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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초만에 절대자로 귀환-42화 (42/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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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pter 41

녀석을 제압한 후 주변을 살폈다.

끝을 알 수 없이 무한히 확장되는 순백의 공간.

그곳 중간에는 녀석들이 오클루스라 부르는 눈깔 수정구가 놓여 있었다.

하나가 아니라 수십 개.

데굴데굴- 마치 수십 명의 사람이 나를 바라보고 있는 듯한 시선이 느껴진다.

관리자가 단순히 명칭만 그런 게 아니라 저 수정구로 관측자들과 긴밀하게 연락을 주고받으며 관리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것 같다.

「흐압!」

제압되어 발버둥 치던 녀석이 힘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 순간.

스으으으!

움켜쥔 손을 통해 녀석이 발산한 기세가, 그 의지가 파도처럼 밀려온다.

“뒈질래?”

나는 녀석에게 눈을 부라리며 전해져 오는 기운을 해소했다.

속박을 위한 마기와 의지를 밀어내는 강렬한 의지는 개뿔.

세 마리 마수의 해방이 전해주는 힘이란 한낱 녀석 따위가 감당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콰콰콰콰콰!

제압만으로 통제하고 있었던 힘이 사납게 날뛰며 녀석의 속을 휘젓기 시작했다.

「컥, 커컥!」

그 막대한 힘을 견뎌내지 못한 녀석은 감히 반항할 엄두도 내지 못한 채 밀려오는 고통에 몸을 떨었다.

「말해라. 너희가 말하는 관리자란 어떤 존재지?」

조금 전 관측자에게 했던 것처럼 심령의 제압을 시작했다.

「으으...과, 관리자는...」

관측자와 같은 저항 없이 곧바로 심령을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지금 나는 세 마리의 야수를 깨운 상태다.

본신의 힘 중 40%를 발휘하고 있는 상태니 어떻게 이 녀석이 감당할 수 있겠는가.

심령을 제압했으니 이제 곧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걸 불게 될 것으로 생각했지만.

부르르-

오한이 든 것처럼 한 차례 육신을 떤다.

“음?!”

그리고 그 순간 느낄 수 있었다.

뭔가 거대한 존재가,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절대적인 의지가 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음을.

느릿하게 시선을 옮겨 위를 바라봤다.

“...”

내 눈에 들어온 건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크기의 오클루스. 천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거대한 눈동자였다.

「관리자를 제압하는 피조물이라. 참으로 재밌는 광경이로구나.」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내 손에 제압되어 괴로워하고 있던 관리자가 의지를 전달했다.

하지만 그건 녀석의 의지가 아니라 천장을 잠식한 거대한 눈동자, 그 너머에 있는 존재의 의지였다.

‘빙의?’

일찍이 마계에서도 겪은 바 있는 일.

누군가의 몸에 강제로 자신의 존재를 덮어씌우는 권능이었다.

“대충 봐도 알겠네. 네 녀석이 지배자로군.”

관리자와 함께 관측자가 언급했던 존재.

사실상 녀석들이 각 세계에 파견된 이유인 지배자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호오. 이 몸의 존재를 아는 건가?」

녀석의 의지에 진한 호기심이 피어난다.

“나도 보기보다 꽤 오래 살았는데, 너 같은 녀석이 처음이긴 해.”

태초의 존재라는 게 괜한 말이 아닌 것 같다.

단지 빙의로 존재의 일부를 드러냈을 뿐이지만, 녀석의 존재감이 장내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 무게는 마계, 천계, 환계 등 그 어느 세계에서도 볼 수 없었던 절대적인 존재감이었다.

「내 존재의 일부를 마주하고도 이리 편히 대화할 수 있다니. 참으로 재밌는 피조물이로다.」

아, 그래서 이리 무게를 잡고 있었나?

확실히 녀석이 주는 존재의 무게가 대단하긴 하지만, 내 심상을 흔들거나 혹은 내게 위압감을 심어줄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진체가 강림했다면 모를까.’

물론 진체가 눈앞에 있다고 해도 굴복할 일은 없겠지만.

“재밌어? 그럼 재밌는 피조물 하나 만난 김에 뭐 하나 부탁해도 될까?”

관측자나 관리자처럼 멱살을 부여잡고 협박할 만한 위인은 아니다.

일단은 대화로 슬슬 풀어나가는 게 최선.

「말해 보아라 피조물이여.」

나름 부하라 할 수 있는 존재들을 죽였는데도 내게 아무런 적의를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녀석에게 있어서 관측자나 관리자는 언제든 쓰고 버릴 수 있는 장난감 그 이상이 아닐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세계를 지배하는 존재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쓰다 버리는 장난감이라니.

이렇게 보면 인간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새삼 깨닫게 된다.

뭐, 그건 중요한 게 아니니 일단 넘어가고.

“관측자에게 말을 들으니 잘나신 너에게 식사를 바치기 위해 세계를 조형하고 있다고 하던데.”

「하하하. 그렇다. 나는 끊임없이 탐식하는 존재. 허기를 채우지 못한다면 그 분노로 인하여 재앙이 일어날지니. 하찮은 존재들이 살아가려면 그 분노가 일어나지 않도록 식사를 제공하는 수밖에 없지.」

“그래. 그래서 말하는데 식탐 좀 부리지 말고 좀 굶으면 안 될까?”

빙빙 돌릴 필요 없이 곧바로 본론을 꺼냈다.

「굶으라?」

“어. 느껴지는 존재감을 보니까 어지간히 처먹은 것 같은데 이제 살을 좀 빼야 하는 거 아냐? 이렇게 존재가 무거워서야 어디 움직일 수나 있겠어?”

「건방지구나.」

쿠쿠쿠쿵!

내 말에 상당히 화가난 듯 분노의 의지를 퍼뜨린다.

「나약한 피조물아. 네가 감히 나의 식탐을 논할 자격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별의 탄생과 소멸은 나와 혼돈에서 태어난 이들의 존재 이유. 그 절대의 법칙은 네 녀석이 거스를 수 있는 게 아니다.」

“우주의 법칙 좋아하고, 자빠졌네.”

「감히...」

“감히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이고. 새끼야!”

대화로 얻을 게 없다는 걸 알았기에 본심을 꺼냈다.

“고작 너 하나의 식탐 때문에 세계가, 그리고 그곳을 살아가는 모든 이가 희생해야 한다는 게 말이나 되냐? 그런데 뭐? 그게 우주의 법칙이라고? 아주 지랄을 하세요.”

와, 이거 생각하면 할수록 열 받네.

“안 되겠다. 너 좀 맞자.”

나는 팔을 걷어붙였다.

우리의 운명 자체를 가지고 노는 듯한 녀석의 행태에 분노가 치밀다 못해 구역질이 나올 정도다.

아무래도 이 불쾌한 기분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녀석을 좀 패줄 필요성이 있을 것 같다.

「참으로 오만하구나, 피조물아. 네 녀석이 태초부터 존재한 우리의 뜻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으냐? 그것은...」

“그래. 못 헤아릴 것 같으니까 처맞자고!”

더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녀석의 존재가 빙의된 관리자를 향해 주먹을 뻗었다.

하지만 내 주먹은 녀석에게 닿지 못했다.

정확히는 녀석의 존재와 의지가 내 손이 더는 뻗어 나가지 못하게 막고 있다는 게 맞을 것이다.

「어리석구나, 피조물아. 아무리 네가 힘을 쌓았다고 해도 존재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으냐?」

부들부들.

처음으로 느껴보는 기이한 이질감.

「너는 그를 공격할 수 없다.」

「그는 태초의 존재. 감히 네가 해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내 의지가 나를 거부하고 있었다.

지배자를 공격해서는 안 된다는 절대적인 명령이 계속 뇌리에서 울려 퍼지고 있는 것.

「위대한 순리에 따라 너희의 탄생은 나에게 먹히는 것. 그 뜻을 거부할 수 없으니.」

그리고 변화가 일어났다.

쩌어억!

마치 두 동강이 난 것처럼 관리자의 상체와 하체가 벌어졌고, 그 갈라진 사이로 날카로운 이빨이 솟아났다.

「너희의 운명은 이 몸의 식량일 뿐이다.」

쩌억 벌어진 녀석의 입이 날 먹어 치우기 위해 다가오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의지를 움직이려고 해도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

마치 녀석에게 먹혀야 하는 게 정해진 운명인 것처럼 세계의 의지가 나를 속박하고 있었다.

‘녀석의 먹이가 되는 게 운명이라고?’

고작 그런 같잖은 이유를 위해 수백 년간 마계를 방랑했던 게 아니다.

고작 그런 같잖은 이유를 위해 더없이 소중한 원정대원들이 희생한 게 아니다.

「얌전히 그 운명을 받아들여라.」

쩌억!

한껏 벌어진 입이 어느새 지척에 다가왔다.

“씨발, 운명은 무슨!”

나의 분노가 잠자고 있던 세 마리의 야수를 깨웠다.

그리고 그 순간.

뚝.

나를 옭아매던 힘이, 절대 벗어날 수 없을 것 같았던 운명의 개입에서 해방되었다.

콰득!

나를 집어삼키기 위한 입이 닫혔다.

아니, 닫혔어야만 했다.

「무, 무슨?!」

하지만 녀석은 당황이라는 낯선 감정과 대면해야 했다.

닫히려는 녀석의 위와 아래턱을 붙잡은 채로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전해지는 녀석의 힘은 나약하기 그지없다.

나는 무심한 눈으로 녀석을 응시했다.

“시시하군.”

조금 전과는 달리 녀석에 대한 분노나 어떠한 감정도 일어나지 않는다.

여섯 마리 마수를 깨운 지금의 내 상태는 무심(無心).

어떠한 감정도 느낄 수 없는 상태이기에 어떠한 일도 할 수 있다.

촤악!

그래서 잡고 있던 녀석의 입을 위아래로 찢어버렸다.

「큭!」

덜렁거리는 형상을 유지한 녀석이 주춤 뒤로 물러난다.

「어찌 하찮은 피조물이 존재의 운명을 거부한단 말인가!?」

비틀대던 녀석이 놀란 의지를 전했으나.

“시시해.”

내가 느끼는 감상은 하나였다.

시시하다.

혹여 내 상대가 되어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으나 녀석은 시시한 상대일 뿐이었다.

「감히!」

녀석은 의지를 강화하여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려 했지만.

쾅!

가볍게 뻗은 내 주먹이 녀석의 얼굴을 꿰뚫었다.

「큭!」

비록 빙의에 불과하나 그 또한 녀석의 존재 일부.

타격을 받은 녀석이 주춤거리고 있을 때.

“시시하다. 그러니 사라져라.”

파파파팟!

공간을 가득 장식하는 주먹의 궤적.

무한한 그 궤적이 향한 곳은 지배자의 존재가 빙의된 관리자의 육신이었고.

퍼퍼퍼퍼퍼퍽!

셀 수 없이 많은 주먹이, 무한한 궤적이 녀석의 육신을 강타했다.

「...」

그것으로 끝이었다.

그냥 단순하게 뻗은 주먹에 의해 빙의한 관리자의 육신은 흔적조차 남기지 못한 채 소멸을 맞이했다.

「감히, 감히 피조물 따위가 우주의 질서를 어지럽히려 하느냐!」

쿠르릉!

천장, 거대한 오클루스를 통해 지배자의 의지가 전해졌다.

“질서? 내가 아는 질서는 하나다.”

우주의 법칙이니 질서니, 복잡한 건 모른다.

다만 내가 아는 질서는, 절대의 명제는 하나.

“강자가 곧 질서이자 법이라는 것.”

그렇기에 녀석은 내게 질서를 강요할 수 없다.

적어도 지금은 내가 태초의 존재인 녀석보다 더 강한 게 사실이니까.

「놈!」

쿠쿠쿠쿠쿵!

잔뜩 거만을 떨던 녀석이 흥분하여 기세를 일으킨다.

녀석의 분노로 인하여 공간 자체가 뒤흔들리고 있었지만, 아무런 감상이 없다.

“약해.”

내게는 어떠한 위협도 되지 않을 정도로 나약한 의지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건방지게 눈을 부라리고 있는 거대한 오클루스를 가격했다.

쩌저적- 감당할 수 없는 충격으로 인해 균열이 간 틈새 사이로 흑색 기운이 빠져나온다.

「피조물아...네가 무슨 짓...곧 너희 별...멸망을...」

균열로 인해 녀석의 의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

물론 그 단어를 이어보면 무슨 말을 전하고 싶은지는 단번에 파악이 된다.

“별의 멸망? 할 수 있으면 해봐. 나도 너와의 만남을 기대하고 있으니까.”

오클루스를 통해 추적할까도 생각했으나 저 지배자 녀석이 있는 공간을 찾는 건 지금의 내게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녀석이 찾아오는 건 가능할 터.

그때는 지금과 같이 입을 놀리지 못하도록 아주 박살을 내버릴 것이다.

「나의 진노가...너희를...」

“시끄러우니까, 그만 꺼져.”

콰콰쾅!

전할 말은 모두 전했기에 미련 없이 오클루스를 박살 냈다.

“...”

그리고 가볍게 주위를 둘러봤다.

푸쉬쉬- 거대한 오클루스의 파괴와 함께 공간을 장식한 수많은 오클루스가 검게 변하여 작동을 멈췄다.

“더는 존재할 필요가 없겠지.”

주인이 없는 공간.

그 공간이 더는 존재할 이유는 없을 터.

화륵!

마기와 의지로 빚은 작은 불씨 하나를 바닥에 떨군 후.

【차원 이동】

곧바로 차원을 넘어 그곳을 벗어났다.

그리고 잠시 후.

콰쾅, 콰콰콰쾅!

멸망의 의지를 담은 불꽃이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며 공간 자체를 소거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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