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97화 (297/605)

철저한 응징!

2021년 2월 26일 17:30,

일본 혼슈 지바현 신요코다 지하 벙커.

“대체 어디로 가라는 말이오?”

아소 다로 부총리는 통합막료장의 말에 불안한 기색으로 반문했다.

“홋카이도 제3항공단 기지입니다. 부총리님!”

“꼭 그쪽으로 가야만 합니까?.”

“지금 이 포성 소리가 들리지 않습니까? 이곳도 언제 한국군의 수중에 떨어질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현재 홋카이도는 2개 항공단의 전력이 살아있고 비상징집으로 추가 부대가 증원되고 있습니다. 일단, 그곳으로 이동해 반격의 준비를 하셔야지 않겠습니까?”

“그럼, 통합막료장도 함께 가는 겁니까?”

“아닙니다. 저희는 이곳에서 한국군의 진공을 막아내겠습니다.”

“막을 거라면 나도 이곳에 있는 것이······.”

“만에 하나, 이곳에 있다가 방어에 실패해 한국군에 넘어간다면 그날로 일본은 패전국이 되는 것입니다. 적어도 내각 정부 인사만이라도 홋카이도 미사와 기지에서 반격을 위한 재정비를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음, 알았소. 하지만, 마사키 통막장 말대로 만에 하나 이곳이 한국군에 점령이라도 당한다면 자위군 수뇌부가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반격을 준비하겠소?”

“해막장과 항막장이 부총리님과 동행할 것입니다.”

“그렇군요. 알았습니다. 통막장 말대로 하겠소.”

“시간이 없습니다. 총리님! 현재 가모가와 항에 잠수함을 준비해놨습니다. 그곳에서 잠수함을 타고 홋카이도 도마코마이항으로 이동하시면 됩니다. 지금 바로 떠날 준비를 해주시기 바랍니다. 다른 관료들에게는 부하들이 따로 얘기하고 있습니다.”

“알았소, 30분 이내로 준비하겠소.”

척!

절도 있는 자세로 거수경례한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은 부총리실에서 나왔다. 그는 끝내 아소 다로 부총리에게 일본 본토에서 가미카제 전술을 통한 핵폭탄 공격을 하겠다는 보고를 하지 않았다. 만에 하나 아소 다로 부총리가 반대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상황실로 걸어가는 가운데 아까부터 들려오던 포성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 ★ ★

2021년 2월 26일 17:30,

일본 자바 현 이치하라 시가지.

이치하라 도심 한가운데에서 한국군 제35전차대대와 제71전차연대의 전차 간의 얽히고설킨 시가전이 한참 진행되고 있었다. 도로에는 불타는 자동차와 부서진 건물 잔해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고 화염에 치솟은 저층 건물들도 눈에 띄게 보였다.

서로를 향해 사정없이 발사하는 광자포와 전차포에 이치하라 시가지는 전쟁의 참상이 어떤지 확실히 보여주고 있었다. 이치하라 시민들 대부분이 남단 지역으로 피난을 간 상태로 민간인들의 피해는 적었지만, 간혹, 피난을 가지 않고 건물 안에서 숨어있던 시민들은 날아오는 전차 포탄에 폭사했다.

그리고 제26기갑여단의 배후를 공격 하려던 제7기갑사단 제73전차연대는 좌측에서 나타난 제8전차대대의 기습공격을 받으며 중앙 대열이 깨지면서 기존 배후 공격을 중지하고 대응에 들어갔다.

쮸웅! 쮸웅!

쾅앙! 콰아앙아! 쾅앙!

광자포 입자에 옆구리를 직격당한 10식 전차 한 대가 거대한 폭발과 함께 사방으로 파편들이 날아갔다. 장갑 방호력은 형편없으면서도 비싸기로 유명한 10식 전차는 그대로 주저앉아 붉은 화염을 내뿜었다.

급이 다른 전차 간의 기갑전은 한쪽의 일방적인 학살 모드였다. 교전 초기 44대 55의 숫자는 20여 분이 지난 후 44대 11로 줄어있었다. 복잡한 시가지가 아닌 사방이 펑 뚫린 평지였다면 진작에 제73전차연대는 괴멸되고 남을 시간이었다.

★ ★ ★

2021년 2월 26일 17:40,

일본 지바현 이치하라시 근방 126번 도로.

제103기계화보병대대가 기동하는 126번 도로 전방 7km에 육상자위군 제7기갑사단의 직할 부대인 제7정찰대 10식 전차 33대가 편도 4차선 도로를 틀어막고 있는 상황에서 반대편 선두에서 기동하던 3중대의 C-23P 현무 보병전투장갑차는 서서히 교전 준비에 들어갔다.

전차 못지않은 전방위 장갑 방호력에 50mm 광자포를 비롯한 16연장 플라즈마 활성탄과 60mm GTGAS-60 흑룡 미사일 8기를 탑재한 C-23P 현무 보병전투장갑차는 중국과의 전쟁 당시 3.5세대급 전차와의 교전 당시 수적으로 불리한 상태에서도 승리한 전과가 있었다. 이렇게 최신 장비로 중무장한 C-23P 현무 보병전투장갑차를 운용하는 제103기계화보병대대의 3중대 1소대 현무 4대에서 플라즈마 활성탄을 발사했다.

파파파파앙~ 파파파파팡~ 파팡~ 파파파파파파팡~

100여 발의 50mm 플라즈마 활성탄이 경쾌한 발사음과 함께 포물선을 그리며 남단 상공으로 날아갔다.

현무 장갑차가 10식 전차의 사정거리 밖에서 일제히 붉은 불꽃을 터뜨리며 플라즈마 활성탄을 발사하자, 이를 감지한 10식 전차들은 회피기동을 위해 앞으로 튀어나갔다.

하지만 짧은 거리인 만큼 빠르게 날아간 플라즈마 활성탄은 정확히 전진하는 10식 전차를 덮쳤다.

크고 작은 폭발이 연이어 이어졌다.

쾅앙! 카앙! 콰아아앙

하필 선두에서 기동하던 10식 전차 두 대의 주 포탑 상부에 플라즈마 활성탄에 직격을 당하자 거대한 폭발과 함께 검붉은 화염을 뿜어내며 그대로 기동을 멈췄다. 이로 인해 뒤따르던 10식 전차 역시 길이 막히자 멈출 수밖에 없었다.

-126번 도로는 포기한다. 좌우 평지로 회피기동에 들어가라-

제7정찰대 통신망에서 요코니 켄 정찰대장의 다급한 목소리가 울려댔다. 이에 후방에서 기동을 멈췄던 10식 전차들은 앞다퉈 126번 도로의 철제난간을 뭉개며 도로를 벗어났다.

동시에 발사된 100여 발의 플라즈마 활성탄에 제7정찰대 10식 전차 절반에 가까운 15대가 도로 위에서 검붉은 화염과 연기를 뿜어내며 흉물스럽게 남겨진 가운데 도로 좌우로 갈라진 10식 전차는 추가로 날아오는 플라즈마 활성탄의 착탄지대를 벗어나기 위해 속도를 올렸다.

쾅아! 카아앙! 쾅아앙!

회피기동을 펼치는 10식 전차 사이사이로 흙기둥이 솟아오르며 추가로 피격되는 전차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잠시 후 10식 전차의 사정거리에 들어온 현무 장갑차를 향해 주포인 120mm 44구경장 활강포에서 불이 뿜기 시작했다.

★ ★ ★

2021년 2월 26일 18:30,

일본 혼슈 지바현 가모가와항.

현재 일본 동쪽 바다 심해에는 일본 해상자위군의 모든 잠수함 전력이 집결한 상황이었다. 일본으로써는 해상전력의 80% 이상이 전멸된 상황에서 만에 하나 동쪽 해안을 통해 한국군의 추가 상륙작전이 전개될 시 동쪽 해안가에 근접한 도쿄 방어가 어렵다는 판단에 이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가용한 모든 잠수함 전력을 이곳에 집중적으로 배치하라는 명령을 내렸었다.

그동안 한국 해군과의 교전으로 여러 척의 잠수함을 잃은 해상자위군은 현재 오야시오급 6척과 소류급 8척이 요코스카항을 중심으로 해심 깊숙한 곳에서 대함 및 대잠에 대한 경계 중에 있었다. 그리고 현재 가모가와항에는 유일하게 해상전력으로 살아남은 제11호위대인 요코스카지방대 수상함 4척이 호위하는 가운데 아소 다로 부총리 일행이 막 항구에 도착해 정박 중인 오야시오급 잠수함 여러 척에 나눠 탑승했다. 육로와 항로가 막힌 상황에서 홋카이도를 갈 방법은 해로뿐이었다. 또한, 적의 레이더에 걸릴 수 있는 수상함보다는 깊은 심해에서 이동하는 잠수함을 택했다.

★ ★ ★

2021년 2월 26일 18:40,

일본 혼슈 지바현 이치하라 시가지.

서서히 어둠이 깔린 이치하라 시내는 몇몇 건물에서만 불빛이 비칠 뿐 한참 진행되고 있는 시가전으로 인해 아파트와 상가 건물, 그리고 가정집의 불이 꺼져있어서 도시 전체가 어둠 속에 묻혀있었다.

쾅앙! 쾅앙!

복잡한 도로에서 서로 간 물고 물리는 숨바꼭질을 하는 양국의 전차들은 한때 자위군의 대전차 보병 출현으로 백호 전차들은 고전했지만, 인정사정없는 광자포와 원격 조종으로 사격이 가능한 12mm 레이저 머신 건으로 하나둘 압살해 나갔다.

그리고 어느덧 교전이 시작된 지 2시간이 훌쩍 지날 때쯤 제35전차대대와 시가전을 벌이던 제71전차연대 소속의 10식 전차 중 기동하는 전차는 더는 없었다. 화염에 이글거리며 불에 타거나, 아니면 포탑 자체가 전차 몸통과 분리되어 흉측한 몰골로 도로 위 장식품으로 전락한 상태였다.

“각 중대! 보고 바람!”

35전차대대 대대장인 안현준 중령이 대대 통신망을 개방하고 말했다.

“제5중대 전차 14대 이상 없습니다. 이상”

“제6중대 전차 1대 전차장 현시경 손상 나머지 이상 없습니다. 이상”

“제7중대 전차 14대 이상 없습니다. 이상”

“본부중대 전차, 장갑차 모두 이상 없습니다. 이상”

복잡한 시가전 전투에서도 백호 전차의 완벽한 승리였다. 갑작스럽게 나타난 대전차 보병들로 인해 잠시 애를 먹었지만, 만족할만한 승리였다.

“좋아! 각 중대 남단 방향으로 기동에 들어가 이치하라 시가지를 벗어난다. 5중대가 선두로 빠르게 기동한다. 이상”

“제5중대 확인! 이상”

“제6중대 확인! 이상”

“제7중대 확인! 이상”

“본부중대 확인! 이상”

임무를 완수한 제35전차대대는 이치하라를 통과하고 일본 자위군의 총 지휘부가 있는 신요코다 지하 벙커를 향한 마지막 기동에 들어갔다.

한편, 제26기갑여단의 배후를 공격하려다가 도리어 제8전차대대에 기습공격을 당한 제7기갑사단 제73전차연대 또한 한 대도 살아남지 못하고 모두 피격되어 괴멸했다. 그리고 제8전차대대 역시 제35전차대대와 마찬가지로 이치하라시를 통과해 신요코다 지하 벙커를 향해 기동에 들어갔다.

★ ★ ★

2021년 2월 26일 18:50,

일본 혼슈 지바현 이치하라시 근방 126번 도로.

제7기갑사단의 직할 부대로 최강의 전투력을 보유했다던 제7정찰대는 어이없게도 전차도 아닌 현무 장갑차로 이뤄진 제103기계화보병대대에 전멸을 당하는 수모를 당하고 말았다.

126번 도로 위에서 불에 타고 있는 10식 전차를 비롯해 도로 양쪽의 농경지 바닥 위에는 플라즈마 활성탄과 50mm 광자포에 직격당해 검은 연기를 내뿜은 전차 등 33대의 10식 전차는 저마다 다양한 몰골로 도로와 농경지 바닥에 주저앉아 있었다.

제7기갑사단의 1차 방어부대를 섬멸한 제26기갑여단은 본격적인 신요코다 지하 벙커를 공격하기 위해 재차 진공에 들어갈 때쯤, 도로와 시내 곳곳에는 피난민으로 보이는 일반 시민들이 각자 배낭을 메고 수상한 움직임을 보임을 보였다.

이들 피난민은 대부분 젊은 남자로 보였고 짧은 머리를 감추고자 했는지 모자를 푹 눌러 섰고 이동하는 발걸음은 왠지 일반 시민으로 보이지 않았다. 더욱이 수상한 것은 피난민이라면 한국군을 피해 반대 방향으로 피난을 가야 했지만, 이들은 반대로 한국군 쪽으로 은밀히 접근하고 있었다.

그리고 막 이치하라 시내를 벗어나 126번 도로를 타기 위해 기동하던 제35전차대대 측면에 수상한 그림자 3개가 탐지되었다. 이에 가장 먼저 발견한 6중대 614호 전차장은 중대장에게 보고했다.

-여기는 까마귀 넷! 측면 260m 지점에 민간인으로 보이는 수상한 발광물체 3개 발견-

-여기는 둥지! 민간인이 확실한가? 수상한 무기는 없는가?-

-네, 현시경으로 확인한 결과······. 엇?-

614호 전차장은 보고하면서도 현시경의 비전 모드를 전환했다. 적외선 모드에서 자기장 모드로 전환하자, 민간인의 등에 메고 있는 배낭에서 방사능이 감지되었다.

-뭔가? 까마귀 넷-

-방사능 감지됩니다.-

-뭐라고?-

-핵, 핵입니다.-

-뭐해? 바로 제압해!-

614호 전차는 핵 방사능이 감지된 수상한 민간인을 향해 주 포탑이 회전했고 광자포를 발사하려는 그때 엄청난 빛이 발산하며 거대한 버섯구름이 백여 미터 상공까지 피어올랐다.

콰앙아앙~ 퓽우우우웅~

10Kt 급의 핵폭탄이 폭발했다. 반경 150m 안인 그라운드 제로는 엄청나 고열로 인해 모든 걸 증발시켰고 충격파와 함께 열 폭풍이 눈 깜짝할 사이 원형을 그리며 퍼져나갔다.

614호 백호 전차를 비롯한 제35전차대대 역시 가까운 거리에서 폭발한 핵폭탄의 끔찍한 열 폭풍을 그대로 뒤집어쓰고 말았다. 45t에 달하는 육중한 백호 전차는 강력한 열 폭풍에 휘말리자 뒤집히고 말았다.

이러한 핵폭발은 제35전차대대뿐만 아니라 제26기갑여단의 본부와 제8전차대대, 그리고 126번 도로에서 제7정찰대를 제압한 제103기계화보병대대 근처에서도 거대한 버섯구름이 피어오르면 주변 일대를 지우개로 지우듯 깡그리 증발시켰다.

쿠우우우웅~

1시간 30분 전, 육상자위군의 특수군 출신의 21세기판 가미카제 자살특공대원 50명 중 선발된 12명은 각자 핵 배낭을 메고 날이 어두워지기를 기다리다 은밀하고 신속하게 이치하라시로 침투했다. 그리고는 어둠이 짙게 깔리자 각자 목표로 한 한국군 기갑부대에 최대한 가까이 침투해 배낭 속의 핵폭탄을 터뜨렸다.

4곳에서 시차를 두고 폭발한 핵폭탄은 한국군의 기갑부대는 물론 이치하라 역시 핵폭탄의 위력에 폐허의 도시가 되고 말았다. 이로써 이치하라는 일본 역사상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3번째로 원폭의 희생 도시가 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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