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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43화 (43/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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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2

슈욱!

차원을 넘어 도착한 곳은 중간계가 아닌 천계였다.

메타트론, 아니 천계의 대법관으로 위장하고 있었던 관측자들이 머물고 있었던 기도실 안.

「으으으...」

빛의 날개를 활짝 펼친 천사들이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었다.

내 존재로 인해서다.

조금 전과 같이 존재의 무게감으로 짓누르고 있지 않으나 모든 살아 있는 것의 숨을 막히게 하는 지독한 정적.

그것이 여섯 마리 마수를 깨운 나의 존재이자 기세였다.

‘죽이자.’

두려움에 떠는 날파리를 향한 죽음의 선고를 내릴 때였다.

“후우...”

심호흡하며 날뛰고 있는 여섯 마리 마수를 잠재웠다.

쯧. 이래서 웬만해선 마수를 깨우고 싶지 않은 거다.

잠자고 있는 이 녀석들, 과거의 행적으로 인해 각성한 녀석들을 깨울수록 내 인간성은 마모되어 인간이 아닌 ‘어떤 존재’가 되어간다.

물론 1~5마리 정도는 단련된 내 심상으로 어떻게든 잡아둘 수 있지만, 6마리부터는 좀 다르다.

조금 전처럼 감정이 사라져버려 모든 생명을 하찮게 여긴다.

마치 벌레를 밟아 죽이듯, 내가 싫어하는 초월체처럼 오만하게 변하는 것.

6마리도 이런 데 7마리를 풀게 된다면?

물론 어느 정도는 인간성을 유지할 수 있겠지만, 오래 풀어두게 되면 내가 아닌 다른 존재가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여기 책임자 나와.”

모든 마수를 잠재웠으나 여전히 그 잔영이 남아 있다.

「...」

그러나 녀석들은 내 말에 선뜻 대답하질 못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머뭇거리고 있다는 말이 맞을 것이다.

‘아하!’

그제야 상황을 이해할 수 있었다.

성역을 지배하고 있던 메타르톤, 그리고 사대 천사가 모두 소멸했으니 마땅한 지도자가 없는 것.

“너.”

나는 당황하고 있는 녀석 중 7쌍의 날개를 지닌 지천사 하나를 지목했다.

「저, 저 말입니까?」

내 지목에 화들짝 놀란 녀석이 몸을 떤다.

누가 보면 잡아먹기라도 하는 줄 알겠네.

“안 잡아먹으니까 가까이 와 봐.”

「네, 네.」

감히 거역하지 못한 녀석은 주저주저하면서도 내게 다가왔다.

그리고 다가온 녀석의 전신을 훑었다.

「으으으...」

마치 징그러운 벌레가 몸을 기어가고 있는 것처럼 몸을 부르르 떤다.

“왜 잡아먹기라도 할까 봐?”

「그, 그것이 아니라...」

“안 잡아먹을 테니까 몸 좀 그만 떨어줄래?”

「아, 알겠습니다.」

여전히 잔뜩 긴장한 녀석은 정자세로 뻣뻣이 서 있다.

녀석만이 아니다. 주변에 잔뜩 들어선 천사들 모두가 감히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정렬해 있었다.

감히 덤빌 생각을 할 수 있을 턱이 없지.

천계의 수뇌부는 물론 녀석들이 자랑하는 정예 병력도 단숨에 시켜버렸으니까.

“너. 넌 오늘부터 메타트론을 대신해 천계를 다스린다.”

「네? 그게 무슨...?」

“못 알아들어? 이제부터 네가 새로운 천계의 수장이라고.”

「...」

여전히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 듯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주변 눈치를 본다.

“어차피 너희 수뇌부가 모두 뒈졌으니까 알아서 잘 꾸리고 살아야 할 거 아냐. 내가 지금 이 자리에서 널 찍었으니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알아서 잘 살아.”

본래는 천계를 소멸 시켜 버릴까도 잠깐 생각했지만, 행동으로 옮기진 않았다.

배후에 웬 이상한 것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그 뿌리까지는 제거하지 못했지만, 당장 직면한 문제는 해결했으니 당분간 문제는 생기지 않으리라.

“그리고 하나!”

하지만 돌아가기 전에 분명히 할 게 하나 있지.

“현 시간부로 중간계에 대한 모든 간섭을 금지한다. 만약 얼마 전에 있었던 것처럼 타락이니 그걸 정화한다느니 설치면...어떻게 되는지는 잘 알겠지?”

나지막이 위협했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이 시간 이후로 성역이 중간계에 개입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겁니다.」

그 말 한마디는 똑 부러지게 답한다.

“좋아. 그럼 믿고 간다. 즐거운 만남도 아니니까 우리 다시는 만나지 말자. 알겠지?”

「그건 저희가 바라는...」

“...”

「...아, 아닙니다. 살펴 가십시오.」

“그래.”

천사들의 열렬한(?) 배웅을 뒤로한 채 차원을 넘었다.

*

“폐하!”

「마신왕님!」

「백수의 왕이시여!」

별궁에 도착하기 무섭게 나를 반기는 건 서로 다른 3개의 호칭이었다.

폐하, 마신왕, 그리고 백수의 왕.

‘이건 무슨 왕 수집가도 아니고...’

내가 생각해도 조금 어이가 없긴 하다.

피식 웃으며 별궁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 이들을 응시했다.

천계에 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는지 펠리드, 타일로까지 합류한 별궁 식구들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정말 천계에 다녀오신 건가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질문하는 이.

‘아, 그러고 보니 얘가 있었지?’

킬리아.

별궁 식구로 받아들인 적은 없지만, 어쩐 일에선지 별궁을 떠나지 않고 있는 광휘의 성녀.

“천계만 갔을까. 거기 말고 다른 곳도 다녀왔지.”

아마 내가 간 곳을, 대면한 존재를 여기 이 사람들에게 말한다면 모두 놀라 자빠질 것이다.

물론 말할 생각은 없다.

아직 이들은 범우주적 존재를 감당할 만큼의 심상이 준비되지 않았으니 말이다.

“무사히 돌아오셔서 다행입니다.”

다른 이들과는 달리 비교적 침착한 펠리드가 다가왔다.

그런데 이 녀석, 평소와는 눈치가 좀 다르다.

어딜 봐도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한 모습이었기에.

“잠시 걸을까?”

“그러시죠.”

별궁 식구들을 뒤로한 채 정돈된 정원 길을 걸었다.

“무슨 일이지?”

“예전엔 그런지 몰랐는데 눈치가 참 빨라지셨습니다.”

네가 어떻게 알겠냐.

수백 년간 마수 눈칫밥을 먹고 살아왔는데 눈치가 생기지 않으면 이상한 거지.

“그래서. 무슨 일인데.”

“왕국에 조금 문제가 생겼습니다.”

“무슨 문제.”

“최근 대륙에 대흉이 들어 백성들이 심하게 굶주리고 있습니다. 해서 구제를 위하여 왕국의 창고를 열었으나...”

“열었지만?”

“...아시다시피 왕국이 상당히 빈곤한 상태여서 말입니다. 모든 창고를 개방하여 먹을 것을 지급하였지만, 채 3일도 넘기지 못하고 모두 바닥나고 말았습니다.”

어쩐지 최근 녀석의 얼굴에 그늘이 있더라니.

아마도 백성들의 구제로 인해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

“트리안 왕국에서 받은 재물을 식량으로 바꾸면?”

얼마 전 플레아를 왕위에 올려주는 대가로 많은 재물을 받았다.

이것을 식량으로 바꾸면 충분히 버틸 수 있지 않을까?

“대흉은 소튼 왕국만의 일이 아닙니다. 현재 대륙 전체에 심각한 대흉이 들어 식량의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습니다. 플레아 여왕에게 많은 재물을 받긴 했으나 그걸로도 충분할 만큼의 식량을 구하지는 못했습니다.”

이미 바꿔 먹었군.

그나저나 재물이 상당했을 텐데도 그것으로 해결하지 못했다니.

이번 대륙에 찾아온 대흉이 어마어마하긴 한 것 같다.

‘그런데 갑자기 일어난 대흉이라. 뭔가 수상한데?’

세계를 먹어 치우려는 녀석들을 보고 와서 그런 걸까.

뭔가 합리적인 의심이 머릿속 한켠을 차지했다.

물론 그건 의심에 불과한 것. 아직 그들과 이번 일이 관계가 있는지 모르는 상태였다.

“제국에 가서 식량 좀 내놓으라고 땡깡 좀 피울까? 아니면 상인 녀석들 집을 털어서...”

“폐하.”

그 말에 펠리드가 정색하며 나를 응시했다.

“힘이 있다고 힘없는 자를 겁박하여 이득을 취하는 건 정도에서 벗어난 길입니다. 저는 폐하께서는 정도의 길을 걸으면 백성들의 선망을 얻는 위대한 왕이 되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쯧. 쓸데없이 올곧은 녀석 같으니.

하지만 저리 말하는 펠리드의 바람이 그리 나쁘게 들리진 않는다.

본래 좋은 사람이란 곁에서 듣기 좋은 소리만 하는 게 아니라 쓴소리를 해줘야 하는 법이니까.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그래도 백성들이 굶어 죽고 있다는 데 뭐라도 수를 내야 하는 거 아냐?”

“고민은 여러 방면에서 하고 있습니다만, 좀처럼 뾰족한 수가 나오질 않고 있습니다.”

녀석이 미간을 찌푸렸다.

매번 해결책을 제시해왔지만, 이번 문제는 난제처럼 해결하기 어려운 것 같다.

“이럴 때 깽판이라도 치는 사악한 마룡 하나가 있었다면 좋으련만...”

얼마나 답답했던지 갑자기 뜬금없는 소릴 한다.

“마룡? 갑자기 마룡은 왜?”

“드래곤은 보물을 탐하는 존재. 그들의 레어를 털면 어마어마한 보물을 얻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아!”

뒤늦게 드래곤과 관련된 일화를 떠올릴 수 있었다.

반짝이는 것에 대한 탐욕이 있는 드래곤. 그들은 자신의 레어에 대륙에 존재하는 온갖 보물을 감춰둔다는 그 말을 말이다.

“해결됐네.”

그 순간 이번 일에 대한 해결책이 떠올랐다.

“네? 갑자기 말입니까?”

“그래.”

“어떻게 해결하실 작정이신지...?”

“그냥 기다리면 돼.”

“...기다리면 해결이 된다는 말씀이십니까?”

“어.”

녀석은 모르겠지만, 얼마 전 의도치 않게 미끼를 던져 놓았다.

동족을 아끼는 ‘그들’이라면 반드시 미끼를 물고 접근할 터.

내가 할 일은 녀석들이 움직일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고 있는 것이었다.

*

임펠 제국 황제의 집무실.

“하, 한 치의 거짓도 없는 사실입니다...”

제국을 지배하는 황제 그라탄.

그는 무릎을 꿇은 채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었다.

넓디넓은 대륙에서도 손에 꼽히는 권력에 앉은 황제가 이렇게 추한 모습을 보이다니.

그리고 그런 황제의 앞에 어마어마한 기세를 풍기고 있는 세 사람이 있었다.

적발, 청발, 그리고 흑발을 자랑하는 미남자 셋.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특유의 기세를 풍겨대는 셋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황제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러니까 인지도 못 한 사이에 슈아드의 육신을 조각조각 냈다?”

적발 사내의 말에.

“그, 그렇습니다. 손을 쓴지도 모르는 사이 슈아드님의 육신을...”

“닥쳐라!”

적발의 사내가 쩌렁히 울리는 고함을 내질렀다.

하지만 그 소리는 집무실 안을 울릴 뿐, 밖으로는 퍼지지 않았다.

“지금 그 말을 믿으라는 것이냐? 슈아드는 일족에서도 상당히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이였다. 그런데 나약한 인간 따위의 일격에...”

“그만 클리아드.”

재차 호통치려는 적발의 사내를 말린 건 흑발의 사내였다.

“우리가 온 건 황제를 겁박하는 게 아니라 일어난 사건에 대한 규명을 위해서다. 더는 그를 위협하여 시간을 지연시키지 말도록.”

“...”

흑발 사내의 말에 클리아드라 불린 적발의 사내는 말을 멈췄다.

조사를 위해 파견된 이 팀의 리더가 바로 흑발의 사내인 것도 있으나 그가 슈아드와 각별한 사이였기 때문이다.

적어도 이 자리에서 슈아드에 죽음에 가장 분노해야 할 이는 바로 그였다.

“황제여.”

“네, 네. 말씀하십시오.”

“그대가 한 말을 정리해 보겠다. 그러니까 얼마 전 난데없이 침입한 인간에 의해 슈아드는 육신이 조각나 죽음을 맞이하였다. 그리고 그 인간은 소튼 왕국의 왕 아서다. 맞나?”

“맞습니다. 분명 그가 침입하여 슈아드님을 죽였습니다.”

흑발의 사내는 용언(龍言)을 통하여 그 진의를 파악했고.

“진실이로군.”

곧 그것이 진실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에이아스.”

“네.”

“용살자(龍殺者)가 나타났으니 모든 일족에게 공표하여 협조를 구해라.”

“추격대의 구성은 어떻게 하실 작정이십니까?”

“슈아드를 일격에 소멸시킬 정도다. 나를 포함하여 에인션트(Ancient)급으로 열이 필요하다.”

“...알겠습니다.”

뭐라 말하려던 청발의 사내, 에이아스는 굳이 그 말을 꺼내지 않은 채 용언 마법을 발휘하였다.

「임펠 제국의 수호룡인 슈아드가 죽고, 용살자가 탄생하였다. 이에 모든 일족에 비상령을 내리며 용살자 추격대 구성에 대한 협조를 구하는 바다. 목표는 소튼 왕국의 왕 아서. 슈아드를 일격에 죽인 존재니 만큼 추격대의 구성으로 에인션트 급의 드래곤 아홉의 지원을 요청한다.」

에이아스의 의지는 대륙 전역, 모든 일족에게 퍼져나갔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용살자의 등장은 드래곤에게 있어서 가장 경계해야 할 일.

일족의 자긍심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용살자를 향한 복수를 실행해야만 했다.

“소튼 왕국의 왕 아서. 용살자의 처벌을 지금 집행하겠다.”

흑발의 사내, 슈아드의 부모이기도 한 흑룡 이안데일의 눈동자에 강렬한 복수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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