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cm헌터-2화 (2/200)

2화. 우선순위

백현은 고개를 저었다.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100도 가까운 떡볶이 국물 때문일까?

그들이 필사적으로 내밀고 있는 머리가 순식간에 힘을 잃고 가라앉는다.

잠시 후, 백현에게만 보이는 미니맵에서 사라지는 점.

결과는?

바로 죽음.

그랬다. 방금 전 국물에 빠진 사람들은 목숨을 달리했다.

이것은 현실.

갑자기 찾아온 패닉.

사람들이 절규를 내지른다.

백현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될지, 도저히 감이 오질 않지만.

‘내가 무엇…… 무엇을 해야 하지?’

무언가를 떠올려야 했다.

가만히 있는 것은 미친 것이었다.

자신이 해야 할 일.

그는 순식간에 판단했다.

그가 떠올린 우선순위는 이랬다.

1. 이곳에서 살아남는 것.

2. 여동생을 만나는 것.

3. 나에게 발생한 미지의 능력을 통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

1m 떨어진 지점.

마약 떡볶이를 먹고 있던 손님이 있었다.

백현은 일단 그를 향해 다가갔다.

자신과 같은 상황인지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일은 순탄하게 진행될 리 없었다.

- 찍찍! 찍찍!

몸이 컸을 때도.

듣기만 해도 소름이 끼칠 정도였는데…….

50분의 1로 작아져보니 소름이 아니라 공포다.

온몸에 흐르는 전율.

‘아까 그 쥐야. 내가 봤던 그 쥐.’

검은 갈퀴털을 가진 커다란 존재.

녀석이 백현이 있는 방향으로 순식간에 달려든다.

그는 반사적으로 행동했다.

반대편으로 몸을 돌리고 미친 듯이 뛴다.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남을 구해줄 수도 없다.

약육강식의 세상.

지금의 쥐는 공포의 극치.

그러나 터무니없이 빠른 쥐.

쥐는 원래 시속 20km 정도까지 달릴 수 있다.

사람보다 느린 속도.

하지만 지금의 인간이라면?

백현의 달리기.

시속 0.4km.

쥐와 자신을 비교하자면?

무려 50배.

그는 이 상황을 인지했다.

도망쳐도 무조건 죽는다고.

그래도 삶을 포기할 순 없었다.

미친 듯이 뛰어야 했다.

조금이라도 더 살기 위해.

헛된 희망이라도 가져보기 위해.

불행 중 다행.

그는 목숨을 건졌다.

목표는 자신이 아니었던 것이다.

남자의 비명이 들려왔다.

“으아악!”

그의 다리는 이미 쥐의 입에 물려있었다.

덜덜…….

그의 신체가 쥐에 의해 공중으로 떠오르고.

곧바로 바닥에 메쳐진다.

지금의 인간보다 2배는 커다란 몸집.

검은색 갈기털을 바짝 곤두세운 생물.

메쳐진 인간을 녀석은 짧은 두 개의 앞발로 바닥에 짓눌렀다.

공포의 시작.

피도 눈물도 없는 살육현장.

생태 피라미드에서 최상위에 위치하고 있던 인간의 몰락.

먹고 먹히는 관계에서 바닥이나 다름없던 쥐에게 당해버린 남자.

이것이 현재 인간들에게 주어진 운명.

『찍찍! 찍찍!』

거대한 생물의 울음소리.

“으아아악! 아아-아악!”

인간의 비명.

백현은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직감했다.

더 이상 인간은 지배종이 아니라는 것을.

포유류 중 가장 약한 개체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야금야금.

현재의 사람에겐 괴수와도 같은 쥐가 남자의 다리부터 갉아먹는다.

백현은 더 이상 뒤돌아보지 못했다.

무식하게 뛰고 또 뛰었다.

사람이 있는 곳으로.

그는 달리면서 외쳤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그리고 신께 빌었다. 쥐가 따라오질 않기를.

자신을 인식하지 않기를.

‘제발…… 난 먹지 마. 먹지 말라고!’

하지만 그의 외침은 다른 사람에게 닿지 않는다.

인간의 낼 수 있는 최고의 목소리는 약 130데시벨.

가청거리는 약 70m 정도라 한다.

그러나 지금의 가청거리는 그 1/50인 약 1.2m 정도에 불과.

그런데…… 쥐가 백현을 인식했다.

그리고 자신을 향해 달려오고 있다.

미니맵상 표기된 거리.

5m, 4m, 3m, 2m, 1m…….

쥐가 자신을 향해 다가왔을 때, 전방에서 한 남자가 소리질렀다.

『엎드려!』

남자의 외침에 몸을 낮춘 백현.

그는 슬라이딩 하듯 바닥을 긁었다.

바닥에 눕혀진 몸.

얼굴이 위로 향하고.

그 머리 상공으로 날아가는 화염구.

30대 중년의 남성의 입에서 생겨난 화염구가 달려오는 쥐를 정확히 강타했다.

화르륵!

생쥐의 얼굴에서 번지는 불.

갑자기 뜨거운 열기에 노출된 쥐가 비명을 지른다.

『찌이익! 찌이익!』

순식간에 방향을 틀어 도망가는 생쥐.

그걸 보며 안심하는 백현에게 건네진 남자의 손.

“학생, 괜찮아요?”

“네. 괜찮습니다.”

불꽃을 사용하는 중년 남성 덕분에 목숨을 건졌다.

백현은 자신의 안위를 확인한 후, 주변을 살폈다.

남자가 셋, 여자가 하나.

그중 하나가 그에게 말을 걸었다.

“다친 데는 없나요?”

“네. 덕분에 살았습니다.”

4명의 일행.

중년 남성 둘과 중년 여성 한 명, 노년의 할아버지 한 명.

그중 할아버지가 자신이 처한 상황이 납득이 되지 않는지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백현을 구해준 불꽃을 쓰는 남성.

그가 할아버지를 부축하며 위로했다.

“아버지……. 힘내세요. 정신 차리셔야 되요.”

“진철아……. 이게 무슨 상황이라니…….”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고 지금은 마음 단단히 먹으셔야 합니다. 그러니까……”

그러나 모두가 중년 남성처럼 호의적인 것은 아니었다.

퉁퉁한 아줌마.

그녀는 앞으로 나오며, 백현을 향해 핀잔을 늘어놓았다.

“너 때문에 하마터면 모두 위험에 빠질 뻔했어. 알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하다고 될 문제야? 다 죽을 뻔했는데?”

“…….”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각자 다른 상황에 처한 사람들.

하지만 그러한 현실 속에서도 힘을 합치고, 극복하려는 사람들이 있다.

“형수님! 그만하세요. 이 친구도 죽을 뻔했는데, 그게 할 소리입니까?”

“여보! 도련님 좀 어떻게 해봐. 지금 이 상황에서 다른 사람 챙기게 생겼어?”

“만철아, 일단 그 녀석하고 같이 좀 떨어져 있어. 아버지는 내가 챙길게.”

“알았어. 형. 형, 괜찮은 거지?”

식은땀을 흘리는 남자.

‘아…… 능력을 써서 그런 건가?’

하지만 무너질 수 없는 가장.

“어. 괜찮으니까, 일단 우리랑 같은 상황인지 파악해.”

“어. 알았어.”

김만철은 형의 말대로 백현을 구석으로 데려갔다.

대형마트.

물품보관함 뒤편.

약간의 틈. 3cm 정도 되는 비좁은 틈.

이곳은 쥐들이 들어오기는 힘든 곳.

그는 일단 강백현을 안심시켰다.

“형수님 말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이름이 어떻게 되지?”

‘형수님? 가족이었던 건가?’

그러고 보니 중년 남성 둘의 얼굴이 매우 닮아 있었다.

백현은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강백현입니다.”

“나이는?”

“20살입니다.”

“그래? 어리네. 난 36살, 이름은 김만철이고, 널 구해준 사람은 진철이형. 그리고 우리 아버지, 방금 전 널 혼낸 여자는 우리 형수님.”

그런데 공포 때문이었을까? 20살 청년의 몸이 덜덜 떨려온다.

김만철은 아직 어린 학생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청년은 공포를 이기지 못했다. 몸을 덜덜 떨고 있는 게 고스란히 느껴졌다.

김만철이 말했다.

“다 괜찮아. 무서워서 그런 거야.”

“네. 감사합니다.”

“일단 묻자. 너는 능력이 뭐야?”

“능력이요?”

“그래. 이상한 창에 나온 능력.”

“이상한 창이면 미니맵 말씀하시는 건가요?”

“미니맵? 그게 뭐지?”

김만철의 말에 강백현이 혼란에 빠졌다.

‘미니맵을 말하는 게 아닌가?’

하지만 혼란은 오래가지 않았다.

일단은 사람을 믿는다. 더구나 그는 자신의 목숨을 구해준 남자의 일행.

진실을 대답하는 게 옳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의 위치를 알 수 있고, 공간과 지형을 보여주는 허상지도 같은 겁니다.”

“그게 네 능력인가?”

“그런 것 같아요.”

“레벨은 몇이지?”

‘레벨? 미니맵에 레벨이 있나?’

백현은 일단 마음을 진정시켰다.

그 후 사용자 정보를 확인했다.

그러자 능력이 보인다.

『보호막 Lv1』

‘이걸 능력이라고 말하는 거였구나.’

김만철 아저씨의 말에 백현이 대답했다.

“레벨 1인 것 같아요. 보……ㅎ”

보호막에 대해 말해주려는데, 김만철이 말을 끊는다.

“강백현.”

“네?”

“솔직히 말해줘서 고맙다. 혼란스러워도 이건 현실이란 것을 알아둬라. 우리는 지금 모종의 이유로 인해 어떤 능력을 갖게 되었다. 너도 마찬가지고.”

“……네.”

“내 능력은 신체 강화, 레벨은 1이라고 적혀 있고, 아직은 주먹 부위만 강화시킬 수 있는 것 같아.”

김만철 역시 솔직하게 다가온다.

솔직한 남자와 솔직한 남자가 만났을 때, 정보교환은 원활히 이루어지고.

“혹시 아까 그 아저씨는…… 불꽃을…….”

“그래. 너도 알아차렸겠지만, 우리 형의 능력은 화염구 Lv1. 믿기 힘들겠지만, 방금 전 너를 쫒던 쥐를 쫓아낸 화염구는 형이 만들어낸 능력이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구축되어 간다.

백현은 이제야 이곳 세계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여동생이 만들어 놓은 작은 세상의 이야기.

‘미나야. 넌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인 거니?’

그러나 고민해봐야 풀리지 않는 의문.

일단은 동생을 만나는 게 최우선.

그러나 강백현은 자신의 우선순위를 조정했다.

1. 내가 살아남는 것.

2.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파악하는 것.

3. 여동생을 만나는 것.

여기서 동생을 만나러 가려면 조금 전에 본 불꽃과 같은 공격능력이 필요하다.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보호막도 어떻게 쓰는지 알게 되면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지금은 그 능력을 익히는 게 여동생을 찾는 것보다 더 우선되는 것이다.

그 때, 자신을 구해준 화염 능력자 김진철이 물품보관함 뒤쪽에 있는 동생을 불렀다.

“만철아! 일단 1층으로 가자. 여기는 위험해서 안 되겠어.”

“아버지는? 괜찮으셔?”

“일단은 조금 안정되셨어. 그런데 아버지가 통 못 알아들으신다.”

“뭐를?”

“능력……. 모르겠대. 그냥 다 모르겠대.”

“일단 알았어. 에스컬레이터로 갈까? 아니면 계단으로 갈까?”

“에스컬레이터는 위험해. 계단으로 가자.”

“응.”

4명의 가족 구성원. 이제 헤어져야 할 시간.

백현은 고마움을 표시했다.

“감사합니다.”

그러나 고민도 생긴다.

‘내가 혼자 집으로 갈 수 있을까?’

도저히 자신이 없다. 가다가 쥐를 또 만난다면?

남은 거리 대략 1.6km.

직선거리로만 최대속도로 쉬지 않고 뛸 수 있다면 4시간 정도 걸리겠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은 백현 스스로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런 건물의 지형지물.

층간 이동도 해야 하고, 계단이나 문 같은 장애물도 극복해야 한다.

1.6km는 지금의 인간에게 거의 80km나 다름없는 거리.

백현은 신중했고, 최상의 선택을 했다.

지금 일행과 같이 다니겠다고.

그게 자신에게 유리하다고.

‘적어도…… 대형마트를 빠져나갈 때까지만. 그때까지라도 함께 한다.’

그래서 용기를 내었다.

“저도 같이 이동해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날카롭게 소리를 지르는 여성!

“안 돼!”

그리고 의견이 갈리는 남성.

“형수님! 아직 20살밖에 안 된 청년입니다. 이대로 홀로 두실 겁니까? 형! 진철이 형! 형도 말해봐!”

“난 아내의 의견에 따를게. 아버지도 지켜야 하고, 아내도 지켜야 하는데, 한 명 더 붙는 건 오히려 거추장한 짐이야.”

그때, 백현이 말했다.

“짐 아닙니다. 전 지형지물을 볼 수 있습니다.”

“우리도 어디가 입구이고, 출구인지 다 알아. 우리가 여기 마트에 처음인 줄 알아?”

그러나 백현은 굳세게 자신의 주장을 관철했다.

“그건 당연히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넓은 공간에 어디에 쥐가 있고, 해충이 있는지는 알고 계십니까?”

“뭐?”

“저쪽을 바라봐주세요!”

백현이 오른쪽을 가리켰다.

커다란 기둥 뒤, 무언가가 사각사각 움직이는 것이 보인다.

희미한 생명체.

정확히 무엇인지 구분이 안 가는데, 백현은 자신했다.

“저건 사마귀입니다.”

“사마귀?”

거짓이 아니었다. 그가 가리킨 곳.

어린이들의 호기심을 일으키기 위해, 애완곤충과 동물을 한곳에 모아둔 곳. 대형마트의 곤충판매 코너.

미니맵은 백현이 확대하는 곳마다 누가, 무엇이 있는지를 정확히 알려주고 있다.

“여보……. 저 방향은 안 될 것 같아.”

그때, 기둥 뒤로 질질 끌려가는 사람이 보인다.

목이 없는 사람. 그것을 들고 있는 녹색 괴물.

그건 진짜로 사마귀.

실제 인간의 사체를 목격하자 여성이 비명을 지른다.

“으으으아아아악!”

그때 백현이 까무러치듯 놀라며 소리쳤다.

“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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