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83 전생 만화왕-95화 (95/425)

< 해적 외다리 실버 (1) <인세관련 설명글 추가> >

내가 잘 못 들었나?

“초판 5만부가 하루 만에 완판요?”

- 네. 저도 이렇게까지 엄청난 반응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전화문의가 쏟아진 덕분에 편집장님이랑······.

지로의 말이 제대로 귀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하루만에 5만부라.

이런 말도 안 되는 일이 정말로 벌어졌다는 건가?

그나저나 하루만에 5만부면 도대체 얼마지?

권당 300엔에 대한 인세가 10%, 권당 30엔.

5만부면 30엔X50,000=150만 엔.

지금 환율이 3.6배가량이니까(플라자 합의 전) 한국 돈으로 환산하면 540만 원 정도.

일본에선 일관세금으로 10% 떼니까 50만원 빼면 490만원.

거기다 자잘하게 떼는 것들까지 모두 생각해보면 대충 400만원 좀 넘으려나······?

단 한권의 단행본이 하루 만에 이만큼의 돈을 벌어들이다니, 과연 일본이구나.

이런 저런 잡념에 젖어있는데 귀속이 찡찡 울려댄다.

- ······선생님! 선생님! 전화가 끊어졌나?

“아, 네. 죄송해요. 잠시 딴 생각을 하느라.”

그 말에 지로의 웃음소리가 들린다.

- 역시 선생님께서도 놀라셨군요. 하긴, 저도 현실 같지 않으니까.

“근데, 전에 분명 초판 3만권이라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 네? 그러니까 방금 제가 말씀······, 아, 딴 생각하시느라 못 들으셨군요.

다시 웃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아, 쪽팔리네.

- 네. 사실은······.

지로가 며칠 동안 있었던 일을 설명해 줬다.

편집부에 쏟아졌던 전화들과 인쇄소에서 밤새 일해 추가 2만부를 더 찍어낸 이야기까지.

난 그냥 파시엔시아랑 삼사라에만 신경 쓰느라 그런 사정을 까맣게 모르고 있었는데, 많은 일이 있었던 모양이다.

“고생하셨네요. 익숙하지도 않은 인쇄 일까지 하시느라.”

- 아뇨. 덕분에 인쇄 쪽도 많이 알게 되어서 도움이 되었습니다. 거기다 인쇄공장 직원 분들이랑 안면도 트게 되어서 이래저래 얻은 것도 많고요.

그렇게 잠시 웃더니 곧바로 말을 이었다.

- 아, 그리고 추가 인쇄는 일단 오늘부터 부랴부랴 들어간 상황이고요, 아마도 추가 발행은 10만부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10만부요?”

- 저희 편집부에선 좀 더 찍어도 되지 않겠냐고 어필을 해봤습니다만, 영업부 쪽 조사에서 나온 결과로는 만화연구회 사람들, 오타쿠, 뭐 그쪽 전문용

어라는데 아무튼, 그 사람들이 두세 권 씩 구입하며 이번 판매를 주도 한 상황이라 추가 증쇄를 무조건 낙관만 할 수는 없는 입장이라고 합니다. 아무래

도 일단 하루만에 5만부를 판 엄청난 사건 때문에 10만부라는 결정이 나긴 했습니다만.

오타쿠들이 끼어들었다면 이해는 간다.

항상 이들은 판매의 변수니까.

그런데 참 의외다.

개인적으로 삼사라에 공을 많이 들인 건 사실이지만 오타쿠들이 그렇게까지 열광하고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도 하지 못했으니까.

어쨌거나 이 시절에도 오타쿠들의 구매력은 상상이상이다.

이런 구매력이 있으니 기업들이 오타쿠 관련 상품들을 쏟아내는 거겠지. 물론 지금보다는 조금 더 미래의 이야기가 될 테지만.

- 그리고 이번 초판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가 하나 있는데요.

“뭐죠?”

- 초판에 들어간 9장의 오리지널 표지 일러스트 말입니다.

“그게 왜요?”

- 그게 이번에 많이 팔린 주원인이라는 얘기도 있습니다. 물론 확인된 정보는 아니고요.

아니, 어쩌면 이게 정확한 이야기 일지도 모른다.

오타쿠들은 희소성에 크게 반응한다는 특징이 있다.

초판에다 그 이후에는 존재하지 않을 일러스트라면 충분히 구입요건이 될 테니까.

그러고 보니 나도 예전에 초판에 대한 집착이 강했었지.

아, 옛날 생각나네.

어쩌면 지금 오타쿠들 사이에선 웃돈을 더 주고서라도 초판을 사겠다며 나름 마켓이 형성되어 있을 수도 있다.

- 일단 증쇄 판엔 빼긴 했는데, 혹시라도 추가 증쇄가 만약 있다면 그때 오리지널 일러스트를 넣어볼까요?

“아뇨, 그러지 마세요. 오히려 그렇게 하면 반응만 더 나빠질 겁니다. 그냥 원래 처음 결정대로 나가세요.”

아무튼 이런 경험을 한 이상 다음부터는 초판에만 등장하는 특별한 그림을 추가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긴 하다.

- 추가 증쇄 결과는 나오는 대로 차차 알려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합니다.”

대충 원고에 대한 간단한 얘기를 더 진행한 뒤 지로와의 전화통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자마자 정미자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물었다.

“오, 오만부요? 그게 하루 만에 팔렸다고요?”

“네. 그렇다고 하네요.”

그 말에 화실 어시들이 방방 뛴다.

급기야 박소미는 책상에 엎드려 울기까지 한다. 곁에 있던 구자희가 그녀를 다독이고, 정미자도 눈물을 글썽거린다.

사실, 화실의 어려움이야 파시엔시아로 어느 정도 벗어나긴 했지만, 이들에게 삼사라는 파시엔시아와는 다른 존재다.

파시엔시아가 선희의 손에서 출발하지만 전상길의 화실에서 완성되었고, 그것이 소년 히어로에서 1위를 바짝 추격하는 잘나가는 만화가 되었지만, 그

동안 삼사라는 계속 중위권에 머물러 있는 바람에 늘 불안을 부추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나, 하위권에 떨어지면 몇 차례 경고, 그리고 연재에서 탈락할지도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평소에도 어시들은 파시엔시아의 승승장구에 더 침울했

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 첫날 5만권 완판이라는 일대 사건으로 인해 그런 마음고생이 한 번에 다 날아갔으니 얼마나 기분이 좋을까.

항상 선희와 난 파시엔시아와 삼사라를 같은 자식처럼 생각하고 있었지만, 어시들은 그들 나름의 경쟁의식이 많았던 모양이다.

그때 경희가 화실에 들어오다 이런 분위기에 화들짝 놀란다.

그리고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내게 다가오더니 조금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내게 말한다.

“오, 오빠. 설마 결국 그렇게 된 거야?”

“······뭐가?”

“그, 그러니까. 삼사라 그거. 연재가 끝난······.”

“아니야.”

“엄마야!”

언제 다가왔는지 선희가 다가와 경희에게 말하자 화들짝 놀란다.

“절대 안 끝나.”

“그, 그럼 이 분위기는 뭐야?”

“기쁜 일.”

“기쁜 일?”

“응.”

그렇게 대답하고는 선희가 바깥으로 나간다.

“어디 가는 거지?”

내가 의아한 표정으로 말하는데 경희가 씨익 웃는다.

뭔가 아는 것이 있는 모양이다.

“넌 왜 웃어?”

“······목석 오빠는 몰라도 돼.”

그렇게 말하며 낄낄거리더니 서둘러 선희를 따라 나간다.

“······?”

그 모습을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그때 성준희가 다가와 자그맣게 말한다.

“눈물이 날 정도로 기쁜가 보네.”

“뭐? 그럼 선희가······.”

“선희도 감정이 있어. 넌 몰랐니?”

알고는 있지만, 저렇게 겉으로 표현하는 아이였나?

그런 내 생각을 눈치 챘는지 성준희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오빠면서, 그런 것도 모르니.”

“몰라서 미안하다.”

내 대답에 그녀가 미소를 지으며 웃는다.

그러고 보니 성준희도 예전과 달리 웃음이 많아졌다. 예전엔 웃어도 늘 어색하게만 보였는데.

***

“합격 축하해!”

“고마워······.”

누나가 얼굴을 붉히며 웃었다.

인근 고등학교 운동장에 가족 모두가 모였다.

며칠 전 있었던 고등학교 검정고시에 드디어 합격을 한 것이다.

그동안 쌍둥이들도 틈틈이 누나를 가르친다며 호들갑을 떨더니.

그래도 장하다.

올림픽 때문에 나라가 들썩이고 있는 와중에도 공부를 그렇게 열심히 했다니.

“아이구, 정말 고생했다.”

엄마도 감격스러운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으며 누나 엉덩이를 툭툭 친다.

“장하다. 장해.”

“엄마 뭘 이정도로 울어?”

“얜, 기쁜 날이니까 울지.”

“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 검정고시까지 통과! 이참에 바로 대학교까지 가자!”

경희가 소리치자 누나가 곱게 인상을 쓴다.

“앞서가지마, 고등학교는 솔직히 좀 많이 힘들었어.”

“언니는. 중학교에 이어 고등학교 검정고시까지 합격했으면 어쨌건 대단한 거야. 좀 자랑스러워해도 돼!”

“맞아. 자랑스러워.”

곁에 있던 선희도 머리를 끄덕이며 동참한다.

“언니는 꿈을 좀 크게 가져도 돼. 우리 자매는 머리가 다 좋으니까, 이참에 아예 서울대를 목표로 하는 거야!”

어? 난 왜 빼는 거야?

“말도 안 돼는 소리 마! 서울대가 누구 애 이름이니?”

“작년에 검정고시 출신들이 서울대에 100명도 넘게 입학한 거 몰라? 언니도 할 수 있어.”

“낯부끄럽게 왜 그래? 좀 적당히 해라.”

누나와 경희가 난리법석을 떠는 모습을 보던 내가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나는 왜 빼는······.”

“뭐라고 했어? 오빠.”

“아니다, 아무것도.”

그렇게 시무룩하게 말하고는 곧 표정을 바꾸고 모두에게 물었다.

“오늘은 합격 기념인데, 어디로 갈까?”

“햄버거!”

“나도.”

“쌍둥이, 너희들은 그만. 오늘은 누나가 주인공이니까.”

그렇게 말하고는 누나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누나가 살짝 고민하는 것 같더니 곧 입을 열었다.

“부대찌개······는 어때?”

“부대찌개?”

시원하게 냉면이면 이해가 되는데······.

“응. 어릴 적에 아버지랑 먹었던 기억이 나서. 너도 기억하지?”

기억날 리가 없지.

그런데 어쩐 일인지 엄마의 표정이 묘해진다.

하기야, 집에 이렇게나 큰 짐을 지게하고 떠났음에도 남몰래 밤이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가끔 봤으니 뭐.

이럴 땐 진짜 엄마의 모습도 겹쳐져 보인다.

그때 경희가 의아한 표정으로 누나에게 묻는다.

“아빠랑 부대찌개 먹은 적 있어?”

“너희들은 어려서 기억하지 못하나보네.”

“난 기억나.”

선희의 말에 경희가 화들짝 놀랐다.

“뭐? 거짓말. 난 하나도 기억 안 나는데.”

“난 기억나.”

“두 번씩이나 강조할 필요는 없잖아. 은근히 나 바보라고 깔보는 거지?”

“난 기억나.”

“알았다니까!”

어쨌건 알겠다는 표정으로 내가 머리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부대찌개로 결정! 엄마도 찬성?”

“어, 그래.”

“이왕이면 부대찌개로 유명한 곳에 가자.”

“거기가 어딘데?”

“의정부. 오늘 다 같이 가서 맛나게 먹자.”

조금 멀기는 해도 이참에 가족끼리 함께 나들이삼아 다녀오면 될 것 같으니까.

*

골목이 온통 부대찌개 식당들로 가득한 광경을 보고 경희가 소리쳤다.

“와, 여긴 전부가 부대찌개 식당들이네? 맛있겠다. 그치?”

“맛있겠어.”

쌍둥이가 골목에서 풍겨 나오는 부대찌개 냄새에 침을 꼴깍 삼킨다.

“저기야.”

허술하게 보이는 식당 한곳이 내가 가리키자 경희가 인상을 찌푸린다.

“저기, 크고 예쁜 가게로 가지. 왜 하필이면 저런 곳으로 가?”

“저기가 맛있다고 하더라.”

물론 이 정보는 박상식에게 들은 거지만, 본인도 잘 모른다고 이리저리 전화까지 해서 물어본 모양이다. 역시 누나가 끼어있는 일에는 열심이다.

하지만 경희는 여전히 미련이 있는지 입맛을 다시며 말한다.

“난 저쪽이 좋아 보이는데. 너도 그렇지?”

선희에게 곁눈질을 하며 도움을 요청하지만 소용없다.

“난 이쪽이 더 좋아.”

“야, 너 왜 그래? 쌍둥이는 한 몸인 거 몰라?”

“그럼 너 혼자 가든가.”

이번에 내가 그렇게 말하며 내가 가리킨 식당으로 향하자 경희가 서둘러 내게 다가와 찰싹 달라붙으며 애교를 부린다.

“에이, 오라버니가 또 왜이러실까. 알았어. 오빠가 그렇게 추천하는데 내 몸소 직접 가보도록 할게.”

“안 그래도 되는데.”

“어허, 어여쁜 동생이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그냥 좀 져주세요.”

“······.”

그렇게 가족모두 식당으로 들어섰다. 그런데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실내엔 사람들이 가득 차 있다. 역시 맛집이라는 건가?

다행히 비어있는 테이블을 발견해 서둘러 그곳으로 가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리고 잠시 후 젊은 남자 직원이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어서오세요오. 모두 몇 명이세······. 어?”

남자직원이 우리를 보고 화들짝 놀랐다.

나 역시 상상도 못하던 인물을 만난 덕분에 덩달아 놀라고 말았다.

“어? 대봉이형?”

이 인간 여기서 도대체 뭐하는 거야?

< 해적 외다리 실버 (1) <인세관련 설명글 추가>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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