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둥반도 점령전
2020년 12월 18일 15:00,
충북 청주시 제17전투비행단 지하연구소 X-22 연구실(인공위성 개발).
X-22 연구실은 수많은 연구진으로 북적거렸다. 지난 19년도에 KS-AD 제우스 1호를 성공적으로 개발한 후 2021년에 제우스 2호와 3호 개발을 완료할 예정이었으나, 한중전 발발로 국방부와 정부 기관에서 제우스 전략요격위성의 개발 시점을 앞당겨달라는 성화에 기존 연구진보다 2배에 이르는 연구원이 충원되었다.
인공위성의 아버지라 불리는 항공우주학의 국내 일인자인 오동진 박사는 요즘 들어 하루 2시간밖에 못 자는 강행군 속에서 제우스 2호와 3호의 막바지 조립 작업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또한, 대한민국 상공을 지켜주고 있는 제우스 1호에서 치명적인 약점으로 도출된 출력저하 문제도 오동진 박사와 50여 명에 달라는 연구원의 끈질긴 연구 덕에 말끔히 보완하였고 위성 자체중량 또한 경량화에 성공했다.
“안녕하십니까?”
막바지 조립 작업에 열중하고 있는 X-22 연구실의 문이 열리고 남궁원 수석이 들어왔다.
“남궁 수석! 어서 오게나.”
오동진 박사가 남궁원을 보고 반갑게 맞아줬다. 그리고 나머지 연구원들도 반갑게 손을 들어주며 인사를 건넸다.
“오 박사님 얼굴이··· 요새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닙니까? 그러다가 큰일 나겠어요.”
“내 꼴이 좀 안 좋지? 말도 마! 요새 국방부 성화에 내가 잠도 못 자고 이러고 있다네.”
오동진 박사의 얼굴은 그야말로 피곤함에 찌들어 있었다. 다크써클은 볼까지 내려왔고 하얀색 연구복은 어느새 각가지 기름 찌꺼기에 변색해 있었다.
“쉬엄쉬엄하세요.”
“괜찮아, 공돌이가 하는 일이 다 그렇지 뭐! 지금은 만성이라 괜찮다네. 그리고 얼마 안 남았어.”
“그래요? 언제 완료되나요?”
남궁원의 방문에 잠시 짬을 낸 오동진 박사는 잠시 허리를 펴며 휴식시간을 가졌다.
“아마도 15일 정도면 마무리될걸?”
오동진 박사의 애제자인 유호원 박사가 위성 반대편에서 고개를 내밀고 말했다.
“유 박사님, 안녕하세요.”
“남궁 수석도 잘 지냈지?”
“그럼요. 요새는 할 일이 별로 없어서 이렇게 마실 다니고 있어요.”
“부럽구먼, 하하하.”
“참, 이 박사님!”
“왜?”
“이것 좀 봐주세요.”
남궁원은 가지고 온 태블릿 PC를 건넸다.
“이게 뭔가?”
“이것은 호큘라에게 도움받아 만든 겁니다.”
건네받은 태블릿 PC 화면에는 설계도면과 함께 여러 내용이 적혀 있었다. 이런 그림을 한참 바라보던 오동진 박사는 살짝 놀라며 두 눈을 크게 뜬 채로 말했다.
“이게 가능한가?”
“아직 초기 단계라 잘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기발한 생각이야. 실현만 된다면 말이지. 나중에 나도 꼭 해보고 싶군.”
“그렇죠? 언젠가 이걸 꼭 개발해서 돈 좀 벌어서 노후 인생 좀 편히 살까 합니다.”
“그때 나도 좀 끼워주게나. 남궁 수석 덕에 나도 여생을 돈 걱정 안 하고 살고 싶은데?”
“네? 하하하.”
훗날 남궁원이 개발하고 있는 시스템은 세계 게임 시장 자체를 송두리째 흔들 신개념의 게임 시스템이었다.
★ ★ ★
2020년 12월 18일 15:30 (중국시각 14:30),
중국 옌타이시 동단 22km 평야.
40분 전 옌타이 동단 22km 상공에서는 한국 해군의 공격헬기와 중국 제26집단군 소속 제7헬기연대 간의 치열한 교전이 있었다. 헬기의 성능 면에서 뒤처진 중국 제7헬기연대의 WZ-9와 WZ-10 공격헬기는 50%에 이르는 손실 피해를 보고는 후방으로 후퇴했고 한국의 WAH-11SP 송골매와 KA-11P 봉황 지상공격기 또한 무장했던 탄을 모두 소진하고 폰그라이 공항으로 귀환했다.
한국의 지상공격기와 송골매는 적 헬기연대 전력으로부터 해병대 제2전차대대를 보호하는 임시 임무였다. 이런 이유로 옌타이에 정식 항공 정비반이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기체 운용으로 정비 부실로 인한 기체 손상이나 손실을 막고자 적 기갑군을 남겨두고 귀환했고 또 다른 이유로 옌타이 이곳에 보유하고 있는 탄의 재고량 문제였다.
양 진형의 항공기가 모두 물러가고 지상에는 99식G 전차와 K-2 흑표 전차 간의 교전이 한참 진행되고 있었다. 수적으로 3배에 이르는 중국 전차는 제2전차대대를 포위하듯 둘러싸며 공격해 왔고 후방에서는 AFT-10 장갑차에서도 각종 대전차미사일을 발사하며 밀어붙이고 있었다.
삐빅, 삐빅, 삐빅.
방금 99식G 전차 한 대를 날려버린 흑표 전차의 LWR(대전차미사일 레이저 조준 감지)에서 경고음이 울렸다. 측면으로 AFT-10에서 발사한 HJ-10 대전차미사일이 하얀 항적을 그리며 파고들었다. 이에 흑표 전차는 개발 당시 밀리터리 매니아들을 떠들썩하게 했던 능동방어시스템(KAPS)인 일명 하드 킬 타입으로 파편형 대응탄이 발사됐다.
콰앙!
흑표 전차 왼쪽 근접 거리인 15m에서 대응탄과 충돌한 HJ-10 대전차미사일이 폭발했다. 그리고 위기에서 모면한 흑표 전차는 목숨을 노렸던 AFT-10 장갑차를 찾아내 보복 사격에 들어갔다.
120mm 56구경장 활강포에서 천둥소리와 함께 불이 뿜어져 나왔다. 날개안정분리철갑탄(APFSDS(Armor Piercing Fin Stabilized Discarding Sabot))이 포구를 빠져나온 후 어댑터가 분리되자 관통자는 1500m/s이상의 속도로 날아가 AFT-10 장갑차의 터렛에 그대로 명중했다.
일반 전차의 정면장갑도 뚫어버리는 날탄의 위력은 AFT-10 장갑차 내부까지 뚫고 들어가 운동에너지에 의한 엄청난 열기로 장갑차 내부를 쓸어버렸고 이내 포탑까지 분리되며 폭발했다.
쿠앙, 쿠르르릉.
중국 제8기갑사단 전차연대는 초반 해병포병대대의 포격 공격과 KA-11P 봉황 지상공격기에 상당한 피해를 본 상태에서 K-2 흑표 전차와의 교전에 들어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얼어붙은 논바닥에는 화염에 휩싸인 채로 주저앉은 99식G 전차들이 즐비했다. 그리고 K-2 흑표 전차 또한 중국 전차의 날탄과 대전차 미사일에 피격되어 전투 불능에 빠진 전차들이 간혹 보였다.
20분이 지난 후 승리의 기운은 서서히 제2해병사단 제2전차대대로 기울고 있었다. 기세등등하게 선두에서 기동했던 대부분의 중국 99식G 전차는 피격되었고 후방에서 대전차 미사일로 공격하던 AFT-10 장갑차도 K-2 흑표 전차에 하나둘씩 피격을 당하자 급히 선회하며 후방으로 물러났다.
이에 승기를 잡았다 생각한 제2전차대대 1중대와 2중대 전차들이 더욱 속도를 내며 앞으로 기동하자 대대 통신망에서 대대장의 명령이 들려왔다.
- 1중대! 2중대! 진공 중지! 현 위치 고수하고 사거리 닿은 만큼만 사격한다. 이상.
- 1중대 확인 이상!
- 2중대 확인 이상!
한편 제8기갑사단의 대대급 규모의 기갑군이 S302 도로를 따라 우회하여 진공 하는 모습이 스파이더 드론에 포착되었다. 이것은 주공인 중국 전차연대가 해병대 제2전차대대와 교전하는 사이 여러 방향으로 우회하여 옌타이 시내로 진공하려는 것이었다.
- 대대장님! 본부중대장 최철길입니다.
- 뭔가?
- 현재 대대 규모의 기갑군이 S310과 G204 도로로 따라 옌타이로 진공 중입니다.
- 영상 각 중대에 송출해!
- 네! 알겠습니다.
- 각 중대 긴급 지시 하달한다. 1중대는 현 위치 고수 및 전장 정리에 들어가고 2중대와 3중대는 지금 즉시 고속기동으로 2중대는 S310 도로로, 제3중대는 G204 도로로 이동해 중간 차단에 들어간다. 차단 지점은 송출한 디지털 지도 확인하도록, 이상
- 1중대 확인 이상!
- 2중대 확인 이상!
- 3중대 확인 이상!
각 중대장은 전송 온 디지털 지도의 차단 지점을 확인하자 중대 소속 전차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쿠르르르릉~ 쿠르르르릉~
일사불란한 움직임으로 2중대와 3중대는 긴급 선회 후 후방 방향으로 야지에서 낼 수 있는 최고까지 끌어올려 고속기동에 들어갔다.
이외에도 사방으로 제8기갑사단 소속의 대대급 규모의 전차들은 도로가 아닌 야지를 이용해 옌타이로 진공했다. 분명히 제2전차대대만으로 막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던 안강준 사단장은 제2전차대대를 피해 우회하는 일부 대대급 전차들을 향해 신속타격연대(까치독사연대)의 공중타격대대 헬기를 동원하라는 명령을 내렸었다.
이에 산자락 그림자 틈에서 숨죽이고 있던 KUH-M50 슈퍼수리온 기동헬기가 이륙했다. 지상 공격형 헬기는 아니었지만, 기동헬기의 양 날개에 장착된 25연장 50mm 플라즈마 활성탄 로켓과 22mm 레이저 벌컨, 그리고 공대지 S-AGM-20 맥궁 단거리 미사일 2기 또는 공대공 S-AAM-30 까치독사 단거리 미사일을 무장하는 수퍼수리온은 서방국가의 공격헬기와 비교해도 손색 하나 없었다.
기동해병대 안전을 위해 탑승하지 않은 KUH-M50 슈퍼수리온 기동헬기는 이륙 중량이 줄어든 이유 때문인지 신속한 기동을 펼치며 타격 목표 지점으로 날아갔다.
이날 옌타이를 수복하려는 제26집단군과 방어하는 제2해병사단과의 치열한 교전은 해가 떨어지고 나서도 한참 진행되었다. 하지만 야간 교전 능력이 떨어지는 중국군은 밤 9시에 다다르자 전 방위 전선에서 물러나 후방으로 퇴각했다. 이에 제2해병사단도 옌타이로 귀환 후 재정비와 다음 날 아침에 있을 지원군 상륙에 대한 경계 태세를 강화했다.
★ ★ ★
2020년 12월 19일 09:30 (중국시각 08:30),
중국 웨이하이 항구.
인천해역방어사령부 군항에서 전날 20시에 출발한 제10상륙함대와 제71기동전단 구축함 및 제2함대 호위함 6척은 무려 11시간 걸쳐 이곳 웨이하이항에 도착했다. 컨테이너 선박으로 최고속도를 내지 못해 항해 시간은 예상보다 조금 길어졌다.
11시간 항해하는 동안 상륙함대를 위협할 그 어떠한 중국 해군 전력은 없었다. 북해함대는 개존 초기에 괴멸했고 동해함대와 남해함대도 저번 제주도 상륙전을 위해 투입했다가 50% 이상의 피해를 보고 닝보 해군기지로 회항 후 재정비와 복구에 전념한 상태였다.
잠수함 또한 서해 해심을 지키는 포세이돈 2호의 귀를 속이고 잠항해서 올 중국 잠수함은 없었다. 혹, 목숨 걸고 온다 해도 포세이돈의 S-SSSFM-500 트라이던트 초공동 어뢰에 당할 뿐이었다. 개전 후 서해 심해에 멋도 모르고 들어왔다가 포세이돈 2호에 당한 잠수함만 8척에 달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컨테이너 선박부터 항구에 정박하여 각종 중장비 하역작업에 들어갔다. 제3공수특전여단에서 미리 항구 근로자에 대한 신원 조사로 크레인 운전사를 확보해놨기에 상륙전단의 도착과 함께 크레인 운전실에는 특전사 1명이 감시하는 가운데 중국 크레인 운전자는 분주한 손놀림으로 크레인을 운전하여 사고 없이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옆 정박지에는 60,000t의 강화도급 강습상륙함 4척이 함미 도크가 열린 상태로 장갑차와 전차, 그리고 각가지 차량이 줄줄이 선착장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지상으로 연결된 승하선 계단에는 장비 운용 조종사 외 해병대원들이 하얀 입김을 내뿜으며 하선했다.
옌타이에서 웨이하이 항구까지 지휘장갑차를 타고 마중 나온 제2해병사단 안강준 소장은 해사 동기인 제3해병기동사단장인 조규홍 소장을 보자 반갑게 다가가 악수를 청했다.
“본토에서 놀고먹더니 얼굴색 좋은 거봐라?”
안강준 소장이 농담을 건네며 반갑게 악수했다.
“안 소장! 내 얼굴색 좋은 건 소문 나지 않았냐? 넌 좋아 보이지 않는다?”
“말도 말아, 명색이 별 두 개 달고 불어 재끼는 칼바람을 막고자 사병들처럼 마스크를 쓸 순 없잖냐?”
“난 쓸 거다, 얼굴색 보존하려면. 하하하.”
“이 친구 썰렁한 농담하고는 이거 나이 먹고도 변함이 없구먼?”
“하하하, 일단 가자고. 한국도 추운데 여기도 장난 아니군그래?”
“오늘 영하 15도까지 떨어졌다네. 어서 타게나.”
오랜만에 만난 30년 지기 두 장성은 젊었을 적 농담을 주고받고는 이내 K-160 험비를 타고 미리 마련된 사단본부 건물로 이동했다. 그 뒤로 참모진의 험비 차량이 줄을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