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어!
2023년 11월 26일 04:00 (신중국시각 03:00),
신중국 베이징 공산당 당사(주석실).
주 신중국 러시아 대사까지 야밤중에 주석실을 방문해 푸틴 대통령과의 핫라인 요청을 하자 새벽 3시임에도 불구하고 잠에서 깬 왕징위 주석은 불편을 기색으로 대충 가운만 걸친 후 관사에 마련된 집무실에서 커피를 마시며 핫라인 화상 통화기 앞에 앉았다.
잠시 후 벽에 걸린 시곗바늘이 오전 3시를 가리키자 핫라인이 연결되었고 영상 화면에 노기에 찬 푸틴 대통령의 모습이 나타났다.
“푸틴 대통령! 이게 대체 무슨 일이오? 지금 새벽 3시란 말이오.”
왕징위 주석은 역시 잠에서 깬 게 기분이 나빴는지 인사는 건너뛰고 불만을 늘어놨다.
“왕징위 주석! 국가 일에 밤낮이 어딨소? 그런 안일한 생각을 하니 중국이 3개국으로 쪼개지지 않았소?”
“뭐요? 이 야밤에 핫라인을 요청하고 기껏 한다는 얘기가 시비조요?”
“시비조가 아니라 사실이지 않소?”
다를 때 같으면 핫라인 요청 시 바로 연결했을 왕징위 주석이 생각과는 다르게 1시간 이상을 소비하며 연결한 것에 자신을 무시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이유로 화가 난 푸틴 대통령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일은 만무했다.
한편 왕징위 주석 역시 이른 새벽 시간에 핫라인 요청은 물론 처음부터 비꼬는 푸틴 대통령의 말에 왕징위 주석도 기분이 확 상해버렸다.
이렇게 두 국가의 수장은 나름 신경전을 펼치며 서로 간 쓴소리를 내뱉었다.
“이 시간에 푸틴 대통령과 입씨름 할 생각 없소이다. 핫라인 요청한 건에 대해서 말씀하시오.”
왕징위 주석의 냉소적인 말투에 푸틴 대통령 역시 본론만 말하고 핫라인 연결을 끊고자 했다.
“좋소. 본론만 말하겠소. 현재 한국과의 전쟁이 발발한 상황이오. 당연히 상호군사보호조약을 맺은 신중국에 군사개입 요청했는데 아직도 움직이지 않고 있소이다. 대체 무슨 이유요?”
“아! 그것 때문에 이런 야심한 시간에 부리나케 핫라인 요청을 하였소이까?”
“그렇소이다.”
“푸틴 대통령! 러시아군이야 당연히 미리부터 준비했으니 바로 군사적 행동에 들어갈 수 있었겠지만, 우리 신중국은 개입요청을 받은 지 15일밖에 되지 안 되었소. 준비 기간이 15일이라는 것은 매우 짧소이다. 이왕 우리 신중국이 한국과의 전쟁에 개입한다면 좀 더 신중히 준비하고 개입해야지 않겠소? 예전처럼 또다시 패배한다면 그땐 우리 신중국은 파멸이오.”
“15일이 무슨 짧은 것이오? 당나라가 아니고서야 15일이면 충분하지 않소?”
망나니 군대를 비유할 때 당나라 군대라고 하는 말을 어디서 주워들었는지 푸틴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자 왕징위 주석은 선조국가를 모독했다는 생각에 그만 기분이 확 상하고 말았다.
“뭐요? 당나라?”
“내 말이 틀렸소이까? 체계적인 군대를 갖춘 국가라면 15일이면 전쟁준비를 마치고 남을 충분한 시간이오.”
“말이면 다 일줄 아시오?”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국가 간 체결된 상호군사보호조약에 따라 신중국은 즉시 한국 국경선 일대에 대한 군사적 행동에 들어가시오.”
“훗! 막무가내로군요. 푸틴 대통령!”
“조약에 따른 정식 요청이지 무슨 막무가내요?”
“뭐 좋소. 그 조약에 따라 우리 신중국은 군사적 행동에 들어가겠소. 하나 완벽한 준비가 끝나면 군사적 행동에 들어갈 것이오.”
“답답하군, 그래서 그때가 언제요?”
“음, 대략 1개월 정도는 소요될 듯하군요.”
“허허, 1개월? 전쟁이 끝난 다음이오?”
“1개월이면 전쟁이 끝납니까? 다시 말해서 1개월 안에 한국을 이길 수 있다는 말이오? 대단하군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어떻게 1개월 만에 전쟁이 끝나겠소.”“그렇다면 완벽한 준비를 위해 푸틴 대통령께서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되겠군요”
부탁하는 어조이면서도 왠지 상대방을 약 올리는듯한 뉘앙스에 푸틴 대통령은 한동안 대답을 하지 않았다. 모니터 화면에서도 푸틴 대통령이 입을 굳게 다문 얼굴로 카메라를 노려보듯 주시하고 있었다.
“푸틴 대통령! 우리가 조약을 파기하는 것도 아니고 잠시간 준비할 시간을 더 달라는 것이오. 대국으로써 그거 하나 이해 못 하오?”
능글거리는 왕징위 주석의 말에 푸틴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좋소! 앞으로 딱 한 달이오. 한 달 이후에는 무조건 군사적 행동에 들어가시오. 알겠소.”
“오! 고맙습니다. 푸틴 대통령! 확실히 준비해서 한국놈들을 박살 낼 것이오.”
“알았소. 그럼 이만 끊겠소.”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푸틴 대통령이 인사와 함께 화면에서 사라졌다. 이에 시종일관 능글스러운 표정으로 화상통신을 이어가던 왕징위 주석이 어깨를 펴고 소파에 기댄 채 음소를 날렸다.
“푸틴! 예전의 신중국이 아니다. 앞으로 1개월 후면 우리 신중국도 핵전력 이상의 위력인 플라즈마 폭탄을 보유하게 된단 말이다. 하하하”
왕징위 주석은 플라즈마 폭탄이 완성되기 전까지 절대로 이번 한러전에 개입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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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6일 05:00, (러시아시각 23:00),
러시아 모스크바 벙커 스테이트 R-13(상황실).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핵전력 승인을 받은 총참모부는 전략로켓군 사령관과 함께 공격할 주요 대상지에 대한 이견 조율과 핵전력 사용 정당성 부여 부분도 상의했다.
현대전에 있어서 비핵보유국에 대한 핵전력 사용은 자칫 부메랑이 되어서 돌아올 수 있었다. 국제사회로부터의 비판과 군사적, 경제적 제재를 받을 수 있는 중대한 일이었다. 아무리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깡패국가라 불리더라도 신흥 강대국 한국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국제사회까지 등을 돌린다면 러시아로서는 매우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었다.
이에 총참모부는 핵전력 사용에 대한 정당성 여부를 한국군이 사용한 플라즈마 증폭탄에서 찾았다.
2년 전, 동북아 전쟁이 끝난 후 핵전력을 보유한 강대국들은 핵폭탄 이상의 위력을 가진 플라즈마 증폭탄에 대한 국제 규제조약이 필요하다는 의제를 UN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 상정한 적이 있었다. 대한민국이 보유하고 있는 플라즈마 증폭탄 전체를 완전히 폐기하는 것은 물론 향후 연구와 개발까지 철저히 규제하자는 조약이었다. 한마디로 핵보유국의 갑질이며 어불성설이었다.
이에 대한민국은 1970년 3월 5일 발효된 핵확산금지조약을 빗대 현재 보유한 국가 외에 앞으로 플라즈마 증폭탄의 연구 및 개발 금지로 그 어떤 국가도 보유할 수 없게 하자는 의견으로 역공을 펼쳤다.
이에 규제조약을 밀어붙이는 핵보유국들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반발했지만, 핵확산금지조약이라는 선례가 있었기에 대한민국 의견에 힘이 실리면서 규제조약은 난항을 겪게 되었다. 이에 대한민국은 또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현재 핵전력을 보유한 모든 핵보유국이 핵전력을 완전히 폐기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로부터 매년 철저한 사철을 받는다면 대한민국 역시 플라즈마 증폭탄을 완전히 폐기하겠다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핵보유국들이 대한민국의 의견을 수용할 일은 절대 없었다. 이에 플라즈마 증폭탄 규제조약은 별다른 성과 없이 시간만 끌다가 흐지부지 각하된 일이 있었다.
이처럼 UN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규제조약 의제가 상정된 만큼 핵폭탄 이상의 위력을 가진 플라즈마 증폭탄을 한국군이 이번 전쟁에서 다량으로 사용했다는 이유로 러시아 역시 그 위력에 맞는 핵전력을 사용하겠다는 정당성을 국제사회에 펼칠 예정이었다.
이렇게 핵전력 사용의 정당성까지 확보한 러시아 총참모부는 푸틴 대통령 말대로 가용한 모든 핵전력 수단을 동원할 예정이었다.
이에 거론되는 전력은 먼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이었다. 현재 러시아는 사거리 7,000km부터 16,000km 달하는 다양한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을 보유하고 있었다. 발사 플랫폼은 총 2가지로 핵 공격 방어가 가능한 사일로와 이동식 발사차량으로 투발수단은 대략 800발이며 핵탄두는 무려 1,800개에 달했다.
두 번째는 SLBM(잠수함발사탄도탄)으로 러시아 해군 소속의 전략핵잠수함들은 여러 종류의 핵미사일을 보유했고 더불어 오스카급(SSGN) 핵잠수함 같은 경우 한 척당 70여 발을 장착하고 발사할 수 있는 3M-54 클럽(나토명: SS-N-27 시즐러) 잠대지 순항미사일을 보유했다. 최신 개량형인 경우 사거리가 1,500km이며 마하 2.5의 초음속 순항미사일로 500kt급 핵탄두 탑재가 가능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Tu-22M3 투폴레프 전략폭격기가 무장할 수 있는 Kh-32 미사일(나토명 : AS-6 킹피쉬)과 Kh-15P 미사일(나토명 : AS-16 킥백)다. 두 기종의 마실은 350Kt 핵탄두 장착이 가능했다. 이외에도 지상 폭격 임무가 가능한 전투기에서도 위에 나열한 두 종의 미사일을 각기 1기씩 무장하여 공격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러시아는 다양한 핵무기와 여러 발사 플랫폼으로 핵전력을 투사할 수 있는 핵전력 국가 중에서도 최강의 국가였다.
회의실에서 1시간 정도 회의를 가진 총참모부와 전략로켓군사령부 참모진들과 핵탄두 투발 지역에 관한 최종 결정을 한 후 관련된 모든 부대에 연락을 취했다.
이번 핵 공격은 러시아군이 보유하고 있는 핵전력의 70%를 사용하는 엄청난 규모였다. 자칫 지구의 생태계마저 파괴될 수 있는 일류 역사상 최대규모의 핵 공격 시도에 총참모부나 전략로켓군사령부의 지휘관들도 잔뜩 긴장된 상태였다.
상황실은 결정된 핵탄두 투발 대상지 정보를 극비의 암호화된 전문을 각 군에 전송했다. 전략로켓군 소속의 사일로 핵기지와 이동식 발사차량으로 구성된 전략미사일여단, 그리고 Tu-22M3 투폴레프 전략폭격기를 운용하는 우주항공군 소속의 폭격비행단, 그리고 24일에 있었던 북동해 해상전 이후 지금까지 심해에서 숨죽이고 있는 극동함대 소속의 전략핵잠수함에 보내졌다.
공격시간은 러시아시각 기준으로 자정 12시, 대한민국 시각으로는 오전 6시에 해당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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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26일 05:30,
남주 서울특별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합동지휘통제소의 상황실은 동부전선 일대에서 크게 활약한 청룡 전략폭격기와 삼족오 우주전투기로 인해 한층 고무된 분위기였다.
1시간 30분 전만 해도 동부전선은 새롭게 출현한 제29군의 독립군단 때문에 자칫 방어 라인이 무너지고 제5기갑사단(열쇠)마저 포위되어 섬멸될 위기를 맞았었다. 이에 합동참모본부에서는 고심 끝에 대응전략으로 CB-30P 청룡 전략폭격기와 CFS/A-31SP 삼족오 우주전투기를 이용한 합동 폭격 임무 명령을 내렸다.
합동참모본부가 대응전략에 있어서 잠시 고민한 것은 대공방어에 있어서 러시아가 세계 최강이었다. 러시아 대공 방어체계는 S-300(글럼블)부터 S-400(트라이엄프) 그리고 최근에 실전 배치한 S-500(트리움파터)까지 요격 고도와 사거리까지 다양하고 성능도 최고인 대공방어 시스템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염려와는 반대로 CB-30P 청룡 전략폭격기와 CFS/A-31SP 삼족오 우주전투기 모두 무사히 폭격 임무를 마치고 귀환했다.
이로 인해 러시아의 대공방어시스템이 서방국가에 선전해온 만큼 그리 썩 우수하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했고 반대로 청룡 폭격기와 삼족오 우주전투기의 스텔스 능력이 탁월하다는 걸 입증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제65경갑보병사단이 강진(후룬베이얼)으로 퇴각하고 제5기갑사단도(열쇠)도 방어 라인에서 물러서긴 했지만, 러시아 대공방어시스템을 완전히 무시하고 제29군 전력의 60%를 괴멸시키면서 언제든 방어 라인을 수복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기동차단을 펼친 제30기계화보병사단(필승)에 종심돌파 기동으로 진격하던 독립군단 소속 제27기갑사단은 교전을 멈추고 서서히 퇴각에 들어갔다. 또한, 이민강 도하에 성공하고 퇴각하는 제65경갑보병사단(일몰)을 파죽지세로 뒤쫓던 제36차량화보병사단 역시 진공 속도를 늦추고 있었다.
후방에서 지원하던 수많은 사단급 부대가 일순간 괴멸되면서 제29군 사령부는 현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 예하 모든 부대에 진공을 멈추고 현 위치에서 방어전술로 전환하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