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둥반도 점령전
2020년 12월 18일 10:2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상륙작전은 물론 공수작전까지 별다른 피해 없이 성공하고 옌타이와 웨이하이의 주둔군까지 모두 격파한 결과에 합동참모본부는 매우 고무된 분위기였다.
현재 중갑강습여단은 룽청에 투입되어 군수 기지와 공공기관을 차례대로 제압하며 장악해 나갔고 4개의 공수특전여단 또한 곳곳에 침투하여 게릴라전을 펼치며 산둥반도의 내부 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아직 제77보병사단과 제199보병사단만 괴멸되었을 뿐 제26집단군의 주력 전력이라 할 수 있는 제8기갑사단은 살아있었다. 또한, 정찰위성 아폴론 1호에 의하면 롄윈강 일대에 주둔 중인 제12집단군까지 산둥반도로 북진하는 움직임을 포착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기존 수립된 작전에 따라 산둥반도 점령 작전이 차질 없이 진행되자 합동참모본부의 지휘관들은 짓누르던 부담감을 조금은 덜어낼 수 있었으나 확실한 작전 성공을 위해 본격적인 작전 안을 실행에 옮기려 했다. 그 첫 번째는 산둥반도에 대한 대대적인 추가 상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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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8일 11:00,
인천시 인천항 제2함대 예하 인천해역방어사령부.
현재 인천 해군기지에는 옌타이에서 회항한 제10상륙함대와 제71기동전단의 호큘라 구축함 여러 척은 항구에 정박하여 탄약과 여러 전쟁물자를 보급받았다. 또한, 항구 부두의 창고에는 제3해병기동사단(화룡)과 백령도에서 철수한 제6해병여단의 해병대가 승선을 위해 잠시 대기하고 있었다.
제3해병기동사단(화룡)은 2019년 초에 창설된 3번째 해병사단으로 최신 장비로 실전 배치되어 사단 전투력 면에서 보자면 제7기동군단의 제20기갑사단과 맞먹을 정도의 전투력을 보유한 해병기동사단이었다. 기동사단인 만큼 수많은 전차와 장갑차 그리고 각종 자주포와 MLRS 장갑차로 인해 이번 상륙작전에는 강습상륙함과 수송함 이외에도 10만t에 이르는 민간 컨테이너 선박 5척이 동원되었다.
두부에 정박한 민간 컨테이너 선박에 100t급 크레인을 이용해 제3해병기동사단(화룡)의 각종 중장비가 끊임없이 상륙함에 실어 나르고 있었다. 한파가 몰아치는 한겨울인데도 부족한 해군 인력에 보탬이 되고자 자진 자원한 항구 관계자 중 크레인 운전자들은 안전사고에 유의하며 몇십 톤에 달하는 전차와 장갑차 등 중장비들을 컨테이너 선박에 실어 나르느라 새벽부터 크레인 조종 손잡이를 잡고 있었다.
인천의 겨울 날씨는 요즘 매우 매서웠다. 특히나 바닷가에 있는 해군기지의 항구는 시베리아에서 불어 닥치는 북서풍에 영하 15도까지 내려갔다. 하지만 상륙작전을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해군과 해병대의 장병들은 보호 슈트 덕분에 추위를 느끼지 못했으며 2021년까지 수출제한 조건으로 민간 내수용으로 개발된 극세발열히트텍을 착용한 항구 관계자들 또한 매서운 한파에도 불구하고 따뜻하게 작업을 할 수 있었다.
“현재 선적률은 얼마나 되나?”
제3해병기동사단(화룡) 사단장 조규홍 소장이 험비를 타고 부두까지 나와 선적되고 있는 해병대 중장비를 보며 군수참모관에게 물었다.
“네, 현재 3번째 컨테이너 선박이 막 선적이 끝났고 이제 4번째 선박에 선적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생각보다 진척이 빠르군.”
“맞습니다. 항구 관계자 모두가 나와서 예정대로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작전참모관!”
“네, 사단장님!”
“날씨가 춥기도 하니, 해병대원들 밖에 두지 말고 지금부터 각 강습함에 모두 승선 시작하게나, 답답한 창고보다는 상륙함에서 쉬는 게 나을 거 같네.”
“네, 상륙전단 관계자와 얘기해서 바로 승선 조치하겠습니다.”
“아 그리고 말이야. 이런 추운 날씨에는 따뜻한 어묵 국물이 제격이지 말이야. 해병대원들 승선 완료되면 특식으로 어묵 국물 좀 배식하라고.”
“알겠습니다.”
군수참모관이 웃으며 대답하자, 조규홍 소장은 손목시계를 한번 보고는 말했다.
“그럼 상륙작전 브리핑도 있으니 이만 기지로 돌아가자고.”
“출발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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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8일 11:30 (중국시각 10:30),
중국 웨이하이 항구.
웨이하이항에는 제3공수특전여단 소속의 특전사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어제 이곳 웨이하이항을 완전히 장악한 후 항구 관계자들의 신원을 확인하고 있었다. 오늘 밤, 제3해병기동사단(화룡)을 맞이하기 위해서였다. 특히, 민간 컨테이너로 선박으로 중장비를 싣고 오는 만큼 하역을 위한 중국 민간인 크레인 운전자의 신원 확보가 가장 중요했고 이러한 이유로 항구 근로자에 대한 신원 조사가 고강도로 진행되었다.
“어때? 수상한 놈은 없나?”
항구 한편에 있는 넓은 사무실에서 수십 명의 중국 민간인들이 대기하며 일일이 조사를 받는 와중에 제3공수특전여단장인 김홍원 준장이 들어왔다.
“전체 차렷! 여단장님 대하여 경롓!”
“단결!”
검은 베레모를 쓰고 카리스마를 풍기는 날렵한 체형의 김홍원 준장은 특전사 대원들의 단체 거수경례를 거수경례로 답했다.
“단결!”
“현재까지 특별하거나 의심 댈만한 민간인은 없습니다. 여단장님!”
민간인들에 대한 조사 임무를 책임지고 있는 지역대장 이은우 소령이 대답했다.
“그래, 확실히 조사하도록 해! 사령관님께서도 오늘 신신당부를 했다네. 괜히 노동자 틈에 중국군 특작원이 있다면 자칫 폭탄테러로 인해 심각한 피해를 볼 수 있으니 말이야.”
“네, 확실히 조사하겠습니다.”
특전사답게 기백 있는 말투로 대답하자 김홍원 준장은 이은우 소령의 어깨를 툭 한번 치고는 웃으며 말했다.
“그래, 수고하고 오전까지 조사 마무리하고 잘 구슬려서 오후에 시뮬레이션 한번 돌려봐!”
“네,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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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18일 14:30 (중국시각 13:30),
중국 옌타이시 동단 12km.
제2해병사단에서는 가용한 모든 무인정찰기인 스파이더 드론을 라이양 쪽으로 모두 투입했다. 옌타이로 밀려오는 제26집단군의 제8기갑사단의 움직임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발견할 때마다 중국의 대포병 사거리 밖에서 대기하던 제8해병포병대대와 제9해병포병대대에서 줄기차게 포격을 감행했다. 이에 제8기갑사단은 제2해병사단 포병부대의 포격에 손실을 줄이고자 대대급 단위로 분산하여 옌타이로 진격을 시작했다.
이것은 제2해병사단 지휘부의 의도였다. 현재 제2해병사단의 기갑전력은 제2전차대대뿐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해병연대는 룽커우에서 밀려오는 제26집단군 예하 부대인 제200보병사단과 긴급 소집된 지역수비연대와 교전 중이었다. 이에 대응 전력이 부족한 제2해병사단 지휘부는 중국군 제8기갑사단의 전력을 분산시켜 각개격파 전술을 하고자 스파이더 드론으로 지속적인 탐색과 함께 즉각적인 포격을 감행한 이유였다.
하지만 한 가지 더 제8기갑사단 외 제2해병사단을 위협하는 건 제7헬기연대 소속의 공격헬기였다. 일부 폰그라이 국제공항에 주둔 중이던 511헬기대대의 Z-10 공격헬기 몇 대를 파괴하였지만, 현재 제7헬기연대의 Z-10 공격헬기의 기체 수는 사전에 확인된 정보로 보자면 64기에 구형기체인 Z-9이 48기였다. 총 100여 기에 달했다.
100여 기를 보유한 제7헬기연대의 전력은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이에 한국 합동참모본부는 폰그라이 국제공항에 제8전투비행단 소속 KF-21P 주작 전투기 6기와 KA-11P 봉황 지상공격기 12기, 그리고 해군 제10상륙함대의 제10항공단 소속의 WAH-91SP 송골매 공격헬기 24기를 임시로 주둔시켰고 제7수중타격대대가 폰그라이 국제공항의 경계 임무를 맡았다.
현재 산둥반도 북동단은 한국군과 중국군으로 매우 복잡하게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형국이었다.
- G15 고속도로를 따라 제8기갑사단으로 보이는 적 기갑군 확인되었습니다.
본부중대장으로부터 스파이더 드론에 발견된 제8기갑사단 소속 전차 그룹을 발견하자 바로 제2전차대대 대대장에게 보고가 올라왔다.
“규모는?”
- 대대장님! 영상 데이터 전송합니다. 현재 규모로는 적어도 1개 연대급으로 추정됩니다. 아마도 주공 부대라 의심됩니다.
K-22 지휘장갑차의 모니터에 스파이더 드론이 촬영한 영상이 보였다. 장갑차를 제외하고도 전차 수만 해도 100대 이상으로 보였다. 본 대대와의 거리는 직선거리로 19km, 영상으로 보이는 중국 전차는 피하식별 시스템으로 분석한 결과 3세급 보급형인 99식G 전차(Type99G MBT)였다. 4세급에 속하는 K-2 흑표 전차보다 성능적인 면에서 뒤떨어지지만 3배에 달하는 전차 수와 사단본부 직할인 대전차 장갑차가 위협적이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교전 대형이 아닌 기동 종대 대형에서 미리 발견했다는 점이다.
“알았다. 대대본부는 후방에서 혹시 있을 대공위협에 대비한다. 이상.”
- 네, 알겠습니다.
“작전참모! 사단본부에 연락해서 적 기갑군의 좌표 전달하고 항공전력 지원 요청해!”
“알겠습니다.”
제8기갑사단은 지속적인 해병포병대대의 포격에 2개 연대를 대대급으로 분산하여 우회 공격을 지시했고 주공인 1개 연대는 옌타이로 연결된 G15 고속도로를 타고 고속기동 중이었다.
잠시 후 제2전차대대 후방에서 웅장한 포성이 연속으로 들렸고 이내 하늘 위로 먼가가 날아가는 괴기한 파공음이 잔뜩 먹구름이 낀 하늘 속에서 들려왔다. 마치 하늘이 갈라지는 듯한 소리였다.
쿠앙! 콰콰캉! 콰앙!
고속도로를 타고 고속기동 중이던 제8기갑사단 전차연대는 갑자기 솟구치는 아스팔트 파편과 함께 여기저기 피격당하며 전차들이 폭발했다. 특히 상공에서 폭발하고 떨어지는 자탄 파편에 중국 99식G 전차의 주 포탑 상갑판은 벌집이 되고는 그대로 기동을 멈추고 주저앉았다.
“산개하라! 산개해라! 지금부터 횡대 교전 대형으로 진형을 바꾼다.”
전차연대의 통신망에는 연대장의 고함이 울려 퍼졌다. 수십 발의 폭탄에 벌써 이십여 대가 고속도로 위에서 화염에 휩싸인 채 불타올랐고 99식G 전차들은 살기 위해 고속도로 난간을 넘어 얼어붙은 논바닥으로 기수를 돌려 산개 기동을 펼쳤다.
“출발부터 좋군.”
스파이더 드론을 통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지켜보던 제2전차대대 대대장은 헤드셋을 입 쪽으로 당기고는 명령을 내렸다.
“아군 항공지원이 도착하면 1중대와 2중대가 횡대 대형을 갖추고 선봉으로 기동한다. 3중대는 중앙 그 뒤로 본부중대가 따른다. 분명 적군의 포격과 공중 위협이 있을 것이다. 본부중대는 대공 방어 철저히 준비하고 기동에 들어간다. 이상.”
- 1중대 확인 이상!
- 2중대 확인 이상!
- 3중대 확인 이상!
- 본부중대 확인 이상!
한국 해병포병대대의 포격이 멈추고 이제는 폰그라이 국제공항에 임시로 주둔 중이던 KA-11P 봉황 지상공격기 6기와 WAH-91SP 송골매 공격헬기 12기가 12시 방향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날아왔다.
한편 제8기갑사단 전차연대 쪽에서도 50여 기의 Z-9와 Z-10 공격헬기가 편대 대형으로 신속하게 날아왔다. 21세기 전형적인 기갑전 형태로 포격과 헬기 공격 그리고 기갑 간의 교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아군 항공기가 제2전차대대 머리 위로 날아가자 대대장은 헤드셋을 통해 힘주어 명령을 내렸다.
“대대 교전 기동에 들어간다. 대대 기동!”
K-2 흑표 전차의 엔진에서 우렁찬 울림과 함께 40여 대의 전차가 동시에 앞으로 튀어나갔다. 역삼각형 대형을 갖추고 앞으로 돌진하는 제2해병사단 직할 제2전차대대는 서서히 휘몰아치는 눈보라를 헤치며 중국 전차를 향해 거침없이 내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