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군비경쟁
2016년 4월 22일 14:00,
서울시 용산구 국방부 회의실.
국방부 회의실에는 합참의장부터 각 군의 참모총장과 참모진들로 30여 석의 자리가 꽉 차 있었다. 저번 2월 10일 김재학 외교부 장관과 재키 로빈스 주한 미국대사와의 밀실 협상 건 중에 합의한 록히드마틴으로부터 1조 6천억 원대의 무상 무기 제공 건 및 추가 10조 원의 유상 무기 수입 건과 관련하여 각 군에서 우선순위로 필요로 하는 무기 리스트를 결정하기 위해 회의석 상단 중앙에 앉아있던 강현수 국방부 장관이 말문을 열었다.
“다들 하시겠지만, 현재 한반도를 위주로 동북아 주변국에서도 군비 확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통령님께서는 대한민국 전력 향상에서 육군, 해군, 공군을 떠나 국가적 전력 증강에 있어 가장 시급한 무기부터 선별하라는 당부의 말씀이 있었습니다. 이점 참고하시고 회의를 진행했으면 합니다. 강이식 합참의장님 시작하시죠.”
“그럼 육군부터 가장 시급한 전력 증강 무기에 대해서 의견 제시를 하시기 바랍니다.”
강현수 국방부 장관 왼편에 앉아있던 강이식 합참의장의 주관으로 회의는 시작되었다. 합참의장의 말과 동시에 회의석 좌측 두 번째에 앉아있던 신성용 육군참모총장이 고개를 살짝 한번 숙이고는 미리 준비된 서류를 보며 말했다.
“그럼 먼저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육군에서는 현재 공격용 헬기 전력에서 노후화된 코브라(AH-1) 및 500MD 등의 대체가 시급한 상황입니다. 이에 미국 보잉사의 아파치 가디언(AH-64E) 36대에 대한 도입을 요청합니다.”
“공격 헬기라···. 도입 예상 비용은 어느 정도로 파악하셨습니까?”
“육군 전략부에서 예상한 도입 비용은 36대의 아파치 가디언에 자체무장 무기와 수리 창구까지 합친다면 1조 8천억 원의 비용이 발생할 것 예상합니다.”
“좋습니다. 이외 다른 추가적인 도입 건은 없습니까?”
“이번 대형 공격 헬기 전력만 보충된다면 2023년까지 개발될 소형 공격 헬기가 전력화될 때까지 헬기 전력은 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합참의장님, 지금까지 육군 위주의 국방비 지출이 컸던 만큼 이번엔 해군이나 공군에게 우선순위를 양보하도록 하겠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이번엔 나형환 해군참모총장이 말해보도록 하세요.”
“네, 먼저 신성용 참모총장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나형환 해군참모총장이 신성용 육군참모총장을 보며 살짝 고개를 숙이고는 이네, 강이식 합참의장을 보며 말했다.
“해군은 그 무엇보다도 이지스함의 추가 건조가 시급합니다. 현재 3척의 이지스함으로는 주변국과의 해상 전력에서 있어서 크나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에 3척의 이지스함 추가 건조를 요청합니다. 또한, 추가되는 3척의 이지스함에는 SM-3 미사일 플랫폼을 베이스로 하였으면 합니다.”
대한민국 해군의 세종대왕급 이지스함 3척은 일본이나 미국의 이지스함과 비교했을 때 공격력과 대공 방어력에 있어서 전혀 뒤지지 않으며 공격력은 일본의 신형 아타고급 이지스함보다 더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중대한 문제가 있었다. 북한이나 주변국의 탄도탄에 대한 추적 및 탐지는 가능하나, 현재 이지스함의 함대공 미사일인 SM-2로는 탄도탄을 요격할 수 없다는 것이 매우 큰 문제였다. 이에 나형환 해군참모총장은 추가 건조되는 3척의 이지스함에 SM-3 함대공 미사일 도입을 요청한 것이었다.
“이 부분은 현 정부 또한 심각하게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해군의 요청사항은 1순위로 도입하는 방향으로 보고할 테니 비용 부분도 말씀해주세요.”
현재 대한민국은 북한의 탄도탄과 중국과 러시아의 탄도탄에 대한 고고도에서의 자체적 요격 능력이 없는 건 사실이었다. 이런 부분에 있어 현 정부 또한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었으며, 몇 가지 방안을 준비하려고 했던 부분이었다. 이런 이유로 강현수 국방부 장관도 해군의 요청사항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발언을 했다.
“감사합니다. 국방부 장관님, 그럼 계속 말씀드리겠습니다. 3척의 이지스함 추가 건조와 SM-3 함대공 플랫폼 베이스 비용은 대략 4조 5천억 원의 예산이 필요로 할 것으로 예측합니다.”
“추가적인 부분 또 있습니까?”
강이식 합참의장이 질문하였다.
“욕심 같아서는 준비해온 도입할 무기에 대해 모두 요청하고 싶으나, 우리 해군도 공군에게 나머지를 양보하도록 하겠습니다.”
“육군과 해군에서 이렇게 양보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최병환 공군참모총장이 일어서며 옆에 앉아있는 신성용 육군참모총장과 나형환 해군참모총장에게 거수경례하였다. 타군이고 계급도 같은 대장이었지만 나이나 군 경력으로 선배였고 가장 큰 것은 감사의 마음이 들었기에 거수경례를 한 것이었다. 그러자 나형환 해군참모총장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최병환 공군참모총장의 거수경례를 한 오른손을 잡아당기며 밝은 미소로 말했다.
“최병환 대장 무슨 경례까지······. 하하하”
“그렇게 말입니다. 어서 앉으세요, 김병환 대장.”
갑작스러운 최병환 공군참모총장의 행동에 깜짝 놀란 신성용 육군참모총장도 웃음을 보이며 앉아달라는 손짓을 하며 말했다.
“다행입니다. 기존에 이런 회의를 하면 각 군에서 필요로 하는 무기 구매에 대해 자기주장만 하여 회의가 어려웠다고 들었는데, 이번에 새로 임명된 참모총장님들은 다르군요. 안 그렇습니까, 합참의장님. 하하하.”
개혁 정부 이후 방위사업 비리와 밀착된 군 지휘부에 대한 전반적 조사로 인해 많은 군 지휘부 인사들이 해임 및 인사발령이 있었다. 인사발령의 첫 번째 덕목을 진정 나라를 위하는 마음가짐과 군인으로서의 청렴도를 우선으로 하는 개혁 인사 정책으로 임명된 이번 참모총장들이기에 오늘처럼 자기 군의 이익을 위한 의견 제시가 아닌 국가적 전력을 우선시하는 의견 제시가 되는 화기애애한 회의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 강현수 국방부 장관은 큰 웃음으로 말했던 것이었다.
“온갖 비리에 물들어 국민에게 신뢰를 잃은 군 지휘부가 다시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그래야지요. 진정 나라와 국민을 위한 군대로 다시 태어나야지요. 그럼 최병환 공군참모총장의 말을 들어볼까요?”
최병환 공군참모총장의 갑작스러운 행동으로 웃음바다가 되었던 회의실 분위기에 고마움의 표시가 조금 과장된 것이 아니었나 걱정했던 최병환 공군참모총장은 헛기침을 몇 번 하고는 말을 이어갔다.
“작년에 F-35A에 대한 40대 도입이 확정되었지만, 추가로 20대를 더 도입했으면 합니다. 두 번째로 전시 작전권이 한국으로 전환된다면 지금까지 미군에 의지했던 전방위적 북한군 정찰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게 됩니다. 이에 E-737 공중조기경보기를 4대 도입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현재 중단된 FAX 사업 또한 확정하여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한국형 스텔스 전투기 개발사업을 추진하였으면 하는 게 공군의 염원입니다.”
중국이나 일본의 자체 스텔스 전투기 개발 성과가 나오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은 한국형 스텔스 전투기 개발사업인 FAX 사업이 추진 이후 7년간 개발사업이 중단된 상태였다. 이에 노후화된 3세대 전투기의 안전성에 문제가 생기며 각가지 사고가 터졌고 또한 유사시 제공권 장악에 있어 전략적 손실을 볼 수 있는 중요한 문제였기에 공군으로서는 FAX 사업을 추진하고자 하는 바람이 시급했다.
“비용 부분은요?”
강이식 합참의장이 물었다.
“F-35A 20대 구매비용은 무장 무기까지 포함 3조 원으로 예상하며, E-737 4대 구매비용은 2011년 EX 사업 당시 지출된 비용 1조 5천억 원이면 될 것입니다.
3군의 협조 속에 이어 회의는 2시간 정도 더 진행되었다.
“좋습니다. 오늘 내용은 국가전략부서를 통해 정리한 다음 국가 안전보장이사회를 연 후 최종 승인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추가적인 군사 전력 향상을 위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언제든 의견을 달라는 대통령님의 말씀이 있었으니, 언제든 괘념치 마시고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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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29일 17:00,
강원도 국가정보원 집체교육 훈련장 샤워실.
오늘도 어김없이 완전군장을 매고 10km 산악구보를 마치고 돌아온 남궁원은 샤워하는 이 시간이 가장 행복했다. 하루 두 번의 지옥 같은 산악구보도 이제는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는지, 그리 힘들지 않았고 자정까지 이어지는 야간교육 또한 하다 보니 재미까지 느껴지는 경지까지 오르게 된 남궁원은 휘파람을 불며 샤워를 마쳐가고 있었다.
“남궁, 오늘 야간교육 뭐냐?”
이곳에 와서 첫 번째로 말을 트고 친해진 특전사 출신 이자성이었다.
“야, 내 이름은 원이라고, 몇 번을 말해? 부르려면 석 자를 다 부르던가, 아니면 이름만 부르던가. 성만 부르지 말랬잖아?”
“난 이렇게 부르는 게 편하고 좋은데? 어쩌라고? 킥킥킥.”
“너한테 수십 번 말해봤자 내 입만 아프지.”
“잘 생각했어, 남궁. 오늘 야간교육 뭔지 알려달라고, 남궁.”
“넌 교육일정도 안보냐? 권총 사격 1차 평가잖아.”
“오, 권총 사격.”
이자성은 손을 모아 권총 모양을 만들고는 남궁원을 향해 쏘는 흉내를 냈다.
“비켜! 나 먼저 간다. 식당에서 보자.”
“어라? 같이 가. 나도 다 씻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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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29일 19:00,
강원도 국가정보원 집체교육 훈련장 사격 연습장.
“오늘 교육은 다들 알다시피 권총 사격 1차 평가다. 평가에 앞서 오늘은 특별한 조교 한 명을 소개하고자 한다. 현 국정원 권총 사격 대회에서 3년간 1위를 한 수사 1과 이혜진 요원이다.”
교관의 말과 함께 뒤편에서 서서히 이혜진 대리가 교관 옆으로 걸어왔다. 교관을 향해 부동자세로 서 있던 남궁원은 자기 귀와 눈을 의심했다. 교관 옆에 선 조교가 이곳에 온 후로 매일 보고 싶었던 이혜진 대리였던 것이었다. 그리고는 심장 박동 소리가 요란한 천둥소리처럼 크게 들리기 시작했고 전방의 시야는 흐릿해지며 정신까지 혼미해지기까지 했다.
다른 교육생들도 생각보다 한 미모 하는 이혜진 대리를 보고는 환호성과 손뼉을 치기 시작했다.
“야! 저 여자······. 내가 저번에 말한 네 수사1과 이혜진 요원 맞지?”
옆에 서 있던 이자성이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조그마한 목소리로 속삭이듯 남궁원에게 물어봤다. 하지만 남궁원은 이자성의 목소리뿐만 아니라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는 상태에 빠져있었다. 그런 남궁원을 바라본 이자성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며 자세를 바로잡고 앞을 바라봤다.
“반갑습니다. 국정원 대테러수사 1과 이혜진 대리입니다. 오늘 이렇게 여러분에게 잠시나마 권총 사격에 대해 교육을 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짧은 시간이겠지만, 최선을 다해 여러분에게 교육 지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질문 있습니다. 이혜진 조교님.”
이자성이 오늘 손을 들고는 큰 목소리로 말했다.
“네, 말씀하세요.”
“오늘 교육을 받고 사격 평가에서 1등을 한 교육생에게 소원 한 가지 들어주면 안 되겠습니까?”
“말도 안 되는 소원은 들어줄 수 없습니다.”
“가능한 소원은 된다는 겁니까?”
“말해보세요.”
“야간교육 끝나고 커피 한 잔이면 됩니다. 안됩니까?”
“음······.”
이자성의 거칠 거 없는 질문에 잠시 당황한 이혜진 대리는 옆에 있는 사격 교관을 바라봤다. 도와달라는 표시였으나 사격 교관은 양손을 벌리며 알아서 하라는 몸짓을 보였다.
“그 정도도 못 해줍니까? 이혜진 조교님?”
“해주십시오!”
“힘내서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다른 교육생들도 이자성의 요구 사항에 동조하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좋아요, 오 분 정도 커피 한잔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더는 안 됩니다.”
“감사합니다, 이혜진 조교님!”
이자성은 무슨 속셈으로 그런 요구를 했는지 또 한 번 의미심장한 미소를 보이며 싱글벙글했다.
“그럼 교육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