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12화 (412/605)

방어!

2023년 11월 26일 03:35,

내몽골자치주 강진(후룬베이얼)시 남단 169km 상공.

독립군단 소속의 포병부대로부터 파상공세의 포격을 받으며 종심돌파 기동으로 진격하는 제27기갑사단과의 본격적인 교전이 시작된 가운데 남단 30km 지점의 상공에는 CB-30P 청룡 전략폭격기 10기가 서서히 고도 20km까지 낮추며 빠르게 날아왔다.

CB-30P 청룡 전략폭격기 10기의 타격 목표는 제30기계화보병사단(필승)을 왼쪽으로 크게 우회하는 제55차량화보병사단과 제56차량화보병사단이었다.

눈 덮인 설원을 질주하는 선두의 T-14B 아르마타 전차와 뒤따르는 수백 대의 각종 장갑차와 수송 트럭이 행렬이 끝도 없이 길게 이어진 가운데 CB-30P 청룡 전략폭격기 6기는 폭격을 가할 위치까지 도달했다.

잠시 후 항공우주군사령부로부터 최종 폭격명령이 떨어졌다. 이에 CB-30P 청룡 전략폭격기 10기는 내부무장실의 페어링을 오픈했다.

그리고는 타격을 지상의 목표를 향해 톱니바퀴 방식의 컨로드가 돌아갔고 C-PSB(플라스마 확산탄)가 차례대로 지상으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재래식 포탄이면서도 자체유도 방식의 C-PSB(플라스마 확산탄)는 후미 날개로 낙하지점 위치를 수정해가며 빠르게 떨어졌다.

그리고 몇 분 후 가공할 폭발 위력을 가진 C-PSB(플라스마 확산탄) 80발이 목표 지점 상공 500m에서 자탄 뿌렸고 주변 일대로 흩어진 자탄들은 20m 높이에서 일제히 폭발하며 하며 지상에 강철비를 선사했다.

총 800발의 C-PSB(플라스마 확산탄)는 지상의 모든 것들을 벌집으로 만들었다. 귀를 찢을듯한 폭발음과 함께 비수처럼 날아간 파편들은 일반 장갑차의 상단 장갑을 관통하며 폭발시켰다. 여기저기에서 검붉은 연기와 화염을 내뿜은 장갑차들이 속출했다. 하물며 방호력이 상당히 약한 수송 트럭들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의 피해를 보고 말았다.

상대적으로 방호력이 강한 T-14B 아르마타 전차들 역시 무인포탑에 장착된 광학장비들이 모조리 파괴되면서 기동조차 불가능하게 되었다.

마치 암살자처럼 소리소문없이 착탄 한 800발의 C-PSB(플라스마 확산탄)는 2개 차량화보병사단 전력 70%를 지도상에서 지워버리는 전과를 올렸다.

한편, 제30기계화보병사단(필승)을 향해 각종 구경의 포격을 가하던 독립군단 소속의 여러 자주포 포대와 다연장 포대 역시 CB-30P 청룡 전략폭격기 6기에서 착탄 한 C-PSB(플라스마 확산탄)과 호위 임무를 맡았던 CF-21P 주작 전투기 6기에서 발사한 C-PSB(플라스마 확산탄) 24발에 그만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보고 말았다. 일부 살아남은 자주포나 다연장 차량이 있었지만, 포병부대의 핵심인 FDP 장갑차나 대포병레이더 장갑차, 그리고 탄약수송 트럭들이 심각한 타격을 입으면서 더는 포병부대로서의 전력을 이어갈 수 없게 되었다.

★ ★ ★

2023년 11월 26일 03:40,

내몽골자치주 강진(후룬베이얼)시 남동단 152km 대기권.

이에 제2우주전투비행단에서 출격한 CFS/A-31SP 삼족오 우주전투기 델타 편대 4기는 항공우주사령부로부터의 공격 명령을 기다리며 고도 100km 대기권 열권 층에서 유유히 비행 중이었다.

- 여기는 둥지 둘! 지금부터 전송한 좌표에 지상 타격을 시작한다.

“여기는 삼족오 델타 원! 라져 뎃!”

제2우주전투비행단으로부터 최종 폭격명령이 떨어지자 델타편대 편대장은 통신망을 개방하고 각 편대원에게 명령을 하달했다.

“편대장이다. 둥지 둘로부터 최종 공격 명령이 떨어졌다. 전송된 지상 타격좌표로 이동하여 기장 판단하에 바로 폭격하도록 한다. 이상!”

- 델타 투! 라져 뎃!

- 텔타 쓰리! 라져 뎃!

- 델타 포! 라져 뎃!

편대장의 명령에 대답한 편대원들은 전송된 폭격 좌표 방향으로 기수를 틀며 고도를 서서히 낮추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기권 아래 80km 고도까지 낮추자 내부 무장실의 페어링을 개방했다.

내부 무장실에 장착된 C-SH 지그노(플라즈마 증폭탄) 미사일 4기는 C자형 컨로드 잠금장치가 풀리면서 하나둘 자유 낙하하듯 지상을 향해 떨어졌다. 그리고 일정 고도까지 내려가자 자체 추진체가 작동했다.

플라즈마 제트 엔진의 푸른빛을 발하며 지상을 향해 날아간 C-SH 지그노(플라즈마 증폭탄) 미사일 16기는 어느덧 마하 20이라는 무서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마하 20이라는 속도는 지상까지 10초 만에 도달하는 눈 깜짝할 시간이었다.

각자 정해진 지상 타격지점에 푸른빛을 발산하며 날아간 C-SH 지그노(플라즈마 증폭탄) 미사일이 지상에 착탄하며 폭발했다.

델타 편대의 지상 타격목표물은 제11기갑사단을 후방에서 포격 지원하던 제29군 소속의 각종 포병여단과 다연장로켓여단, 그리고 기관총포병연대였다.

마치 전술 핵폭탄이 폭발하듯 거대한 버섯구름이 여러 곳에서 발생했다. 또한,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반경 수 킬로미터를 덮쳤다. 폭발과 함께 지각변동이 일어나듯 잠잠했던 지각이 일제히 솟구쳤고 사이사이로 검붉은 화염이 피어올랐다.

진지 이동을 하며 계속해서 포격을 감행하던 제29군의 각종 포병부대는 사방에서 치솟는 지각변동에 빨려 들어갔고 폭발 원천 지점의 근방에 있던 포병부대는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소멸하고 말았다.

전술 핵폭탄 이상의 위력을 가진 C-SH 지그노(플라즈마 증폭탄) 미사일 16기에 강진(후룬베이얼) 남서단 150km 지점은 지옥으로 변하고 말았다.

★ ★ ★

2023년 11월 26일 03:40,

내몽골자치주 강진(후룬베이얼)시 서단 140km 대기권.

델타 편대가 무지막지한 지상 타격을 가하는 가운데 강진(후룬베이얼) 서단 대기권에서도 CFS/A-31SP 삼족오 우주전투기 에코 편대 역시 대기권 안으로 진입하며 지상 타격절차에 들어갔다.

에코 편대의 지상 타격 목표는 제36차량화보병사단을 후방에서 화력을 지원하는 제18기관총포병사단과 제305포병여단이었다.

델타 편대보다는 지상 표적 규모가 작았기에 에코 편대는 각각 2기의 C-SH 지그노(플라즈마 증폭탄) 미사일만 발사했다.

자유 낙하 이후 자체 추진체가 작동하며 각자의 지상 타격지점으로 날아간 C-SH 지그노(플라즈마 증폭탄) 미사일 8기 역시 10초 만에 지상에 착탄 하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지형 특성상 좁은 지역에서 주둔하며 각종 화력을 퍼붓던 제18기관총포병사단은 연달아 착탄 한 C-SH 지그노(플라즈마 증폭탄) 미사일에 소멸하고 말았다. 또한, 제18기관총포병사단보다 넓게 포진한 상태에서 포격을 감행하던 제305포병여단 역시 처참할 정도의 피해를 보고 말았다. 한 치의 오차 없이 정확하게 착탄 한 C-SH 지그노 미사일은 제305포병여단의 8개 포병대대를 지도상에 지워버렸다.

초반 물량전으로 밀어붙이며 서부전선 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가던 러시아 제29군은 대한민국 공군과 항공우주군의 합동 타격에 무려 50% 이상의 전력을 잃고 말았다.

특히나 이번에 타격을 입은 병종은 후방에서 막강한 화력을 지원하는 각종 포병부대가 대부분이었다. 즉 러시아 제29군은 앞으로 당분간은 후방의 화력 지원 없이 살아남은 각종 기갑전력만으로 한국군과 교전을 벌여야만 했다.

장기판에서 쌍포를 잃고 차만으로 싸워야 하는 매우 불리한 상황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 ★ ★

2023년 11월 26일 03:50, (러시아시각 21:50),

러시아 모스크바 벙커 스테이트 R-13(임시 대통령집무실).

푸틴 대통령이 신중국 주석과의 핫라인 요청 지시를 내리지 1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신중국으로부터 별다른 연락이 없었다.

벙커 스테이트 R-13의 임시 집무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푸틴 대통령은 인내심의 한계를 느끼며 폭발 직전이었다.

“이 돼지 같은 왕징위 자식! 감히 핫라인 요청을 1시간이나 무시해?”

정면 벽시계로 시간을 확인한 푸틴 대통령은 신중국 왕징위 주석에 대한 욕설을 내뱉었고 급기야 자리에서 일어나 집무실을 서성거리며 걸었다.

끊어오르는 분노를 식히고자 한 듯했다.

이러한 상황을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당직자 오엘 아길라르 비서관은 죽을 맛이었다.

‘하필 오늘 당직자여서 피를 보는구먼’

오엘 아길라르 비서관은 핫라인 연결을 위해 신중국 주석실에 계속해서 핫라인 요청을 하였고 주 신중국 러시아 대사관에도 연락해서 직접 주석실에 찾아가 핫라인 요청을 하라고 지시한 상태였다. 그런데도 신중국 주석실은 처음에 답변 이후 지금까지 묵묵 답답이였다.

1시간이 마치 하루처럼 느껴지며 애간장을 타고 있던 오엘 아길라르 비서관에게 한 군인이 헐레벌떡 뛰어와 말을 걸었다. 총참모부 부참모장인 라또리 비시오타 상장이었다.

“대통령님 계십니까?”

“네, 집무실에 계십니다.”

“알, 알겠소.”

오엘 아길라르 비서관으로부터 대답을 들은 라또리 비시오타 상장은 그대로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뭔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상태로 집무실을 왔다 갔다 하며 분노를 삭이던 푸틴 대통령이 노크도 없이 들어온 라또리 비시오타 상장을 노려보며 말했다.

이에 순간적으로 긴장한 라또리 비시오타 상장이 말을 더듬거리며 보고했다.

“그, 그것이, 동부전선의 제5군이 괴, 괴멸되었으며, 서부전선 역시 제29군 전력 60%가 상당한 피, 피해를 보고 말았습니다.”

“뭐, 뭐야?”

지금까지 참고 참았던 분노가 일순간 터지며 푸틴 대통령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줄줄이 흘러나왔다.

“당, 당신들 대체 뭐 하는 작자들이야? 5군은 그렇다 쳐도 왜 29군 전력 60%가 피해를 본단 말인가? 계급장만 달고 있으면 뭐나 되는 줄 알아? 뇌는 장식품인가?”

순간적인 분노에 치욕적인 욕설을 내뱉은 푸틴 대통령은 급기야 탁자 위에 있던 재떨이를 집어 들고는 그대로 벽면을 향해 힘껏 던졌다.

파악! 짜앙!

경쾌한 소리와 함께 벽에 부딪힌 재떨이가 산산조각이 나며 사방으로 흩어졌다.

“죄, 죄송합니다.”

치욕적인 언사에도 뭐라 항변할 위치가 못 되는 라또리 비시오타 상장은 그저 격앙된 푸틴 대통령이 잠잠해지길 기다렸다.

어깨까지 들썩이며 씩씩거리는 푸틴 대통령은 작은 체구이지만 뼛속까지 얼어붙게 만들 카리스마가 있었다.

“총참모장은 뭐하는가?”

“네, 현재 전략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핵이란 말인가?”

“네, 대통령님! 핵전략 미사일을 발사할 수도 있도록 승인 바랍니다.”

“승인하는 건 어렵지 않아! 문제는 한국놈들의 요격 능력이야. 잘 알겠지만, 2년 전 있었던 동북아 전쟁에서 중국의 전략 미사일을 모두 요격하지 않았나?”

다소 흥분을 가라앉힌 푸틴 대통령은 접대용 소파에 철퍼덕 앉아 다리를 꼬며 말했다.

“우리 전략 미사일은 카피한 중국제 미사일과는 성능에서 비교 불가입니다. 대통령님! 아무리 한국이 요격 능력이 뛰어나도 한반도에 한두 발의 핵미사일만 떨어져도 반전 운동이 일어날 것입니다. 특히 평양이나 서울에 떨어지면 말입니다.”

“음,”

라또리 비시오타 상장의 말에 푸틴 대통령은 턱을 괴고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러시아가 핵전력을 가동한다면 한국 역시 그에 맞먹는 무기를 사용할 것은 자명했다. 그렇다면 전쟁의 양상은 크게 달라진다. 지금까지 전쟁 양상은 국경선 일대의 국지전이었다면 앞으로는 전방과 후방의 구분이 없는 국가 운명을 건 전면전 양상의 핵전쟁이라 봐도 무방했다.

당연히 푸틴 대통령 역시 최후에는 핵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마음으로 이번 전쟁을 시작했다. 하지만 막상 핵전쟁을 하려니 여러 가지 걱정이 들었다. ‘만에 하나 전쟁에서 패배한다면?’ 그럴 일은 없겠지만, 자꾸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생각을 정리한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무릎을 살짝 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신중한 어조로 말했다.

“승인하겠소. 이왕 핵전쟁을 한다면 확실히 하시오. 가용한 모든 전력을 동시에 퍼부으시오. 알겠소?”

“네, 대통령님! 감사합니다.”

이때 노크 소리와 함께 집무실 출입문이 열리며 오엘 아길라르 비서관이 다급히 들어왔다.

“대통령님! 신중국으로부터 연락입니다. 5분 후 왕징위 주석과의 핫라인이 연결된다고 합니다.

“감히 1시간이나 넘겨서 연결한다고? 망할 놈들······. 부참모장은 그만 나가보시오.”

“네, 대통령님 그만 나가보겠습니다.”

라또리 비시오타 상장이 몇 걸음을 뒷걸음질한 후 절도 있게 거수경례를 했다.

“부참모장! 다시 한번 말하지만, 핵전력 사용에 있어 두 번의 기회는 없소. 한번 할 때 확실히 해야 하오. 난 망할 주석 놈과 통화 후 상황실로 가겠소.”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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