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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268화 (268/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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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클래스 마법사의 회귀 2부 82화

    (그야말로 개판이로구나. 남다르게 미친 것들이 아주 그냥 널뛰기를 하고 앉았어. 호호.)

    이 상황을 쭉 관망하던 크로미의 인상 깊은 한 줄 평과 더불어.

    [지금 무슨 소리를…….]

    “나중에 딴말하시면 곤란하니 한 분 한 분 호명해 드리겠습니다.”

    [네놈, 우리가 만만해? 감히 수행자 따위가 누굴 호명한다고……!]

    “먼저, 제우스 님?”

    아테나의 물음을 가볍게 무시해준 이안이 멈추지 않고 읊조렸다.

    “첫 번째 번외 과업 보상으로 받은 제우스 님의 낙뢰권 1회, 한 장 있습니다. 알고 계시죠?”

    제우스의 낙뢰권 1회라니.

    지배자들의 얼굴이 씰룩거렸다.

    하데스는 아예 박장대소해 버렸다.

    “그리고 두 번째 번외 과업 때 보상으로 받아둔 오딘 님의 지혜 조언권 1회, 아폴론 님의 일조권 1회, 토르 님의 공구 대여권 1회, 아레스 님의 기마 부대 지휘권 1회, 아르테미스 님의 사냥 교습 1회 무료…… 이건 지금 쓸 필욘 없을 것 같고, 또 뭐가 있었죠?”

    특정 다수 지배자를 향하여 읊조리는 이안의 말에 아테나가 사색이 되었다. 그도 그럴 게, 막상 저지르고 보니 문제가 커 보였거든.

    ‘제우스 님의 아스트라페는 말할 것도 없다. 오딘의 지혜라는 것도 결국 후긴과 무닌, 그 거대한 까마귀 두 마리를 빌려준다는 뜻이겠지. 아폴로의 일조권은 태양광선을 의미할 것이고, 아레스의 기마부대 역시 어려운 상대다. 심지어 거기에 묠니르까지 더해진다면…….’

    끔찍하다.

    그냥 죽으라는 소리다.

    하물며 자신은 혼돈의 군주에게 생기를 뺏겨 약해지지 않았던가?

    “아, 이제 생각났네요. 헤파이스토스 님의 흑요석 사슬 대여권 1회, 헤임달 님의 뿔피리 대여권 1회, 아프로디테 님의 채찍 이용권 1회, 하데스 님의 망자 군단 소환권 1회, 그리고 로키 님과 저녁식사권 1회……? 음, 이건 좀…….”

    어디 그뿐일까?

    헤파이스토스의 흑요석 사슬은 최상급 지배자 중에서도 삼황과 동급이었던 프로메테우스를 포박할 때 쓸 만큼 단단하며, 헤임달의 뿔피리 걀라르호른은 강력한 파수꾼 ‘미미론’을 불러내는 뿔피리다.

    ‘하데스의 망자군단도 위험해. 이건 가늠조차 되지를 않으니…….’

    몇몇 얼토당토않은 보상을 제외한다면 이거, 굉장히 위험하다.

    제아무리 상대가 동족이며 시계탑 평의회 동료라고 할지언정 지배자들의 체면이 걸린 문제이니만큼 거부하지 않을 가능성도 컸다.

    아니, 확실하다.

    저들은 절대로, 절대로 거부하지 않을 것이다. 체면이 구겨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족속들이니까.

    그리고 그 족속에는 아테나 본인 역시 포함된다. 그래서 아는 거다.

    “아무튼, 저한테 주어진 이 보상들, 받을 때 설명 들은 그대로 언제, 어디서든 쓸 수 있다고 믿겠습니다. 설마 존경하는 지배자 여러분께서 한 입으로 두말하지는 않으시겠죠. 체면들이 있으신데요.”

    아테나의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그 순간에도 이안은 말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특히 아테나가 걱정했던 ‘체면’ 문제를 정확히 찔렀다.

    “자, 그럼 지체할 거 없이 써보겠습니다. 먼저 제우스 님의…….”

    [자, 잠깐!]

    “번개부터 한번…….”

    [멈추어라! 수행자!]

    “벼락을 떨어뜨릴 대상은…….”

    [새, 생각이 바뀌었다! 내 아까의 충격 때문에 눈이 잠깐 돌았던 것 같구나! 수행자는 나에게 황금 사과까지 양보해 줬거늘, 내가 너무 심했어. 사과하마. 진심으로……!]

    “……으음.”

    아테나의 다급한 외침에 이안이 팔짱을 끼며 고민했다. 정확히는 고민하는 척을 했다. 때로는 적당한 뜸들임이 필요한 순간도 있는 법이니까.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내 사과를 받아준다면 그대의 여덟 번째 과업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앞으로 남은 네 번의 과업 역시 가능한 선에서 성심성의껏 도와줄 것을 맹세하겠다. 그러니…… 이쯤에서 화해하는 것이 어떨까? 나는 몹시 그러고 싶은데.]

    이걸 보아라.

    뜸을 들이니 더 노릇노릇해졌다.

    몹시 화해하고 싶다지 않나?

    ‘아껴둔 보람이 있네.’

    혹시 몰라 보상으로 주어진 권능 사용권을 아낀 보람이 넘쳤다.

    아마 저들도 이 권능들을 지배자 상대로 써먹을지는 몰랐으리라.

    “……글쎄요. 너무 기분에 따라 확확 변하셔서, 그 말씀을 믿어도 될지 모르겠네요. 뭔가 보장을 해주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보장, 할 수 있다.]

    “어떻게 말입니까?”

    [맹세하마. 올림포스의 지배자로서 가진바 모든 격을 걸고……!]

    격을 건다.

    그것은 지배자에게 있어서 절대 함부로 내뱉을 수 없는 표현이다.

    그 말을 내뱉은 즉시 맹약이 걸려 자칫 잘못했다가는 모든 격을 박탈당할지도 모르기 때문일 터.

    한데 지금 그걸 입에 올렸다?

    ‘어지간히도 생명의 위협을 느꼈나 보군. 하기야, 잔뜩 약화한 상태에서 동급 지배자들의 폭격을 맞았다가는…… 많이 위험하겠지.’

    이들은 사실상 영생을 살아갈 뿐.

    결코 태생적인 불멸자가 아니다.

    죽음의 공포를 느낀다는 뜻이다.

    “……설마 격까지 걸고 맹세를 하실 줄은 몰랐네요. 굉장히 민감한 사안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그만큼 그대한테 미안하고, 또 후회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만하면 내 진심이 전해졌으리라 보는데.]

    “물론입니다.”

    [그럼…….]

    “대신 한 가지만 더.”

    […….]

    이놈 봐라?

    이렇게까지 했는데 또 조건을 달아? 순간 짜증이 치솟았다.

    물론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래, 말해보려무나.]

    “우선 이 번외 과업부터 종료해 주십시오. 슬슬 피곤합니다.”

    [물론이다. 그건 내 권한으로 가능한 일이니, 허면 우선 저 벌레들부터 처리해야겠군. 애초에 저것들을 박멸하고자 시작한 계획이니, 끝이라도 확실하게 맺어야…….]

    아테나가 그리 읊조리며 눈치만 살피기 급급한 생존자들을 훑었다.

    그 눈길에 가장 겁을 먹는 것은 역시 유다 이스카리옷, 그는 이 상황이 그저 기가 막힐 뿐이었다.

    최후의 수단으로 아테나를 불렀는데, 하물며 처음에는 자신의 뜻을 들어주는 것처럼 굴더니만, 돌변해도 저렇게 돌변할 수가 있나?

    “아뇨.”

    [……응?]

    “번외 과업은 이대로 종료, 우승은 저, 추가 사망자는 없습니다.”

    [그 말은…… 전부 죽이지 마라?]

    “글쎄요. 딱 집어서 죽이지 말라기보다는, 그냥 번외 과업이 다 끝난 거죠. 더 죽일 필요가 없으니 집으로 돌려보내 달라는 거고.”

    이안의 말에 가장 큰 분노를 느낀 건 즐거운 마음으로 수정구 속 아수라장을 지켜보던 하데스였다.

    ‘저, 저 미친놈이……?’

    아닌 게 아니라, 이제 정말 진짜배기 노른자들만 남았다.

    높은 격을 가진, 죽는 순간부터 명계의 훌륭한 전사가 될 인재들 말이다. 그런데 이걸 이런 식으로 뒤통수쳐? 이것이 정녕 동업자로서 가당키나 하는 일이란 말인가?

    ‘찾아가서 따질 수도 없고…….’

    하데스가 분을 삼키는 사이.

    의구심을 느낀 아테나가 이안에게 물었다. 이는 하데스도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묻고 싶은 말이었다.

    [어째서 살려주는 거지? 저것들은 너를 죽이려고 했는데…….]

    “번외 과업 내용이 절 죽이라는 건데 별수 있습니까? 그리고 그렇게 따지면 저도 많이 죽였습니다.”

    [하, 하지만 나까지 불러서…….]

    “아테나 님께서 이성만 잘 유지하셨으면 아무 일도 없었겠지요.”

    [그, 그건…….]

    틀린 말은 아니다.

    죽이라니 죽였겠지.

    살리라면 살렸을 것이고.

    자기 목숨이 달린 일이니까.

    [허면 완수 보상은 어떻게…….]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번외 과업은 종료, 우승자는 저, 당연히 저 혼자 먹어야죠. 제가 우승했는데.”

    물론 번외 과업의 완수 조건으로 걸려있었던 사망한 수행자들의 격은 나누어 먹을 생각이 추호도 없었다. 그걸 왜 나누어 먹어? 다 가져도 앞날이 한참 까마득한데.

    [……알겠다. 수행자의 뜻대로 번외 과업을 마무리하도록 하지.]

    “감사합니다. 아테나 님.”

    [단.]

    단?

    사족을 달아?

    설마 아직 정신을 못 차렸나?

    [저놈, 내가 수행자에게 실례를 범하게끔 유도한 저 벌레만큼은 양보해다오.]

    아테나가 생존자 중 한 명.

    유다 이스카리옷을 가리켰다.

    부디 저놈만큼은 죽이게 해달란다.

    [놈은 이 번외 과업의 원흉이기도 하다. 왕 노릇의 정점이지. 사사로운 감정을 빼고도 처리할 필요가 있다. 이해해 줬으면 좋겠군.]

    글쎄.

    사실 이해하고 말고도 없다.

    이안은 딱히 이들을 살려주고 싶어서 제안한 게 아니라, 그저 아테나와의 보이지 않는 주도권 싸움을 위한 패에 불과했으니까.

    “더 하실 말씀 없으시면 이만 보내주십시오. 가서 쉬어야겠군요.”

    이안 역시 거절하지 않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으니, 이제 여기서 살아나갈 수행자는 유다 이스카리옷을 제외한 여섯이 전부이리라.

    “아, 아테나 님……? 저, 전 억울합니다! 소인은 그저 아테나 님의 분노를 풀어 드리기 위해서…….”

    [시끄럽다! 벌레 같은 놈!]

    콰직!

    그렇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유다 이스카리옷의 죽음을 마지막으로.

    [번외 과업이 종료되었습니다.]

    [최종 우승자 : 칼리두 와탕카.]

    [우승을 거머쥔 칼리두 와탕카에게는 번외 과업 중 사망한 모든 전, 현직 수행자들의 ‘격’이 주어집니다.]

    [또한 우승자 칼리두 와탕카의 특별 요청에 따라 우승자를 포함한 총 일곱 명의 생존자는 모두 생환합니다. 부디 우승자에게 깊은 감사의 뜻을 표하시기 바랍니다.]

    ……가만.

    생존자가 일곱이라고?

    총 여섯 명이 아니라?

    ‘어디 숨어 있기라도 한 건가?’

    신원미상의 생존자 한 명.

    그를 향한 약간의 의구심 속과 더불어, 총 7인의 생존자들이 하늘 정원 바깥으로 전송되었다.

    1,600명이 넘는 전 현직 수행자 중 7명만 살아서 돌아가는 상황.

    누군가들은 그저 업보일 뿐이라며 손가락질할 것이고, 누군가들은 한동안 슬픔에 빠져 살아가리라.

    * * *

    “……후우!”

    한편.

    끝까지 살아남았음에도 마지막 번외 과업 때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수행자, 첫 번째 번외 과업에서 기여도 순위 2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올리비우드’가 푹 눌러쓴 거적을 내렸다.

    꽤나 거추장스러웠던 모양인지 단번에 얼굴색이 폈다.

    ‘약간의 변수쯤은 각오했다만, 설마 이렇게까지 꼬일 줄이야. 하마터면 고작 여기서 죽을 뻔했군.’

    그는 이제 겨우 첫 번째 과업을 완수하자마자 번외 과업까지 끌려왔던 아스가르드 전당 소속 새내기 수행자였다.

    ‘겪으면 겪을수록 정말 쉽지 않은 세계다. 조금이라도 긴장의 끈을 놓아서는 안 돼. 절대로.’

    고작 한 번의 과업을 완수한 것치고 많이 오랫동안, 그것도 꽤 실속 있는 활약을 펼쳤기 때문일까?

    위풍당당한 발걸음으로 지체 없이 아스가르드 신전부터 찾아가서 두 번째 과업 완수 및 공치사를 받아낸 그가 두 번째로 향한 곳은 슈페리어 심장의 외곽 구역.

    잠시 주위를 살피고는 오직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어떤 글자를 확인했는데, 그것은 번외 과업 당시 나타났던 알림 메시지와 유사했다.

    [죽은 자들의 왕이 당신의 기대치를 넘어선 활약에 감탄합니다.]

    [그에 관한 보답으로 ‘지극히 개별적인’ 보상이 주어집니다.]

    [죽은 자들의 왕이 당신의 세 번째 과업과 연관하여 매우 좋은 아이디어가 있음을 피력합니다.]

    [이야기를 들어보시겠습니까?]

    ‘들어보시겠습니까’는 무슨.

    또 권유하는 척을 하고 있다.

    듣지 않는다 하면 지금껏 해주던 모든 지원을 끊어버릴 거면서.

    한두 번 속는 줄 아나?

    “……들어는 보겠소.”

    수락하기가 무섭게 외곽 구역이었던 눈앞이 어떤 호사롭고도 어둑어둑한 궁전 안쪽으로 바뀌었다.

    그곳은 죽은 자들의 왕, 하데스가 기거하는 명계의 지하 궁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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