했고 며칠 전 현지에서 도와주던 지인으로부터 기분 소식이 날아왔다.

독립 후 로사린 역시 여성수비대에서 제대한 후 마쿠의 작은 학교에서 선생님으로 있다는 내용이었다.

창문 넘어 풍경을 바라보던 김성호의 예전 생각이 났는지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10개월이 지난 시간이었지만, 당시 전쟁이 한창이던 그때와 별다를 게 없었다. 단지 흙먼지가 흩날리던 도로만이 깔끔한 아스팔트 도로로 변했다는 것뿐이었다.

이렇듯 과거 회상에 젖어있는 동안 김성호를 태운 버스는 어느새 마쿠 시내로 진입했다.

순간, 김성호의 심장이 요동쳤다.

설레는 마음으로 버스에서 내린 김성호는 활기찬 마쿠 시내를 둘러보고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지도 앱을 실행했다.

지도에는 이미 찾고자 하는 장소의 위치가 현재 자신이 위치에서 찾아갈 수 있도록 녹색 선으로 표기되어 있었다.

김성호는 지도를 보며 걷다가 길가에 큰 마트가 보이자 예전 생각이 났는지 싱긋 웃으며 들어갔다. 그리고는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사탕과 초콜릿 그리고 과자를 닥치는 대로 샀다. 얼마나 많이 샀는지 메고 온 배낭이 가득 찼고 그것도 모자라 30리터짜리 비닐 팩 2개에 가득 담았다.

이렇듯 양손에 비닐 팩 1개씩을 들고 10여 분 걸어가자 목적지가 보였다. 동네 놀이터 크기의 운동장에 말끔하게 새로 지어진 아담한 학교였다.

잠시 진정되었던 심장이 다시금 요동쳤다. 그리고 얼굴에서는 긴장감 때문인지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자자! 정신 차리자! 할 수 있다. 할 수 있어!”

자가 최면을 건 김성호는 씩씩하게 학교 정문을 통과한 후 곧바로 학교 건물로 들어갔다. 그러자 쉬는 시간인지 돌아다니던 아이들이 하나둘 김성호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리고 아이 중 하나가 뭐라고 소리치자 순간 김성호를 향해 돌격하듯 달려들었다.

“야! 야! 뛰지 말고 천천히 와! 많이 가져왔다.”

어느새 이십여 명의 아이에게 둘러싸인 김성호는 고사리 같은 손을 벌리는 아이들에게 과자와 사탕 그리고 초콜릿을 나누어졌다. 이렇듯 한참을 아이들과 사투를 벌이는 사이 교실 밖이 소란스러워지자 누군가가 고개를 내밀고 바라봤다.

히잡을 쓴 여성이었다. 그리고 김성호와 시선이 마주쳤다.

김성호는 심장이 멈추는 듯했다. 한눈에 알 볼 수 있었다. 하루에도 수십 번 보고 싶었던 로사린이었다.

이에 뭔가에 홀린 듯 김성호는 배낭과 비닐 팩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는 로사린을 향해 걸어갔다. 로사린 역시 깜짝 놀란 눈을 하고는 교실에서 걸어 나왔다.

지난 1월 4일 짧은 이별 인사를 하고 10개월 만의 재회였다. 코앞까지 로사린과 가까워진 김성호는 마음 같아서는 갈비뼈가 으스러지도록 껴안고 싶었으나 이슬람 종교 때문에 꾹 참고 대신 밝게 웃으며 그동안 공부한 쿠르드어로 인사말을 건넸다.

“하발, 로사린”

“하발, 김!”

로사린도 밝게 웃으며 인사를 건넸으나 두 눈에는 기쁨의 눈물이 맺혀 있었다. 그동안 로사린도 김성호를 마음속으로 애타게 기다렸다는 것을 맺힌 눈물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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