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벌! 백호
2020년 10월 28일 09:2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인천 방향으로 향하던 마지막 CJ-10(창젠-10) 순항 미사일 22기, 제2함대(서해함대) 구축함의 대공 미사일로 모두 요격했다는 보고입니다.”
오퍼레이터의 보고에 메인 스크린으로 눈을 돌린 강이식 합참의장은 마지막 순항 미사일 22개의 항적을 나타낸 빨간 선들이 모두 말끔히 사라져 버린 것을 확인했다.
“요격 상황 모두 취합해서 6번 스크린에 띄우도록.”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중국 각 지역에서 차량발사대로 발사된 CJ-10 순항 미사일과 북해 및 동해함대에서 발사한 함대지 순항 미사일의 요격 통계자료가 6번 스크린에 표기되었다. 277기에 해당하는 미사일들이 한반도 진입 전, 서해 상공에서 모두 화려하게 산화했다.
“이제 한시름 놨군.”
중국군의 1차 보복공격을 빈틈없이 막아낸 강이식 합참의장은 안도의 한숨을 길게 쉬었다. 그러자 해군참모총장이 말을 꺼냈다.
“합참의장님, 이번 탄도탄 및 순항 미사일 발사 원천지점을 추가 공격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나도 생각은 굴뚝같지만, 이제 막 시작한 전쟁에서 얼마 없는 우리의 미사일 전력을 모두 사용하기엔 불안합니다. 그러니 일단 작전 수립한 대로 가봅시다.”
“네, 알겠습니다.”
이렇게 금일 새벽 4시를 기해 시작한 한중전은 잠시 소강상태에 빠졌다. 한국은 한국 나름대로 작전에 의한 소강상태였고 중국은 야심 차게 준비한 탄도탄 미사일과 순항 미사일 보복공격이 처참하게 실패로 돌아가자 칸 커이쳐를 중심으로 한 중국 중앙군사위원회 수뇌부에서는 자존심을 억누르며 공세에서 방어개념 작전으로 전면 수정하였다.
중국군 수뇌부는 한국군의 기습 공격으로 통신이 끊겼다가 5시간 만에 계통 된 집단군엔 즉시 후방으로 퇴각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먼저, 가장 피해가 작았던 제40집단군은 쓰핑으로 퇴각하여 재정비를 지시, 제39집단군과 제16집단군은 각각 선양과 지린으로 퇴각하여 국가 동원령으로 긴급 소집된 예비사단을 배속시키라는 지시를 내렸다. 그리고 괴멸 수준까지 내몰린 제38집단군은 잔존 병력을 북경으로 퇴각시켜 대대적인 재편을 지시했다. 마지막으로 제65집단군은 안산으로 퇴각하여 방어 전선을 구축하라고 지시했고 이외 남부 전구, 서부 전구, 중부 전구의 사령원에게는 예하 집단군 1개씩을 북부 전구 방향으로 긴급 이동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후방지역에서 방어태세로 돌입한 중국군의 방어 작전 개념은 이랬다. 전쟁의 주요 무대가 될 북부 전구의 광활한 지형과 한국군보다 곱절은 많은 지상군을 최대한 활용하는 작전이었다. 말 그대로 압록강에서 후퇴함과 동시에 한국군 주공 부대를 내지 깊숙이 끌어들여 수적으로 우세한 지상군을 이용해 포위하여 각개격파는 작전이었다. 중국군 측면에서 보자면 충분히 효과적이고 유리한 작전이었고 반대로 한국군으로서는 불리할 수밖에 없는 작전이었다.
이에 한국군은 충분히 이러한 중국군의 작전을 미리부터 예측했고 이번 ‘고구려의 기상’ 작전에도 이에 대응할 작전이 반영되어 있었다. 중국군이 의도한 대로 속아주는 척, 선양까지 깊숙이 종심 타격 작전으로 1개 군단만 침투할 예정이었다. 괜히 중국군의 의도대로 초전에 여러 곳으로 진격했다가는 한반도보다 3배나 넓은 지역에서 고립되거나 각개격파를 당할 수 있기에 북경으로 향하는 길목인 선양 방향으로 진격하여 북부 전구 각지에 넓게 흩어진 중국군을 다시 모이게 하는 동시에 중국군의 포위망이 형성될 때쯤 양방향으로 갈라져 포위망을 돌파시도 및 한국군의 2차 공격부대로 포위망을 구축한 중국군의 역으로 배후를 치는 작전이었다.
하지만, 이러한 작전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매우 중요한 몇 가지의 선제조건이 충족돼야만 했다.
첫째, 적진 깊숙이 종심 타격으로 침투할 부대가 과연 적군의 포위망 속에서도 생존을 유지할 수 있느냐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강의 공격력과 방어력을 보유한 부대이어야만 했다. 이에 합동참모본부에서는 최신 무기로 제일 먼저 실전 배치되어 완전 편제를 완료한 대한민국 최정예 제7기동군단의 제20기갑사단(결전)과 수도기갑사단(맹호)으로 결정했다. 중국군의 포위망 속에서도 전력을 유지하며 신속한 기동력으로 종심 타격 작전을 펼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한, 기갑사단의 천적인 적 항공기나 공격헬기의 공격에도 제7기동군단의 주력 전차인 K-3 백호 전차의 자체 대공방어시스템과 중대급까지 편제된 K-30 비호A2와 K-SMA-1 천마A2, 그리고 K-SAM-2 천궁A1으로 편제된 대공여단 운영으로 중국군 항공전력의 공격에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고 봤다.
둘째는 연료와 각종 탄 그리고 식량 보급이었다. 다행히도 두 기갑사단의 K-3 백호 전차와 K-23P 현무 보병전투장갑차는 따로 연료를 보급받지 않아도 되는 플라즈마 엔진을 장착했다. 충전된 플라즈마 전지만 교체하는 방식이었다. 또한, K-3 백호 전차의 주포는 100mm 광자포로 재래식 전차탄을 사용하지 않았고 개인화기 역시 플라즈마 충전 팩을 사용하는 레이저 라이플이었다. 이에 대전차 및 대공 미사일만 적재 차량을 이용해 각 대대급에 배속시켜 문제를 해결했다.
마지막으로 식량문제는 제공권 확보 전제하에 공군의 스텔스 수송기 KC-1000 TSP으로 공중 낙하형식으로 보급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러한 이유로 대한민국 합동참모부에서는 전쟁의 승패를 좌우할 가장 위험한 작전에 성공한다는 확신과 자신감으로 중국군에 먹기 좋은 미끼를 던지게 되었다.
<‘고구려의 기상’ 작전>
3단계: 지상군 및 제1해병사단의 진격
제7기동군단 예하 2개 사단, 평양과 신의주를 걸쳐 선양으로 종심 진격, 예하 1개 사단은 후공 부대로 대기
제2군단 예하 3개 사단, 철원에서 양덕을 걸쳐 혜산 일대로 진격
제5군단 예하 3개 사단, 안주를 걸쳐 만포 일대로 진격
제53상륙전단을 통해 제1해병사단, 청진항에서 상륙 후 회령 일대로 진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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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8일 13:00,
일본 도쿄 내각 총리 회의실.
오전에 있었던 서현우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발표에 대해 일본 내각은 ‘한중전 전쟁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한다.’라는 짧은 입장 발표만 했을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중립적 입장에서 지켜보겠다는 행보를 보였다.
저번 남북 연방제 통일 합의안 발표 때도 국가 간 체결한 조약은 상호 간 존중과 함께 성실히 따라야 할 의무가 있다는 발표였다. 즉, 중조우호조약에 따라 중국은 얼마든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였고 더 쉽게 풀어본다면 중국의 허락이 있어야만 남과 북이 통일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이런 의도를 담은 일본의 발표는 일본 역시 남북 연방제 통일을 반대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이런 입장에서 총리 회의실에는 한중전에 따른 일본의 향후 입장과 대처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자 내각 고위 관료들이 참석하여 서로의 의견을 주고받고 있었다.
“아주 절묘할 때 전쟁이 터졌습니다. 가시 같았던 두 나라가 이렇게 알아서 싸워주니 손 안 대고 코 푼 격입니다.”
뭐가 그리 좋은지 회의 시작 전부터 내내 얼굴에 미소를 보이던 아베 총리는 이젠 대놓고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총리님, 현재 한중 전쟁 양상이 상당히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이 방위성 전략부에서 보고한 자료를 보며 말했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한국이 선전포고 없이 기습공격을 가했다고는 하나 생각보다 중국이 수세에 몰리고 있다는 정보입니다. 오전에 있었던 양국 간 탄도탄 미사일 공격에 대한 결과 정보는 현재 취합 중이나 지금까지 보고된 상황으로는 한국의 탄도탄 미사일에 북부 전구 4개 집단군은 물론 레이더기지, 공군 비행장, 그리고 미사일 기지 등 군 시설들도 상당한 피해를 보았다는 보고입니다.”
“한국 지상군은 세계에서도 손꼽아 주지 않습니까?”
구르마다 안보실장이 아는척하며 끼어들었다.
“구르마다 실장! 지상군 문제가 아니오. 개전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지상군끼리 전투가 있었겠소? 현재 전쟁 상황은 양 국가 간 지대지 탄도탄과 순항 미사일 전투밖에 없었소이다.”
“그렇습니까? 그래도 지대지도 지상군 전력 아니오?”
괜히 아는 척했다가 머쓱해진 구르마다 안보실장은 헛기침한 후 그래도 지고 싶은지 않았는지 말꼬리 잡듯 말했다. 예전부터 구르마다 안보실장과 시바사키 국방성 대신은 사이가 좋지 좋았다. 뚜렷하게 서로 나쁜 감정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단지 젊은 시절 정치에 입문했을 때부터 언론에서 신진 정치인이라며 두 사람을 비교했고 그렇게 본이 아닌 경쟁자로 지내다 보니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적대시하는 관계가 되었다.
시바사키 방위성 대신은 구르마다 실장의 유치한 말투에 무시로 대응하며 계속 말을 이어갔다.
“문제는 한국군이 보유한 탄도탄 미사일의 위력도 위력이지만, 중국에서 발사한 탄도탄 미사일과 순항 미사일 모두를 막아냈다는 것입니다.”
“하하하, 그거야 중국 놈들은 짝퉁이나 만드는 족속들 아니요? 말만 뻔지르르하게 성능이 우수하니 뭐니 하지만 막상 실전에서 써보니 그 모양인 거지요.”
아베 총리는 한국의 KAMD 시스템이 우수하다고 생각하기보다는 중국의 탄도탄 미사일의 성능이 거품이라고 치부해버렸다.
“이제 막 시작한 전쟁입니다. 상황은 언제든 바뀔 수 있어요. 문제는 이러한 절호의 기회를 우리 일본 국익을 위해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입니다.”
사실 아베 총리는 이번 기회를 다시는 오지 않을 절호의 기회로 생각했고 경제적, 군사적으로 얼마나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느냐와 한국과 중국이 전쟁의 소용돌이에 허우적거리며 전쟁이 오래갔으면 하는 바람뿐이었다.
“맞습니다. 총리님! 어쨌든 이번 전쟁은 한국에서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현재 전쟁 상황이 한국이 유리하다면 우리 일본은 한국에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단을 동원하는 동시에 뒤로는 전쟁에 필요한 여러 물자를 지원하고 이익을 챙기면 될 듯합니다. 이번 기회에 다케시마 정도는 지원에 따른 요구조건으로 넣어도 될 거 같고요.”
외교상 대신 오치 후르메가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하하하, 역시 오치 후르메 대신, 내 생각과 딱 일치합니다. 중국에서 UN 안보리에 한국을 불법 침략국으로 회부 한다고 하니, 이에 일본도 중국에 손을 들어줍시다. 그리고 한국이 불리해지면 그때 뒤에서 슬쩍 손잡도록 합시다.”
아베 총리는 양손을 들어 올리며 거만한 표정과 함께 회의실이 떠나가라 웃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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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0월 28일 20:20,
북한 함북 청진항.
새벽 4시 30분에 출발한 제7기동전단과 제53상륙전단은 14시간의 긴 항해를 통해 방금 북주(북한) 청진항에 도착했다. 청진항은 수상함 수십 척이 동시에 정박할 수 있는 큰 항구는 아니었기에 먼저 천왕봉급 상륙함 8척부터 차례대로 정박하여 해병대원과 각가지 전쟁 장비와 물자들을 하역하기 시작했다.
“동작 봐라, 꾸물대지 말고 빨리빨리 하선해!”
북한(북주)에서도 최북단에 속하는 청진항은 초겨울 날씨를 느끼게 했고 바다에서 불어오는 쌀쌀한 바람은 다그치는 해병대 간부들의 목소리와 함께 퍼져나갔다.
방금 막 천왕봉함(LST-691)에서 하선한 제2해병연대 제22기습대대 제1중대 소속 오원우 상병은 신기한 듯 주변을 돌아보며 앞에서 걷고 있는 선임인 김우길 병장에게 말을 걸었다.
“김 병장님, 살다 살다 북한 땅도 밟아보고 이거 신기한데요? 사진 찍고 싶습니다.”
“오 상병, 너 헛소리 작작해라. 전쟁 중에 허튼짓했다가는 바로 영창행이다.”
“누가 진짜 그렇게 합니까? 맘이 그렇다는 거죠.”
“맘이고 뭐고 정신 제대로 차려!”
“어쩌겠습니까? 전쟁은 전쟁이고 신기한 건 신기한 거죠.”
“넌 너무 낙천적이다.”
“부럽습니까? 김 병장님?”
완전 무장에 각가지 최신식 개인 장비들을 주렁주렁 매단 오원우 상병은 실실거리다 해병대 하역작업을 도와주기 위해 모여든 청진항구 소속 직원들을 보자 탄성 섞인 목소리로 다시 김우길 병장을 불렀다.
“저기 보십시오, 북한 사람입니다.”
“앞으로 실컷 볼 텐데 앞이나 잘 보고 따라와”
“네, 알겠습니다.”
전기 사정이 좋지 않아 반만 켜진 조명 속에 청진항에는 대한민국 최정예 제1해병사단 직할 부대와 예하 4개 연대 12,000명이 하선하였고 일부 특수 임무를 맡은 제1 수색대를 제외한 나머지 해병대는 항구 근처에서 야영 준비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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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1월 29일 09:00 (중국시각 08:00),
중국 단동시 서북단 11km G1113 단푸 고속도로.
편도 4차선의 기나긴 고속도로엔 100여 대의 전차와 장갑차들이 빠른 속도로 고속기동하고 있었다. 개전 후 양평에서부터 쉬지 않고 북진하여 신의주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다시 북진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는 대한민국 제7기동군단 소속 제20기갑사단(결전) 제60기갑여단 26전차대대(악어대대)였다.
아침에 압록강 도하 후 단동을 지나 단푸 고속도로(G1113)에 진입하고 30분간 북진하는 동안 민간인 차량이나 중국군은 보이지 않았다. 중국 측에서 소개(疏開) 작전으로 모두 피신한 듯하였다. 그리고 겨울 초입 날씨와 세찬 바람과 양쪽으로 이어진 갈색톤 산의 풍경은 으스스한 느낌마저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