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90화 (590/605)

북상하는 태풍

2024년 2월 4일 16:0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작전브리핑실).

모스크바 크렘린 궁에서 진행하고 있는 항복 조인식이 세계 언론매체로부터 주목되고 있는 가운데 합동참모본부에서는 향후 다가올 미국과의 전면전과 관련하여 미국 해군 함대의 움직임에 따라 기존 대응 작전 안을 수정하는 회의를 수시로 진행하고 있었다.

금일 작전회의도 몇 시간 전, 제5함대가 예상 항로를 벗어나 평화도(구 오키나와) 방향으로 항로를 변경한 부분 때문이었다.

“눈치챈 걸 걸까요? 아니면 단순한 항로 변경?”

제7함대의 항로 변경과 관련하여 간단한 브리핑이 끝나자 김용현 합참차장이 물었다.

“다방면으로 분석 중이긴 하나, 현재 위치에서는 정확한 사유를 판단하긴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평화도로 각종 정찰전력이 집중된 바로는 뭔가 의도는 숨어있다고 생각합니다.”

합참본부 내 유일한 여성 장성인 전략본부 산하 정찰분석관 김선희 준장이 아나운서마냥 또박또박한 어투로 설명했다.

“음, 그래요. 분석한 대로 각종 정찰 전략이 모여들고 있다면 그냥 지나칠 일은 없을듯합니다.”

“정찰전력이래 그냥 다 때려 부숴버리면 될 거 아닙니까? 예전 일본이 센카쿠 열도라 부르고 중국이 댜오위다오라 불리던 현재 대한민국 영토인 위령 열도의 섬 중 하나인 쇠석도(미야코 섬) 지하기지에는 대함 및 대공 미사일 기지가 비밀리에 건설되어 있었다.

향후 제7함대가 제7기동전단과의 교전 시 후방에서 대함미사일을 공격할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그리고 세계 최대 휴양지인 평화도(구 오키나와)의 남춘 국제공항 지하에도 사실은 1년 6개월 개조 사업을 하면서 비밀리에 지하 격납고를 건설해 주작과 흑주작 전투기 64기가 보관되고 있었다.

비상시 엘리베이터를 통해 지상으로 옮겨진 후 활주로를 타고 언제든 출격할 수 있었다. 이 외에도 여러 평화도 곳곳에는 대공방어 기지가 여러 개나 있었다. 모두 최신예 지대공 미사일로 무장되어 있었다.

이처럼, 미국조차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평화도(구 오키나와)와 위령 열도의 여러 섬에는 각종 군사시설이 만만의 준비를 마치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제7함대가 나진도(구 아미미오 섬) 방향에서 항해하다가 왼쪽으로 항로를 변경해 평화도(구 오키나와)로 향한 것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합동참모본부는 러시아와 전쟁 중임에도 세계 휴양지로 각광을 받으면서 하루가 멀다고 관광객들이 평화도(구 오키나와)에 몰려들면서 되도록, 비밀리에 숨기고 있는 공군 전력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만약 평화도(구 오키나와)에 미 해군 제7함대가 공격을 하거나, 해병대가 상륙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 평화도에 대한 군사적 행동을 가한다는 움직임을 포착한다면 그때는 합동참모본부에서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이럴 줄 알았으면 평화도 앞바다에 포세이돈이라도 쫙 깔 걸 그랬습네다. 기랬으면 태평양에서 죄다 침몰시켰을 거 아닙네까?”

한때, 확장된 영토로 인해 여러 해상에 해심 방어 위성인 포세이돈을 설치하자는 의견이 있었다. 하지만, 군사력 확장에 따른 여러 국가로부터의 패권주의가 팽창한다는 눈길에 포세이돈은 한반도 해상에만 설치하는 것으로 결론이 난 적이 있었다.

이런 부분이 아쉬웠는지 예전의 일들을 윤기윤 합참차장이 들춰내듯 말하자, 그 당시 반대했던 참모진들의 얼굴이 붉어졌다.

“어이 그런 표정 지을 거 없어야! 내가 그걸 뭐라고 하는 게 아니디요, 그냥 아쉬워서 한 말이디.”

여러 참모의 표정을 확인한 윤기윤 합참차장이 의도와는 다르게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가자 털털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특히 가장 강하게 반대했던 김용현 합참차장의 표정이 어둡자 어깨까지 두드려줬다.

“이렇게 합시다.”

신성용 합참의장이 뭔가를 결심했는지 가볍게 회의 탁자를 두드리고는 무겁게 입을 열었다.

“미 해군 함대와의 작전반경을 200km 앞으로 당깁시다.”

순간, 항공우주군참모총장인 최빈국 대장만이 별다른 표정 변화가 없는 가운데 나머지 각 군 지휘관부터 참모들의 표정이 하나같이 놀란 눈을 하고는 합참의장을 바라봤다. 작전본부장 역시 깜짝 놀라면 다급히 물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신성용 합참의장은 갑작스러운 발언에 다들 놀라자 차근한 목소리로 설명해 나갔다.

“국군의 최고 수장으로써 외세에 우리 영토 하나라도 점령되는 것을 절대로 용납하고 싶지 않다네.”

“그, 그렇더라도 공군 전력이 밀리는 상황에서 육지에 근접해두고 싸우지 않는다면 우리 해군의 피해가 만만치 않을 겁니다. 합참의장님”

양민춘 중장이 말까지 더듬거리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하지만, 신성용 합참의장은 단호했다.

“우리 해군 피해를 최대한 줄이는 방법은 자네가 생각해야지!”

“네?”

“이거, 양 중장이나 여러 참모의 놀라는 표정이 보니 재밌군. 하하 농담이네, 농담이야. 다들 내가 이런 말을 왜 하는지 궁금하겠지? 이 부분은 최 참총장이 말해주는 게 어떻겠소?”

“그럴까요?”

항공우주군 최진국 참모총장이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정면에 있는 대형 스크린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러자 스크린에 불이 켜졌다.

“이번 작전회의가 소집되기 직전, 청와대로부터 중요한 정보가 전달되었습니다.”

서두를 연 최진국 참모총장은 스크린 화면을 조종하는 부관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불 켜진 화면이 전환되면서 생소한 위성 사진들이 나왔다.

2시간 전, 일본 우치다 총리는 NASA에서 비밀 첩보활동을 하는 요원으로부터 빼돌린 X-400 프로메테우스 정찰위성 자료를 청와대에 보내왔다.

“자! 지금 보는 위성이 바로 우리가 그토록 찼던 미국의 비밀 정찰위성인 모델명 X-350 아 아니지 X-400 프로메테우스라 불리는 위성들의 사진들입니다.”

4개로 분할된 화면에는 각기 생김새가 다른 위성들의 사진이 선명하게 보였다.

“한 가지 우리가 잘못 알고 있었던 것이 있었습니다. 4기 모두 ITU에 영국명으로 등록되었다고 알았지만, 실은 1기만 영국명이었고 나머지 3기 중 1기는 캐나다였고 2기는 대만이었습니다.”

최진국 참모총장의 말에 다들 혀를 내둘렀다.

“기래서 찾기가 힘들었구만기래. 기런데, 대만 명으로 2기나 있었시야요? 캐나다야 영국의 연방정부이니끼 그렇다 쳐도. 섬짱게 개나새끼들이래, 그동안 조용히 찌그러져 있어서리 신경쓰디도 않았더만, 이렇게 뒤통수를 치는구만 기래!”

불같은 성격의 윤기윤 합참차장이 욕설로 작전회의실을 휩쓸었다.

“하하, 윤 합참차장께서 많이 화가 난 듯합니다. 자! 그럼 계속 설명을 하지요. 현재 항공우주군에서 위 4개의 위성에 대한 위치를 추적 중입니다. 금일 안으로 모두 찾아낼 것으로 예상합니다. 또한, X-350 정찰위성 역시 현재 위치 추적을 완료한 상태로 언제든 명령만 내려지면 우주의 먼지로 만들 수 있습니다.”

“그렇지, 저것들만 없어지면, 공중전에서 수적으로 불리해도 밀릴 거 없디요.”

“그나저나, 대만 놈들 대단하군요. 친미 국가인 것은 알고 있지만, 전략 무기인 정찰위성까지 ITU 등록하는데 국가 명의를 빌려주다니요. 그것도 2기나 말입니다.”

김은호 공군 참모총장이 혀를 내두르며 일갈했다.

“대만만큼 지리적으로 좋은 나라는 없으니 그럴 겁니다. 대만 상공에만 띄어도 한반도 정도는 손바닥 보듯 쉽게 정찰할 수 있으니까요. 또한, 우리의 의심을 전혀 받지 않기도 하고 말입니다.”

양민춘 중장이 핵심적인 부분을 정확히 말했다. 그러자 다시금 윤기윤 합참의장이 인상 쓴 얼굴로 대만을 향해 다시금 욕설을 내뱉었다.

“그렇디, 대만 상공에 자국의 민간 위성을 띄우면 그게 정찰위성인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하기 힘들디. 이 섬짱게 간나새끼들이래 손 좀 봐줘야디 않겠습네까? 우리가 중국을 까부셔 준 덕분에 세계 모든 국가로부터 정상국가가 되디 않았습네까? 배은망덕한 놈들이디 않습네까?”

그랬다. 2021년 중국이 패전되어 수소 민족뿐만 아니라 한족 역시 3개국으로 쪼개지는 덕분에 세계 모든 국가로부터 국교를 맺고는 정상국가가 되었다.

“자자! 대만은 향후 정치인들께서 알아서 하겠지요. 지금은 X-400 정찰위성과 미국 해군 건만 생각합시다.”

회의 안건이 엉뚱한 쪽으로 흘러가자 신성용 합참의장이 고쳐잡자고 해결할 안건에 대해서 주지시켰다.

“그렇다면 합참의장께서는 어느 선까지 우리 해군을 진공시킬 생각이십니까?”

해군사관학교 후배이자 해군참모총장인 이은형 대장이 물었다. 이에 신성용 합참의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스크린 옆으로 걸어가 최진국 대장과 교대했다.

한중전 당시 해군참모총장이었던 신서용 합참의장은 해군 출신답게 직접 브리핑을 하고자 한 듯했다.

“자! 화면 준비해주게”

신성용 합참의장의 말에 스크린을 운용하는 부관이 곧바로 콘솔을 조작했다.

X-400 프로마테우스 위성을 보여주던 화면은 태평양 남동단을 보여주는 디지털 지도로 바뀌었다. 그러자 신성용 합참의장은 레이저 포인트를 이용해 디지털 지도의 한 부분을 찍었다.

“이곳이라 생각하네.”

신성용 합참의장이 레이저 포인트로 찍은 곳은 평화도(구 오키나와)로부터 동단 306km 떨어진 3개의 섬으로 이뤄진 은돌 제도 중에서 은돌도(구 미나미다이토 섬) 북서단 55km 해상이었다.

지정된 곳은 제5함대와 1032km 떨어져 있었고 나머지 함대 그룹과는 1,271km 거리였다.

신성용 합참의장이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이랬다. 먼저 은돌도(구 미나미다이토 섬)에 전파방해용 장비를 운용할 수 있고, 2개 전력으로 갈라진 제7함대와 나머지 함대 그룹을 거리상 모두 상대할 수 있는 적절한 해상이었다. 즉, 전방 대응으로 결정한 이상, 상대적으로 부족한 해상전력을 한곳에 집중하고자 했고 또한, 평화도(구 오키나와)의 여러 민간공항을 통해 공군 전투기들을 대량으로 운용할 수 있는 거리이기도 했다.

평화도(구 오키나와)와 관련해서는 대통령의 재가가 필요하긴 했지만, 합동참모본부에서 강력하게 요구를 한다면 추은희 대통령 역시 평화도(구 오키나와)를 군사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 충분히 재가할 것으로 신성용 합참의장은 판단했다.

“현재 7함대가 평화도로 항로를 변경한 것과 정찰전력을 총동원하여 정찰 반경을 늘려오는 만큼, 충분히 평화도에 군사적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의도로 판단되는바, 공작사는 평화도 민간공항에 투입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공군 전력을 금일까지 검토하여 보고해 주게!”

- 네, 알겠습니다.

다른 스크린 화면을 통해 화상회의에 참석한 안민호 중장이 스피커를 통해 대답했다.

“좋아! 해작사는 기존 작전 안을 백지화하고 지정한 해상으로 모든 해군전력을 항진시키게.”

- 네, 알겠습니다.

박수일 소장 역시 스크린 화면 속에서 스피커를 통해 대답했다. 이에 신성용 합참의장은 스크린 화면 가운데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는 힘 있게 말했다.

“제군들. 나는 이번 미 해군과의 전면전을 아주 짧은 시간 안에 해결하고 싶네. 질질 끌어 봤자, 우리나 미국이나 좋을 게 없다고 보네. 대통령께서도 X-400 정찰위성 자료를 보내주시면 부탁하셨네. 피할 수 없는 미국과의 전면전이 발발하면 최대한 빨리 결딴을 내달라고 말이야.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하네. 제군들도 나와 같은 생각인가?”

오랜만에 카리스마를 늘씬 풍기는 신성용 합참의장의 말에 지휘관들과 참모들은 하나같이 힘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그렇습니다.”

“좋아! 대통령께서 우리를 믿어주는 만큼 확실하게 보여줍시다.”

“와~”

순간 회의에 참석한 모든 군인이 주먹까지 불끈 쥐며 환호했다. 세계 최강의 미 해군과의 전면전을 앞두고 대한민국 합동참모본부의 지휘관들과 참모들의 사기는 그 어느 때보다 하늘을 찌를 듯 높았다.

비밀열쇠

2024년 2월 5일 09:00,

남주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세종관-국무회의실).

어제 오후 4시, 러시아의 항복 조인식에서 푸틴 대통령이 종전협정문에 사인함으로써 3개월간의 러시아와의 전쟁이 끝났다. 하지만 몇 시간 후 미국 현지시각으로 4일 19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갑작스러운 성명발표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발표에서 러시아가 대한민국에 항복 의사를 밝힌 후 러시아군 전체가 퇴각하는 시점, 작전 동맹국이었던 자국의 나토군에게 이러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을뿐더러 도리어 항복한 사실을 은폐, 이로 인해 러시아군과 합동작전을 하던 미국 나토군은 러시아 남부에서 한국군에게 큰 피해를 보았다는 내용을 마치, 피해자가 된 거처럼 세계 언론매체에 여론몰이했다.

러시아가 항복했다면, 당연히 합동작전을 추진했던 미국에도 알려야 하며, 한국 역시 급변하게 바뀐 전장 상황에서 미국 나토군을 공격하면 안 된다는 궤변을 펼쳤다.

서로를 죽고 죽이는 목숨을 건 전쟁을 고려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성명발표 발언은 상당히 아이러니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성명발표 마지막에서 세계를 전쟁의 화마로 이끄는 대한민국을 향해 정의의 심판을 내리겠다는 다소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금일 아침 업무 시작과 함께 추은희 대통령은 오랜만에 지하벙커에서 벗어나 청와대 세종관에서 NSC와 국무회의를 함께 소집했다.

이렇게 NSC와 국무회를 함께 소집한 이유는 러시아로부터 이양받게 될 영토가 현재 대한민국 영토보다 7배 이상의 넓은 영토이며 그 안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소개(疏開) 및 제2국민으로 국적을 전환하고자 하는 시민들에 대한 신청, 그리고 여러 가지 관리할 부분이 산적하게 쌓여있고 또한, 미국 대통령의 성명발표에 따라 미국과 조만간 발발한 전면전에 대한 정치적 대응방안을 강구 하기 위함이었다.

먼저, 해결할 일이 산적한 러시아 영토 이양 건과 거주자 관련 안건이 가장 먼저 진행되었다.

러시아와 전쟁이 발발한 후 통일정책부에서 사전에 여러 가지 정책을 수립했지만, 어디까지나 가정한 정책이었고 실제 실현을 하게 되면 분명히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힐 것은 자명했다.

이에 통일정책부는 물론 정부 모든 부처가 한마음 한뜻으로 추진해야 할 중대한 국가사업 중 하나였다. 이에 통일정책부 장관을 대표로 하고 각 부처의 차관급이 참여하는 TF팀을 구성해 매일 회의를 통해 각 부처의 원활한 지원으로 대규모 국책사업수준의 영토 관리와 거주자 관리 향후 현실적으로 다가올 여러 문제를 해결하기로 결정되었다.

그리고 다음 안건은 NSC가 중심으로 회의가 진행되었다. 앞으로 며칠 안으로 다가올 미국과의 전면전 건이었다.

신중국과의 전쟁을 시작으로 러시아와의 전쟁이 이어지고 지금은 미국과의 전쟁이 막 시작되려는 시점, 세계 경제는 대공황 직전으로 치닫고 있었다.

이에 추은희 대통령은 다소 걱정스러워했다. 현재 대한민국 경제야 호황 아닌 호황 중에 경제 성장률이 떨어지긴 했지만, 그리 걱정할 부분은 아니었으나, 세계 경제는 거미줄처럼 엉켜 있었다. 근 몇 년간 내수시장이 대폭적 발전 했지만, 그래도 신개념의 각종 제품을 생산하여 세계 여러 나라에 수출하는 규모는 어마어마했다. 즉 수출로 먹고사는 국가인 만큼 소비국가들의 경제가 몰락하면 그만큼 대한민국의 수출도 어렵게 되는 것이었다.

더는 폭락하는 세계 경제를 관망할 수는 없었다. 이에 추은희 대통령은 합참의장에게 미국과의 전쟁이 발발하면 최대한 빨리 결딴을 내달라고 부탁한 이유였다. 하지만, 그전에 추은희 대통령 마음속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될 수 있으면 전쟁이 아닌 회담으로 전쟁을 막고자 하는 바람이 있었다.

이에 강경희 장관을 통해 미국 국무부와 비밀리에 접촉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었다.

“미국 대통령이 저리 나온 만큼, 쉽지 않겠습니다.”

강현수 안보실장이 어두운 표정으로 말했다. 처음, 미국 국무부와 접촉하라는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졌을 때 강경파답게 적극적으로 반대했던 강현수 안보실장이었다.

“네, 주미 대사를 통해 계속해서 접촉시도를 하고 있지만, 국무부 장관이 거부하고 있습니다.”

어젯밤 외교부 전용기를 타고 서울로 돌아온 강경희 장관이 대답했다.

“메인 존슨 그 인간, 매파 쪽 인물이라, 일부러 거부하고 있는 듯합니다. 대통령님!”

“그렇다면, 국무부 장관 말고, 다른 인물을 찾아보는 건 어떻겠습니까?”

추은희 대통령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다른 방법을 제시했다.

“네, 그러잖아도 백악관 인물 중에 근래 들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신임받는 친구가 있습니다. 스칼릿 캐머런이라는 전략보좌관입니다.”

“스칼릿 캐머런?”

“네, 작년에 백악관 전략보좌관에 임명된 여성입니다.”

“음, 그래요. 그럼 같은 여성이니 뭔가 통하지 않을까요? 그쪽으로 접촉해 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시간이 얼마 없으니, 지금 당장 주미 대사에게 연락하세요.”

“네, 그럼 잠시 나갔다 오겠습니다.”

강경희 장관이 주미 대사와 전화통화를 위해 잠시 회의실을 나가자 강이식 국방부 장관이 합참의장으로부터 요청한 내용을 전했다.

“대통령님! 합참의장으로부터 요청사항이 있습니다.”

“뭔가요?”

“평화도에서도 군사행동을 할 수 있도록 재가해달라는 요청입니다.”

“평화도요?”

“네, 그렇습니다.”

“음, 그곳은 국제적으로 평화를 상징하는 장소가 아닙니까?”

“그것이 현재 7함대가 평화도를 향해 움직이고 있다는 판단하에 합참에서 이러한 요청을 한 것입니다.”

“정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7함대 항로 변경은 물론 각종 항공정찰전력을 평화도로 보내고 있는 상황입니다.”

“단순, 정찰은 아닐 확률은 없습니까?”

“현재 전면전을 앞둔 상태에서 단순 정찰이라 하기엔 7함대에서 가용한 모든 정찰수단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합참의장은 조국의 어떠한 영토에도 외세의 침범을 좌시할 수 없다고 꼭 재가해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음, 그래요. 제가 외교부 장관을 통해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으로 이번 전쟁을 막고자 하는 바람은 있지만, 설령 전쟁이 발발한다면 확실하게 미국을 눌러주고 싶은 생각 역시 변하지 않았습니다. 재가한다고 전해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이후 NSC와 국무회의는 나머지 여러 회의 안건을 가지고 계속해서 회의가 진행되었고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오후 3시가 되어서야 끝이 났다. 그리고 회의가 끝날 때쯤, 주미 대사로부터 스칼릿 캐머런 전략보좌관과 연락이 되어 추은희 대통령의 의중을 전달했고 늦어도 한국시각으로 오후 8시까지는 답변을 주기로 약속을 했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 ★ ★

2024년 2월 5일 16:00,

남주 서울특별시 종로구 청와대(대통령 집무실).

회의가 끝나고 늦은 점심을 해결한 추은희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임종원 비서실장, 강현수 안보실장, 이영진 국정원장 등 3명과 차 한잔하면서 뭔가 비밀스러운 얘기를 하고 있었다.

“현재 진행 사항을 간단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대통령님!”

이영진 국정원장은 서류가방에서 보고서를 꺼내어 대통령에게 드리고는 설명을 이어갔다.

“금일 오전, 미국시각으로 00시 30분, 3년 전 작전을 수행했던 요원들 대상으로 선발한 정예요원 6명이 워싱턴에 도착하여 지금은 예전 USSC의 안가였던 별장 주변을 확인 중에 있습니다.”

이영진 국정원장은 설명 중 보고서를 가리켰다.

“보고서 나와 있는 사진들은 3년 전, USSC 별장이 있던 장소를 찍은 사진입니다.”

보고서에 올려진 사진들은 한때 산불이 난 후 다시금 푸르게 변하고 있는 일반적인 숲의 모습이었다. 한때 그 자리에 거대한 저택이 있었다고 믿을 수 없을 정도 정말 아무것도 없는 그런저런 평범한 숲이었다.

“정말 이곳이 예전 USSC 안가가 있었던 장소입니까? 그냥 평범한 숲인데 말입니다.”

대통령에 당선된 후, 서현우 대통령 당시의 비밀문서 중 USSC와 관련한 자료를 본 기억이 있는 추은희 대통령으로서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평범한 숲으로 변해 있는 게 믿기지 않았다.

“네, 아무래도 트럼프 대통령이 USSC와 관련한 모든 증거를 없애고자 깔끔히 작업한 듯합니다.”

이영진 원장이 대답하자 추은희 대통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인정했다.

“그래요. USSC는 트럼프의 아킬레스건이죠. 그동안 USSC와 관련한 증거들을 없애느라 부단히 노력했을 겁니다.”

“그럼, 대통령님! 이 정도로 변해버렸는데, 정말 찾을 수 있을까요?”

임종원 비서실장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이에 대답은 이영진 원장이 했다.

“비밀통로가 있습니다. 안가가 있던 자리는 깨끗하게 정리하여 중장비를 이용해 대대적인 공사로 지하를 파고들어 가지 않은 이상 통로를 찾긴 힘들 겁니다. 하지만, 비상 통로는 다행히 폭발 당시 그대로 있다는 보고입니다.”

“그래요? 그럼, 지하로 침투할 수 있는 겁니까?”

순간, 추은희 대통령이 기대 찬 눈빛을 보이며 물었다.

“네, 현재 가져온 장비를 이용해 작업 준비에 들어갔다고 합니다. 통로 안쪽에서 작업하기에 외부로부터 들키지 않고 작업하기에 수월하다고 합니다.”

“잘됐군요. 그런데 트럼프가 비상 통로는 모르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이번엔 강현수 안보실장이 질문을 던졌다.

“네, 아무래도 비상 통로는 관련자 몇 명 외에는 모르고 있었을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트럼프는 USSC 의원도 아니었으니 더욱 몰랐을 겁니다. 그리고 비상 통로 입구가 지형적으로 외부인이 찾아내기 아주 힘든 지형이라고 합니다.”

이영진 원장은 쏟아지는 질문을 차근차근 대답해줬다.

“지금 상황에서 요원들의 임무가 매우 막중합니다. 꼭 USSC와 관련한 실제 증거를 찾아내야 합니다. 이것이 트럼프와 정상회담에서 무기로 사용할 수 있어요.”

“네, 잘 알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그래요. 꼭 좋은 소식 들어오길 기대합니다.”

“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실 서현우 정권 당시 USSC와 관련한 증거자료들은 어느 정도 확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모두 문서형식이었고 3년이 지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증거자료를 무효로 할 여러 가지 대책안을 준비해놨다.

확보한 증거자료를 가지고 미국 언론이나 세계 언론에 뿌린다면 트럼프 대통령은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을 수 있겠지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닐 확률이 높았다. 그동안 이러한 증거자료를 뒤덮을 준비를 해왔기 때문이었다.

이에 추은희 대통령은 고심 끝에 실제 증거를 확보하고자 USSC 의원들이 갇혀 있던 USSC 안가인 별장의 지하벙커 투입을 국가정보원장에게 지시한 이유였다.

현재 USSC 별장 주변에 파견 온 요원들은 3년 전 당시 투입했던 요원 8명 중 6명이 선발되었다.

라트비아에서 중상을 당해 한쪽 팔을 하이브리드 인공 팔로 이식해 짧은 시간 재활치료를 마친 이자성 과장, 그리고 그의 오른팔 박기웅 팀장, 신은하 팀장, 오석진 대리, 그리고 정보분석 B팀이었던 나태진 팀장과 김선호 팀장이었다. 나름 각 부서에서 진급하여 각 팀의 팀장과 대리가 된 이들은 3년 만에 다시 모여 비상 통로를 통해 USSC의 지하벙커 투입 임무를 수행하게 되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