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83 전생 만화왕-91화 (91/425)

< 삼사라, 바람을 타다 (2) >

“네? 삼사라가 4위요?”

갑작스런 소식에 깜짝 놀랐다.

이제까지 9위, 아니면 10위 정도를 계속 맴돌던 삼사라가 느닷없이 4위라니.

도대체 파시엔시아와 진심의 남자가 공방전을 치르는 동안 삼사라를 보는 독자들에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그런데 전화 통화 내용을 들었는지 작업 중이던 어시들이 머리를 번쩍 들고는 날 바라본다. 이들에게도 삼사라의 4위 소식은 꽤나 반가운 것이었을까.

금방 자기들끼리 서로 하이파이브를 하며 좋아한다.

- 저도 그렇지만 편집부에서도 이것 때문에 시끄럽습니다. 제 담당 작품이 5위권에 두 작품이나 들어가서 직원들이 부러워하고 있습니다. 하하.

기분이 좋은지 지로가 웃는다.

- 아, 그리고 조만간 삼사라가 드디어 단행본이 출간될 예정입니다.

“초판 발행은 얼마나 할 예정입니까?”

- 며칠 전에 출판부장님이랑 편집장님이 이 문제로 꽤나 다투셨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처음엔 2만부 정도로 결정되었는데, 오늘 결과 때문에 다시 편

집장님이 출판부로 찾아가셨습니다. 제 생각엔 최소 1만부 정도는 더 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3만부가 되나요?”

- 아마 그럴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꽤나 구체적이네요.”

- 팀장님께 들었으니까요.

잘은 모르지만, 확신하고 있으니 맞겠지.

아무튼 현재 일반적인 만화 단행본 가격이 300엔 정도한다면 권당 10퍼센트 그러니까 대략 30엔 정도 남는다. 최근 환율이 3.6배 가까이 하는 걸로

아는데, 그렇게 되면 권당 108원에 3만권이면 324만원이 되나?

324만원이라.

원천징수가 10%라고 했나?

거기다 이것저것 제하면 250만원 조금 넘으려나?

작은 돈은 아니지만, 지금의 내 기준에선 큰돈도 아니다. 굳이 따지면 이제까지 전상길 화실에서 받아온 돈보다 적은 돈이다.

사실, 3만부 발행이라는 것 자체가 일본만화계 기준으로 보면 그냥 그런 수준이니까.

하지만, 그렇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다.

겨우 첫 단행본 판매고, 그것도 초동발행부수가 아닌가.

앞으로 삼사라의 인기가 더 오른다면 추가로 판매될 여지가 더 있고, 파시엔시아도 있으니까.

사실, 지금 인기는 파시엔시가 더 높지만, 개인적으로는 삼사라 쪽에 더 집중을 하는 편이다. 스토리 작업도 더 힘들긴 하지만, 그만큼 이야기를 만들

어가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거기다 작업하는 선희도 삼사라에 더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아무래도 비교할 만한 작품이 많이 없는데다가 아포칼립스라는 세기말적(사실 내 기준에선 세기말이라는 게 와 닿지는 않지만) 분위기가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 아, 앙케이트 순위를 빼먹었네요.

“또 2위입니까?”

- ······네. 그렇습니다. 하지만 표차는 43표입니다.

“그래도 많이 좁혔네요.”

- 그런데 앙케이트 엽서가 전에 비해 많이 늘어서 오히려 격차가 더 줄어든 거나 다름없습니다. 파시엔시아의 재미도 전보다 더 좋아졌다는 평이고요.

다만, 진심의 남자가······. 너무 막강해서.

그건 나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진짜, 요즘 키도는 그림 모두가 엄청나게 상승했다. 진짜, 이정도면 도핑테스트라도 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다.

- 저기 원고는 다 되셨나요?

“네. 조금 있다가 국제항공우편으로 발송할겁니다.”

이젠 슬슬 지로도 화실을 찾아오는 숫자를 줄이고 대신 원고를 이쪽에서 발송하는 방식으로 바꿔가고 있다.

물론 담당이니만큼 한 달에 한번, 혹은 상황에 따라 두 번 정도는 와야 할지도 모르지만.

어쨌건 두 작품이나 맡았으니 매주 한국과 일본을 들락거리려면 돈도 돈이지만, 편집자로서의 일도 너무 고되다는 판단에 그렇게 결정을 내렸다.

- 그럼,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네. 수고하세요.”

전화를 끊고 나니 손에 땀이 잔뜩 묻어 나온다.

내 앞에 돌고 있는 선풍기의 세기를 좀 더 올렸다.

위이이잉.

묵직한 선풍기가 소음을 크게 발생시키며 강한 바람을 보내온다.

7월도 이제 슬슬 끝나갈 무렵이라 더위가 더 기승을 부린다.

화실 내에 있는 선풍기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지만, 집 구조가 문제인지 열기가 잘 빠져 나가지 않는다.

덕분에 가끔 지나다니는 소독차의 연기가 화실 안으로 들어오기도 한다.

문을 닫고 싶지만, 연기가 안으로 들어와야 실내가 소독이 된다고 믿는 사람이 몇 명 있어서 그러지도 못하고 있다.

아무튼 그렇게 더위에 쩔어 헉헉거리고 있는데, 그때 박상식이 커다란 쟁반을 들고 화실 안으로 들어왔다.

“자, 모두 모이세요.”

“어? 그거 팥빙수 아니에요?”

“네. 어서 와서 하나씩 드시면 됩니다.”

“와아! 팥빙수다!”

역시 제일 좋아하는 건 경희다.

“어? 그런데 넌 왜 이 시간에 여기에 있어?”

“왜긴, 방학이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얼음산을 숟가락으로 열심히 푹푹 쑤셔대고 있다.

“아······.”

어느새 벌써 한학기가 지나가버렸구나. 시간도 참.

아무튼 박상식이 모두에게 팥빙수를 돌리다니 어쩐 일이지. 하고 생각했다가 화실 안에 누나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금방 이해를 해버렸다.

그럼 그렇지.

누나는 다음 달에 있을 고등학교 검정고시 공부 때문에 화실에서 공부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화실일도 돕겠다는 뜻도 있지만, 마지막 점검을 위해 가

끔 선희에게 공부 도움을 받기 위해서였다.

이제 1학년에 불과한 선희였지만, 경희말로는 이미 3학년과정을 다 마스터했다고 하니, 누나에게는 마지막 시험 전 점검에 누구보다 좋은 선생님이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아우, 머리야.”

자신의 머리를 땅땅 두드리며 먹는 경희를 보며 모두가 웃었다.

***

따르릉.

점심시간 커피를 한잔 마시며 여유 있게 만화책을 펼쳐보고 있던 직원이 전화를 받았다.

“네. 주간소년 히어롭니다.”

- ······.

“네? 삼사라 단행본이요? 글쎄요. 제가 담당이 아니라서······. 아, 잠시 만요. 저기, 아카기 씨!”

우롱차를 들고 복사본 원고를 보며 편집부 사무실로 들어서던 지로가 머리를 들었다.

“네?”

“삼사라 단행본, 언제 나와요?”

“단행본요? 글쎄요. 아직 정확한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는데요.”

그 말을 들은 직원이 머리를 끄덕이더니 곧바로 수화기를 막고 있던 손을 풀며 말했다.

“여보세요? 아, 네. 삼사라 단행본의 정확한 출판일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 네. 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은 직원이 보던 만화책을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잠시 후 다시 전화가 울린다.

이번에는 밖에서 들어오던 다른 직원이 전화소리를 듣고는 서둘러 전화를 받았다.

“네, 주간 히어로 스즈킵니다. 네? 삼사라 단행본 출판일이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저기, 아카기 씨. 삼사라 담당이죠?”

전화를 받은 직원이 다시 지로를 찾았다.

자리에 앉았던 지로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그를 보며 대답했다.

“네.”

“삼사라 단행본 언제 나와요?”

“아직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아, 그래요?”

그러더니 전화기를 다시 들고는 설명한다.

“죄송합니다만, 아직 정확한 날짜가 정해지지 않았답니다. 네. 네. 아,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전화를 끊는다.

그 모습을 본 지로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별일이네. 갑자기 무슨 일이지?”

그리고는 곧 피식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잠시 후 몇 번의 전화가 더 울렸고, 대부분 삼사라 단행본이 출간 일에 대한 걸 묻는 독자들의 전화였다.

“이게 도대체 무슨일이야?”

그렇게 중얼거린 지로는 곧바로 편집부 게시판에 커다란 글씨로 ‘삼사라 단행본 출시일 미정’이라는 글자를 써 둔 후 서둘러 편집장에게 달려갔다.

아까 편집장이 팀장들과 휴게실에서 담소를 나누는 모습을 본 기억이 떠올라서였다.

그리고 휴게실에 도착한 지로가 문을 활짝 열었다.

“편집장님!”

소리를 지르며 휴게실 안으로 들어가자 담배를 뻑뻑 피우며 한참 대화에 빠져 있던 편집장과 팀장들이 놀란 눈으로 돌아본다.

“아카기, 갑자기 왜 그래? 엉덩이에 불이라도 났어? 왜 그렇게 호들갑이야?”

“요즘 두 작품이 잘나가니까 정신이 없나봐.”

“와, 신입주제에 복이 터졌다니까. 부러워, 부러워.”

팀장들이 지로를 보며 낄낄거린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에 관계없이 곧바로 편집장에게 다가가 말했다.

“펴, 편집장님!”

“왜 그래? 정말 어디 불이라도 났어?”

편집장도 입가에 미소를 띤 채 농담을 던진다.

“삼사라 출간일이 언젭니까?”

갑작스런 질문에 편집장이 눈을 크게 떴다.

“삼사라?”

“네. 정확한 날짜요.”

“정확한 날짜는 아직 안 나왔을 텐데. 그런데 그걸 왜 물어? 별로 중요한 일도 아닌 것 같은데.”

“지금 편집부에 삼사라 출간 일을 묻는 독자들의 전화가 여러 번 왔어요. 그리고 방금 나올 때도 그런 전화가 왔었고요.”

“삼사라 출간 일을 묻는 전화?”

“네. 그래서 편집장님을 찾아온 겁니다.”

“·······.”

뭘 생각하는지 편집장이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는 갑자기 피우던 담배를 서둘러 재떨이에 비벼 끄고는 곧바로 휴게실을 나섰다. 그리고 그 뒤를 지로가 따라 나갔다.

“어, 어디로 가시는 게예요?”

“어디긴, 출판부지. 정확한 출간 일이야 그쪽 소관이니까.”

“아.”

편집장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덩달아 지로도 그 뒤를 빠르게 따라간다.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가 곧바로 비상계단으로 뛰어 올라간다. 곧 출판부 사무실로 들어선 편집장이 가까운 여직원에게 물었다.

“출판부장은 지금 자리에 있나?”

“어머, 안녕하세요. 지금 부장님 임원회의 호출로 가셨는데요. 출판부 판매 동향보고 때문 일거에요.”

“그럼 과장은?”

“저쪽에 계시네요.”

창가 구석자리에서 문을 열어두고는 담배를 피우며 책을 읽고 있는 30대 초반의 남자를 확인하고는 그쪽으로 빠른 걸음으로 다가갔다.

지로는 계속 편집장 뒤를 졸졸 따라갔다.

“어이 시다 과장.”

담배를 피우던 과장이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편집장을 확인하고는 담배를 서둘러 끄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한다.

“아, 스도 편집장님. 지금 부장님께서는······.”

“알아, 임원회의에 끌려갔다며?”

“······네.”

“그보다 자네에게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네? 그게 뭡니까?”

“삼사라 말이야. 삼사라 단행본 출간일 혹시 아는가?”

“삼사라요? 삼사라가 뭐죠?”

“뭐? 우리 소년 히어로에서 연재중인······. 아니다, 아니야. 그 많은 책을 자네가 다 알리 없지. 우리 소년 히어로 담당이 누구지?”

“오노는 지금 외근중입니다만.”

“젠장, 결국 부장 이놈이랑 얘기해야겠구만.”

투덜거린 편집장이 다시 발길을 돌렸다. 지로는 곧바로 과장에게 인사를 꾸벅 한 뒤 그를 따라 출판부를 빠져나간다.

이번에도 편집장이 비상계단을 통해 위층으로 올라간다.

임원 회의실은 이곳에서 3층을 더 올라가야 한다.

지로는 편집장이 생각보다 체력이 좋다는 것을 실감했다. 주말마다 등산을 한다더니, 그게 사실인 모양이다.

그리고 어느새 두 사람은 임원회의실 앞에 도착했다.

임원 회의실 앞에 앉아 있던 여직원이 편집장을 알아보고 인사를 하자 살짝 손을 들어 답례하고는 회의실 창문을 슬쩍 들여다보았다.

안에서는 출판부장이 서서 임원들에게 한참 보고를 올리고 있다.

그 모습을 본 여직원이 웃으며 말한다.

“편집장님. 앉아서 기다리세요.”

“아, 괜찮네.”

그렇게 대답하면서도 계속 창 안으로 시선을 보낸다.

그때 회의실에서 한참 보고를 올리던 출판부장과 눈이 마주쳤다.

멈칫 하던 출판부장이 다시 보고를 마무리하고는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는 바깥을 보며 입으로 ‘왜?’라며 묻는다.

그러자 편집장이 입모양으로 ‘빨리 좀 나와, 이 망할 놈아!’라고 대답했다.

그 모습을 본 지로가 당황하며 여직원의 눈치를 보았다. 여직원은 그런 모습이 익숙한지 조용히 입을 가리며 쿡쿡거린다.

잠시 후 출판부장이 임원들에게 인사를 하고 먼저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그리고는 편집장의 소매를 콱 붙들더니 그를 끌고 복도로 빠져나갔다.

그 뒤를 지로가 따라 나간 건 물론이었다.

두 사람이 복도 끝 계단 옆 창문가에 다다르다 출판부장이 버럭 소리쳤다.

“이, 미친놈아. 이게 무슨 짓이야? 바쁜 사람을 왜 불러내고 그래?”

“삼사라 출간일이 정확히 언제야?”

“뭐?”

< 삼사라, 바람을 타다 (2)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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