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28화 (328/605)

태풍 16호

삐삐삐삐삐~

1정찰소대의 본부분대가 운영하는 경계시스템 디스플레이에서 경보음이 울리자 자동으로 외곽 방호벽에 설치한 카메라가 일제히 감지된 곳을 향하며 검은 그림자를 영상으로 비췄다.

현재 전초기지로부터 300m 외곽에는 눈에 보이지 않은 레이저 라인이 전초기지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전초기지 침투를 위해 접근하던 혁명특전대 대원들이 레이저 라인을 건드린 것이었다.

- 상황 전파! 기지로 정체불명의 무장세력이 접근 중!

- 상황 전파! 기지로 정체불명의 무장세력이 접근 중!

경계시스템 야근경계병에 의해 순식간에 전초기지에 상황 전파는 이뤄졌고 꿀잠을 자고 있던 1정찰소대와 공화국 수비대는 신속한 동작으로 기상과 동시에 각자 위치로 뛰어갔다.

개인 장비부터 최첨단 장비를 보유한 1정찰소대원들은 양방향에서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를 향해 각자의 개인화기를 지향하고 기다렸다.

“참나, 저놈들 겁대가리 상실한 거 아닙니까?”

3번과 4번 초소 사이 3-2구역의 경계를 담당하는 곽영환 일병이 KS3를 거치대에 거치한 후 실드 글라스를 통해 낮은 자세로 슬금슬금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를 보며 한심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김성호 상병에게 말을 건넸다.

“그러게 말이다. 무지한 놈들. 1970년대 베트남 전쟁도 아니고 21세기 대한민국 국군을 향해 저런 식으로 침투하냐?”

맞선임인 김성호 상병 역시 혀끝을 차며 대꾸했다.

전초기지 내 모든 병력이 외곽 방호벽에 붙어서 자기들을 보고 있다는 걸 까맣게 모르고 있는 혁명특전대 대원들은 나름 특수부대원답게 은밀하고 조심스럽게 거리를 좁혀왔다.

“어쨌거나 오늘 이놈들 다 죽었습니다. 감히 울 김 상병님 꿀잠을 방해하다니, 제가 확실히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습니다요.”

“크크, 지랄을 해요. 내 잠이 아니라 네 잠을 방해해서 열 받았겠지!”

“아! 어찌 후임의 맘을 그리 몰라주십니까?”

“오냐! 알았다. 나 대신 혼내줘라.”

교전을 앞두고 분대 단짝인 김성호 상병과 곽영환 일병이 여유를 부리며 농담을 주고받은 사이 소대장으로부터 사격 명령이 떨어졌다.

- 지금부터 전방 정체불명의 무장병력을 향해 사격한다. 이상.

소대장의 사격 명령과 동시에 전초기지 외곽 방호벽에서 수많은 레이저 빛이 쏟아져 나갔다. 더불어 공화국 수비대의 AK-47 소총에서도 연발 사격의 탄들이 날아갔다. 하얀빛의 레이저와 중간중간 AK-47 소총에서 날아가는 예광탄에 전초기지를 중심으로 화려한 선들이 퍼져나갔다.

쭈웅쭈웅쭈웅쭈웅쭈웅~

타타타타탕! 타타타타탕! 탕! 타탕!

급기야 플라즈마 스마트탄까지 검은 그림자 상공에서 화려한 불꽃 쇼를 연출했다.

콰앙! 콰아앙!

전초기지로부터 250m 거리까지 좁힌 가운데 레이저의 빛줄기와 각종 총탄이 검은 그림자를 덮쳤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혁명특전대는 당황하며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일부 혁명특전대 대원들은 주변에 있는 바위와 푹 패인 구덩이 안으로 들어가 엄폐한 후 즉시 반격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들의 머리 위에는 유도탄처럼 춤을 추며 날아온 플라스마 스마트탄이 공중폭발했다.

수많은 플라스마 스마트탄 파편이 쏟아지며 엄폐물에 숨어 반격하던 혁명특전대 대원들을 벌집으로 만들었다.

잠시 후 레이저와 각종 총탄은 이내 멈췄다. 침투 중 도리어 기습공격을 받은 혁명특전대는 걸음아 나 살려라며 퇴각하기 시작했다. 이에 전초기지 정문이 열리고 2대의 차륜형 기동전투장갑차인 K-23P-M 현무 312호와 313호 장갑차가 흙먼지를 뿌리며 튀어 나갔다. 야지에서도 시속 100km까지 기동이 가능한 현무 장갑차는 도망가는 혁명특전대를 향해 원격조종으로 움직이는 8mm 레이저 벌컨이 불을 뿜었다.

쭈쭈쭈쭈쭈쭈웅! 쭈쭈쭈쭈쭈쭈웅!

6열 8mm 레이저 벌컨이 쏟아지자 도망가는 혁명특전대 병사들은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사지가 찢어지며 분해됐다.

상황 전파 후 20분도 안 되어 상황은 종료되었고 전초기지를 중심으로 사방에는 혁명특전대의 시신이 널려 있었고 간혹,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된 시신들도 너부러져 있었다.

★ ★ ★

2023년 10월 20일 06:30 (이란시각 01:00),

이란 테헤란 11지구 주이란 러시아 대사관.

몇 시간 전, 이자성 과장으로부터 대사관 침투에 대한 허락을 받은 대외정보국 1과 1팀 박기웅 팀장과 팀원들은 러시아 대사관에서 루슬란 니그마툴린 본부장을 빼돌리기 위한 준비를 마치고 때를 기다렸다.

이윽고 컨트롤 X-C01 단말기 디스플레이의 시계가 오전 1시로 바뀌자 박기웅 팀장은 숨 한번 크게 쉬고는 팀원들을 바라봤다.

“시간이 됐다. 그 돼지 놈 것도 준비했지?”

“네, 가방에 들어있습니다.”

윤길수 주임이 등에 메고 있는 검은 백을 엄지로 가리키며 말했다.

“좋아! 사전에 계획한 대로 그 돼지 놈만 조용히 데리고 나온다. 불필요한 행동은 자제하도록”

“네, 알겠습니다.”

“좋아, 마지막으로 개인 장비 점검하고 이상 없으면 TCS 모드 활성화”

진작부터 침투 슈트로 갈아입고 대기하던 팀원들은 마지막으로 개인 장비를 확인하고는 하나둘 TCS 모드를 활성화했다.

“고우!~”

박기웅 팀장의 명령에 팀원들은 미리 정해진 루트로 러시아 대사관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일반 감시카메라는 물론 적외선 및 자외선 카메라에도 탐지되지 않은 침투 슈트와 TCS 모드를 활성화한 박기웅 팀장 일행은 신속하고 은밀하게 러시아 대사관의 거대한 벽을 넘어 대사관 내부로 진입했다.

널따란 숲에 여러 건물로 이뤄진 러시아 대사관 영지에는 수많은 적외선 및 자외선 카메라와 행동인식 탐지기가 설치되어 있었고, 경계병 역시 수시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문제는 경계병이 함께 데리고 다니는 수색견이었다. 아무리 첨단 장비로 각종 감시카메라와 경계병의 눈을 속인다고 하여도 냄새는 어찌할 수 없었다. 특히나 훈련된 수색견을 속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에 박기웅 팀장 일행은 몇 시간 동안 대사관을 감시하면서 경계병과 수색견의 순찰 루트를 사전에 파악한 상태였다.

잠시 후 9시 방향에서 침투를 시도했던 양 대리와 윤길수 주임은 경계병의 눈을 피해 무사히 루슬란 니그마툴린 본부장이 묵고 있는 C동 건물 옥상에 스카이와이어를 발사하여 순식간에 옥상으로 올라갔다.

한편, 건물 현관 쪽에서 주변 일대를 확인한 박기웅 팀장이 무음성 통신으로 대사관 건너편 골목에서 이동할 차에 타고 있는 강원일 주임에게 말했다.

- 현재 양 대리와 윤 주임이 건물 옥상으로 침투했다. 강 주임은 이동 차량 확실히 준비하고 기다리도록.

- 현재, 이동 차량 컨디션 100%입니다. 언제든 이동 가능합니다.

- 오케이 알았다.

옥상에 올라온 오석진 대리와 양정석 대리는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을 열고 5층 복도까지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야심한 시간인지 복도에는 아무도 없었다.

- 복도 이상 무!

- 좋아 3층까지 단숨에 내려가자

양정석 대리와 윤길수 주임은 무음성 통신을 주고받으며 최대한 조용히 벽을 타고 복도를 지났고 이내 4층으로 연결된 계단을 타고 내려갔다. 그리고 1분도 안 되어 3층 복도 마지막 방문 앞에 도착했다.

루슬란 니그마툴린 본부장이 묵고 있는 방이었다.

양정석 대리가 CS5를 치켜들고는 고개를 끄떡거렸다. 그러자 윤길수 주임이 스마트카드로 도어락을 풀고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생각보다 넓지 않은 거실에 들어선 오석진 대리는 즉시 실드 글라스틀 통해 거실과 통하는 여러 문을 확인했다. 오른편 문이 루슬란 니그마툴린 본부장의 침실이었다. 이에 양정석 대리가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끼이이익!

방문이 열리자 뭣도 모르고 킹사이즈 침대에서 코를 골며 자는 루슬란 니그마툴린 본부장의 모습이 보였다.

이에 윤길수 주임은 조심히 침대로 다가와 루슬란 니그마툴린 본부장의 입을 막고는 그대로 목에 작은 주삿바늘을 찔렀다.

“웁! 웁윽, 누, 누구”

순간 깨어난 거구의 루슬란 니그마툴린 본부장은 온몸을 비틀며 발버둥을 쳤지만, 주입된 약물 때문인지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축 늘어졌다.

- 어서 담자!

양정석 대리의 무음성 지시에 윤길수 주임은 등에 메고 있던 백에서 XL 침투 슈트를 꺼내고는 이내 루슬란 니그마툴린 본부장에게 입혔다.

- 아! 돼지 새끼 덩치가 생각보다 큰데요. 이거 침투 슈트가 작습니다. 아나

- 일단 꾸겨 넣자!

양정석 대리와 윤길수 주임은 끙끙대며 마구잡이로 루슬란 니그마툴린 본부장에게 침투 슈트를 입혔다.

- 어떻게 되었나?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박기웅 팀장의 무음성 통신이 날아왔다.

-헉, 헉, 지금 침투 슈트 입히고 있습니다. 입히는 대로 바로 나오겠습니다.

-알았다.

몇 분이 지났을까? 무음성 통신으로 두 사내의 신음이 들려왔다.

- 허억, 허억.

120kg에 달하는 거구의 루슬란 니그마툴린을 들쳐메고 걸어 나오는 양정석 대리와 윤길수 주임의 거친 신음을 냈다.

- 팀장님! 허억, 지금 현관 앞입니다.

이에 건물 현관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박기웅 팀장이 대답했다.

- 지금 나와! 현관 쪽에 아무도 없다.

박기웅 팀장의 실드 글라스에는 두 명의 사내가 쭉 늘어진 시체 하나를 들쳐메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마지막 관문은 대사관 정문이었다.

- 몇 분 후면 수색견 순찰시간이다. 시간이 없다. 이대로 그냥 정문 돌파 후 빠져나간다.

- 헉, 헉, 알겠습니다.

현재 정문에는 경계병 4명이 지키고 있었다. 2명은 초소 사무실에 나머지 2명은 정문 뒤쪽에 경계 자세로 서 있었다.

박기웅 팀장은 좌우를 한 번 살피고는 최대한 발소리가 나지 않게 초소로 조심스럽게 걸어가 초소 사무실로 들어가 꾸벅꾸벅 졸고 있는 경계병 두 명의 목을 쳐 기절을 시켰다.

이후 다시 빠져나와 정문 뒤에서 경계 자세로 서 있는 경계병 사이로 다가가 동시에 KS5 손잡이 부위로 오른쪽 경계벽의 목덜미를 강타했고 연속 동작으로 몸을 돌려 왼쪽의 경계병 복부를 강하게 걷어찼다.

순간 공격에 두 명의 경계병은 외마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그대로 그 자리에 쓰러졌다.

- 강 주임! 대사관 정문으로 차량 이동시켜.

- 네, 알겠습니다.

부웅!

대답과 동시에 멀지 않은 곳에서 자동차 시동 거는 소리가 들렸다. 이에 정문을 열고는 무음성 통신으로 소리쳤다.

- 빠져나간다. 뛰어!

- 아! 팀장님, 헉억. 이놈 무거워서 못 뜁니다.

- 젖먹던 힘까지 내란 말이야 마!

루슬란 니그마툴린 본부장을 들쳐멘 양정석 대리와 윤길수 주임이 뒤뚱거리며 정문으로 뛰어왔다. 그리고 이내 강원일 주임의 이동 차량이 정문 앞에 섰다.

“어서 타세요!”

이때 대사관 건물 곳곳에 불이 켜지고 경보음이 울리며 떠들썩해졌다.

위이잉! 위이잉!

“다 탔어. 출, 출발!”

“네, 갑니다.”

★ ★ ★

2023년 10월 20일 09:30,

남주 서울특별시 강남구 국가정보원(원장실).

밤새 민족노동당 당사 회의실에서 진행했던 회의 영상 자료를 확보한 ASC의 A팀과 C팀은 즉시 윤수길 실장에 보고했고 이는 곧바로 국가정보원 이영진 원장에게 보고됐다.

“정말 허무맹랑한 짓을 하려는군”

4시간 분량 중, 중요 부분만 편집된 영상을 확인한 이영진 원장은 기가 찬 내용에 혀를 찼다.

“저 역시 처음 확인했을 때 설마 저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하고 놀랐습니다.”

“저 인간들이 근 몇 년 자유민주주의 맛을 보더만 정신들이 나갔나 보군”

전날 김정은이 참석한 민족노동당 당사 회의실에서 있었던 회의 내용은 이랬다.

김정은 전 국방위원장을 민족노동당 당 대표로 추대하여 정치적 기반을 다지고 이후 다음 대선에서 대통령 후보로 내세우자는 내용이었다. 이후 대통령으로 당선이 되면 북주 평양을 중앙정부 수도로 정하고 모든 정치 기반을 북주로 이전한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이전 북한 출신의 정치인들로 대한민국 전체를 먹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일들을 실현하기 위해서 향후 해야 할 일들에 대한 로드맵을 세우는 얘기로 회의는 진행되었다.

“회의 내용 자체를 보자면 불법적인 얘기가 오간 것은 아니었다. 민주주의 정당 정치 이념으로 보자면 충분히 오갈 수 있는 얘기들이었다. 하지만 독재자였던 김정은이 대한민국의 당 대표로 더군다나 대통령 후보로 나온다는 것은 자칫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는 대한민국 정치계에 크나큰 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여지가 다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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