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권. 강화석 (210/225)
  • ┃강화석

    “빨리 인장 스킬이나 시전하거라.”

    게스피트가 머릿속의 생각을 접어 두고는 현성에게 포인트를 넘겼다.

    현성은 게스피트에게 포인트를 받고 인장 스킬을 시전했다.

    “효율이 많이 올라갔구나.”

    과거에는 최대 스텟이 30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70까지 늘어난 상태였다.

    “그래서 방금 주신 포인트로는 다섯 번밖에는 못 해 드릴 것 같습니다.”

    “알겠다. 감수하지.”

    게스피트의 말에 현성이 인장 스킬을 연달아 시전했다.

    “나 말고도 꽤 많은 이들에게 인장 스킬을 시전했지?”

    게스피트의 물음에 현성이 고개를 끄덕였다.

    백화와 제나를 비롯해 아군 굴레를 벗은 자들 모두가 현성에게 포인트를 주고 인장 스킬을 시전받았다.

    ‘너 혼자만 강해지는 게 아니라 아군 차원의 1레벨 플레이어 전원이 강해지고 있구나.’

    게스피트는 현성으로 인해 가장 많은 이득을 본 1레벨 플레이어였다.

    동업을 통해 엄청난 포인트를 수급받았으니까 말이다.

    하나 다른 아군 1레벨 플레이어들 역시 현성을 통해 크든 작든 이득을 보았다.

    특히 인장 스킬의 경우 정체되어 있던 굴레를 벗은 자들의 스텟을 올려 준다는 점에서 상당히 큰 메리트를 가지고 있었다.

    ‘백 년만 더 지나도 아군 차원과 적군 차원의 균형이 완전히 산산조각 나겠어.’

    아마 머지않아 아군 차원의 1레벨 플레이어들이 적군 차원의 1레벨 플레이어들을 압도하게 되는 날이 올 것이다.

    문제가 하나 있다면…….

    ‘그놈들도 바보가 아닌 이상 그 사실을 모르고 있지는 않을 텐데.’

    어쩌면 몇십 년 내에 오랜 평화가 깨지고 다시금 전면전이 발발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 게스피트는 자신의 생각을 입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

    말을 한다고 해서 미래가 바뀌는 건 아니었다.

    또 휴전 중인 적들의 침공을 두려워해서 아군의 전력을 강화시키지 않는 것도 웃긴 일이었다.

    ‘어차피 예견된 일이었어.’

    최현성 플레이어가 있는 이상 아군과 적군 차원의 균형은 언젠가 깨질 수밖에 없었다.

    그저 인장 스킬로 인해 그 시기가 조금 앞당겨진 것뿐이다.

    ‘다시금 전쟁이 벌어진다면, 완전히 짓밟아 주마.’

    게스피트는 전쟁을 두려워하는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 * *

    현성은 모든 업적을 완료한 상태에서도 사냥에 열중했다.

    몬스터를 사냥해 업적을 얻는 길이 막혔지만 포인트는 계속해서 수급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너무 효율이 낮아.’

    현성이 얻는 포인트의 대부분은 장사와 인장 시전으로 나왔다.

    몬스터에게서 얻는 포인트는 현성의 총수입의 1/100도 채 되지 않았다.

    ‘없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현성은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생각으로 사냥을 계속했다.

    그러면서도 현성은 중간중간 시스템 상점을 확인했다.

    혹시 유일 등급 스킬북 같은 특별한 아이템이 뜨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 때문이었다.

    “어?”

    그런 현성의 눈에 시스템 상점에 단 한 번도 등록되지 않았던 아이템이 들어왔다.

    ‘이게 뭐야?’

    현성이 놀란 표정으로 아이템 정보를 확인했다.

    [강화석 - 일반 등급]

    -소모성 아이템

    -일반 등급 무기 및 방어구를 강화시켜 줍니다.

    -강화 실패 시 기존 강화도가 모두 초기화됩니다.

    ‘게임 속에 있는 강화 주문서잖아?’

    무기와 방어구를 강화해 주는 강화석.

    그게 게임이 아닌 현실에 등장했다.

    등급도 일반 등급부터 무 등급까지 다양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현성이 판매자의 이름을 확인했다.

    -판매자 : 쿠테브닌

    익숙한 이름이었다.

    현성에게 인장을 자주 찍던 굴레를 벗은 자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연락해 보자.’

    현성이 스마트폰을 꺼내 쿠테브닌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최현성 플레이어. 무슨 일이야?

    “시스템 상점에 등록된 강화석이라는 아이템을 보고 연락드렸습니다.”

    -하하하! 봤어? 고마워, 다 자네 덕분이야.

    “네? 그게 무슨?”

    현성의 물음에 쿠테브닌이 강화석이라는 아이템을 만들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쿠테브닌은 굴레를 벗은 자 중에서도 극소수인 제작 계열의 생산직 플레이어였다.

    주로 무기와 방어구를 제작하고 판매해 포인트를 벌어들였고 당연히 권능도 같은 계열로 각성했다.

    문제는 권능으로 만든 무기와 방어구를 쿠테브닌 자신밖에 사용할 수 없다는 제약이 붙어 버린 것이다.

    포인트를 사용해 제약을 제거하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러던 중 게임을 하다 강화석이라는 아이템을 보고 큰 깨달음을 얻었다.

    그 후 오랜 시간 강화석 제작을 위해 노력했고 마침내 성과를 얻어 낸 것이다.

    -나도 강해지고 포인트도 벌 수 있어서 일석이조라니까. 그래서 지금 축복받은 강화석을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야.

    “그게 정말 가능한 겁니까?”

    -시간이 조금 오래 걸리기는 하겠지만, 가능하기는 할 거야.

    쿠테브닌의 말을 들은 현성의 얼굴이 환해졌다.

    현성은 고유 권능 가챠를 통해 스킬을 강화시킬 수 있다.

    인장 스킬을 통해 스텟을 늘릴 수도 있다.

    하지만 무기나 방어구 같은 아이템은 강화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한데 그 방법이 생겨난 것이다.

    “혹시 무 등급 강화석이 있다면 저한테 팔아 주십시오. 직거래를 하고 싶습니다.”

    시스템 상점에서 구입하면 20%의 수수료가 나간다.

    하지만 직거래를 하면?

    20%의 수수료를 세이브할 수 있다.

    쿠테브닌과 친분이 없는 플레이어라면?

    울며 겨자 먹기로 시스템 상점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현성은 쿠테브닌과 친분이 있었다.

    -알겠네. 보수는 포인트 대신 인장 스킬로 지불해 주게.

    “알겠습니다. 바로 불러 주십시오.”

    -그렇게 하지.

    -고용주 쿠테브닌 님이 용병 최현성 님의 고용을 신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쿠테브닌이 대답과 동시에 용병 고용 메시지를 보냈다.

    현성이 곧바로 예를 눌렀다.

    화악!

    밝은 빛무리와 함께 현성의 모습이 사라졌다.

    “어서 오게.”

    쿠테브닌이 환한 얼굴로 현성을 반겼다.

    “수량은 몇 개나 있으십니까?”

    “지금 당장은 20개 정도밖에 없네.”

    쿠테브닌의 대답에 현성이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강화 실패 시 기존 강화도가 초기화된다는 단점을 생각하면 그리 많은 양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너무 걱정하지 말게 생산량은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으니까.”

    “알겠습니다.”

    현성과 쿠테브닌이 강화석과 인장 스킬 시전을 교환했다.

    “여기서 사용해 봐도 괜찮겠습니까?”

    현성의 말에 쿠테브닌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번 해 보자.’

    현성이 용혈검에 강화석을 발랐다.

    -강화석을 사용했습니다.

    -강화에 성공하였습니다.

    -용혈검이 강화되었습니다.

    첫 번째 시도에 바로 성공했다.

    ‘강해졌어.’

    용혈검이 품고 있는 힘이 증가했다.

    “웬만하면 3강 정도에 만족하게 4강 이상부터는 실패 확률이 높더라고.”

    “쿠테브닌 님은 몇 강까지 성공하셨습니까?”

    “나? 나야 모두 7강으로 맞췄지.”

    “강화석을 몇 개나 투자하셨길래?”

    현성의 물음에 쿠테브닌이 고개를 갸웃거리다 입을 열었다.

    “정확히는 모르겠네.”

    “대충이라도 알려 주시죠?”

    “음, 아이템 하나를 7강으로 만드는 데 못해도 몇백 개 이상은 든 것 같은데.”

    쿠테브닌의 대답을 들은 현성은 기가 막혔다.

    ‘성공 확률이 엄청 낮잖아.’

    강화석을 직접 만들 수 있는 제작자만이 할 수 있는 돈지랄이었다.

    “사실 그것도 제물을 바치고 바쳐서 겨우 이뤄 낸 결과라네. 어서 빨리 축복받은 강화석이 완성되어야 할 텐데.”

    쿠테브닌의 말을 들은 현성도 축복받은 강화석이 어서 빨리 완성되기를 바랐다.

    그래야 실패로 인해 날아가는 손해가 줄어들 테니까 말이다.

    현성은 일단 용혈검을 3강으로 만들었다.

    다행히 중간에 실패하는 일은 없었다.

    현성이 방어구에 강화석을 바르려고 했다.

    그러다 한 가지 의문이 생겨났다.

    “세트 아이템은 한 번에 강화되는 겁니까?”

    현성이 혹시나 하는 기대감을 품고 물었다.

    “아니, 하나하나 다 발라야 하네.”

    하지만 그 기대는 처참하게 무너졌다.

    “그, 그렇군요.”

    강화석 20개로는 기본 3강도 완성하기 힘들 것 같았다.

    수량도 부족했고…….

    -강화석을 사용했습니다.

    -강화에 실패하였습니다.

    -기존 강화도가 모두 초기화되었습니다.

    3강을 하는데도 중간중간 실패하는 경우가 꽤 많았으니까 말이다.

    “그럼 이만 가 보겠습니다. 아, 그리고 앞으로 강화석을 생산하시면 시스템 상점에 팔지 마시고 저한테 먼저 알려 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저도 조금 할인된 가격에 인장 스킬을 시전해 드리겠습니다.”

    “꼭 그렇게 하겠네. 그러니 걱정하지 말게.”

    쿠테브닌의 확답을 들은 현성이 다시금 지구로 귀환했다.

    ‘강화석이 더 많이 필요해.’

    아이템을 강화하느라 꽤 많은 포인트를 날렸지만 아깝지는 않았다.

    포인트를 써서 현성 자신이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말이다.

    * * *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쿠테브닌은 결국 축복받은 강화석을 만들어 냈다.

    현성은 인장 스킬을 미끼로 축복받은 강화석을 선구매한 후 아이템을 강화했다.

    고유 권능 가챠로 인한 스킬 강화.

    인장 스킬로 인한 스텟 증가.

    축복받은 강화석으로 인한 아이템 강화.

    플레이어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삼박자가 모두 맞아떨어진 결과…….

    현성은 순식간에 기존의 굴레를 벗은 자들을 넘어서 버렸다.

    하나 그 차이는 아직 미약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좀 더 흐른다면?

    다른 굴레를 벗은 자들을 아득하게 추월할 것이 분명했다.

    게스피트, 백화, 제나같이 현성과 친분이 있는 아군 굴레를 벗은 자들은 그런 현성의 성장을 기꺼워했다.

    그건 다른 아군 굴레를 벗은 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드물게 현성의 독주를 시기하는 이들이 있기는 했지만, 그뿐이었다.

    속으로만 시기할 뿐 현성에게 직접적으로 위해를 가할 마음까지는 먹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현성과 그들은 같은 진영에 속해 있는 아군이었으니까 말이다.

    그러나 적군 굴레를 벗은 자들의 경우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최현성 플레이어의 성장 속도가 너무 빨라.”

    “이대로 두면 아군과 적군 차원의 균형을 완전히 박살 내 버릴 거야.”

    적군 굴레를 벗은 자들은 현성의 성장 속도를 비교적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그 이유는 적군과 아군 굴레를 벗은 자들의 교류가 완전히 끊어진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현성은 적군 소속인 카이로를 휘하에 들여 수하로 삼았다.

    그 말은 적군 굴레를 벗은 자 역시 같은 방법을 쓸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현성은 게임을 통해 적군과 아군 플레이어들이 교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

    굳이 첩자를 심거나 상대편 플레이어를 휘하에 거두지 않아도 정보 교류가 가능해진 것이다.

    “베루인이 왜 주백설을 이용해 최현성 플레이어를 제거하려 했는지 알 것 같군.”

    최현성 플레이어는 생태계 파괴종이었다.

    전자 제품과 문화 상품을 무기로 적군과 아군 차원의 포인트를 무차별적으로 빨아들였다.

    그 후 그렇게 빨아들인 포인트를 이용해 빠르게 강해졌다.

    일반적인 굴레를 벗은 자였다면 많은 포인트를 얻었다고 해도 권능을 강화하거나 활용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다.

    한데 최현성 플레이어는 그런 어려움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강해졌다.

    “인장이라는 스킬로 인해 적군 굴레를 벗은 자들 모두가 강해지고 있어.”

    “이대로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제대로 된 저항조차 하지 못하고 패배할 거야.”

    “이렇게 허무하게 패배할 수는 없다.”

    한자리에 모인 굴레를 벗은 자들이 의견을 일치시켰다.

    이들 중에는 주전파도 있었고 주화파도 있었다.

    하나 그들의 결론은 하나였다.

    “이레귤러인 최현성 플레이어를 제거해야 한다.”

    바로 생태계 교란종의 척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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