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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134화 (134/161)

134화 Chapter 133

‘절대자?’

관찰자 관리자 지배자까지는 알겠는데 절대자라는 건 또 처음 들어 본다.

「절대자의 씨앗이라니, 날 말하는 건가?」

「…….」

하지만 눈깔 녀석은 내게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마음의 동요를 나타내듯 크게 치켜뜬 눈은 고심을 담고 있었다.

어쩔 수 없이 녀석이 그 당황한 감정을 추스르기를 기다렸다.

‘당장 힘을 사용한다고 해 봐야 타격이 있을 것 같지도 않고.’

평소라면 당장 달려들어 팼을 테지만 지금 눈앞에 있는 건 존재의 파편에 불과했다.

아니, 존재의 파편이면 다행이지, 예상하기로는 권능에 의해 탄생한 허상과 같은 존재.

지금 녀석을 핍박한다고 해 봐야 아무런 신경도 쓰지 않을 게 빤했다.

「도대체 이 별은 어떻게 되먹은 별이란 말인가. 절대자의 씨앗이 벌써 둘이나 존재하다니…….」

이내 들으라고 하는 것처럼 중얼거린다.

하지만 여전히 그 말에 숨은 뜻을 파악하기는 힘들었다.

파앗!

다음 순간 나는 격을 이루고 있던 힘을 풀었다.

태초의 눈을 얻고 나서는 훨씬 편해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격을 이루고 있기는 힘들었다.

이제 볼일이 끝난 이상 그 힘을 유지할 필요는 없었다.

“이제 정신을 차린 것 같은데, 조금 전 그 말의 뜻을 물어봐도 될까? 아, 물론 이건 내가 네게 하는 질문이야.”

무척 중요한 내용 같기에 질문권을 사용해서라도 그 대답이 듣고 싶었다.

「일문일답은 끝이다.」

하지만 눈깔은 멋대로 일문일답을 종료한다고 말했다.

“그게 무슨 개소리…….”

「태초의 맹약으로 인해 그대에게는 어떠한 답도 줄 수 없다.」

“응?”

「다만 말해 줄 수 있는 건 하나. 그대는 범우주적인 존재가 될 수 있는 씨앗, 그 가능성을 품은 극소수의 존재 중 하나라는 것이다.」

‘이건 또 무슨 소리야?’

아마도 조금 전 말했던 절대자의 씨앗을 말하는 것일 테지.

하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그가 말하는 절대자라는 게 무엇인지 짐작할 수 없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지금 그대와 같은 가능성을 품은 존재가 이 별에 하나 더 존재한다는 것이다.」

전혀 저의를 알 수 없었던 다른 말과는 달리 그 말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니까 나와 같은 힘을 지닌 존재가 이 별에 하나 더 있다는 거지?”

「그렇다.」

‘오호라?!’

흥미가 동할 수밖에 없었다.

‘내 전력을 보고도 나와 비슷하다 평할 수 있을 정도라.’

비록 자랑은 아니지만 적어도 이 대륙에서(솔직히 말하면 전 우주를 따졌을 때도)는 내 적수가 될 만한 이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내 전력을 본 이 눈깔 녀석은 지금의 나와 비슷한 힘을 지닌 존재가 하나 더 있다고 말했다.

‘재밌겠는데?’

두려움은 없다.

다만 나와 같은 존재에 대한 호기심이 일었다.

도대체 어떤 미친 시련을 딛고 성장했기에 그만한 힘을 얻었는지 참으로 궁금했다.

「흐음, 놀라운 향상심이로군.」

그리고 눈깔 녀석은 나를 향해 나직이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런데 말이야, 조금 전에 이 별에 1명이 더 있다고 했잖아? 그러면 이 별 밖에는 나와 같은 힘을 지닌 이가 여럿이 있다는 거네?”

조금 전 말에서 단서를 얻어 슬쩍 의중을 떠보았다.

「…그렇다. 전 우주에 절대자의 씨앗이 될 만한 자질을 지닌 이가 여럿 분포해 있다.」

‘역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럼 이 별에 있는 존재에 대한 정보를…….”

「줄 수 없다. 그것은 맹약에 위반되는 일.」

“조금 전부터 맹약이라고 말하는데, 도대체 그 맹약이 뭘 말하는 거지?”

「…그것은 말해 줄 수 있겠군.」

아마 과거 만났던 눈깔이었다면 당장 모가지를 따 주겠다며 협박을 했을 텐데 의외로 이번 눈깔 녀석은 내게 협조적이었다.

‘외부자 녀석들이라고 해서 모두가 그렇게 막 나가는 건 아닌 모양이로군.’

하긴, 어딜 가나 별종은 있기 마련.

시초자들이라 불리는 이들도 애초에 외부자들이 아니었던가.

하지만 그들은 포식과 파괴의 행위를 포기한 채 창조의 행위로 이 별을 탄생시켰다.

그렇게 생각해 보면 외부자들 모두가 파괴를 추구하는 미치광이들은 아닐 것이다.

「우리가 맺은 맹약은 절대자의 계승식에 관해서는 그 어떤 정보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대는 절대자의 씨앗이 될 만한 재능을 가지고 있는 존재. 그렇기에 나는 이와 관련된 그 어떤 답도 해 줄 수 없음이다.」

“아하!”

그 말은 많은 의문을 풀어 주었다.

“그러니까 내가 절대자가 될 만한 자질을 갖추고 있고, 너희 맹약을 맺은 외부자들은 내게 그와 관련된 어떠한 정보도 줄 수 없다는 거지?”

「그렇다.」

“도대체 왜? 그 절대자라는 게 뭔데?”

가장 먼저 생긴 의문은 절대자라는 존재에 관한 것이었다.

도대체 그게 무엇이기에 막 나가는 지배자 녀석들이 이렇게 맹약까지 맺어 가며 비밀을 함구하는 것인가.

「범우주적인 존재. 지배자 위의 유일한 존재이며 정점에 있는 자.」

꽤 많은 수식어가 나왔다.

그리고 그 모든 수식어가 뜻하는 것은 ‘일인자’였다.

그것도 그냥 대륙, 별의 일인자가 아니라 전 우주, 모든 존재하는 것 중의 최고임을 뜻하는 것.

「그리고 절대자의 오른 이는 우주의 질서를 정립할 수 있으며 그 영향력은 우리 지배자에게도 미칠 수 있다.」

“그건 재밌겠네.”

솔직히 처음에는 별달리 흥미가 없었지만 마지막 말을 듣는 순간 태도를 달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 건방진 새끼들의 위에 있을 수 있다니, 얼마나 통쾌할까?’

과거 만났던 눈깔 녀석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생각하니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시원해진다.

「그렇게 쉽게 생각할 게 아니다. 절대자가 되는 길은 고통의 가시밭과도 같은 것. 최초의 절대자가 탄생한 이후 지금껏 숱한 절대자의 계승식에서도 탄생하지 못했으니.」

“응? 수많은 계승식이 있었다고?”

「그렇다. 절대자의 씨앗은 일정한 주기로 탄생하였고, 그때마다 계승식이 거행되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절대자로 계승할 수 없었다.」

“왜지? 절대자의 씨앗들끼리 싸우면 되는 거 아냐? 최후의 승자가 계승식을 거치면 되는 것 같은데.”

「지금껏 최후의 생존자가 등장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게 말이 돼?”

「절대자가 탄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지배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아!”

그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모두가 절대자의 탄생을 바라는 게 아닌가 보네?”

「위선자들은 절대자의 탄생을 바라지 않는다. 혼돈이야말로 우주에 존재하는 유일한 질서라 믿기에 질서를 정립하는 존재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지.」

“혹시 과거 내가 만난 눈깔… 아니 지배자 녀석도……?”

「그렇다. 그는 위선자 중 하나. 아마 그대가 절대자의 씨앗이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무리를 해서라도 목숨을 취했을 것이다.」

어쩐지 본 순간 기분이 팍 상한다 했더니.

“차라리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만약 나를 제거하기 위해 진체를 보였다면 소멸하는 건 내가 아니라 녀석이었을 것이다.

「…자신감이 넘치는 건 좋으나 그것은 과신이다. 지금껏 수많은 절대자의 씨앗이 계승식을 위하여 정진했으나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했다. 그중에는 지금의 그대를 훨씬 뛰어넘는 재능의 존재도 있었고, 당연히 계승할 것으로 생각한 인재도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그 시련을 넘지 못하였다.」

“음…그건 좀 의외인데?”

녀석이 할 일 없이 농담할 일은 없을 테고.

지금의 나를 훌쩍 뛰어넘는 이들도 계승식을 성공하지 못했다니.

“위선자 중에 꽤 뛰어난 녀석들이 있나 봐?”

생각할 수 있는 경우의 수는 하나.

절대자의 계승식을 막으려는 그 위선자들 가운데 뛰어난 이들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꽤 날카로운 시선을 지니고 있군. 그렇다. 위선자들을 이끄는 지도자인 ‘그’는 태초에 존재했던 절대자와 함께 우주의 질서를 정립했던 위대한 존재. 그의 의지가 절대자의 탄생을 바라지 않는 이상 쉽사리 절대자의 계승식은 성공할 수 없다.」

“그런데 내가 이상한 건가? 태초의 절대자와 함께했다면 절대자가 탄생하길 바라야 하는 거 아냐?”

과거에 절대자를 모셨던 경험이 있는 존재라면 당연히 절대자의 탄생을 바라야 하는 게 아닐까?

「그의 의중은 그 누구도 모른다. 가장 가까이서 절대자를 모셨던 그가 왜 절대자의 계승을 막는지, 그리고 어찌하여 위선자들의 위에 군림하며 혼돈을 추구하는지. 그 의중은 오직 그만이 알 수 있겠지.」

확실히 그 말이 맞다.

녀석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는 본인만이 알 수 있는 것.

그 내심을 다른 존재에게 드러내지 않는 이상 무엇을 획책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이제 시간이 다 된 것 같군.」

위선자의 우두머리에 대해 말하던 눈깔.

스스스스-

녀석의 형상이 점차 희미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음, 덕분에 잘 들었어. 예전에는 모든 외부자가 파괴에 미친놈들일 줄 알았는데, 너는 좀 다른 것 같네?”

감사의 인사를 잊지 않았다.

고작해야 피조물에 불과한 내게 이런 정보를 넘겨줄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후후, 우리 외부자들 가운데서도 현재의 체제에 불만을 가진 이들이 많다. 특히 내가 속한 ‘탐구자’들은 새로운 질서의 정립, 즉 절대자의 탄생을 애타게 바라고 있지.」

“그래? 그렇다면 그 절대자인지 뭔지가 되도록 노력해 봐야겠네. 나도 우주의 정점이란 부분에 매우 흥미를 느끼고 있거든.”

다른 귀찮은 자리라면 사양하겠지만 우주의 정점이 아닌가.

일단 그 자리에 앉기만 한다면 모든 것을 내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을 테니 손해 볼 것은 없을 것이다.

「물론 환영하는 바다. 하지만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일이 있다.」

“해결해야 할 일?”

「그대의 세력을 형성하는 것이다.」

“세력이라면…….”

「고작해야 이 별에 있는 나약한 세력을 말하는 게 아니다. 너희가 말하는 외부자들, 나와 같은 이들의 협력을 얻어야 한다.」

‘외부자들을 내 편으로 만든다, 라.’

그건 정말 발상의 전환이었다.

외부자들은 모두 적이라고만 생각했지, 한 편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던 것이다.

‘가만 생각해 보면 이 녀석도 내게 협조적이잖아. 절대자가 탄생하길 바라는 녀석들을 잘만 구슬린다면 아군으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긴 할 것 같네.’

당장 눈앞의 눈깔만 해도 꽤 호의적으로 대하고 있다.

녀석이 말하는 탐구자들을 잘만 구슬린다면 꽤 강력한 세력을 형성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그 일은 최대한 서둘러야만 한다. 지금도 다른 절대자의 씨앗이, 그리고 이 별의 그도 한창 아군을 만들기 위해 분주히 노력하고 있으니.」

“그런데 어떻게 하면 너희와 접촉…….”

「그것은 알려 줄 수 없다. 맹약에 따라 모든 일은 그대가 해결해야만 하니…….」

그것이 눈깔의 마지막 의지였다.

스슥-

흐릿한 형상을 유지하고 있던 녀석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기 때문이다.

조금 전까지 녀석이 있었다는 잔재만 느껴질 뿐, 그 어디에서도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것참. 어째 일이 점점 커지는 것 같은데…….”

사라진 형상을 응시하고 있다가 이내 그 상념을 접었다.

‘우선 당장 눈앞에 닥친 일부터 처리하자.’

외부자들이니, 절대자니 일단 이 문제는 나중이다.

가장 먼저 내가 해야 할 일은.

‘태초의 육신과 영혼을 찾는 것.’

시초자들이 숨겨 놓은 태초의 육신과 영혼을 찾아 좀 더 완벽한 격을 이루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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