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군비경쟁
2016년 4월 18일 11:00 (중국시각 10:00),
중국 베이징시 중앙정치국 상무의원 회의실.
쾅!
시진핑 주석은 화를 누그러뜨리지 못했는지 회의 탁자를 내려치며 붉게 상기된 얼굴을 지으며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정말입니까, 쥬야오 부장?”
시진핑의 주먹이 부르르 떨렸고 믿을 수 없다는 표정과 함께 분노를 표출하듯 맞은편에 앉아있는 쥬야오 부장을 비롯한 여러 관료를 쏘아보듯 쳐다봤다. 잠시간 싸늘한 공기가 회의실 주위를 감도는 적막한 분위기 속에 쥬야오 부장의 대답이 이어졌다.
“네 주석님, 일본 방위성에 잠입해 있는 해외정보수집 요원이 입수한 내용입니다. 그리고 미국과의 협상도 모두 마친 상태라고 합니다.”
국가안전부 쥬야오 부장이 보고한 문서의 내용은 이랬다.
<일본 방위성 해양대군 프로젝트 기밀문서>
1. 2016년 7월 미 해군 니미츠 항공모함 인수
2. 일본 해군 3,000명 항공모함 운영 관련 1년간 인수·인계 교육
3. F 35B형 80대 구매
4. EA-18G 전자전 공격기 8대 구매
5. 아타고급 이지스함 3척 추가 건조
6. 신형 유도미사일 구축함 2척 건조
7. 신형 6,000톤 디젤 잠수함 3척 건조 (핵잠수함으로 의심됨)
8. 2020년 일본 해군 항모전단 창설
- 카가급 항공모함(니미츠)
- F 35B형 80대 / EA-18G 전자전 공격기 8대
- 아타고급 이지스함 3척
- 신형 유도미사일 구축함 2척
- 아사히급 구축함 2척
- 신형 6,000톤 디젤 잠수함 3척(핵잠수함으로 추정)
9. 세부사항
······.
시진핑 주석 왼편에 앉아 보고서 내용을 읽어가던 리위안차오 부주석도 화가 치밀었는지 그대로 회의 탁자에 보고서를 던져버리며 일갈했다.
“이런 건방진······. 일본 놈들이 이젠 대놓고 군국주의의 본색을 드러내며 똥오줌 못 가리는군요. 우리가 보유한 항모를 의식하여 댜오위다오 영토분쟁에 있어 해상전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일본의 야심으로밖에 볼 수 없습니다.”
“일본이야 원래 그런 족속들 아닙니까?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일본의 군비 확충에 미국 또한 일조하고 있다는 거지요.”
장가오리 부총리가 문제의 핵심을 파고들 듯 말했다.
“맞습니다. 장가오리 부총리 말처럼, 미국은 현재 동북아에 대한 군사적 영향력을 일본이 대신하게 하려는 수작입니다. 뭐 일거양득 아니겠습니까? 미국 처지에서 보면 무기 수출로 인한 경제적 이익과 군비축소로 동북아 영향력이 약해지는 부분을 일본군으로 메울 수도 있고요. 뭐 서로 간 이익이 맞물려졌다는 거지요.”
조용히 앉아있던 국무원 비서장인 마카이 부총리가 일목요연하게 말했다.
“그렇다 쳐도 이건 동북아 주변국 즉, 중국을 우습게 보는 거 아닙니까? 예정보다 군사 굴기 계획을 더욱 박차를 가해야 할 듯합니다.”
리위안차오 부주석의 말에 중앙정치국 상무의원 8명 모두 시진핑 주석에게 시선을 돌렸다. 탁자를 치며 화를 낸 후 잠시 생각에 잠겼던 시진핑 주석은 여러 시선이 자기를 향하자 리위안차오 부주석에 돌연 질문으로 말문을 열었다.
“부주석, 총장비부장과의 회의가 언제라고 했지요?”
“내일 오후 2시입니다.”
“오늘 오후 2시로 합시다. 오늘 회의는 총장비부장의 중간보고를 듣고 결정을 지어야 할 듯하니 여기 계신 모든 상무 의원님들도 다 참석 바랍니다.”
“네, 바로 연락하도록 하겠습니다.”
★ ★ ★
2016년 4월 18일 13:00,
대한민국.
2015년 12월에 출범한 개혁 정부는 5개월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각가지 크고 작은 개혁 정책을 내놓으며 대한민국 전체가 들썩거렸다. 첫째로 국가의 전반적인 비리 수사를 하는 국가비리암행원의 활약에 힘입어 해군 방산비리 사건을 시작으로 대규모 국가사업 비리까지 파헤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대통령의 권력 집중을 피하고자 국무총리 직속으로 설립한 반민족행위조사처의 행보였다. 1948년 백범 김구와 임시정부가 지목한 숙청 대상 친일 인사들의 명단을 초안으로 시작한 반민특위가 조사했던 7,000여 명에 대한 전반적 재수사를 하였고 이에 친일 매국노로 판명 난 대상자에 대해선 기소 및 그 후손들의 재산까지 연관 관계를 철저히 조사하여 국고 환수 작업에 들어가며 일사천리로 진행하고 있었다.
이러한 국가 정책의 행보는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들에게는 하나의 위안이 되었으며, 또한 국고 환수를 통한 수조 원대의 자금은 국민 경제 활성화에 모두 투입하면서 국민의 열렬한 지지를 기반으로 미국으로부터 전시 작전통제권을 인수하기 위한 미국과의 협상까지 시도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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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4월 18일 15:00 (중국시각 14:00),
중국 베이징시 중앙정치국 상무의원 회의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2016 군사 굴기 연구 성과 중간발표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총장비부 조직은 중국의 군사 무기 사업에 따른 연구를 총괄 진행하는 부서로 현재 젠-20(J-20) 스텔스 전투기와 스텔스 전투기를 탐지할 수 있는 차세대 레이더를 연구 중이며, 항공모함의 킬러로 불리는 대함 탄도미사일인 둥펑 21D(DF-21D) 과 신형 대륙 간 탄도미사일인 둥펑 5-B(DF-5B) 등 중국 전략적 무기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중앙군사위원회 예하 핵심 부서이다.
푸디후차오 총장비부 부장은 커다란 스크린을 옆에 서서 시진핑 주석을 포함하여 중국의 권력 실세들인 9명의 상무의원 앞에서 발표하고 있었다.
“먼저 J-20 스텔스 전투기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현재 시제기 2대로 시험비행 3단계까지 완료된 상태입니다. 하지만 J-20 전투기에 장착할 차세대 고성능 엔진 개발에 어려움이 있어 애초 계획을 수정해야 할 듯합니다.”
“어떻게 수정한다는 겁니까?”
급한 성격인 리위안차오 부주석이 발표 중에 끼어들었다.
“애초 계획은 고성능 엔진을 자체 개발하여 젠-20 전투기 1차 양산분 60대를 생산하려던 계획이었으나, 자체 엔진 개발이 늦어짐에 따라, 시재기에 장착된 AL-117S 터보팬 엔진 40대를 러시아로부터 도입하여 1차 양산분 40대로 마무리 짓고 이후 자체 엔진 개발을 완료하여 2차 양산분부터 자체 개발한 엔진을 장착하여 생산하는 방식으로 계획을 수정해야 할 듯합니다.”
“기술적 한계로 인해 개발이 늦어지는 건 어쩔 수 없지요. 푸디후차오 부장?”
“네, 주석님.”
“러시아로부터 도입할 엔진 수량을 80대로 늘리도록 하세요. 젠-20 전투기 1차 양산분은 80대로 합시다. 그리고 엔진 개발도 2년 안으로 어떻게 하든 꼭 성공하세요. 그래서 2차 양산분부터는 순수 중국의 기술로 만들어진 젠-20 스텔스 전투기를 내놔야 하지 않겠습니까?”
“네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아니지요. 아니지요. 최선을 다해서는 안 됩니다. 죽을 각오로 해야지요. 이와 관련된 당 모든 기관에 1순위로 지원하도록 지시할 테니 2020년 안으로 200대의 젠-20 스텔스 전투기를 실전 배치될 수 있도록 책임지고 완수하세요.”
뜻밖의 시진핑 주석의 강압적 요구 사항에 순간 당황한 푸디후차오 총장비부 부장은 잠시 주춤한 자세를 이내 바로잡고는 고개를 숙이며 큰소리로 대답했다.
“그 이상의 성과를 보이겠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상체를 숙여 턱을 괴고 있던 양팔을 풀면서 오른손 검지를 내보이며 푸디후차오 총장비 부장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요. 책임지고 완수하세요. 이번 일은 푸디후차오 부장에겐 아주 큰 기회입니다. 그 기회를 살리세요. 앞날은 제가 보장하겠습니다. 자! 그럼 다음으로 넘어갑시다.”
시진핑 주석의 말에 고개를 더 깊게 숙였던 푸디후차오 총장비부 부장은 그제야 얼굴을 들며 뒷면 스크린 주시하며 콘솔을 작동시켰다.
“스크린을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것은 초단파(VHF) 레이더 시스템인 YJ-26입니다. 즉, 스텔스 형태의 비행 물체를 탐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레이더 시스템으로 현재 고정형으로 3,000km 미터까지 탐지 성능을 발휘하는 YJ-26A와 고정 형식을 벗어나 차량에 탑재되는 이동식 레이더로 최대 500km 정도의 탐지 성능을 가지고 있는 YJ-26B가 있습니다. 현재 고정형인 YJ-26A은 2020년까지 각 전구에 1개씩 배치될 예정이며, 이동식인 YJ-26B은 2019년까지 30대를 양산할 예정입니다.”
“푸디후차오 부장?”
“네, 장가오리 부총리님.”
“레이더의 탐지 성능은 어느 정도나 됩니까?”
“쉽게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레이더상에 아음속의 속도로 이동하는 덩어리 형태의 작은 물체를 탐지할 수 있으며, 이에 스텔스 전투기로 판별하고 있습니다.”
“탐지된 스텔스 전투기가 어떤 기종인지 파악은 할 수는 없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현재 기술로는 스텔스 전투기에 대한 기종이나 탐지된 물체에 대한 정확한 형태로 분별하기엔 아직은 기술적 한계에 있습니다.”
“푸디후차오 부장, 아니 무슨, 수천만 위안을 연구비로 사용하면서 그 정도밖에 개발을 못 했다는 겁니까? 스텔스 전투기 엔진도 그렇고, 레이더도 그렇고 말이야.”
리위안차오 부주석이 벌컥 화를 내며 푸디후차오 부장을 노려봤다.
“죄송합니다. 리위안차오 부주석님, 현재 스텔스 레이더 담당 수석 연구진은 향후 5년 안에 지금보다 더욱 진보된 완벽한 스텔스 전용 레이더 시스템을 개발을 목표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이점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주석, 그 정도만 하세요.”
주석은 급한 성격의 리위안차오 부주석을 제지했다.
“그래도 현재 스텔스 전투기를 탐지하는 레이더는 현재 우리 중국이 가장 앞서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훌륭합니다. 자 그럼 다음으로 넘어갑시다.”
“다음은 항모 천적으로 불리는 둥펑 DF-21D입니다. 현재 3차 테스트까지 완료된 상황입니다. 사거리는 1,450km로 목표물에 대한 다탄두 공격 시 타격률 80%의 성공률을 보입니다.”
2015년 중국은 둥펑 DF-21D에 대해 실전 배치를 완료하였다는 발표와 2015년 중국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때 실제 그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는 미완성된 겉모습의 미사일만 보여줬을 뿐이다. 이유인즉, 남중국해의 영토분쟁에서 미국의 항공모함에 대한 군사적 행동반경을 위축시키기 위한 수단의 행보였다.
“좋아요. 실전 배치는 언제쯤 가능하겠습니까?”
장가오리 부총리가 질문하였다.
“앞으로 1년 안에 남부 전구에 2개 포대를 배치할 예정이며, 이후 동부 전구와 북부 전구에 각 1개씩의 포대를 배치할 수 있도록 미사일 생산설비를 가동할 예정입니다.”
“우선순위를 조금 바꿉시다. 1년 안으로 남부 전구와 동부 전구에 각 1개 포대를 배치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네, 시진핑 주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