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
2023년 11월 16일 03:30 (쿠르디스탄시각 15일 21:30),
쿠르디스탄 공화국 하라카주 유크세코바 남단(제11해병기동여단광룡)).
쿠르디스탄 공화국, 이란, 이라크, 즉 3개 국가의 국경선이 맞닿아있는 하라카주의 남단 산악지대에서는 지난 10여 일간 치열한 공방전이 펼쳐졌으나 승리의 결과는 대한민국 제11해병기동여단으로 돌아갔다.
험준한 산악 지형 특성상 산악 보병으로만 편제된 10만여 명의 이란, 이라크 중동 연합군을 상대로 제11해병기동여단의 113해병기동대대 C-27P-M 기린 해병전투장갑차는 호버 시스템 덕분으로 산악 지형에서도 신속한 기동력을 발휘했고 TCS모드까지 적절히 활용하면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신출귀몰하듯 기습공격을 가했다. 이에 발로만 움직이는 중동 연합군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또한, 해병포병대대의 C-9A1 라이트닝 자주포 18문도 사거리 80km에 달하는 155mm 확산프라즈마탄을 밤낮없이 중동 연합군을 향해 퍼부었다. 더불어 아덴만의 제12항모전단 소속의 백범김구함(CV-001)에서도 공중폭격 요청이 들어올 때마다 즉각 CUF/A-22NP 피닉스 무인전투기를 출격시켜 가혹하고 무자비한 강철 비를 선사했다.
현대전에 있어 군인 머릿수보다는 상대국보다 얼마나 많은 최첨단 무기를 운용하느냐에 따라 결과 양상이 달라진다는 것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였다.
교전이 시작되고 13일 만에 이란, 이라크의 중동 연합군 8개 산악보병사단을 괴멸시킨 제11해병기동여단은 111해병전차대대을 선봉으로 하여 이라크 국경선을 넘어 최종 점령 목적지인 키르쿠크를 향한 진공에 들어갔다.
한참 하라카주 남단 산악지대에서 교전이 벌어지는 동안 제11해병기동여단 본부는 키르쿠크로 C-2A1 흑호 전차가 기동할 수 있는 지형 파악에 들어갔고 최종적으로 최단거리이면서 흑호 전차의 기동이 가능한 지형을 찾아냈다.
시리아 내전 이후 이슬람국가(IS)가 이라크 내에서 세력을 확장하면서 바그다드 북서부까지 장악한 후 모술에서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가 자신을 칼리프로 공표하며 IS의 칼리프 국가를 선언했다. 이러한 이유로 영향력을 잃은 이라크군은 북서부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그러자 쿠르드자치정부(KRG)의 자치군인 페쉬메르가는 이라크 보안군을 대신해 북서부 일대에서 이슬람국가(IS)와 결전을 몰아내고는 키르쿠크를 포함한 북부 지역 일대를 사실상 장악했다.
이후 페쉬메르가와 이라크 보안군은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해 손을 잡았고 2016년 8월 이라크 보안군이 모술 수복을 시작으로 이슬람국가(IS)가 점령한 곳곳을 함락해 나가며 상황은 변해갔다.
이슬람국가(IS)에 대항하며 군사력과 북서부지역에 대한 장악한 쿠르드자치정부(KRG)는 2017년 이라크 정부의 반대를 무릅쓰고 분리·독립 투표를 하였다. 쿠르드자치정부(KRG)의 자치지역인 3개 주와 이라크 최대 석유 매장량을 가진 키르쿠크까지 참여한 투표에서 78%의 투표율을 보이면서 93%가 분리·독립 찬성을 하였다.
이에 따라 쿠르드자치정부(KRG)는 공식적으로 이라크 정부에 독립 국가 수립을 위한 정치적 논의를 제안했으나 이라크 정부가 거부하면서 양측의 군대는 움직이기 시작했고 2018년 9월 끝내 대대적인 군사적 충돌이 일어났다.
쿠르드자치정부의 독립을 원천적으로 반대해왔던 터키, 시리아, 이란의 군사 지원을 받은 이라크 정부는 끝내 키르쿠크의 원유지대를 탈환하면서 쿠르드자치정부(KRG)의 돈줄을 막았다. 그리고 2019년 11월 쿠르드자치정부(KRG)의 수도인 아르빌까지 함락되면서 1여 년간의 분리·독립 전쟁은 끝나고 말았다.
패전으로 인해 쿠르드자치정부(KRG)의 관료들과 정치인들이 숙청을 당하거나 사형을 당하면서 이름만 허울뿐인 이라크 내 자치정부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2023년 2월 1일 터키 동부에서 쿠르디스탄 공화국이 독립을 선포하자 쿠르드자치정부(KRG) 역시 지지와 동참할 것을 표했다.
이러한 이유로 쿠르디스탄 공화국은 쿠르드자치정부가 주관하던 모든 영토에 대해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영토임을 주장했고 대한민국 정부에서도 독립 후 쿠르디스탄 공화국의 재정을 뒷받침할 유전지대의 필요성에 동감하고 이란 서아제르바이잔의 부칸 유전지대와 함께 키르쿠크 유전지대를 최종 점령지역으로 선정했다.
쿠르르르릉~
컴컴한 야밤, 하라카주와 맞닿은 이라크 아르빌주 남단에 제11해병기동여단의 기갑부대가 뿌연 흙먼지를 날리며 기동 중이었다. 1차 수복지역인 아르빌을 향해 진공하는 111해병전차대대였다.
40여 대의 C-2A1 흑호 전차와 각종 장갑차로 이뤄진 선봉부대인 제111해병전차대대는 야간 조명을 끈 채로 180도 사주 경계를 펼치며 조금씩 속도를 올렸다. 그리고 하늘에는 스파이더-II 드론이 5km 상공에서 어지럽게 날아다니며 전방 정찰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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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6일 07:30,
북주 함경남도 원산시 갈마별장.
오늘 역시 김정은은 귀빈각 테라스에서 모닝커피를 마시며 동해 일출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얼굴은 뭔가 행복감이 묻어 있었다.
2개월 전, 8년 만에 의식불명에서 깨어나 망연자실했던 얼굴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그동안 달라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자신을 감시하기 위해 국가정보원에서 파견온 요원들도 그대로였고 쉽게 외출하기도 쉽지 않은 상태였다. 하지만 달랐다.
“국방위원장님! 아침 바람이 차갑습네다. 그만 들어가시디요.”
수행관 2명과 함께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김학선 수행비서관이 다가와 허리를 숙이며 말했다.
“지금 바람이 문제네? 이 정도 추위도 못 참는 지도자가 어떻게 대한민국을 이끌고 갈 수 있갔어?”
김정은 입에서 이해할 수 없는 말들이 쏟아졌다. 기껏 갈마별장에서 감옥 아닌 감옥 생활을 하는 김정은 처지에서 할 말은 아니었다.
“국방위원장님! 그렇기 때문에 더욱 건강에 유념하셔야지 않겠습네까?”
“됐다! 안 하네? 담요나 가져오라우”
김정은은 행복감을 만끽 누리고 싶었던지 손짓을 하며 말했다. 그러자 수행관 한 명이 바로 담요를 가져와 김정은에게 덮어줬다.
카키색 가운을 입고 테라스 비치 의자에 앉아 수평선 위로 붉게 타오르며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다시 한번 김정은 입에서 알 수 없는 말이 튀어나왔다.
“보라우! 솟아오르는 태양이 마치 나 같지 않네?”
완전한 모습으로 떠오른 붉은 태양을 손가락으로 가리킨 김정은은 호탕하게 웃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서야.’
혼잣말로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은 김정은은 모락모락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잔을 들고는 향을 음미했다.
순국선열의 날이기도 한 11월 17일은 김정은이 민족노동당의 총재로 추대되는 날이었다. 당 대표였던 김형원의 주도로 최고위원들의 전원 만장일치로 결정했기 때문이었다. 상하원 의원들과 당원들 모두 북한 출신이었기에 김정은이 민족노동당의 총재에 추대되는 것에 반대하는 자는 없었다.
하지만, 김정은이 이렇게 행복감에 심취해 있는 건, 당 총재로 추대되는 일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의 머릿속에는 당 총재보다 더욱 큰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바로 대한민국 대통령이었다.
한때 백두혈통의 정통 계승자로 수년간 북한 최고 지도자로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던 그였지만 항상 불안한 마음으로 살 수밖에 없었다. 내부적으로 자신을 향한 암살과 언제 터질지 모르는 측근들의 쿠데타, 그리고 외부적인 경제 및 군사적 압박, 이러한 이유로 김정은은 겉으로는 제왕적 삶을 살았지만, 속으로는 조선의 광해처럼 측근들을 믿지 못하고 불안한 삶을 살아왔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대한민국 대통령 자리는 비교 불가의 최고 자리였다. 경제적은 물론 군사적으로도 미국을 누르고 세계 초강대국이 된 통일 대한민국의 대통령 자리는 상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번질 일이었다.
김정은 얼굴에 행복감이 묻어 있던 이유가 바로 이러한 상상에 심취해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늘 일정이 어찌 되네?”
이렇게 한동안 정신 나갔다고 할 정도로 말도 안 되는 상상에 푹 빠져있던 김정은은 이제는 식어버린 커피잔을 탁자에 내려놓으면 의자에서 일어났다.
“오전 10시에 간단한 건강진료 외에는 별다른 일정은 없습네다. 그리고 오후 2시에 평양으로 출발하시면 됩네다.”
“평양에서는?”
“네. 평야에서는······.”
김학선 수행비서관은 금일 있을 김정은의 스케줄과 관련하여 상세하게 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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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6일 10:30,
북주 평양특별자치시 보통강구 민족노동당 당사(당 대표실).
김정은 전 국방위원장과 1개월 전 마지막으로 만남 이후 국정 활동은 물론 대외 활동을 자제했던 민족노동당 당 대표 김형원은 내일 있을 김정은 총재 추대 기념식과 관련한 여러 가지 사항을 최종적으로 점검하고자 당사에 출근했다.
출근 후 곧바로 기념식과 관련된 담당자들과 2시간 동안 회의를 가진 김형원은 당 대표실로 이동해 누군가와 비밀스러운 대화를 이어갔다.
가죽 소파에 앉아 꽉 지 낀 채로 턱을 괸 김형원이 맞은편 사내에게 질문을 던졌다.
“내일임둥! 준비는 잘 하고 있슴둥?”
“걱정 마시라요. 빈틈없이 처리할 것입네다.”
맞은 편 사내는 김형원의 사촌 동생이자 서만주 주지사인 김춘원이 누가 들을세라 속삭이듯 대답했다.
“까딱하나 실패하면 우리 목숨도 위험함둥!”
“그래서 이중 삼중으로 준비를 했지않습네까? 너무 걱정하디 마시라요”
“김여정을 통해 흘린 정보에 국정원의 ACS 간나들이 눈에 불을 켜고 우리를 감시하고 있슴둥!”
김형원 당 대표는 진작부터 국가정보원에서도 극비부서인 ACS의 실체에 대해서 모두 알고 있었다.
“그래서 한동안 대외 활동을 자제하지 않았습네까? 그 간나들 아직도 헛물만 켜지고 있을 겁네다. 하하”
“아무튼, 하루 남았슴둥! 오후에 조명록과 연결되면 최종적으로 점검해야함둥!”
“네, 알겠습네다.”
비밀스러운 대화가 오가는 동안 탁자 위에는 스마트폰 하나가 놓여 있었고 화면에는 각가지 그래프가 움직이며 작동하고 있었다. 바로 러시아 SVR(대외정보국)으로부터 받은 도청 방해 장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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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6일 11:00,
북부 평양특별자치시 사동구 남산동 국가정보원 평양지부 건물.
대외1공작대의 단서를 찾기 위해 새벽까지 날밤을 새우며 용골산 일대를 수색하고 돌아온 박기웅과 일행은 현재 국가정보원 전체가 초비상사태였기에 씻거나 쉬지도 못하고 계속해서 추적 조사에 임했다.
대통령에 대한 암살 계획을 사전에 파악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추가적인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당장 내일만 해도 암살 표적 대상자인 추은희 대통령의 외부 행사가 잡혀 있었다. 바로 제84주년 순국선열의 날 기념식 참석이었다.
외부 행사 참석은 암살자들에게는 매우 좋은 기회였다. 분명히 이번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이에 청와대 경호실에서는 만에 하나 있을 불상사에 대비해 추은희 대통령이 착용할 보호 슈트는 물론 주변 일대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대형 실드차폐시스템 장치를 설치했다.
행사가 진행되는 동안 대통령의 자리는 물론 단상 전체를 커버할 수 있는 반경 30m짜리의 투명 방패막이 펼쳐져 외부에서의 그 어떠한 공격도 막아 낼 수 있었다. 하지만 만에 하나라도라는 말이 있었다. 생각지도 예상하지도 못한 공격에 만에 하나라도 추은희 대통령의 신상에 문제가 생긴다면 매우 큰 문제였다.
이러한 이유로 청와대 경호실은 물론 국가정보원 전체가 초비상상황인 만큼 대테러수사 3과와 박기웅 일행은 어떻게든 오늘이라도 암살 범인으로 예상되는 대외1공작대를 어떻게든 찾아야만 했다.
- 아쉽게도 아직 이동 흔적을 찾아내지 못했어요.
박기웅 팀장의 스마트폰에서 이혜진 과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테러수사 3과 역시 사무실에서 날밤을 새우며 용골산 주변 일대의 CCTV는 물론 각종 확인이 가능한 모든 영상을 뒤져봤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럼, 평양을 빠져나가 서울로 이동했을까요?”
박기웅 팀장은 피곤했는지 목을 주무르며 통화를 이어갔다.
- 아니요. 현재 타부서에서도 서울로 진입하는 모든 도로는 물론 대중교통 시스템의 카메라와 연동하여 확인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귀신이라도 우리 감시망을 뚫고 서울로 들어오긴 힘들어요.
“음, 그렇다면 아직 평양이거나 아니면 용골산 근처일 수도 있겠네요.”
- 그렇죠. 지도를 보면 용골산 초입을 기준으로 4시에서 6시 방향 쪽에 설치된 카메라가 가장 적고 외진 곳이에요. 그쪽부터 다시 한번 수색작전을 해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다시 연락하시죠.”
- 네,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