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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57화 (57/161)

57화 Chapter 56

충격의 여파로 자욱하게 피어오른 먼지.

후웅!

하지만 사위를 자욱이 덮은 흙먼지는 내 가벼운 손짓에 사라졌다.

곧이어 눈앞의 광경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대지에 남겨진 거대한 흉터. 그리고 그 주변으로 보이는 언데드 군단의 잔해.

“…….”

움직이는 녀석은 하나도 없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설사 모글레이의 직접적인 범위 안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해도 지면을 강타한 후의 충격파가 주변을 휩쓸었기 때문이다.

만약 섬세하게 충격파의 범위를 조절하지 않았다면 성벽은 물론이고, 그 너머에 있는 이들도 화를 면치 못했을 것이다.

물론 이 멍청이들은 그러한 내 배려를 알고 있을 턱이 없겠지만.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이건… 꿈?”

어떻게 된 게 힘만 조금 썼다 하면 저런 반응이다.

익숙한 그 반응을 뒤로했다.

발걸음을 옮겨 여타 녀석들과 마찬가지로 눈을 부릅뜬 트리탄에게 접근했다.

“봤습니까?”

내 물음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무, 무엇을 말인가?”

“금화… 가 아니고 언데드 군단을 정리했잖습니까. 보수에 대한 부분은 확실하겠죠?”

내가 듣고 싶은 건 공증이었다.

언데드 군단을 일거에 휩쓸어 버린 그 활약에 대한 공증.

“분명히 확인했네. 설마 영지 내에 언데드 군단을 일거에 쓸어버릴 절대적인 무력을 지닌 존재가 있을 줄이야. 그대는 혹 마스터 랭크의 용병인가?”

눈앞에서 무시무시한 광경을 봤으니 당연히 랭크가 높을 거라고 생각하겠지만.

“골드 랭크입니다만?”

전혀 아니다.

나는 갓 다이아몬드 랭크에 오른 녀석도 무시하는 골드 나부랭이에 불과했다.

“골드 랭크?”

언데드 군단을 격파했을 때보다 더 놀란 것 같다.

그의 시선이 나에게서 벗어나 근처에 있던 미셸에게로 향했다.

길드 관계자에게 확인을 바라는 눈빛을 보내고 있었다.

“네, 네. 맞습니다. 아서 님은 이번에 용병 길드에 새로이 등록한 골드 랭크의 용병이십니다.”

숨길 것도 없이 그것이 사실이었기에 곧장 진실을 말했고.

“용병 길드가 언제부터 이런 강자를 골드 랭크로 둘 수 있는 단체가 되었지?”

“말씀드렸다시피 새로 등록하신 상태라. 그렇지 않아도 오슬렌 가문의 불가해의 사건을 해결하시고 승급을 하신 전적이 있어서 길드에서도 눈여겨보던 중이었습니다. 아마 실적만 쌓으신다면 다른 누구보다 빠르게 높은 랭크에 올라가실 거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오슬렌 가문? 설마 그 신이라 자처하는 존재를……?”

“네, 반년 동안 아무도 해결하지 못했던 임무를 해결하신 분이 바로 아서 님입니다.”

아마 영지에서도 꽤 유명한 사건이었던 듯 나를 바라보는 시선이 또 한 번 달라졌다.

“그, 그럴 수가…….”

하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가장 놀란 건 저 녀석, 드렉스일 것이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골드 나부랭이라고 깔보던 녀석은 눈을 부릅뜬 채로 믿을 수 없다는 말만 중얼거리고 있었다.

본래는 아무 생각이 없었는데, 저렇게 반응하니 놀리고 싶잖아?

의미심장한 미소를 띤 채로 녀석에게 접근해.

스윽- 가볍게 손을 올렸다.

“헙!”

놀란 녀석이 다급히 방어 태세를 취했다.

“어이쿠, 뭘 그렇게 놀라실까. 뭐, 죄라도 지으셨나?”

애송이 녀석의 도발에 넘어가 손을 쓸 만큼 한가한 사람이 아니거든.

나는 녀석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괜히 친근한 척 어깨동무를 했다.

“…….”

녀석은 감히 반항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그저 몸을 부들부들 떤다.

실력의 증명은 이 일격으로 충분했다.

무수히 많은, 그것도 고위의 언데드까지 섞인 언데드 군단을 일거에 소멸시킨 모글레이를 보고도 실력의 격차를 느끼지 못했다면 나가 죽어야지.

“조금 전에 내게 뭐라고 했더라?”

다른 사람이 들을 수 없도록 은근히 물었다.

“…제, 제가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이 잘…….”

“1분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잊었다고?”

“그러게 말입니다. 요즘 몸이 좀 아픈 것 같기도 하고…….”

동정심을 유발한다?

어림도 없지.

“뭐라고 했더라. 골드 나부랭이면 주제를 알아야 한다고 했던가? 당장에라도 검을 빼들고 목을 치려고 했던 것 같았는데 말이야.”

“…….”

장담하건대 내가 그렇고 그런 골드 나부랭이였다면, 이번 사태가 마무리된 후 녀석의 손에 죽었을 것이다.

용병들 사회 자체가 힘의 논리로 움직이는 아주 단순한 세계이니 말이다.

‘괘씸하긴 하지만 손을 쓸 필요는 없겠지.’

다만 경고는 해 줘야겠다.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조심해. 랭크 승급으로 기고만장한 건 알겠는데, 그런 시기일수록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 법이거든. 어디 가서 쥐도 새도 모르게 죽는 수가 있으니까.”

그리 말하며 녀석의 볼을 툭 쳤다.

“며, 명심하겠습니다.”

호오.

이 정도로 도발했는데도 알아서 기는 걸 보니 그래도 아주 생각 없이 사는 녀석은 아닌 것 같다.

“용병 아서, 그대 덕분에 무사히 언데드 군단을 물리칠 수 있었…….”

“아뇨.”

영주를 대신하여 감사의 인사를 전하려던 트리탄.

하지만 내가 그의 감사 인사를 제지했다.

“본 게임은 아직 시작도 안 했습니다.”

“무슨……?”

“간단합니다. 조금 전 정리한 건 선발대에 불과하다는 말이죠.”

농담이 아니다.

기감을 확장하여 구석구석을 살펴본 결과, 지금 맞이한 언데드 군단은 고작해야 선발대에 불과했다.

그리고 내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꺄아악!”

“도, 독이다!”

영지 안, 곳곳에서 사람들의 비명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모두의 시선이 성벽 밖에서 안으로 향했다.

스스스스- 영지 곳곳에서 발생한 녹색 안개가 영지민들을 덮치고 있었다.

저주를 통하여 발현된 부패의 안개.

닿는 순간 빠른 속도로 내장을 부패시켜 죽음에 이르게 하는 강력한 독성을 지닌 안개였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아주 작정을 했구먼.’

게다가 이 불쾌한 기운.

아마도 독에 중독되어 죽음에 이른 이는 다시금 망령으로 부활하게 될 것이다.

“킬리아.”

시간을 끌면 좋지 않다.

그렇기에 곧장 킬리아를 호명했다.

“제가 나설 차례로군요.”

내 압도적인 무력으로 인해 지금까지는 별반 활약할 일이 없었던 그녀. 하지만 저주에 관해서만큼은 그녀의 활약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저래 보여도 나름 광명의 성녀라 불리던 신성한 존재였으니 말이다.

털썩.

곧장 무릎을 꿇은 그녀가 양손을 모아 기도를 시작했다.

그러자.

화악!

그녀의 몸에서 찬란한 광채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킬리아의 몸 주변으로 발산되었으나 조금 시간이 지나자 영역을 확장해 영지를 완전히 장악했다.

그 기적은 비단 빛을 뿜어내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스스스스- 놀랍게도 부패의 안개가 빛을 피하여 물러나기 시작한 것.

바람이 불지도 않는데 녹색 안개를 영지 밖을 벗어나 먼 곳으로 쫓아냈다.

“기, 기적?!”

“이런 대규모 기적이라니.”

“대체 정체가 무엇이기에……?”

다시금 용병들 사이에서 동요가 일기 시작했다.

영지 전체를 덮친 부패의 저주. 한눈에 보기에도 범상치 않은 대규모 저주를 단숨에 날려 버린 것.

나를 향한 시선이 이번에는 킬리아에게로 옮겨 갔다.

아니, 나를 바라보는 것보다 더욱더 존경이 담겨 있다.

아무래도 고위급 기적을 행하는 사제나 신관은 좀처럼 볼 수 없는 게 사실이니 말이다.

「감히 누가 우리의 행사를 방해하는 것이냐!」

영지 내에 살포한 부패의 독이 실패함과 동시에 한 줄기 의지가 전해졌다.

사이한 기운이 담긴 그 의지에 영지민들은 물론이고 용병들도 귀를 막으며 괴로워했다.

“놈!”

하지만 뒤이어 터진 트리탄의 사자후가 사이한 기운을 잠시나마 몰아냈다.

“네 녀석이야말로 누구이기에 평화로운 영지에 사악한 기운을 퍼뜨리는 것이냐. 네가 무슨 짓을 벌인다고 해도 우리는 결코 너희의 계략에 넘어가지 않는다. 그러니 살육의 행위를 포기하고 순순히 모습을 드러내어 죗값을 받으라!”

여러 위협적인 상황을 겪었으면 충분히 위축될 만도 한데 꽤 강단이 있는 것 같다.

「크흐흐. 고작 이 정도로 우리의 행사를 막았다고 생각하는 건가?」

「참으로 어리석구나, 선택받지 못한 자들이여.」

「우리의 힘은 이깟 영지 하나를 어쩌지 못할 정도로 나약하지 않으니.」

「너희는 곧 마주하게 되리라.」

「위대한 분의 의지를 이은 우리 사도들의 힘을.」

「그리고 그분의 전능한 권능을 말이다.」

「자, 이제 맞이할 준비를 해라.」

서로 다른 7개의 의지가 들린다.

사방에서 울리는 듯한 그 의지는 자신을 꽁꽁 숨기려는 의도였지만.

‘다 보인다, 이것들아.’

녀석들은 아주 큰 착각에 빠져 있었다.

기감을 확장한 상태의 내 이목을 결코 속일 순 없었다.

영지의 곳곳에 숨은 녀석들의 위치를 이미 파악한 뒤였다.

‘일단은 지켜볼까.’

하지만 곧장 녀석들의 멱살을 잡진 않았다.

‘언데드를 부리는 능력이 있는 것 같은데, 이대로 내버려 두면 알아서 금화를 만들어 내겠지.’

분명 트리탄은 언데드를 정리할 때마다 보수를 지급한다고 했다.

그렇다는 뜻은 그 배후를 처치해 일망타진하는 것보다는 알아서 언데드를 소환하게 두어 처치하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소리였다.

내 입장에서 보자면, 녀석들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였으니까.

그렇기에 그 거위의 배를 쨀 게 아니라 계속 내버려 두고 녀석이 생산하는 황금알을 받아먹는 게 훨씬 낫지 않겠는가.

“무슨 수작을……?”

트리탄이 분노의 함성을 내지르려던 그때.

쿠쿠쿠쿵!

대지가 격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근원지는 조금 전 모글레이가 떨어진 대지의 흉터 근처.

대지를 요동케 하는 힘은 강력한 마력에 의해 펼쳐진 마법진이었다.

녹색 빛을 발하는 기하학적인 문양의 마법진은 찰나의 순간에 놀라운 마력을 발산했고.

드드드드드!

엄청난 흡입력을 발휘하며 주변에 흩어져 있는 언데드의 잔해를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뿌득, 뿌드득.

흡입력에 의해 뭉쳐지기 시작한 잔해.

처음에는 그저 둥글게 뭉칠 뿐이었으나, 잠시 후 그것은 기이하게 꺾이며 특별한 형체를 갖추기 시작했다.

「캬아아악!」

완성된 형체는 뼈만 남은 용가리였다.

마치 자기가 뭐라도 되는 양 괴성을 꽥꽥 지르는데 별로 보기 좋은 형상은 아니었다.

“보, 본 드래곤(Bone Dragon)?!”

하지만 평온한 나와는 달리 장내에는 한바탕 공포와 경악의 감정이 휘몰아쳤다.

“뭔데, 대단한 녀석이야?”

곧장 킬리아에게 물었다.

아무래도 성녀로 활동했으니 저런 부정한 존재에 대해서는 조금 더 잘 알고 있지 않을까?

“최고위 언데드예요. 능히 하나의 국가 전력과도 맞먹는다는 강력한 존재죠.”

“그래?”

“물론 아서 님께는 아무런 감흥을 줄 수 없겠지만요.”

“못 주기는. 무슨 그런 섭섭한 소리를.”

녀석은 내게 아주 큰 감흥을 주고 있다.

「가라, 본 드래곤. 위대하신 분의 의지에 저항하는 어리석은 존재를 말살하라!」

다시금 울려 퍼지는 녀석들의 의지와 함께.

「캬악!」

한 차례 괴성을 내뱉은 뼈다귀 용가리가 숨을 들이마신 후 내뱉었다.

콰콰콰콰콰콰콰!

날숨과 함께 뿜어져 나온 건 부정한 기운을 담은 숨결.

“아아…….”

“이런 파괴력이라니.”

“끝났어…….”

모든 것을 파괴하며 다가오는 숨결에 절망만이 피어난다.

영지민은 물론이고 용병, 심지어 트리탄도 뼈다귀 용가리가 내뱉은 숨결을 보며 생을 포기했다.

팟!

곧장 공간을 넘었다.

당도한 곳은 파도처럼 쇄도하는 숨결의 정면.

스윽.

내가 한 일이란 건 그저 가볍게 손을 휘젓는 것뿐이었다.

그러자 부정의 숨결은 휘젓는 나의 손에서 일어난 풍압을 이겨 내지 못한 채.

스스스스.

빛의 가루와 같은 잔해만을 남겨 두고 소멸하고 말았다.

“무, 무슨?!”

경악하는 트리탄과 용병들.

하지만 나의 손짓이 일으킨 변화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콰콰콰콰콰콰!

숨결을 소멸시킨 풍압은 그대로 본 드래곤을 휩쓸었다.

「캬아악!」

어떻게든 그 힘에 저항하려고 발악하는 뼈다귀 용가리.

그러나 한낱 언데드에 불과한 녀석이 그 힘에 저항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와르르르.

결국, 녀석의 형체를 이루고 있었던 언데드의 잔해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

「…….」

찰나의 순간에 벌어진 일에 영지의 사람들도, 그리고 그것을 지켜보던 배후의 머저리들도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기묘한 정적 속.

“아주 강력하고 무시무시한 최고위 언데드를 처치했으니 보수는 확실히 챙겨 주십쇼.”

나는 확실한 보수를 약속 받기 위하여 트리탄을 향해 격하게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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