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96화 (296/605)

도쿄입성2

이때 지그재그로 야지 기동을 펼치며 70mm 히드라 로켓 공격을 회피한 백호 전차의 주 포탑 양쪽 발사관에서도 푸른 불꽃을 터뜨리며 흑룡 미사일이 발사됐다.

대각선으로 헬파이어 미사일과 흑룡 미사일이 교차하며 지나쳤고 공중과 지상에서 일제히 거친 폭발이 연이어 일어났다.

콰앙! 콰앙아아 쾅쾅! 콰아앙!

한국 백호 전차의 대공 시스템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AH-1 닌자 공격헬기 16기는 회피기동을 할 틈도 없이 흑룡 미사일에 격추되면서 추풍낙엽 떨어지듯 공중산화하며 지상으로 추락했다. 백호 전차의 역공 한 번에 시바노 도라마루 비행대대장을 포함한 16기의 AH-1 닌자 공격헬기들은 끝내 임무를 완수하지 못하고 쓸쓸히 전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한편 C-3 백호 전차 역시 여러 대가 헬파이어 미사일에 주 포탑 상부가 피격을 당했으나, 몇몇 광학 장비만 박살 났을 뿐 내부 피격은 당하지 않아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누가 기갑부대의 천적은 공격헬기라 했는가? 대대급 공격헬기가 도리어 전차의 대공 미사일에 섬멸되면서 백호 전차로 인해 그동안 정설이었던 전차에 대한 공격헬기의 전술 교리는 상당한 수정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이처럼 제7항공단 소속의 제1공격헬기대대를 격파하고 질주하는 백호 전차에 이번에는 155mm 고폭탄이 하늘에서 우박 쏟아지듯 떨어지기 시작했다.

제7기갑사단 하루마치 켄제이 육장보는 제1공격헬기대대가 괴멸되었다는 보고를 받자마자 방열을 마치고 대기하고 있던 제7포병연대에 포격 명령을 내렸다.

제7포병연대는 4개의 포병대대로 편제되어 있었고 각 포병대대에는 2개의 중대와 본부관리대가 있었다. 이들 포병대대는 모두 52구경 155mm 99식 자주포를 운용했다.

한국군의 구형 자주포로 전락한 C-9 자주포보다 성능 면에서 약간 못 미친다는 평가를 받은 99식 자주포는 나름 괜찮은 자주포이긴 하였지만, 항상 일본 자위군의 뒷목을 잡는 것이 바로 가격이었다. 99식 자주포는 대당 9억 6천만 엔에 달하는 정신 나간 가격을 자랑했다. 이에 연간 배치 대수는 기존 계획보다 50% 이하로 떨어져 현재 176대만이 실전 배치되어 14개 포병대대에서 운영 중이었다. 이 중 28%에 달하는 99식 자주포가 제7포병연대에 있었다.

쿠앙! 쾅앙! 콰쾅앙~

4개 포병대대 즉 99식 자주포 48문에서 일제히 분당 6발의 속도로 발사된 철갑탄은 무차별적으로 백호 전차가 기동하는 지상을 쑥대밭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포탄의 한계상 정확히 백호 전차의 포탑 상부를 노리고 떨어지는 철갑탄은 없었다. 또한, 99식 자주포의 철갑탄에 상부 포탑 부위가 피격된다 하더라도 하이드리늄 장갑으로 둘러싼 백호 전차의 포탑 상부를 피격할 수는 없었다. 단지 외부에 장착된 광학장 비만이 손상될 뿐이었다.

어쨌든 사방에서 흙기둥이 솟구치는 상황에서 제26기갑연단과 함께 기동한 수도포병여단 소속의 제10포병대대에서도 적 포병부대의 출현에 따라 대포병 사격 절차에 들어갔다.

제10포병대대의 알파, 부라보, 찰리 3개 포대는 언제든 대포병 포격을 가할 수 있도록 3교대 형식으로 돌아가며 방열과 이탈, 그리고 기동을 이어갔다. 즉, 알파 포대가 방열하면 부라보 포대는 이탈 준비를 하고 차리 포대는 기동했다. 이런 순차적 대포병 전술을 전개해 1개 포대는 무조건 방열상태를 유지해 타 부대로부터 콜 싸인이 들어오거나 적 포탄을 탐지하면 즉시 포격을 가할 수 있었다.

자주포의 명품이라 일컫는 C-9 자주포의 개량형인 C-9A1 라이트닝 자주포는 최대 사거리 85km에 탄과 장약이 일체형인 강력한 DP-ICPDM(이중목적 개량 플라즈마 확산탄)를 사용했다.

포대 단위이면서도 자체 대포병 미니 레이더가 장착된 FDC 장갑차에서는 적 포탄의 탐지 후 포격 원천지점에 대한 제원을 계산하여 6문의 C-9 자주포에 전송했다. 20초 만에 이뤄진 일이었다.

W 형식으로 방열한 6개의 포신에서 일제히 DP-ICPDM탄이 발사되었다. 완벽한 자동 장전 시스템으로 3분간 최대 30발을 발사할 수 있는 C-9A1 라이트닝 자주포는 6초에 한발 꼴로 천지를 진동하는 폭발음과 함께 주퇴 운동을 하며 연신 남쪽 상공으로 DP-ICPDM탄을 뿌려댔다.

신요코다 지하 벙커의 전방 평지, 가장 선두에서 방열하여 백호 전차를 향해 포격하던 제7포병연대의 제1대대 1중대, 2중대 상공에 어느새 날아온 DP-ICPDM탄이 공중에서 1차 폭발하며 플라즈마 확산탄을 뿌렸다.

파팡! 쾅앙! 콰앙! 쾅아아앙~ 쾅!

DP-ICPDM탄 한발당 20개의 자탄이 반경 25m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90식 전차의 장갑도 관통하는 확산탄의 위력은 99식 자주포의 포탑 상부쯤은 종잇장 찢듯이 찢어버리고는 포탑 내부를 고열의 열기로 휘저었다. 어떤 자주포는 확산탄 자탄 3발을 얻어맞고는 그대로 거대한 불기둥으로 변해 녹아내리기도 했다.

연달아 낙탄하는 한국 C-9A1 자주포의 DP-ICPDM탄은 단, 3분간의 포격으로 제1포병대대 2개 중대를 괴멸시켰다. 이어 다음 표적으로 서단 3km 지점에서 포격을 마치고 이탈 준비 중인 제2포병대대 쪽으로 포신을 돌려 DP-ICPDM탄을 발사했다.

초탄 6발이 상공을 가르며 거인의 울음소리와 같은 괴이한 소리를 울리며 날아가 막 이동에 들어간 제2포병대대 3중대와 4중대 근방 상공에서 폭발했다.

콰앙!

1차 공중 폭발과 함께 수많은 확산탄 자탄이 주변 상공에 뿌려지며 제2포병대대에게 강철비를 선사했다.

이에 기동하던 99식 자주포 여러 대가 확산탄 자탄에 맞고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으며 저마다 검붉은 화염과 연기를 쏟아냈다. 이에 나머지 제3포병대대와 제4포병대대는 한국 포대에 역 대포병 포격으로 맞받아쳤다. 이에 20km에 달하는 상공에는 양쪽 국가의 155mm 자주포 포탄이 서로를 노리며 교차했다.

한편, 쏟아지는 철갑탄 폭풍 속을 지그재그 회피기동을 펼치며 전진하던 제26기갑여단의 제8전차대대와 제35전차대대는 잠시 뜸해진 포격에 더욱 속도를 높여 야지에서 낼 수 있는 최대속도로 내달렸다.

126번 도로를 기준으로 왼쪽에서 야지 기동을 펼치던 제8전차대대는 이치하라를 크게 우회하여 제26기갑여단의 배후를 치려는 제7기갑사단 제73전차연대를 상대하기 위해 왼쪽으로 선회했다. 그리고 제35전차대대는 이치하라 시내 곳곳에서 건물 사이사이 숨어서 한국 백호 전차를 노리는 제71전차연대를 격파하기 위해 시내 진입을 시도했다.

쮸웅~ 쮸웅~ 쮸웅~

먼저 제35전차대대에서 이치하라 시내를 향해 일제히 광자포를 발사했다. 무차별적인 1차 공격에 10식 전차를 숨기고 있던 건물들이 폭발하며 사방으로 파편들이 날렸다. 혹, 민간인의 피해가 날 수 있는 상황이었으나, 제26기갑여단 여단장은 신경 쓰지 말고 강하게 밀어붙이라는 명령을 내린 상태였다.

4층, 5층의 저층 건물들은 강력한 광자포의 위력에 하나둘씩 폭삭 주저앉으며 그 밑에서 매복하고 있던 10식 전차에 각종 파편과 잔해들이 쏟아져 내렸다. 어떤 전차는 쏟아져 내린 외벽 콘크리트 잔해에 전차 전체가 뒤집어쓰고는 파묻히기도 했다.

일방적인 공격에 10식 전차들은 피해가 속출했고 사정거리 밖에서 쏘아대는 한국 전차로 인해 도심 안쪽으로 후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고속으로 기동하며 무차별적인 광자포 포격은 더욱 거세게 10식 전차들을 노렸다.

★ ★ ★

2021년 2월 26일 17:20,

일본 혼슈 지바현 신요코다 지하 벙커.

1시간 전,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던 통합막료감부 지휘관들은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이 최후의 수단으로 내놓은 작전 안에 3군 막료장들은 이의제기 없이 모두 찬성을 했다. 이에 바로 작전을 투입할 수 있도록 저마다 해당 군의 지휘관들과 2차 회의를 가져 본격적으로 시행할 준비를 했다.

이때, 통신담당 오퍼레이터가 암울한 목소리로 보고했다.

“동북방면대 소속 제6차량화보병사단으로부터 보고입니다. 20분 전, 도쿄 도청을 방어하던 예하 부대인 제1차량화보병연대와 지원군이던 제12공중기동강습여단의 강습연대와 제1기갑사단의 제32기갑연대까기 전멸에 가까운 피해를 보고, 후방으로 후퇴했다는 보고입니다. 현재 도쿄 도청을 비롯한 일대 5km까지 한국군의 수중에 넘어갔다고 합니다.”

현재 도쿄 방어를 책임지고 있는 부대에서 올라오는 보고들은 전부 암울한 보고뿐이었다. 이에 만성이 되어버린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은 아랫입술을 깨물며 말했다.

“도쿄 도청은 다른 곳보다 연대급 규모로 방어하지 않았나? 거기다가 강습부대에 전차연대까지 지원군으로 보냈건만, 패퇴해? 대체 한국군의 규모가 어느 정도였나?”

“그것이, 대대급 보병 규모이긴 한데, 하나같이 중갑을 두른 보병이라는 보고입니다.”

“대대급? 아무리 중갑을 두르든 뭘 하든 어떻게 사단급에 가까운 병력이 패퇴할 수 있냔 말이야.”

급기야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는 탁자 위에 있던 물잔을 그대로 바닥에 집어 던졌다.

쨍그랑~

일순간 상황실은 시간이 멈춘 듯 정적이 흘렀다. 숨 막힐 거 같던 정적은 타키타요 오지로 육상막료장의 말에 깨졌다.

“통막장님! 특수군 중에서 결사 항전할 대원들을 선발하였습니다.”

이에 심각한 표정을 짓고 스크린을 노려보고 있던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은 두 눈을 뻔쩍 뜨고는 물었다.

“정말입니까?”

“네, 통막장님! 현재 50명이 대기 중입니다.”

“50명이라······. 그 정도면 일단 한국군을 저지하는데 충분할 거 같소이다. 자! 그렇다면 핵 전술 포탄은 어떻게 돼가고 있습니까?”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은 고개를 돌려 긴급 대책회의 때 참석한 와타나베 히데아키 방위창비청장에게 물었다.

“네, 현재 보내주신 군인들과 우리 직원이 창비청 창고에서 분출 중입니다.”

“이곳으로 무사히 가져올 수 있겠소”

“어떻게든 가져와야지요.”

“좋습니다. 이 기회가 우리 자위군에게는 마지막 기회입니다.”

“한데, 부총리에게 보고를 안 해도 되겠습니까?”

“그건 내가 알아서 하겠소.”

와타나베 히데아키 방위창비청장의 물음에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은 딱 잘라 말했다. 이때 또 다른 통신담당 오퍼레이터의 보고가 올라왔다.

“현재 여단급 기갑부대가 126번 도로를 이용해 현재 이치하라까지 진공 하여 현재 제7기갑사단과 교전에 들어갔다는 보고입니다.”

신요코다 지하 벙커와 이치하라까지는 13km밖에 되지 않은 짧은 거리였다. 한마디로 한국군이 바로 턱밑까지 가까워졌다는 얘기였다.

“가용한 모든 전력을 총동원하여 한국군을 막으세요.”

현재 신요코다 지하 벙커를 방어하는 부대는 제7기갑사단의 직할 부대와 제72전차연대, 제11기계화보병연대 그리고 제7항공단의 제2공격헬기대대와 경비여단이 전부였다.

“와타나베 청장, 서둘러야겠소이다. 또한, 타키타요 오지로 육막장은 전술 핵폭탄이 도착하는 대로 결사 항전 대원들을 즉시 투입할 수 있도록 준비하시오. 난 지금 바로 아소 다로 부총리를 만나 뵙고 오겠소”

“네, 알겠습니다. 통막장님!”

마사키 하지메 통합막료장이 추진하는 작전은 바로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진주만을 공습했던 가미카제 공격 전술이었다. 21세기 들어 다시 한번 일본은 한국군을 상대로 결사 항전이라는 미명 아래 핵 배낭을 둘러매고 적진으로 뛰어들 자살 특공대를 준비시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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