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66화 (466/605)

힘겨루기

2024년 1월 01일 23:30 (러시아시각 17:30),

러시아 모스크바 벙커 스테이트 R-13(상황실).

현재 남아있는 공군전력 중 삼분에 이에 달하는 대규모 전력을 투사한 러시아 공군, 만약 이번 교전에서 패배한다면 적어도 수도인 모스크바 상공 외에는 제공권을 상실할 수 있는 큰 도박이었다.

이렇듯 러시아가 이런 큰 도박판에 뛰어들 수 있었던 건 두 가지 믿는 구석이 있었다.

하나는 국경선 일대에 배치된 대공전력이었다. 현재 국경선 일대에 전개된 3개 군 예하부대에는 대공 방어 능력이 탁월한 S-300 그럼블부터 S-400 트라이엄프, 그리고 최근에 실전 배치한 S-500 트리움파터까지 다양한 지대공미사일 전력이 생각 이상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바로 미국 NASA에서 수년간 심혈을 기울여 개발한 X-350 아틀라스 정찰위성이었다.

3년 전, 한국으로부터 본토까지 공격당하는 사상 최악의 치욕을 당한 트럼프 대통령은 의회와 함께 실추된 위신을 되찾고자 다시금 군사 대국에 걸맞은 각종 첨단무기 개발에 국책으로 선정하고 즉시 착수했다.

이에 미국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자국의 방산업체에 천문학적인 금액을 투입했고 그중 한국의 스텔스 전투기를 어느 정도 탐지할 수 있는 레이더를 2022년 6월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레이더 이름은 AN/SPY-11 레이더(3차원 고정밀 위상배열 레이더)로 200km 내에서는 5세대급 스텔스 전투기를 100% 탐지할 수 있었고 한국의 스텔스 전투기는 50% 정도 확률로 탐지할 수 있는 최첨단 레이더였다.

더불어 미국 국방성은 이러한 AN/SPY-11 레이더를 기존 해상에서 운용하는 구축함이 아닌 NASA에서 최근에 개발한 아틀라스 위성에 탑재하여 내부적으로 스텔스 전용 레이더 위성, 외부적으로 군사위성의 일종인 정찰위성이라 칭하며 운용에 들어갔다.

현재 기준 미국은 아틀라스 정찰위성을 총 12기를 운용하고 있으며 고도 100km에서 150km 사이에서 궤도를 돌며 지구 어느 곳이든 30분 이내로 진입해 정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이러한 미국의 최첨단 아틀라스 정찰위성 4기는 한러 간 대규모 공중전이 벌어질 북서부 국경선 대기권에 진입한 상태로 대기 중이었고 탐지한 모든 정보는 미국뿐만 아니라 러시아 공군과 지상군에게도 데이터링크를 하고 있었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여기에는 미국과 러시아 간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다.

지난 11월 23일, 푸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USSC 건을 가지고 협박을 하며 몇 가지를 요구했다

첫째로 러한 간 전쟁이 벌어지면, 미국은 유럽국가와 함께 중립을 고수하다가 서서히 한국에 대한 정치적 압박을 가해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수용할 수 없었다. 한국은 러시아보다 USSC의 실체는 물론 각종 증거를 가지고 있는 국가였기 때문이었다.

두 번째는 경제적 지원이었다. 한국과 전쟁이 벌어지면 천문학적인 전쟁 비용이 발생할 것은 뻔한 일이었기에 러시아는 미국에 1,000억 달러를 요구했다. 이에 미국은 USSC 건에 대한 완전폐기를 담보로 스위스 계좌를 통해 1,000억 달러를 러시아 정부에 지급했다. 엄청난 금액이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나 의회 대부분 의원이 USSC와 관련된 자들이었기에 신속하게 국채를 발행해 비밀리에 지급할 수밖에 없었다.

세 번째는 군사적 지원이었다. 하지만 이것 역시 미국은 들어줄 수 없는 요구였다. 미국이 러시아에 군사적 지원을 하게 된다면 한국은 단번에 알게 될 것이며 이에 보복성으로 한국은 USSC 실체를 세계만방에 알릴 것은 자명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즉각 탄핵당하고 USSC와 관련된 모든 사람은 법적으로 종신형에 가까운 처벌을 받을 것이 자명했다. 더불어 미국은 회복 불능의 신뢰 추락으로 더는 세계 국가로부터 인정받지 못하는 국가가 될 일이었다.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3가지 요구 중에 두 번째 요구만 들어준 미국은 한러 간 전쟁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문제는 전쟁 발발 후 1개월이 흐르면서 한국에 밀린 러시아는 나머지 두 가지 요구 사항을 끈질기게 미국에 요구했다.

이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미국은 금일 새벽 신중국이 참전한 사실과 두 국가가 대공세로 한국을 밀어붙인다면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펜타곤의 판단, 그리고 만에 하나 이번 전쟁에 한국이 승리한다면 다시금 세계 1강으로 오르려는 미국에 다시는 기회가 찾아오지 않는다는 정치적 의견이 나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고심 끝에 러시아의 세 번째 요구를 승인했다.

그렇다고 대외적인 군사적 지원은 불가, 그래서 절대 한국이 전혀 눈치채지 못할 군사지원을 생각한 것이 바로 스텔스 전투기를 탐지할 수 있는 아틀라스 정찰위성의 탐지 정보 제공이었다.

이러한 이유로 아틀라스 정찰위성 4기는 자전 속도와 맞먹는 속도로 돌며 한국 북서부 국경선 일대에 대한 탐지 정보를 러시아군에게 데이터링크 중이었다.

“역시 무시할 수 없어 미국놈들은”

몇 분 후 있을 대규모 공중전을 스테이트 R-13 상황실에 앉아 지켜보던 푸틴 대통령은 한국 전투기들이 미국의 아틀라스 정찰위성으로부터 탐지되어 데이터링크로 스크린에 각종 전술표기로 보이자 부러움인지 아니면 시기인지 모를 뉘앙스로 중얼거렸다.

“이번 전쟁이 끝나면 말이야. 미국놈들에게 저 기술 좀 이전받아야겠어!”

“미국놈들이 저런 기술까지 이전시켜 주겠습니까?”

미하일 이바노프 장관이 설마 하는 표정으로 묻자 푸틴 대통령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트럼프 이놈의 남은 임기까지 목줄을 잡고 있는데 뭔 걱정인가?”

푸틴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USSC 건을 빌미로 뭐든 빼먹을 심상이었다.

“하하, 그렇긴 합니다.”

“그것보다 신중국 상황은 어떤가? 그놈들도 공군전력을 투입했겠지?”

푸틴 대통령의 질문에 참모진 중 한 명이 급히 상황을 파악하고는 대답했다.

“아직! 신중국 상공에는 이렇다 할 공군전력이 확인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니, 대체 그게 무슨 말인가? 앞으로 몇 분 후면 교전이 시작될 텐데 아직도 출격하지 않았다는 건가?”

“그것이······. 스텔스기만 출격을 한 것인지 현재 우리 레이더상에는 탐지되지 않고 있다는 보고입니다.”

“레이더상에 탐지되지 않고 있다고? 신중국 놈들의 스텔스기가 실제 스텔스기인가? 짝퉁이나 만드는 놈들이 그냥 흉내를 내 만든 가짜 스텔스기지······. 당장 신중국 당국에 연락해 사전에 약속한 대로 시행하라고 전하게. 빌어먹을 신중국놈들.”

“네, 알겠습니다.”

★ ★ ★

2024년 1월 01일 23:30 (미국시각 10:30),

미국 버지니아주 엘링턴 펜타곤(합동참모본부 작전상황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이곳 엘링턴 펜타곤을 방문하여 작전상황실에서 앞으로 벌어진 한중러 3개국 간의 대규모 공중전 상황을 지켜보고자 했다.

작전상황실 대형 스크린에 펼쳐진 각종 전술기호를 뚫어지라 보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마음속에는 한국이 패전했으면 하는 바람이 컸다. 임기 1년을 남기고 레임덕에 걸려 지지율이 형편없이 떨어져 있는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한국이 이번 전쟁에서 패전한다면 크나큰 위기에 봉착하거나 적어도 경제적으로도 큰 타격을 입어 휘청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

경쟁대상국의 위기는 자국의 큰 기회였다. 이 기회를 살려 미국이 다시금 군사적 경제적으로 1강을 되찾는다면 자신의 지지율은 상승하여 레임덕은 사라질 것이고 이에 남은 임기를 높은 지지율 속에서 마칠 수 있다는 환상을 꿈꾸고 있었다.

“윌리엄스 장관! 위성 4개로 부족하지 않겠소?”

자신을 위해 준비한 푹신한 소파에 앉아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특유의 표정을 지으며 옆에 있던 듀크 윌리엄스 국방부 장관에게 말했다.

“그 이상은 한국에서도 이상하다가 눈치챌 수 있습니다. 며칠 전에도 한국으로부터 자국의 상공에 우리 정찰위성이 활동하는 것을 삼가달라는 요청을 해온 적이 있습니다.”

“한국이 우리 위성의 움직임까지 모두 알고 있단 말이오?”

“네, 그렇습니다. 한국은 우리보다 더 진보한 정찰위성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허허, 어쩌다가 이리 벌어졌는지······. 의장은 오늘 있을 교전 상황을 어떻게 보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엔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고는 합참의장에게 물었다.

“우리 정찰위성으로부터 탐지 정보를 받고 신중국의 공군전력까지 더해진다면 충분히 승리할 수 있다고 봅니다.”

흡족한 답변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뒤편에 앉아있는 공군참모총장 세스 모지스 대장에게도 물었다.

“모지스 공참장은 어떤가?”

“네, 합참의장 말대로 승리할 것으로 보입니다. 단지, 양국의 공군전력이 동시다발적으로 하나같은 움직임을 보이며 한국 공군과 응전해야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공군참모총장답게 세스 모지스 대장의 판단은 정확했다.

아무리 미국의 아틀라스 정찰위성이 한국 스텔스기를 탐지하여 러시아에 제공한다고 해도 최대 탐지능력은 50%였다. 나머지 50%는 탐지를 못 한다는 말이었다. 또한, 아틀라스 정찰위성으로 지금까지 탐지한 한국의 스텔스기만 해도 100여 기가 넘었다. 즉 탐지가 안 된 스텔스기까지 계산을 한다면 무려 200여 기가 넘는다는 뜻이었다.

이러한 상황이었기에 러시아는 물론 신중국이 승리하기 위해서는 동시에 최대 물량전으로 탐지된 한국 스텔스기를 우선으로 공격하여 섬멸하고 나머지 스텔스기를 상대 해야 한다. 현재 러시아에서 출격한 각종 전투기와 전폭기는 350여 기, 만약 신중국이 사전에 약속한 대로 300기 이상의 전력을 동시에 투사한다면 양국이 승리할 가능성은 크다고 볼 수 있었다. 더욱이 국경선 일대에는 아틀라스 정찰위성으로부터 탐지 정보를 데이터링크 받는 러시아의 각종 대공 전력이 대기 중이었기에 생각보다 가능성은 매우 컸다.

트럼프 대통령은 만족한다는 표정을 짓고는 사뭇 재미난 질문을 던졌다.

“만약 우리 정찰위성의 도움이 없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세스 모지스 대장은 생각할 것도 없다는 듯 바로 대답했다.

“음, 탐지 정보의 도움이 없다는 전제 시에는 러시아와 신중국은 100% 패할 것입니다.”

“그 정도인가?”

“현대 공중전에서 스텔스 성능은 승패의 기준입니다. 탐지 못 하는 스텔스기 200여 기로부터 선제공격을 받는다면 아무리 많은 물량으로 승부를 건다고 해도 한마디로 성인 남자에게 시각장애인 수십 명이 덤비는 꼴밖에 되지 못합니다.”

특유의 위트를 살린 대답이었다.

“하하, 그거 재미난 답변이군, 향후 동북아 전쟁의 양상이 판가름날 대규모 공중전이 우리 미국의 정찰위성에 달려 있군그래, 좋아! 좋아! 언제쯤 시작될 거 같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질문에 현재 상황을 총지휘하는 상황실장이 고개를 돌리고는 절도있는 동작을 취하며 대답했다.

“적어도 5분 안으로 본격적인 공중전이 시작될 것으로 보입니다.”

“좋아! 우리는 영화 보듯 한번 지켜봅시다.”

★ ★ ★

2024년 1월 01일 23:3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합동참모본부의 상황실 역시 몇 분 후 벌어질 대규모 공중전을 앞두고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이거이! 신중국놈들 때문에 혹시나 해서 남겨둔 전력이 못내 아쉽습니다. 지금이래도 북주에 있는 공군기지에 추가 출격 명령을 내리는 것은 어떻겠습니까?”

현재 러시아의 대규모 공군전력을 상대하는 대한민국의 공군전력은 요동(선양) 공군기지 제38전투비행단, 만경(지린)기지 제10전투비행단, 한주(하얼빈)기지 제11전투비행단, 그리고 북주 예천기지 제16전투비행단이었다.

윤기윤 합참차장이 아쉬움을 내비친 건 신중국을 염려해 이번 출격에서 빠진 안산(안시)기지 제17전투비행단과 북주 순안기지 제8전투비행단의 전투기 전력이었다.

“하하, 윤 차장님! 지금 출격한 전력만으로 충분합니다.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내심 아쉬워하는 윤기윤 합참차장을 향해 김은호 공군참모총장이 털털한 웃음을 보이며 말했다.

“내래, 충분한 건 알디요. 그래도 확실하게 밀어붙이는 게 좋디 않습네까?”

“윤 차장님 말도 일리는 있지만, 신중국이 국경선이나 아니면 북주 평양에 곧바로 기급 폭격을 가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평양이요? 평양은커녕 평안도 해안가에도 도달 못 하고 황해에서 죄다 요격되지 않카시오?”

“네, 그렇겠지요. 하지만, 신중국에는 플라즈마 폭탄이 있지 않습니까? 만에 하나 폭격기가 기습공격을 감행해 만에 하나 본토 도시에 플라즈마 폭탄 한 발이라도 떨어지면 큰 문제가 되지 않겠습니까?”

“아아! 내래 플라즈마 폭탄을 깜빡했구만 기래!”

고위 장성들이 이런 대화가 오가는 사이 상황실 스피커에 작전본부장 양민춘 중장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현재 시각 23시 35분! 제2우주전투비행단 소속 인디아편대와 줄리엣편대가 지금 막 날파리 퇴치 작전에 들어갔습니다.”

여기서 양민춘 중장이 칭하는 날파리는 러시아의 A-100 프리미어 공중조기경보기를 말하는 것으로 만에 하나 아군 전투기가 탐지될 것을 방지하기 위해 공중전에 앞서 삼족오 우주전투기로 하여금 요격하고자 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