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윗과 골리앗
2021년 2월 13일 23:00,
일본 규슈 사가현 사가시 북동단 10km.
현존 최강이라고 알려진 미국의 AH-64E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32기와 스텔스 WAH-91SP 송골매 공격헬기와의 보기 드문 공중전이 막 시작되었다.
가시거리 공중전에서 스텔스 기능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지만 강력한 SEMP 전파 교란 덕에 레이더 자동조준을 하지 못한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는 송골매 공격헬기의 다목적 미사일인 S-ALAM 60 흑룡 미사일의 선제공격을 받았다.
일제히 발사된 32기의 S-ALAM 60 흑룡 미사일은 하얀 항적을 보이며 빠르게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를 덮쳤다.
일부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는 명성답게 채프와 플레어를 뿌리며 회피기동으로 흑룡 미사일을 피했지만, 나머지 12기는 그대로 불덩어리로 산화하며 지상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양측의 거리가 5km 이내로 좁혀지자 아파치 가디언의 부조종사이자 무기관제사가 레이더의 자동조준이 아닌 수동조준으로 송골매 공격헬기에 락 온을 걸고 양 날개 끝에 장착된 AIM-9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했다.
24기의 AIM-9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이 열추적 시커를 켜고 각자 표적을 향해 날아갔다. 이에 송골매 공격헬기는 기만용 섬광 장치인 마그네슘과 나트륨 성분의 2천도 발화 열을 내는 신호탄 계열의 자체발광물질인 채프를 허공에 뿌리며 루 푸 기동을 펼쳤다.
*루 푸(Loop): 360도 공중회전. 즉 도중에 옆으로 기울거나 하지 않고 최초와 최후가 동고도가 되도록 하는 기동법
1980년대 당시 TV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미국 드라마인 ‘출동 에어울프’에서 에어울프가 적과 공중전을 하면서 자주 보여줬던 기동이었다.
천사 날개가 펼쳐지듯 좌우로 갈라지며 번쩍거리는 채프에 마하 2.2에 달하는 속도로 날아오던 AIM-9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의 열추적 시커가 틀어졌다. 이에 목표가 바꾼 사이드와인더 미사일은 채프를 향해 폭발하며 파편들을 비상시켰다.
아파치 가디언의 미사일 공격을 모두 회피한 송골매 공격헬기는 루 푸 기동 후 남아있던 S-ALAM 60 흑룡 미사일을 모두 발사했다.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수동조준으로 역시 남아있는 AIM-9 사이드와인더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했다.
슈웅~ 슈웅~
4km도 안 되는 거리에서 양측의 공대공 미사일들이 엇갈리며 날아갔고 송골매와 아파치 가디언 역시 플레어와 채프를 뿌리며 각가지 회피기동에 들어갔다.
콰앙! 콰앙! 콰앙!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 13기가 검붉은 화염에 휩싸인 채 지상으로 추락했다. 그리고 송골매 공격헬기 1기도 우측 측면에 사이드와인더의 폭풍 파편이 쏟아졌다. 하지만 리퀴드메탈 합금으로 코딩된 장갑 덕분에 공중 폭발이나 추락은 모면했다. 단지 약간의 기계 오작동만 일으킬 뿐이었다.
- 여기는 기러기 셋, 현재 우측 동체에 피탄! 피탄! 무장기능 오류! 무장기능 오류!
- 여기는 바닷새! 기러기 셋 컨텍! 교전 중지 이그레스!
- 여기는 기러기 셋! 라저!
우측 동체에서 하얀 연기를 내뿜은 송골매 공격헬기는 즉시 고도를 상승하며 교전 지역에서 벗어났다.
두 차례 공대공 미사일 공격 이후 공대공 미사일을 모두 소진한 양측의 공격헬기는 M230 30mm 체인 건과 22mm 레이저 벌컨 빔 간의 공중전 향상으로 바뀌었다.
초기 교전과는 다르게 수적으로 불리한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의 30mm 체인 건의 총구에서 불이 뿜어져 나왔다. 휘어지며 날아가는 30mm 기관포탄은 송골매 공격헬기의 회피기동 속도를 따라오지 못했다. 도리어 22mm 레이저 벌컨 빔에 벌집이 되어 공중 폭발을 했다.
콰아앙!
★ ★ ★
2021년 2월 13일 23:00,
일본 규슈 사가현 사가시 북서단 5km 평야 지대.
송골매 공격헬기가 아파치 가디언 헬기를 상대하기 위해 지상공격을 멈추고 북단으로 사라진 이곳 평야 지대에는 72대의 차륜형 K-23P-M 현무 기동전투장갑차와 10식 전차는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치열한 교전을 가졌다. 차륜형 장갑차만으로 전차를 상대하는 것은 전술적으로 매우 어리석은 짓이었지만 현재 일본 육상자위군의 10식 전차를 상대하는 한국 장갑차는 일반 장갑차가 아니었다.
경전차 정도의 방호력 장갑과 10식 전차의 120mm 활강포보다 더 강력한 50mm 광자포를 탑재한 장갑차였기에 방어력과 공격력을 비교하자면 10식 전차와 충분히 상대할 수 있었다.
퍼엉! 퍼엉! 퍼엉!
야간 전투였기에 서로를 향해 날아가는 날탄과 광자포가 빛줄기처럼 뻗어 나갔다. 하지만 50mm 광자포는 빛 속도였기에 길게 이어진 줄이 그어지는 것처럼 보였다.
“2시 방향 거리 890, 발사!”
조그마한 언덕에 숨어있던 10식 전차가 모습을 드러내자 단차장인 홍성준 중사가 발사 명령을 내렸다.
퓨웅!
깔끔한 발사음과 함께 빨랫줄처럼 날아간 광자포 입자는 그대로 10식 전차의 상부 포탑을 강타했다. 증갑장갑으로 동체와 포탑 전체를 도배하듯 붙였지만 가공할 50mm 광자포 입자는 검붉은 마그마처럼 장갑을 뚫고 들어가 전차 내부를 헤집어 놨다.
“그라제! 그라제!”
차륜형 장갑차답게 고속기동을 펼치며 방금 10식 전차 한 대를 날려버린 3소대 732호 장갑차의 홍성진 중사는 손까지 번쩍 들며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는 미리 설정한 2번째 표적을 차장조준경(ICPS)으로 표적 설정을 하고는 재차 명령을 내렸다.
“7시 방향! 거리 12000, 다음 표적은 저놈이다.”
732호 장갑차가 급격히 왼쪽으로 틀며 튀어나갔다. 울퉁불퉁한 야지에서 이리저리 기동하는 732호 장갑차에 탑승한 해병대원들은 죽을 맛이었다. 급격한 야지 기동에 멀미가 날 지경이었지만 단차장보다 계급에서 밀리다 보니 뭐라 말할 수는 없었고 지금 당장 해치 문을 열고 나가서 싸우는 게 낫다 싶었다. 이에 분대장인 강주용 병장이 참다못해 단차장에게 소리쳤다.
“단차장님! 저희 나가서 싸우면 안 되겠습니까?”
차장조준경(ICPS)으로 표적을 설정하며 흥분해 도취해 신나있던 홍성진 중사는 고개를 돌려 뒤돌아보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미친놈아, 지금 나갔다가 전차탄에 불고기 되고 싶냐?”
이때 우측면에 상당한 충격이 밀려왔다.
콰앙! 우지지직!
“뭐야?”
10식 전차의 120mm 활강포의 날탄에 측면 하단이 직격당하며 장갑차 전체가 들썩거렸고 타이어 2가 터져버렸다. 하지만 다행히도 하이드리늄 합금 장갑의 방호력 덕분에 내부 유폭 피해는 피할 수 있었다. 여기서 문제는 기동력을 상실한 732호 장갑차는 이제 꼼짝 못 하고 일본 10식 전차의 좋은 먹잇감이 되었다는 것이었다.
“피격입니다. 단차장님!”
“기동 상실이냐?”
“네, 우현 타이어 2번과 3번이 날아갔습니다.”
732호 조종수 나현호 병장이 장갑차 상태를 알려주는 모니터를 보고는 소리쳤다. 이에 홍성진 중사는 차장조준경을 파노라마로 설정 변경을 한 후 주위를 살폈다. 3시 방향에서 굴곡진 진형을 빠른 속도로 다가오는 10식 전차 한 대가 열화상 조준경에 잡혔다.
“김 하사! 3시 방향 거리 1200 발사! 연속 발사!”
퓨웅! 퓨웅! 퓨웅!
연속으로 광자포 입자 2방을 맞은 10식 전차 포탑이 날아가 버렸고 내부 유폭으로 인해 거대한 화염이 치솟았다.
“제길! 골치 아프게 됐군”
당장의 위험은 모면했지만 언제 또 10식 전차에 언제 피격을 당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에 홍성진 중사는 하차조 해병대들을 보며 지시를 내렸다.
“김 하사는 파노라마로 주위 경계하고, 해병대는 하차한다. 강 병장 되도록 엄폐물 찾아 경계만 해라. 너무 설치지 마라, 그러다 훅 간다.”
“알겠습니다. 단차장님!”
강용주 병장은 뭐가 그리 좋은지 살벌하게 교전이 벌어지는 한가운데에서 하차하는데도 싱글벙글 웃으며 대답했다.
“애들아 지옥에서 나가자!”
732 장갑차의 후방 해치가 열리고 해병들이 사방으로 전개되었다. 해병들은 해치에서 나오자마자 주변에 파여 있는 구덩이로 뛰어들거나 부서진 전차의 잔해 속으로 몸을 날렸다.
신속한 동작으로 분대 화기 담당인 나동윤 상병은 순식간에 KS3 레이저 미니 머신 건을 거치되고 후임인 김경태 일병도 휴대용 대전차 화기인 S-LTM 50A2 철궁 발사관을 어깨에 멨다. 그 사이 732호 장갑차는 충분한 주위 경계 및 방어 역할을 해주었다.
콰아아앙!
거친 폭발음이 울리며 732호 장갑차 후방에 폭발이 일어났다. 검붉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내부까지 폭발했는지 확인하긴 힘든 상태였다. 이에 나동윤 상병이 방금 날탄을 발사한 10식 전차를 향해 8mm 레이저 미니 머신 건에서 빛줄기가 뿌려졌다.
쭈웅쭈웅쭈웅쭈웅~
수많은 빛줄기가 10식 전차에 쏟아졌다. 하지만 8mm 레이저 빔으로 10식 전차의 정면 장갑을 뚫기는 역부족이었다. 일부 조준경이나 전차 외부에 장착된 광학 장비가 손상할 뿐이었다.
팟팟팟팟~
나동윤 상병은 계속해서 방아쇠를 당기며 후임인 김경태 일병에게 지시했다.
“경태야! 저 새끼! 상부 포탑 부위를 조준해서 발사해.”
김경태 일병은 어깨에 메고 있던 철궁 발사관을 정확히 견착한 후 조준경을 통해 레이저 빔이 쏟아지고 있는 10식 전차의 포탑 상부를 조준했다. 그리고 곧바로 락 온을 건 후 방아쇠를 당겼다.
60mm 직경에 45cm밖에 되지 않은 S-LTM 50A2 철궁 유도탄은 하늘로 치솟더니 바로 10식 전차의 포탑 상부에 내리꽂혔다.
콰아아앙!
전차의 장갑 중 가장 취약한 상부 포탑이 쪼개지며 불기둥이 솟구쳤다.
“잘했어.”
나동윤 상병은 김경태 일병에게 엄지 척을 하며 칭찬했다.
콰아앙!
순간 흙기둥이 솟아오르며 나동윤 상병과 김경태 일병은 HE탄의 폭발 위력에 날아갔다. 몇 미터를 날아가 구른 2명은 보호 슈트 덕분에 치명상은 입지 않았지만, 강력한 충격파에 정신은 몽롱했고 고막은 파열됐는지 쪽 귀에서는 피가 흘러나왔다.
“경태야, 괜찮아?”
먼저 정신을 차린 나동윤 상병이 엎어져 쓰러져 있는 김경태 상병을 흔들어 깨웠다.
“으윽!”
간신히 정신을 차린 김경태 일병은 헬멧 사이로 손을 넣어 귀를 만지며 울먹거렸다.
“나 상병님, 소리가 안 들립니다. 윙윙거리기만 합니다.”
나동윤 상병도 마찬가지였다. 김경태 일병이 양 귀를 감싸고 소리치는 걸 보고 나동윤 상병도 큰 소리로 소리쳤다.
“나도 안 들려! 고막이 아작났나보다.”
이때 저편에서 소대 의무병인 김일헌 상병이 몸을 숙이며 뛰어왔다.
“어디 다친 거야?”
나동윤 상병은 대답 대신 양 귀를 가리키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렸다.
“기다려봐!”
김일헌 상병은 의무용 백에서 주사기들 꺼내 차례대로 주사를 놓았다.
“괜찮아! 단순 고막파열이야! 이거 맞고 당분간 휴식 취하면 낫는다. 그러니 걱정하지 마라”
분대 동기인 김일헌 상병의 말에 입 모양으로 알아들었는지 나동윤 상병은 알았다는 듯 어깨를 한번 툭 치고는 방그레 웃었다. 하지만 옆에 있는 김경태 일병의 표정은 울상이었다.
“단차장님이 걱정이네.”
시꺼먼 연기를 뿜어내고 있는 732호 장갑차를 보며 김일헌 상병이 걱정된 표정으로 말했다. 이때 분대장까지 뛰어왔다.
“애들 괜찮은 거냐?”
강용주 병장이 김일헌 상병에게 물었다.
“네, 외부 상처는 없고 단지 충격음에 고막이 파열된 거 같습니다. 분대장님!”
“주위 살피면서 응전하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한 김용주 병장은 고개를 내밀어 주위를 살폈다. 적외선 모드와 인버턴 비전 모드에 일본 10식 전차는 보이지 않았다.
“일단 이곳에 움직이는 일본 전차는 없는 듯하다. 너희 둘은 여기에 가만히 있어!”
- 부분대장! 지금 바로 732호 장갑차 확인 바람, 나머지 분대장조는 사주경계 철저히 한다.
분대통신망으로 분대장의 지시가 내려오자 건너편 파괴된 전차에서 엄폐하고 있던 부분대장조 해병대원들이 모습을 보이며 732호 장갑차로 뛰었다.
그리고 상부 포탑 해치를 열어젖혔다.
- 단차장님과 김 하사님도 무사합니다.
후방 해치 부위에 날아온 날탄에 직격당한 후 폭발한 충격에 잠시 기절했던 단차장과 포수 김일원 하사는 장갑차 내부에 가득한 연기 탓에 콜록거리며 축 늘어져 있었다. 이에 부분대장조 해병대원들이 일일이 밖으로 끄집어냈고 조종수였던 나현호 병장 역시 밖으로 데리고 나왔다.
아까보다 광자포와 전차포 포격음이 잦아든 상황에서 북단에서 로터음을 울리며 송골매 공격헬기에서 플라즈마 활성탄이 지상으로 꽂히고 있었다.
콰아아앙!
20여 분 전, 아파치 가디언 공격헬기를 상대하기 위해 북쪽 상공으로 비행했던 송골매 공격헬기가 임무를 완수하고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이로써 이번 사가 시가전 승리는 까치독사연대에 기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