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4화 (84/605)

개전

2020년 10월 28일 09:00,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제우스 1호! 급격한 출력저하로 요격 불가능! 재충전까지 30분이 소요되며, 그동안 요격시스템이 완전히 중지된다는 보고입니다.”

“출력저하로 30분 동안 중단? 생각보다 출력 소모가 컸던 모양이군. 현재 탄도탄 미사일 상황은?”

생각지도 못한 제우스 1호의 출력저하 보고에 살짝 미간을 좁힌 강이식 합참의장은 탁자에 손가락을 튕기며 물었다.

“현재 DF-21(둥펑-21) 탄도탄 미사일 49기, DF-3(둥펑-3) 탄도탄 미사일 33기, DF-4(둥펑-4) 탄도탄 미사일 12기, 총 252기 중 94기 중간단계 진입 전! 3번 스크린에 통계자료 올렸습니다. 확인 바랍니다. 합참의장님!”

“252기 중 94기가 남은 상태라. 공군 작전사령부 연락해서 요격 가능한 전투기 긴급 출격하라고 지시해!”

“알겠습니다.”

원래 KAMD 단계 중 2단계는 삼족오 우주전투기가 요격 임무를 맡고 있었다. 하지만 현재 시험 테스트 중이라 실전 배치가 안 된 상태였기에 최후의 수단으로 강이식 합참의장은 주작 전투기와 흑주작 전폭기를 출격하라는 명령을 지시했다.

“제38전투비행단과 제10전투비행단에서 주작 전투기 3개 편대와 흑주작 전폭기 2개 편대가 출격한다는 보고입니다.”

“좋아! 하데스 지상방어위성은 어떻게 돼가고 있나?”

“현재 KS-LD 하데스 1호부터 3호까지 요격 진행 중입니다. 2번 스크린입니다.”

★ ★ ★

2020년 10월 28일 09:02,

서울시 청계산 CP 탱고(공군종합지휘소 지상방어위성 하데스 통합 관제실).

경기도와 경북 그리고 전남 3곳에 건설된 KS-LD 하데스 1호, 2호, 3호 기지의 사일로 덮개가 천천히 좌우로 열렸다. 도달시간과 위험수위를 계산한 각각의 1차 요격 대상 20기의 중국 탄도탄 미사일을 목표로 설정한 사거리 5,000km에 달하는 초고고도 S-LSM 600 바이던트 미사일이 천천히 푸른 불꽃을 뿜어내며 사일로에서 그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천천히 하늘로 향하는 바이던트 미사일은 사일로를 미끄러지듯 빠져나와 상공 1km에 이르자 2차 급격 추진을 일으키며 순식간에 마하 45라는 엄청난 속도를 내며 한국과 중국 상공으로 모습을 감췄다.

“1차로 발사한 총 60기의 바이던트 미사일, 하데스 1호, 2호, 3호에서 모두 정상적으로 발사 성공! 현재 마하 45 최고속도 유지하며 중간단계에 진입 중인 탄도탄 DF-3과 DF-4, 그리고 DF-21을 향해 할당받은 목표대로 정상적으로 비행 중, 첫 요격까지 56초 남았습니다.”

“2차 목표 할당 및 대기, 1차 요격 끝나는 대로 바로 2차 요격미사일 발사한다.”

“2차 목표 할당 및 대기, 각 하데스에서 20기씩 바이던트 미사일 스탠바이.”

“1차 요격 실패된 목표 추가 할당준비.”

“1차 요격 실패된 목표 추가 할당준비 합니다.”

한반도와 중국의 디지털 지도에는 각가지 색으로 표기된 선들이 서로를 향해 그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중국 탄도탄 미사일은 요격 확률이 가장 높은 초기 단계를 벗어나 중간단계에 접어들었고 중국의 3종류 탄도탄 미사일은 각자 목표를 향해 약간씩 궤도를 수정하며 발사체와 분리되기 시작했다.

“DF-3과 4의 탄도탄 미사일 발사체와 탄두 분리되고 있습니다.”

“요격까지 시간은?”

“첫 요격까지 10초 남았습니다.”

“3초, 2초, 1초. 1번 목표 요격 성공!”

“2번, 3번 요격 성공! 4번 실패! 5번 성공.”

오퍼레이터들의 연속적인 성공과 실패 보고에 관제실 분위기는 그야말로 용광로처럼 뜨거웠고 한반도와 중국 사이의 대기권 밖 상공에서는 불꽃 축제를 하듯 수십 개의 미사일이 서로를 향해 엉겨 붙으며 화려한 불꽃 쇼를 선보였다.

“총 60기 목표 중 48기 요격 성공했습니다. 1차 요격 실패한 12기와 나머지 34기 총 46기 남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오승필 관제장은 평정심을 유지하며 2차 요격 명령을 내렸다.

“1차 요격 실패 미사일 목표 재설정, 완료되면 바로 2차 요격미사일 발사!”

“추가 12기 목표 재설정합니다.”

“설정 완료!”

“발사.”

“발사!”

또다시 3곳의 하데스 사일로에서 46기의 바이던트 미사일이 발사되었고 이제 중간단계를 벗어나 종말 단계로 진입하는 탄도탄의 탄두는 한반도 곳곳을 향해 중력의 힘을 얻으며 무서운 속도로 낙하하기 시작했다.

“2차 첫 번째 요격까지 50초.”

시간은 갈수록 한국군에 불리했다. 아무리 막강한 KAMD 체계를 갖췄다 하여도 실전은 처음이었다. 아무리 수백 번 시뮬레이션을 돌려도 실전에서는 생각지 못한 예상 밖의 일들은 일어나는 법, 실전에서 이런 것들을 얼마나 최소화하느냐? 이었다.

“1번 요격 성공했습니다. 2번 성공, 3번 요격 들어갑니다.”

또다시 하데스 통합지휘소 관제실은 시끌벅적한 야시장으로 돌아갔고 여기저기 성공과 실패 보고가 관제장의 귀청을 사정없이 때렸다. 그리고 몇십 초가 지난 지금, 요격 최종 보고가 들려왔다.

“목표 46기 중 33기 요격 성공, 나머지 13기 목표를 마하 30을 돌파하여 떨어지고 있습니다.”

“탄도탄 종류 확인.”

“DF-3 5기, DF-4 8기입니다.”

종말단계의 탄도탄 46기 중 33기를 요격했다는 건 대단한 성과였다. 하지만 살아남은 탄도탄이 핵탄두일 확률이 높은 DF-3과 4라는 게 문제였다. 그리고 이제는 초고고도 요격담당인 하데스에서 할 일은 더 는 없었다. 이제 마지막 KAMD 4단계로 미사일사령부의 각종 고고도 미사일과 각 함대에서의 대공 미사일 요격뿐이었다.

★ ★ ★

2020년 10월 28일 09:05,

서울시 용산구 B2 벙커(국군 합동지휘통제소 상황실).

한편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합참의장은 작은 신음을 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하데스 지상방어위성에서 충분히 요격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전략요격위성인 제우스에서 생각지도 못한 출력문제만 일어나지 않았다면 충분히 가능했겠지만, 역시 전쟁은 생각대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느끼는 순간이기도 했다.

“미사일사령부 예하 각 부대에서 고고도 및 중고도 대공 방어 미사일 발사합니다.”

“제7기동전단 소속 호큘라 구축함과 제2함대에서도 요격 들어갔다는 보고입니다.”

“제38전투비행단과 제10전투비행단 소속 전투기에서 요격 지점 확보 및 요격 들어간다는 보고입니다.”

이젠 믿을 건 KAMD 4단계인 미사일사령부의 각가지 대공 미사일과 해군 함정에서의 종말 단계 요격미사일, 그리고 요행을 바라듯 출격시킨 6.5세대 전투기들이었다.

“현재 요격 상황, 각 스크린으로 모두 뿌려.”

“알겠습니다.

중국 본토로부터 그어진 13개의 빨간 선은 급격한 하향곡선을 타고 한반도 곳곳으로 그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선들을 향해 사방에서 무수히 많은 선이 모이고 있었다. 잠시 후 한반도 상공 250km 지점에서 수많은 폭발이 일어났다. 미사일사령부의 S-LAM-500 지천룡과 S-LAM-410 천궁PIP 미사일이 13기의 탄도탄 중 4기를 요격 성공했고 제7기동전단의 호큘라 구축함 6척에서 발사한 S-SSM-500 트라이아나 미사일로 탄도탄 5기를 요격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남은 건 4기의 탄도탄이었다.

“요격 성공! 요격 성공! 13기 중 9기 요격 성공! 이제 4기 남았습니다.”

오퍼레이터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절규하듯 소리쳤다.

“탄도탄 4기의 목표는 어디인가?”

다급히 묻는 합참의장의 목소리는 분명 떨고 있었다.

“DF-4 1기는 서울 청와대와 제2군단 본부 춘천, 그리고 인천공항이며, DF-3 1기는 대구 공군기지인 제11전투비행단입니다.”

강이식 합참의장은 부숴버릴 듯 자신의 앞에 있던 탁자를 주먹으로 힘껏 내려쳤다.

“제길, 하필 살아남은 게 DF-4와 3이야? 착탄까지 얼마인가?”

“서울 착탄까지 21초, 춘천 착탄까지 21초, 인천공항 착탄까지 20초, 대구 제11전투비행단 착탄까지 23초입니다.”

“미사일사령부에서 2차 요격 들어갑니다.”

“호큘라 구축함에서도 2차 요격미사일 발사했습니다.”

중앙 스크린에 선명하게 한반도를 향해 내려오는 4개의 빨간 선에 여러 개의 파란 선들이 다시 모여들고 있었다. 몇 초 후 4개의 빨간 선 중 3개의 선이 사라졌다.

“청와대, 춘천, 대구 제11전투비행단을 향한 탄도탄 요격 성공했습니다. 이 중에 청와대로 향한 탄도탄 1기는 수원에서 출격한 흑주작 편대에서 요격한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요행을 바라고 출격시킨 제10전투비행단 소속 흑주작 전폭기가 운 좋게 청와대를 향한 탄도탄 요격에 성공했다. 이에 순간 관제실의 모든 관제요원은 함성을 지르며 기뻐했지만 이내 다시 무거운 분위기로 가라앉았다. 아직 1기의 DF-4 탄두가 인천공항을 향해 떨어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DF-4 인천공항 착탄까지 12초.”

강이식 합참의장은 지그시 눈을 감았다. 온갖 수단을 다 동원했지만, 중국의 탄도탄 1기를 놓치고 만 것이었다. 그것도 핵탄두를 장착했을지 모를 DF-4를 말이다.

“DF-4 인천공항 착탄까지 9초, 8초, 7초, 6초···. 어?”

마지막까지 살아남은 DF-4 탄두는 고도 800km에서 떨어지는 낙하 운동에 힘입어 마하 38이라는 경이로운 속도를 자랑하며 떨어졌지만, 인천공항 상공 56km에서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중국 DF-4 탄도탄 요격 성공. 요격 성공했습니다.”

뜻밖의 오퍼레이터 보고에 눈을 뜬 강이식 합참의장은 중앙 스크린을 뚫어지라 쳐다봤다. 선명하게 빨간 선으로 그어졌던 탄도탄 궤적이 사라지고 없었다.

“요격? 어디에서 요격한 것인가?”

잠시 후 통신담당 오퍼레이터가 양손을 번쩍 들며 합동통제지휘소가 떠나가라 소리쳤다.

“제우스 1호에서 재충전 중 급히 요격 모드로 전환하여 요격했답니다.”

“와아!”

순간 수십 명의 오퍼레이터 요원들은 계급과 성별을 떠나 너나 할 것 없이 서로 부둥켜안으며 중국의 탄도탄 미사일을 모두 요격했다는 기쁨을 나눴다. 강이식 합참의장도 마지막 1기의 탄도탄 때문에 순간 10년은 늙었다가 다시 회춘한 사람처럼 이보다 더 기쁠 순 없었다. 그리고 합참의장 못지않게 긴장하며 지켜보고 있던 각 군의 참모총장들도 서로 악수를 하며 기쁨의 순간을 함께 했다.

“항공우주군 작전사령관!”

“네, 합참의장님!”

“제우스 1호 관제장 때문에 내가 폭삭 늙었다고 전해주시오.”

“하하, 알겠습니다. 합참의장님.”

“이제 순항 미사일에 대한 요격에 신경 씁시다.

중국의 대대적 보복 작전은 이랬다. 핵탄두를 장착한 탄도탄 5기에 일반 고폭탄 탄도탄 미사일 200여 기로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하여 한국의 각종 레이더기지와 대공 군사시설을 무력화시킨 다음 277기의 순항 미사일로 나머지 기타 군 시설과 민간 공항 및 항구시설을 공습하려는 작전이었다. 현재 중국에서 발사한 277기의 순항 미사일은 각각의 발사지점에서 마하 0.8이라는 속도를 유지하며 서해 수면 57m 위로 저공비행 모드로 한반도 서해 일대로 접근 중이었다.

“각 군은 순항 미사일 요격체제로 전환 및 아폴론 1호로 탐지 가동.”

“순항 미사일 요격체제 전환 및 아폴론 1호 순항 미사일 탐지 가동합니다.”

국군 합동통합지휘소의 오퍼레이터들은 합참의장의 지시에 각 대공 방어 부대와 아폴론 위성 관제실에 즉시 명령을 하달하였다.

“아폴론 1호로부터 탐지된 순항 미사일 항적 전송되었습니다.”

“중앙 스크린에 띄우도록.”

“네, 알겠습니다.”

잠시 후 중앙 스크린에는 중국에서 발사된 277기의 순항 미사일이 빨간 점으로 표기되어 한반도로 모이고 있었다.

“지상 방공부대와 제2함대에 데이터 링크 및 표적 할당 지정.”

“지상 방공부대와 제2함대에 데이터 링크 및 표적 할당 들어갑니다.”

잠시 여유가 생긴 강이식 합참의장은 긴장감에 굳어버린 승모근을 풀며 중앙 스크린을 주시했다.

“현재 중국 북해함대에서 발사한 순항 미사일 37기 할당 완료.”

“동해함대에서 발사한 순항 미사일 89기 할당 완료.”

“다음은 중부 전구에서 발사한 Cj-10(창젠-10) 지대지 순항 미사일 150기 할당 완료되었습니다.”

해당 오퍼레이터들이 할당 완료 보고를 외쳤다.

“그럼 지금부터 할당받은 표적, 요격 시행.”

“요격 시행 하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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