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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133화 (133/161)

133화 Chapter 132

“감히 내 정신을 지배하려느냐!”

내 의도를 눈치챈 듯 녀석이 의지를 다지기 시작했다.

확실히 작정하고 공고히 감싸니 녀석의 의지를 뚫고 정신에 침투하는 건 상당히 힘든 일이었다.

‘과거였다면 말이지.’

불과 조금 전의 과거였다면 녀석의 의지를 굴복시키겠다는 택도 없는 시도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다르다.

「나는 가능하다.」

평상시라면 불가능했겠지.

그러나 불완전한 영혼의 융합을 해제하여 약화된 상태.

게다가 태초의 눈을 얻은 지금이라면 불가능할 것은 없다.

「개안.」

의지를 실어 특정한 단어를 내뱉은 그 순간.

번뜩!

나는 제삼의 눈을 개안할 수 있었다.

조금 전 태초의 눈을 심었던 이마. 그곳에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어떤 감각이 느껴지기 시작한 것.

“그, 그것은?!”

내 모습을 본 녀석이 경악한다.

아마 내 이마를 장식한 태초의 눈, 그 빛나는 눈을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네 것이 아니다! 인류를 위한…….”

「닥쳐.」

“읍!”

그 순간 거짓말처럼 녀석이 입을 닫았다.

태초의 눈은 모든 인류를 창조한 시초자의 권능이 깃든 것.

아무리 클론이라고 해도 일단 인간의 구조를 타고난 이상 그 명령을 거부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

하물며 그것을 다루는 이가 신격을 이룬 나라고 한다면 더더욱 저항하는 게 불가능하겠지.

「나는 너의 주인, 지금부터는 내게 복종해라.」

태초의 눈이 가진 권능을 이용하여 녀석을 속박하려 했고.

“으으… 주, 주인님…….”

효과는 확실했다.

괜히 시초자가 남긴 게 아닌 듯 태초의 눈은 확실한 성능을 발휘했다.

얼마간 능력을 발휘하지 않았으나 아슬론의 눈동자가 완전히 흐릿해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지금부터 내가 네게 질문할 테니 너는 주인의 말에 무조건 답해라.」

“알겠… 습니다. 주인님의 질문에 모두… 답하겠습니다.”

「아마도 네 녀석은 아슬론의 진체가 아니겠지?」

나는 물었고.

“그렇습니다.”

예상했던 답을 얻을 수 있었다.

「클론인가?」

“아닙니다. 저는 아슬론이 남긴 그의 수많은 인격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다음에 들은 대답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인격?」

“그렇습니다.”

「인격이 분리가 되었나?」

“영겁에 가까운 시간을 산 아슬론에게는 수많은 인격이 생성되었고, 오랜 연구 끝에 그 모든 인격을 분리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저는 당시의 연구를 통하여 분리된 인격인 탐욕입니다.”

‘오호라!’

그제야 녀석이 하는 말이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

비록 아슬론처럼 인격의 분리까지는 아니나 나 또한 내면에 잠든 마수라는 이름의 괴물들과 나뉘지 않았던가.

내게는 그것을 분리시켜 하나의 개체로 만들 힘은 없었지만 오랜 세월을 연구한 아슬론은 그것이 가능했던 모양.

「분리된 인격의 수는?」

“저도 그 수는 정확히 모릅니다. 최소한 수십은 넘는다는 것을 알고 있을 뿐.”

「너희끼리 만난 적이 없나?」

“없습니다. 모두 각자 행동하며 중요한 안건이 있을 때마다 마법을 통하여 통신하곤 했습니다.”

이것은 예상한 바다.

‘그 철저한 녀석이 자신의 몸통을 드러냈을 리가 없지.’

다른 건 몰라도 녀석의 철두철미함은 나도 인정하는 바다.

이 정도로 깊숙하게 굴을 팠는데도 여전히 녀석의 몸통은 보이지 않은 채 꼬리만 보인다.

‘그것도 그냥 꼬리가 아니라 수십, 수백 개에 달하는 가짜 꼬리가.’

솔로몬의 이름을 단 그를 잡는 순간, 그래도 어느 정도 실체를 볼 수 있을 줄 알았더니 허탕이다.

하지만 아슬론에 대해서는 알 수 없다고 해도 한 가지 건질 수 있는 게 있긴 하다.

「조금 전 말했던 ‘그’는 누구지?」

탐욕은 분명 그의 힘이 깃든 반지를 언급했었다.

실제로 내 의지를 막아 낸 그 힘은 여전히 녀석을 보호하고 있었고 말이다.

만약 태초의 눈을 사용하여 의지를 꺾지 않았다면 제법 귀찮은 싸움이 되었을 것이다.

적어도 내 의지에 반할 수 있는 힘이 깃든 물건.

녀석이 말하는 ‘그’가 누구인지 궁금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그는…….”

하지만 좀처럼 대답하지 못한다.

「말해라. 나는 너의 주인, 모든 것을 말해야 한다.」

그렇기에 태초의 눈에 깃든 권능을 더욱더 강화하여 녀석을 압박했다.

“끄으윽… 그는 바로 지…….”

답이 나오려던 그 순간.

「나약하구나, 피조물이여.」

어디선가 들리는 의지가 그것을 방해했다.

물론 그 의지가 어디서 들리는 것인지는 금방 파악할 수 있었다.

‘반지!’

탐욕이 손에 낀 반지에서 기이한 힘이 뿜어져 나와 특수한 형체를 이루기 시작했다.

‘눈?’

그리고 그 형상은 내게는 무척 익숙한 것이었다.

눈. 기하학적인 문양이 새겨진 거대한 눈이 오만한 감정을 띤 채로 탐욕을 바라보고 있었다.

“으으으으…….”

그리고 그 눈을 본 탐욕은 격하게 몸을 떨기 시작했다.

「정신을 지배당한 것인가? 그래도 피조물치고는 상당한 능력이 있다고 생각했건만, 참으로 나약하고 어리석구나.」

탐욕을 향해 조소한 눈동자.

화악!

그리고 녀석의 눈에서 기이한 빛이 감돈 순간.

“끄으악!”

외마디 비명을 터뜨린 탐욕.

하지만 그 변화는 비명만으로 끝나지 않았다.

푸확!

풍선처럼 갑자기 부푼 녀석의 육신이 그대로 폭사했기 때문이다.

‘이것 봐라?’

빤히 그것을 보면서도 막지 않았다.

아니, 정확히는 막을 수 없었다는 게 맞을 것이다.

어떻게든 그 행위를 방해하기 위해 권능을 발현했으나 마치 잡을 수 없는 허상처럼 내 시도는 실패하고 말았다.

「소용없는 짓. 그는 계약을 불이행하였고, 그 대가는 완전한 소멸이다.」

그렇군.

계약 불이행의 대가로 행해진 일이라면 내가 간섭할 수 없는 게 맞다.

아마도 탐욕은 눈동자 녀석과 계약을 맺었을 테고, 그 계약 내용 중 하나가 비밀 발설이 있었을 것이다.

「너, 지배자로군.」

그리고 나는 저 눈동자의 존재에 대해 파악하고 있었다.

과거 만났던 지배자와는 조금 다른 기운이 느껴지나 분명 그와 비슷한 기운을 지니고 있었다.

이 우주에서 이러한 이질적인, 그리고 강력한 힘을 지닌 존재는 지배자를 제외하면 없을 테니까.

「호오? 하찮은 피조물 주제에 내 존재를 파악하고 있다니?」

「존재만 파악했을 뿐일까. 네 녀석의 동족이라는 것들과도 만나 봤지.」

「으음? 동족이라. 설마 ‘그’를 만난 건가?」

「네가 말하는 그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자신을 지배자라고 말하긴 하더군.」

「그를 만나고 살아남았다니, 억겁의 시간을 살아왔으나 이런 신비한 광경은 처음이로군. 그는 그 어떤 종복보다 무자비한 자인데.」

아무래도 내가 만났던 녀석이 외부자들 가운데서도 꽤 한가락 하는 녀석인 것 같다.

하긴, 당시 녀석이 뿜어내던 기운은 오직 파괴만의 의지를 지니고 있던 것.

확실히 평온한 기세를 지닌 이 녀석과는 조금 다른 것 같긴 하다.

「그런데 외부자가, 그것도 지배자나 되는 녀석이 왜 그 녀석과 계약을 맺었지?」

당장 지배자를 공격할 마음은 없다.

전의 녀석과는 달리 대화할 의사가 있는 것 같으니 어떻게든 대화를 이끌어 나가 정보를 얻을 심산이었다.

「내게서 정보를 얻을 셈인가?」

「부정하지는 않지. 아니라면 네 녀석이 지금 이렇게 존재할 이유가 없을 테니까.」

당연한 말이지만 정보 목적이 아니었다면 당장 눈깔을 터뜨렸을 것이다.

「후후후, 참으로 광오한 피조물이로다. 하지만 그 자신감이 그리 나빠 보이진 않는군. 게다가 그 자신감을 뒷받침하는 실력도 가지고 있는 것 같고.」

「지배자라 불리는 너희를 죽일 정도의 힘은 지니고 있지.」

「으하하하하하! 참으로 오랜만이로구나, 이렇게 즐거운 대화를 나누는 것은.」

「그 즐거운 대화를 계속 나누고 싶다면 적절한 정보를 주는 게 좋을걸?」

「대화를 위한 정보의 교환인가?」

「네가 궁금한 게 있다면 나 또한 질문에 대한 답을 하도록 하지.」

「좋다. 그렇다면 일문일답을 하도록 하지.」

「그럼 내가 먼저 질문했으니 답을 줘야지?」

「이 피조물과의 계약에 대한 것 말인가? 대답은 ‘유희’다.」

「흥미?」

「그렇다. 나와 같은 지배자 계급은 영겁의 세월 동안 살아온 존재들이니, 모든 것을 경험하여 모든 것을 무의미하게 여기게 되었지. 그렇기에 한순간의 재미를 위하여, 유희를 즐기기 위해 가끔 이러한 일을 벌이곤 하지.」

녀석이 말하는 유희라는 게 무엇인지 확실히 와닿는다.

과거 몇백 년 동안 구속되어 외로움과 고독에 싸운 적이 있었다.

고작해야 몇백 년의 고독도 견디기 힘들었다.

만약 원정대원들과의 약속, 그리고 그들의 염원이 아니었다면 미쳐 버리고 말았을 터.

하지만 눈앞에 있는 눈깔은 몇백 년 수준이 아니라 정말 영겁이라는 말에 어울리도록 영원히 살아온 존재들이 아닌가.

별을 삼키는 포식의 행위를 제외한 유희를 위하여 어떤 것이라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질문에 대한 답이 되었나?」

「아마 보통 사람이라면 미친 짓이라고 할 것 같지만, 나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우리와 같은 동질감은 느끼다니, 후후. 피조물이여, 그대도 지배의 영역에 발을 들인 건가?」

「그거 질문이지?」

「아니, 아니다. 내가 궁금한 건 단 하나다.」

잠시 말을 끊은 눈깔이 의지를 전달했다.

「지금 그건 너의 전력이 아닐 터. 그대의 그릇을, 그 크기를 보고 싶구나.」

응?

굉장히 난해한 질문을 던질 줄 알았더니, 의외로 아주 간단한 것을 던진다.

「전력을 보이면 되는 거지?」

나는 물었고.

「그렇다.」

녀석은 비장하게 답했다.

마치 반드시 그것을 확인해야 하는 듯한 비장함이 느껴진다.

‘뭐지? 뭔가 수작을 부리는 건가?’

사실 전력을 보이는 게 그리 어려울 건 없다.

하지만 상대가 무엇을 노리고 있다면 그 저의를 파악하지 못했기에 조금은 주저할 수밖에 없었다.

「후후, 그대를 해하거나 어떻게 하겠다는 마음이 있는 건 아니다. 그저 그 전력을 통해 알아볼 것이 있기에 요청한 것이다.」

‘확실히 이 녀석은 좀 다르긴 하네.’

같은 지배자긴 한데 과거 만났던 지배자 녀석과는 느낌 자체가 다르다.

과거의 존재가 오직 파괴만을 위한 존재였다면 눈앞에 있는 놈은 ‘지식’을 탐구하는 듯한 느낌?

간단히 비교하자면 무인과 학자를 보는 듯한 차이였다.

「뭐, 보이지 못할 건 없지.」

비록 조금 의아한 부분이 있긴 있으나 전력을 보이는 것, 그것 정도라면 들어주지 못할 것도 없다.

애초에 나는 약속을 저버리는, 거짓된 이가 아니니 말이다.

「이것이 나의 전력이다!」

츠츠츠츠츠-

나의 의지와 함께 격에 어울리는 육신, 그리고 영혼이 드러났다.

‘응?’

하지만 그건 내 예상을 벗어나는 것.

놀랍게도 따로 분리되어 있었던 육신과 영혼이 하나로 조화되는 느낌과 함께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했던 기이한 힘을 느낄 수 있었다.

화악!

빛으로 이루어진 육신, 그 안에 잠재된 힘은 나도 처음 보는 것.

「저, 절대자의 씨앗?!」

그리고 그렇게 변한 나를 본 눈깔은 처음으로 경악한 의지를 토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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