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71화 (271/605)

파상공세

2021년 2월 21일 16:00,

서울시 강남구 국가정보원 사이버보안국 보안2과 과장실.

지난 17일 미국 워싱턴 외곽 USSC 조직의 서버실에 침투 후 해킹하여 내려받은 자료들은 파일 하나하나 모두 특수 프로그램으로 암호화가 걸려 있었다. 이에 사이버보안국 모든 요원은 이 암호화를 풀기 위해 총동원이 되었다.

남궁원 역시 배당된 자료의 암호를 푸느라 오늘도 컴퓨터와 씨름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호큘라에게도 배당해 일부 자료는 암호를 풀어 중요한 정보를 알아낼 수 있었다. 지금 합동참모본부에서 미국의 최신예 무기 제원을 알게 된 것도 이번에 암호화를 풀어 제공한 DB 정보였다.

하지만 이렇게 호큘라 슈퍼컴퓨터가 도와주는데도 남은 암호화 된 자료는 줄어들지 않았다. 자그마치 2PB(=2,097,152GB)였다.

중요한 자료만이라도 먼저 암호화를 풀어 알아내면 좋으련만 어떤 자료가 중요한 건지 아닌지 알 수 없는 상황이기에 무조건 모두 다 풀어야만 했다. 어쨌든 하루에 10개까지는 풀어보자는 목표를 두고 신나게 키보드를 두드리는 가운데 5번째 자료의 암호화를 풀었다.

“오케이! 그렇지! 1시간밖에 안 걸렸어!”

양손을 부여잡고 기도하듯 흔든 남궁원은 자물쇠가 풀린 모양의 파일을 클릭했다. 이에 컴퓨터 모니터에 사진을 비롯한 영문으로 작성된 글들이 보였다.

이에 마우스로 룰바를 클릭한 후 천천히 내려가며 정보를 확인하다가 그만, 심장이 멎을 듯한 충격을 받고는 그대로 온몸이 얼어붙었다.

남궁원이 보고 있는 자료의 정보들은 그동안 꿈에서라도 알고 싶었던 가족과 친구의 죽음에 대한 모든 진실이 담겨있었다.

남궁원의 두 눈에서는 굵은 눈물이 사정없이 흘러내렸다.

그렇게 30분 동안 자리에 앉아 지난 과거를 생각하며 서글프게 울었던 남궁원은 진실이 담긴 정보를 개인 USB에 담고는 컴퓨터를 껐다. 그리고는 과장실에서 나와 대테러수사국 부국장실로 향했다.

“들어오세요.”

문이 열리고 남궁원이 들어왔다. 이에 안연우 부국장은 활짝 웃음을 보이며 반갑게 맞아줬다.

“남궁 과장, 어서 와. 이리 앉게나.”

안연우 부국장은 자리에서 남궁원과 악수를 하고는 이내 소파를 가리키며 말했다.

“오랜만입니다, 부국장님. 복귀하자마자 맡은 임무에 이제야 뵙습니다.”

“우리 하는 일이 다 그렇지 않나? 일은 할 만하고?”

국가정보원과 어울리지 않은 포근한 인상의 소유자인 안연우 부국장은 차 한잔내오라는 주문을 하고는 소파에 앉았다.

“언제 할 거야?”

“네?”

“이 과장하고 언제 결혼할 거냐고?”

이혜진 과장과의 결혼 얘기에 쑥스러웠는지 남궁원은 뒷머리를 매만졌다.

“농담이야 농담! 그래 무슨 일로?”

“아! 네.”

남궁원은 인가받지 않은 개인 USB를 꺼내 안연우 부국장에게 건넸다.

“이거 비인가 USB 아닌가?”

“죄송합니다. 일단 봐주시기 바랍니다.”

“이리 줘봐.”

USB를 건네받은 안연우 부국장은 노트북을 가져와 USB를 꼽고 이동식 디스크를 클릭했다. 그리고 얼마의 시간이 지나고 안연우 부국장의 얼굴은 매우 심각한 표정으로 바뀌어 있었다.

“대체 이걸 어디서 구했나?”

“지금 우리 국에서 비밀리에 진행하고 있는 일입니다.”

“미국 USSC 조직이란 곳에서 해킹해온 자료 말인가?”

“그렇습니다.”

안연우 부국장은 국장급 전체 회의에 참석해 대충은 진행되고 있는 일은 알고 있었다.

“그럼 암호화 자료를 풀다가 알게 됐다는 거군?”

“네.”

“그럼, 이걸 왜 나한테 가져왔나? 자네 국장님에게 드려야지 않나?”

“이 자료는 제 개인적으로 관련된 일이기도 하고, 처음 국정원에 들어온 계기도 부국장님 때문이기도 했기에 의논 좀 드리려고 왔습니다.”

“이해는 가네. 그럼 어떤 의논을 하고 싶은 건가?”

안연우 부국장의 질문에 남궁원은 잠시 망설이는 듯하다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부국장님! 전 부모님과 친구의 복수를 하고 싶습니다.”

“복수?”

남궁원의 말에 안연우 부국장은 깜짝 놀랐다.

“복수라니? 자네는 예전의 김인직이 아니고 남궁원이야. 자네의 과거는 남궁원이 되면서 지난 모든 과거는 사라진 거야.”

“만약 부국장님이 저라면 그런 말이 들리겠습니까?”

남궁원은 단단히 결심한 사람처럼 목소리에 힘을 주고 말했다. 이에 부국장은 마땅히 해줄 말이 생각이 나지 않았는지 그냥 물끄러미 남궁원을 바라만 봤다.

“도와주세요. 부국장님!”

남궁원은 고개를 숙이며 절실한 마음으로 부탁했다.

“그래, 내가 어떻게 도와주면 되겠나?”

★ ★ ★

2021년 2월 21일 18:00,

일본 혼슈 효고현 도요나카 서단 22km 요미우리 골프장.

금일 오전 이곳 요미우리 골프장에 도착한 제3해병기동사단(화룡) 본부와 직할부대, 그리고 제12기계화보병여단은 휴식 시간을 갖은 후 오후 5시를 기일로 오사카 점령 작전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선봉 임무를 수행했던 수색전차대대와 제12기계화보병여단의 제52기계화보병대대가 우회하여 12시 방향에서 진공하고 제12기계화보병여단의 제51전차대대와 제53기계화보병대대가 11시 방향에서 진공 했다.

이곳 요미우리 골프장에는 사단 직할부대인 제3방공연대가 적 항공가에 대한 대공 경계 임무 들어갔고 제3포병연대는 아군의 포격 요청이 오면 즉각 포격할 수 있도록 골프장 곳곳에 방열한 상태로 대기했다.

또한, 아카시 점령 후 혼슈 남해안을 따라 기동하여 고베시를 점령 한 제3해병기동사단(화룡)의 예하 부대인 제10기갑여단은 오사카 진공 시간에 맞춰 9시 방향에서 진공 할 예정이었다.

요미우리 골프장에서 이륙한 정찰용 드론인 스파이더II 드론 20여 기가 서서히 어두워지는 오사카 시내로 날아갔다. 서울보다 넓은 장소이기도 했고 정확한 적 위치를 파악하고자 사단에서 보유한 모든 드론을 보냈다.

동시다발적으로 3방향에서 진공 하는 제3해병기동사단(화룡)의 전차와 장갑차는 시내로 서서히 진입하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적의 매복부대로 인한 특별한 반격은 없는 상황에서 8차선 도로를 따라 기동하는 수색전차대대가 신기했는지 일본 시민들은 건물 안에서 창문을 통해 구경했다. 일본과의 전쟁이 시작된 지 20일째인 상황에서도 시민들은 현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듯했다.

- 정지! 기동 정지!

선두에서 기동하던 711호 전차장이자 1소대 소대장의 목소리가 통신망을 타고 들려왔다. 이에 종대 대형으로 기동하던 7전차중대의 전차 14대는 일순간 정지했다.

- 뭔가? 적이라도 나타난 거야?

701호 전차장이자 7중대 중대장인 강선호 대위가 물었다.

- 노인네 하나가 일장기를 들고 전차 앞에서 쇼합니다.

711호 전차 앞으로 노인 한 명이 뛰어와 가로막으며 일장기를 흔들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 뭔 쇼?

- 일장기를 흔들며 ‘덴노헤이카 반자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 뭘 어떻게 해, 길가로 끌어내! 여기 매복부대는 없는 곳이다.

- 알겠습니다.

통신을 마친 711호 전차장인 홍진오 중위는 포수인 김영준 하사에게 말했다.

“김 하사! 나가자, 저 노인네 끌어내자.”

“알겠습니다.”

“아직도 일본제국인 줄 아나! 저 미친 노인네 때문에 이게 뭔 짓이냐?”

“그러게 말입니다.”

정신 나간 노인 한 명 때문에 7중대 전체가 기동을 중지가 된 상황에서 홍진오 중사와 김영준 하사는 각자 해치를 열고 백호 전차에서 나와 노인한테 걸어갔다.

“저리 비켜요.”

김영준 하사가 권총을 꺼내 들고 사격 자세를 취한 상황에서 홍진오 중위가 노인을 향해 손을 휘저으며 길가로 가라는 손짓을 했다. 하지만 일본 노인은 개의치 않고 계속해서 일장기를 흔들며 천황폐하 만세만 주야장천 외쳤다.

“저리 가라고!”

홍진오 중위는 노인의 멱살을 잡고는 강압적으로 끌고 가려는 그때, 어디선가 총성이 울렸다.

타타타타타탕! 타타타탕!

멱살을 잡고 끌고 가려던 홍진오 중위와 노인에게 갑자기 총탄이 빗발쳤다.

외마디 비명과 함께 검붉은 피를 토해내며 노인이 쓰러지자 멱살을 잡고 있던 홍진오 중위 역시 여러 발의 총탄을 맞고는 쓰러졌다.

- 매복이다. 전방 11시 방향 거리 120, 6층 건물의 3층!

6층 건물의 3층에 광자포 광물질 입자가 꽂히며 건물 전체가 흔들리며 폭발했다. 중화기를 난사하던 검은 그림자 역시 폭발에 휘말리며 산화했다. 711호 전차 뒤에 있던 712호 전차에서 신속하게 제압 사격을 가했다. 그리고는 712호 전차장은 711호 조종수에게 명령을 내렸다.

- 711호 앞으로 기동해 막아!

711호 전차는 쓰러진 홍진오 중위 앞으로 기동한 후 멈췄다.

“전차장님, 괜찮습니까?”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김영준 하사가 급히 뛰어가 쓰러진 홍진오 중사를 살폈다. 다행히 보호 슈트 때문인지 치명상은 당하지 않았지만 10여 발에 가까운 중화기를 동시에 맞아서 그런지 기절했다.

- 대대장이다. 7중대 교전 중인가?

다른 쪽 도로에서 기동하던 대대장이 폭발 소리를 듣고 통신을 보내왔다. 이에 7중대장이 대답했다.

- 충성! 7중대장 대위 강선호입니다. 노인 하나가 길을 막고 있어서 711호 전차장과 포수가 하차해서 도로 밖으로 끌어내려다가 매복부대의 공격에 당했습니다.

- 미쳤어? 시가전 중에 보병 지원 없이 전차 승조원이 하차해?

- 죄송합니다. 정찰 정보에 의하면 매복부대가 없는 지역이라 제가 하차 지시를 내렸습니다.

- 정찰 정보는 언제든 바뀔 수 있는 거잖아!

- 죄송합니다.

-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

- 전차장이 총격을 받았는데 중상은 아니고 총격에 따른 충격으로 잠시 기절한 듯합니다.

- 최대한 빨리 수습하고 기동해, 다른 중대에 피해 주지 말고!

★ ★ ★

2021년 2월 21일 19:00,

서울시 강남구 국가정보원 사이버보안국 보안2과 과장실.

안연우 부국장과 1시간 동안 대화를 한 후 돌아온 남궁원은 마저 남은 자료의 암호화를 풀기 위해 컴퓨터 작업을 했다.

똑똑.

노크가 소리가 울리고는 이내 문이 열렸다. 이에 놀란 남궁원은 급한 나머지 노트북 덮개를 닫았다.

“원아, 나야!”

이혜진 과장이었다.

“아직 퇴근 안 했어?”

“너 보고 가려고 했지, 오늘도 역시 야근?”

“그렇지 뭐.”

“뭐하는데 깜짝 놀라면 노트북을 닫아?”

“아무것도 아니야!”

“극비야?”

“응, 맞아. 극비야 극비.”

“수상한데, 뭔가 냄새가 나는데.”

이혜진 과장은 뒷짐을 지고 허리를 숙인 자세로 걸어오며 두 눈을 흐릿하게 뜨고는 의심스럽다는 눈초리로 대하였다.

“정말이야, 업무상 극비라서 그래.”

“그래? 그럼 살짝만 보여줘. 극비인가 아닌가만 볼게.”

“살짝 보여주면 그게 극비야? 안 돼, 절대 안 돼.”

“알았다. 나 이만 퇴근할게, 집에서 봐!”

“조심히 가.”

이혜진 과장이 나가고 안심의 한숨을 내쉰 남궁원은 노트북 덮개를 올렸다. 남궁원의 노트북 화면에는 가족과 친구를 암살한 스콜피온 조직원의 사진과 신상정보가 자세히 쓰여 있었다.

“들킬 뻔했네.”

남궁원은 이번에 알게 된 기본 정보를 가지고 모든 수단을 총동원하여 자신의 가족과 친구를 암살한 스콜피온 조직원의 신상정보를 캐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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