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운터
2023년 11월 15일 19:00 (쿠르디스탄시각 13:00),
이란 서아제르바이잔주 마르간바셋(제7기계화보병여단 75기계화보병대대).
지난 1일, 마쿠에서 이란군 제1혁명기갑사단의 11기갑여단과 제5혁명수비보병사단의 예하부대를 격파한 75기계화보병대대는 하루 정도 정비 시간을 갖은 후 후속 부대인 공화국 수비대와 함께 주변 일대의 마을을 차례대로 점령해 나갔다.
그리고 3일 후 제75기계화보병대대는 코이-마쿠 도로를 따라 본격적인 서아제르바이잔주 북부 탈환 작전에 들어갔다.
한편 마쿠에서의 대패로 인해 당황한 이란군 수뇌부는 보자크에 주둔했던 제1혁명기갑사단의 모든 예하부대와 살아남은 민병대를 카라치야덴 북단까지 퇴각시켰고 주둔부대인 제11차량화보병사단과 함께 서아제르바이잔주 북단 방어선을 구축했다. 더불어 마란드에 있던 제11차량화보병사단까지 추가로 방어선에 투입했다.
이로 인해 제75기계화보병대대와 공화국 수비대는 카라치야덴까지 무주공산과 같은 서아제르바이잔주의 북단을 쉽게 점령해 나갔다.
그리고 금일 오전 마르간바셋을 점령한 75기계화보병대대와 공화국 수비사단은 북부 전선의 요충지이자 최종 목표지점인 카라치야덴을 공격하기 위해서 잠시 정비 시간을 가졌다.
십여 일간 사막과 같은 황량한 환경에서 기동과 교전을 벌인 75기계화보병대대의 모든 장갑차는 오랜만에 주어진 정비 시간과 휴식시간을 만끽했다.
“야! 너 괜찮냐? 몸은 어때?”
분대장 홍한호 병장이 312호 장갑차에서 화상통신 모니터를 보며 말했다. 그러자 모니터 화면을 중심으로 모여있던 분대원들이 저마다 얼굴을 내밀고 안부 인사를 건넸다.
“곽 일병님 몸은 괜찮습니까?”
“멀쩡한데? 저놈?”
“곽 일병아! 푹 쉬고 와라!”
“보고 싶습니다. 곽 일병님!”
모니터 화면에는 온몸에 하얀 붕대를 두르고 침대에 누워있는 곽영환 일병이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 끄떡없습니다. 하하하! 다들 잘 있으시죠?
지난 마쿠 교전 당시 레일건에 부상을 입고 의무대로 긴급 후송된 곽영환 일병은 이후 피스부대 의료대대로 후송된 후 치료를 받고 있었다.
“다행이다. 곽 일병아! 그런데 너 치료받고 본국으로 들어가냐?”
- 아닙니다. 여기서 완치되면 다시 원대 복귀할 겁니다.
“그래? 상부에서 그렇게 하래?”
- 아니지말입니다. 제가 그렇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이때 곽영환 일병과 단짝인 김성호 상병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워! 군인 정신 투철한데? 뻥 아이냐?”
- 아! 제가 김 상병님 같은 줄 아십니까?
“잘났다. 짜샤! 그럼 언제쯤 복귀하냐?”
- 군의관 말로는 1개월은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알았다. 그동안 몸조심하고 나중에 보자!”
- 네, 다른 소대원에게도 안부 전해주시고, 특히 김 상병님은 형수님도 잘 지키십시오.
“지랄! 무슨 형수야 마!”
- 아 왜 그러십니까? 여기 의무대대까지 소문 쫙 났습니다.
“아! 이 쉐끼! 쓸데없는 소리 하네. 끊어 마”
그동안 여러 교전으로 눈꼴 새 없이 바쁘게 지내던 1정찰소대 2분대원들은 잠시 정비 시간이 주어지자 가장 먼저 피스부대 본부로 후송된 곽영환 일병과의 화상통화를 했다.
“저놈 엄살 아닙니까? 절대 부상 당한 얼굴이 아닙니다.”
곽영환 일병과 동기인 유탄수 나한진 일병이 부러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러자 나한진 일병의 헬멧을 툭 치며 말했다.
“왜? 부러워? 너도 어깨뼈 아작내주고 후송시켜 줄까?”
“키키, 설마 그러고 싶겠습니까?”
“자! 그만 입 털고 정비들 하자!”
분대장 홍한호 병장의 말에 분대원들은 장갑차에서 하차한 후 각자 맡은 정비 임무에 들어갔다.
★ ★ ★
2023년 11월 15일 21:00 (쿠르디스탄시각 15:00),
이란 서아제르바이잔주 코하란 서단(제7기계화보병여단 79전차대대).
코이 남단 교전 당시 이란군의 포위 작전에 말려들어 위기에 빠졌다가 TB-AHD 무기를 무장한 송골매 공격헬기의 공중지원에 가까스로 모면한 제7기계화보병여단의 79전차대대는 5일간 코이 수색전을 펼쳐 숨어있던 이란군 패잔병과 민병대를 모조리 처리했다.
이후 코이와 인접한 코하란까지 점령한 79전차대대는 후속부대인 공화국 수비대와 함께 서아제르바이잔주 중단의 방어 전선을 구축했다.
현재 이란군은 코하란으로부터 북단 30km 떨어진 에볼리라 불리는 작은 마을을 중심으로 제6혁명기갑사단의 직할부대와 예하부대인 2개 기갑여단이 전력을 숨기고 엄폐해 있었고 그 주변 일대 역시 2개의 보병사단과 민병대가 합류하고 있었다.
이들의 임무는 중부 전선의 요충지인 코이 재탈환이 우선이었지만, 현재 북부 요충지인 카라치야덴까지 피스부대에 내줄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카라치야덴과 코이 사이에 위치한 제6혁명기갑사단은 섣부르게 병력을 이동시킬 수 없었고 후속 지원부대가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하지만, 이란군의 후속 부대의 투입은 여의치 않았다. 항공우주군과 피스부대의 각종 정찰 전력에 이동하는 이란군의 병력이 탐지될 때마다 2,200km 떨어진 거리임에도 불구하고 출격한 제12항모전단의 함재기인 CFU-22P 무인전투기가 폭격을 가해 괴멸시키고 있었다. 이에 이란군 후속부대는 중대급 이하의 규모로 병력을 이동시키느라 전선 일대의 병력 합류가 늦어졌다.
현재 79전차대대는 1개 전차중대가 코이 남단을 방어했고 2개 전차중대는 코하란 북단 외곽에서 기다란 횡대 대형으로 도열한 상태로 방어 전선을 구축한 상태였다.
쿠르르르릉! 쿠르르르르릉!
전차 엔진보다는 조금은 가벼운 느낌의 엔진음을 울리며 79전차대대 임시 주둔지로 각종 장갑차와 K-9A1 라이트닝 자주포 6대가 줄을 지어 들어왔다. 제7기계화보병여단의 직할부대인 119대대의 알파포대였다.
지휘장갑차에서 내린 알파포대 포대장 김훈 대위가 기다리고 있던 79전차대대 간부 앞으로 다가가 거수경례를 했다.
“단결! 119대대 알파포대장 대위 김훈입니다.”
“단결! 그래 오느라 수고 많았네.”
문기철 대대장은 맞경례를 한 후 악수를 했다.
79전차대대는 코이 일대 전체를 방어하는 상황이라 가끔 정찰 전력에 탐지되는 이란군을 공격할 수단이 마땅치 않았다. 소대급 기갑전력을 보내어 공격을 가할 수 있었지만, 만에 하나 함정을 판 이란군의 기만전술일 수도 있기에 함부로 공격 명령을 내리긴 힘들었다. 또한, 소규모 병력을 공격하기 위해 2,200km나 떨어진 제12항모전단에 무인전투기를 출격요청 할 수도 없었다.
이에 문기철 대대장은 여단본부에 포병 전력의 필요성을 설명하고 요청했다. 그리고 오늘 마침 6개 자주포로 이뤄진 119대대의 알파포대가 도착했다.
문기철 대대장과 잠시 얘기를 나눈 알파포대장은 전포대장에게 지시를 내렸고 이에 알파포대는 정해진 구역으로 이동해 W자 형식의 방열에 들어갔다.
C-9 썬더볼트를 개량한 C-9A1 라이트닝은 CPP-50 프라즈마 엔진을 장착하여 2,500마력의 힘과 155mm 확산프라즈마탄을 사용해 엄청난 파괴력을 갖췄고 대전차무기와 대공 무기를 탑재하여 포대 자체적으로도 독립전술을 펼칠 수 있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포병 전력이었다.
몇 분도 안 되어 방열을 마친 C-9A1 라이트닝 자주포 6대는 45도 각도로 하늘을 향해 포신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후방 30m 지점에는 대포병레이더를 운용하는 C-51 장갑차와 K-70T 탄약수송장갑차 등 여러 포대 장갑차가 자리를 잡았다.
이제 알파포대는 언제든 사격제원만 하달되면 즉각 분당 16발의 연사속도로 포격을 가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끝마쳤다.
★ ★ ★
2023년 11월 15일 22:00,
북부 평양특별자치시 사동구 남산동 국가정보원 평양지부 건물.
3일 전, 대외1공작대원들은 조폭들의 갑작스러운 습격에도 불구하고 단서가 될만한 자료나 흔적들은 완벽히 지우고 사라졌다.
역시 그들은 베테랑다웠다. 이로 인해 박기웅 팀장과 평양지부 요원들은 2일간 은신처를 샅샅이 조사했지만 이렇다 할 단서를 찾지 못했다.
한편 이혜진 과장과 요원들은 3과 사무실에서 조폭들이 은신처를 습격했던 그 시간을 기준으로 은신처 주변 30km 이내의 모든 CCTV부터 자동차 블랙박스 그리고 IT 카메라를 해킹해 그들의 동선을 파악했다. 문제는 은신처가 있던 구역은 평양에서도 외곽이었고 재개발 지역으로 선정되면서 다른 곳보다 CCTV의 수가 적었고 블랙박스를 장착한 차량도 별로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변장을 하고 신출귀몰하듯 움직여도 꼬리는 잡히게 되어 있었다.
3일째 밤낮으로 각종 영상을 파악하자 은신처를 빠져나갔던 대외1공작대원들은 은신처로부터 북단에 있는 순안구역 오산동으로 이동한 동선을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오산동 외곽의 한 CCTV에 모습을 보였던 대외1공작대원들은 더는 어떠한 CCTV나 지나가던 차량의 블랙박스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 아무래도 용골산 쪽으로 들어가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수화기 넘어 이혜진 과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아무래도 그런 듯합니다.”
박기웅 팀장 역시 사무실 벽면에 설치된 대형 화면을 보며 수화기에 대고 대꾸했다.
- 현재 용골산 쪽을 중심으로 다시 한번 확인 중이에요. 박 팀장은 용골산으로 평양지부 요원들과 함께 현장 조사해 보세요. 만약 그들이 용골산에 없다면 다시금 시내로 들어왔다는 얘기이니 잡아낼 수 있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야간 수색을 해서라도 용골산 일대를 수색해보겠습니다.”
- 네, 조심하시구요. 다시 연락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통화를 마친 박기웅 팀장은 옆에서 듣고 있던 윤태진 팀장과 수색과 관련된 회의를 시작했다.
“수사 3과에서 마지막으로 위치를 파악한 게 오산동이라고 하는군, 분석한 바로는 오산동 바로 위에 있는 용골산, 이곳으로 숨어 들어갔을 확률이 크다고 한다. 지금이라도 수색을 해봐야겠어.”
“3일 전 일인에 아직도 용골산에 숨어있을까?”
윤태진 팀장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말했다.
“네 말대로 없을 수도 있지! 그래도 수색은 해야지 않을까?”
“오케이, 알았어!”
“좋아! 그럼 난 지부장에게 지원 요청할 테니 넌 오 대리와 수색 준비 좀 해줘”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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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1월 15일 23:00,
북주 평양특별자치시 용성구 임원동 어느 창고.
용골산으로부터 남쪽으로 5km 떨어진 임원동 외곽의 어느 허름한 창고에 대외1공작대원들이 숨어있었다.
3일 전, 은신처에서 빠져나온 후 용골산에 숨어있다가 오지완이 조원진을 만나고 새롭게 마련된 제2의 은신처였다. 사실 은신처라 불리기에는 창피할 정도였다. 예전 북한 시절에나 있을 법한 다 쓰러져가는 허름한 창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밤이 되자 기온은 내려갔고 찬바람이 벽틈 사이로 들어와 불어 재끼자 창고 안은 마치 냉장고와 같았다. 이에 대외1공작대원들은 저마다 가지고 있던 옷을 겹겹이 입고는 추위를 버티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대장 동지! 그냥 주변 모텔이나 여관방으로 갑세다. 이러다가 얼어 죽갔습네다.”
추위를 가장 잘 타는 권혁균이 덜덜 떨며 말했다.
“닥치메! 지금 나갔다가 발각되면 엿 된다 아임메! 얼이 치지말고 입 닥치메”
강태우가 버럭 했다.
“강 조장 동지! 정말 이러다가 내래 얼어 죽겠지야요.”
“이거 덮으라우”
오지완은 자기가 덮고 있던 외투를 벗어 권혁균에게 던졌다.
“대장 동지! 왜 그라십메? 저 간나새끼 엄살임메”
“강태우이 눈딱총이 그만 주라우. 앞으로 거사가 3일 남았시야. 만에 하나 한 명이라도 문제 생기면 곤란하디 안근네? 다들 좀만 참으라우. 거사만 성공하면 이 개 같은 고생도 끝이야. 알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