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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권. 새로운 시작 (170/225)
  • ┃새로운 시작

    황금빛 뇌전이 몸을 강타하는 순간, 현성의 육신은 완전히 소멸해 버렸다.

    그 순간, 단 한 번도 발동된 적이 없었던 불사의 서의 권능 중 하나가 발현되었다.

    -부활의 권능이 발동합니다.

    -패시브 스킬 불사의 서 – 초월 등급의 등급이 하락합니다.

    완벽하게 소멸한 현성의 육신이 다시금 부활했다.

    현성은 육신이 소생함과 동시에 곧바로 아크사 대영주를 향해 흑뢰신마공과 화염의 서를 날렸다.

    아크사 대영주는 흑뢰신마공과 화염의 서를 겨우 막아 냈다.

    하나 현성은 한 번의 공격으로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꽈아앙! 꽈아앙! 꽈아앙!

    현성이 연달아 흑뢰신마공과 화염의 서를 퍼부었다.

    “크윽!”

    아크사 대영주가 비명을 터트리며 주변을 살폈다.

    하지만 아크사 대영주를 도와줄 이는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함께 싸우던 신하들은 전멸했다.

    직영지에 있던 신하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크사 대영주의 두 눈에서 절망이라는 감정이 피어났다.

    수하들을 잃었기에 그런 것이 아니었다.

    완벽하게 무로 돌아갔음에도 멀쩡하게 되살아난 현성 때문이었다.

    부활의 권능이 단발성이 아니라면?

    아무리 싸워도 이길 수가 없다.

    아크사 대영주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었다.

    그러더니 몸을 돌려 도주하기 시작했다.

    “쥐새끼처럼 어딜 도망가느냐!”

    현성이 노성을 터트리며 몸을 날렸다.

    그와 동시에 마력 역장을 펼쳤다.

    꽈아앙! 꽈아앙!

    현성과 아크사 대영주의 추격전이 이어졌다.

    하지만 이미 전투의 승패는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아크사 대영주의 몸이 점점 만신창이로 변해 갔다.

    차라리 아크사 대영주가 죽기를 각오하고 현성과 싸웠다면?

    조금이라도 더 오래 버텼을 수도 있다.

    하나 현성이 가진 부활의 권능을 두려워해 몸을 뺀 아크사 대영주의 행동은 오히려 그의 명을 재촉했다.

    ‘네 실수다.’

    현성이 맹공을 가하며 불사의 서를 살폈다.

    불사의 서가 가진 옵션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효과가 줄어들고 그 등급이 크게 떨어졌다.

    ‘고작 영웅 등급이라니?’

    초월 등급이던 불사의 서가 부활의 권능을 사용한 순간 영웅 등급이 되어 버렸다.

    현성이 다시금 무로 돌아간다면?

    불사의 서가 현성을 부활시킬 수 있으리라 장담할 수가 없었다.

    아니, 설사 부활한다고 해도 지금처럼 온전한 모습일 수는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저놈부터 잡고 보자.’

    아크사 대영주는 꼭 제거해야 했다.

    아크사 대영주는 기반을 모두 잃었다.

    하지만 아크사 대영주가 가지고 있는 힘이 엄청나게 큰 위험 요소였다.

    꽈아앙! 꽈아앙!

    폭음이 터질 때마다 아크사 대영주의 몸을 휘감고 있던 황금빛 뇌전이 점점 줄어들었다.

    그리고 종국에는 완전히 소멸했다.

    파지지직!

    칠흑빛 뇌전이 아크사 대영주의 몸을 강타했다.

    “으아아아악!”

    아크사 대영주의 입에서 처절한 비명이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아크사 대영주의 몸이 한 줌의 재로 변해 흩어졌다.

    드넓은 영토를 지닌 대영주의 최후치고는 너무도 허무했다.

    사아아악!

    아크사 대영주의 몸에서 뿜어져 나온 잔존 마력이 스킬북으로 변했다.

    현성이 무심한 표정으로 스킬북을 회수했다.

    [금뢰공 – 유일 창조 등급]

    -액티브 스킬북

    -시전자의 의지에 따라 자유자재로 뇌전을 부립니다.

    -금뢰공에 적중당한 적들의 신체를 일시적으로 마비시킵니다.

    -금뢰공에 적중당한 적들의 마력 운용을 방해합니다.

    ……후략……

    -액티브 스킬북 금뢰공 – 유일 창조 등급을 습득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역시 창조 등급이네.’

    그것도 유일 등급의 성장형 창조 등급 스킬이었다.

    살짝 아쉬웠다.

    뇌전 계열 스킬북이었기 때문이다.

    ‘다른 계열의 창조 등급 스킬북이면 좋았을 것을…….’

    이미 흑뢰신마공이라는 창조 등급 스킬을 가지고 있었던 현성이기에 아쉬움이 컸다.

    ‘뭐, 어쩔 수 없지.’

    흑뢰신마공을 얻지 못했다면?

    창조 등급이 아닌 초월 등급인 흑뢰신의 숨결을 보유하고 있었다면?

    이번 전투에서 패배했을 확률이 높았다.

    ‘저축이라고 생각하자.’

    현성이 예를 선택했다.

    -액티브 스킬북 금뢰공 – 유일 창조 등급 습득에 실패하셨습니다.

    -흑뢰신마공 - 유일 창조 등급이 액티브 스킬북 금뢰공 – 유일 창조 등급과 융합됩니다.

    -액티브 스킬 흑뢰신마공 - 유일 창조 등급이 성장했습니다.

    흑뢰신마공이 무난하게 금뢰공을 흡수했다.

    ‘창조 등급보다 상위 등급의 스킬이 있는 건가?’

    분명히 흑뢰신마공이 성장했다는 메시지가 떴다.

    그것도 모자라 스킬 옵션에는 여전히 ‘뇌전 계열 스킬과 아이템을 흡수해 성장할 수 있습니다.’라는 내용이 있었다.

    ‘창조 등급의 상위 등급이라?’

    창조 등급 스킬이 끝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뭐, 아직은 먼 이야기지.’

    창조 등급 이상을 생각하기는커녕 기존에 보유한 스킬들을 창조 등급으로 만들 생각부터 해야 했다.

    ‘지출이 컸어.’

    꽤 오랜 시간 용인화를 유지하느라 엄청난 포인트를 소모했다.

    거기다 이번 전투로 마신의 갑주와 혈신의 액세서리 세트 그리고 신혈검을 잃고 말았다.

    또 영웅 등급으로 하락한 불사의 서를 다시 초월 등급으로 만들어야 했다.

    지금까지 치렀던 전투 중 이렇게 큰 손실을 본 전투는 없었다.

    ‘앞으로 거둘 이득만 생각하자.’

    그 모든 손실을 합쳐도 창조 등급 스킬북 하나의 값어치만 못했다.

    더군다나 현성은 이번 전투로 총 두 개의 창조 등급 스킬을 얻었다.

    또 아크사 대영주와 코디기 대영주가 다스리던 드넓은 영토를 모두 수중에 넣게 되었다.

    ‘뒷정리를 해야지.’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았다.

    * * *

    열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현성은 그동안 아크사 대영주와 코디기 대영주의 영토를 완벽하게 장악했다.

    또 영웅 등급까지 떨어졌던 불사의 서를 다시금 초월 등급으로 만들었다.

    그와 동시에 수많은 정보를 수집했다.

    하나 그중에서도 가장 귀중한 정보는 코디기 대영주의 살아남은 측근들을 제압한 뒤 그들의 기억을 잃으면서 알아낸 정보였다.

    ‘겁쟁이라며 왕을 수도 없이 욕했지.’

    아크사 대영주와 코디기 대영주는 자신의 영지 내에서 왕과 같은 힘을 누렸다.

    하지만 왕은 아니었다.

    그들 역시 왕을 섬기는 신하였다.

    코디기 대영주는 그 점을 이용해 이번 영지전을 멈추려 했다.

    왕에게 계속해서 사신을 보내 영지전을 중재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왕이 직접 사신을 보내 중재에 나섰다.

    현성으로서는 천만다행으로 중재는 실패했다.

    아크사 대영주가 왕의 중재를 거절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말이 거절이지 왕명을 개무시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에 코디기 대영주는 왕에게 왕명을 무시한 아크사 대영주를 징벌해 달라고 청했다.

    하지만 왕은 코디기 대영주의 요청을 들어주지 않았다.

    아크사 대영주를 징벌하기 위해서는 왕이 직접 움직여야 했기 때문이다.

    ‘왕은 신중하다. 아니, 신중할 수밖에 없어.’

    대영주들의 힘이 너무 강해 왕이 왕 노릇을 못 하고 있는 실정이다.

    코디기 대영주의 측근들이 판단한 왕의 힘은 대영주들보다는 확실히 강했다.

    하지만 대영주들을 압도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대영주들과 충돌하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대영주들이 반란을 일으키는 상황을 우려했고, 대영주에게 패배해 왕위를 빼앗길 수 있는 상황을 걱정했다.

    ‘영지전을 통해 대영주들의 힘을 고의로 깎으려는 것 같기도 하고.’

    그게 득이 될지 실이 될지는 알 수 없었다.

    대영주들의 영지전을 방관하면 대영주들의 세력이 감소할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왕권을 넘볼 정도로 강력한 힘을 키운 대영주가 탄생할 수도 있었다.

    ‘그건 왕이 알아서 할 일이고.’

    지금 중요한 건 왕이 대영주들에게 겁쟁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신중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번 일도 방관할 가능성이 높아.’

    대영주가 무려 둘이나 죽었다.

    한데 열흘 동안 왕에게 아무런 보고도 없고 충성 맹세를 하러 가지도 않았다.

    이는 왕에 대한 도발이자 반역이었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왕이 직접 군을 이끌고 현성을 치거나, 대영주들에게 현성의 토벌을 명했을 것이다.

    한데 현재의 왕은 쉽게 그럴 수가 없었다.

    대영주들 중 충심으로 왕을 따르는 이는 없었다.

    왕도 대영주들을 견제했다.

    ‘사실상 왕국이라기보다는 대영주들이 뭉친 연합국이나 마찬가지야.’

    그저 타국의 침공을 막기 위해 가장 강한 대영주에게 왕의 자리를 넘겨주고 왕국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왕이 대영주들에게 현성의 토벌을 명령했는데 무시당한다면?

    왕이 직접 군을 이끌고 현성을 쳤다가 패배하거나 병사들을 잃는다면?

    그렇지 않아도 바닥을 치고 있는 왕권이 지하 맨틀을 뚫고 들어갈 정도로 추락할 것이다.

    ‘왕은 쉽게 움직일 수 없다.’

    현성에게는 전혀 나쁠 게 없는 상황이었다.

    ‘이 상황을 잘 이용해야 해.’

    현성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맺혀 있었다.

    의외로 일이 쉽게 풀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천천히 힘을 키운다.’

    그렇게 키운 힘으로 다른 대영주를 쓰러트리고 성장해 나간다.

    다른 대영주들과 같은 행보를 가는 것이다.

    대영주들과 현성의 차이점은 단 하나.

    왕에게 충성 맹세를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 뿐이었다.

    ‘뭐, 진짜 충성 맹세를 하진 않더라도 하는 시늉을 해 줄 수는 있지.’

    현성의 수가 통하든 통하지 않든 시간은 벌 수 있을 것이다.

    현성은 자신에게 절대복종할 수밖에 없는 하위 레벨 플레이어들을 골라 왕에게 사신으로 보냈다.

    목적은 단 하나.

    충성 맹세를 하지 않고 왕국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 * *

    현성이 보낸 사신이 그라도 왕국의 왕성에 도착했다.

    사신은 곧바로 그라도 왕국의 왕을 알현할 수 있었다.

    그라도 왕국의 왕은 현성이 사신을 보냈다는 사실에 크게 기뻐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말을 듣고는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것이냐!”

    그라도 왕국의 왕이 대로하여 목소리를 높였다.

    현성이 직접 와서 충성 맹세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원한다면 가짜를 보내 충성 맹세를 하는 시늉을 해 줄 수는 있다.

    “그것이 주군의 뜻입니다. 폐하께서 거절하신다면, 프로드 왕국으로 망명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셨사옵니다.”

    프로드 왕국은 그라도 왕국의 적대국이었다.

    “하! 프로드 왕국의 왕이 잘도 그런 그 요청을 들어주겠구나.”

    “겉으로 보기에는 왕권이 살아나는 일입니다. 또 자국의 병력을 늘릴 수 있으니, 손해 볼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신의 말에 그라도 왕국 왕의 표정이 돌처럼 굳어졌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에 사신을 찢어 죽이고 아크사 대영주와 코디기 대영주의 영지를 차지한 부랑자 놈을 처단하고 싶었다.

    하지만…….

    차마 그럴 수가 없었다.

    아무리 서로 싸우는 도중이었다고는 하지만, 대영주를 둘이나 죽인 부랑자다.

    그런 이와 정면 대결을 한다면 득보다는 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어찌하시겠사옵니까?”

    사신의 말에 그라도 왕국의 왕이 고심에 고심을 거듭했다.

    하지만 전쟁을 할 것이 아니라면, 그라도 왕국의 왕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을 단 하나뿐이었다.

    “그 청을 윤허하도록 하겠다.”

    그라도 왕국의 왕이 현성의 요청을 수락했다.

    * * *

    현성은 사신들이 돌아오자 사자 인간들을 주축으로 하는 대규모 사신단을 그라도 왕국의 왕성으로 보냈다.

    그리고 거짓으로 그라도 왕국의 왕에게 충성 맹세를 하는 퍼포먼스를 했다.

    그 후 현성이 그라도 왕국의 왕에게 충성을 맹세해 새로운 대영주가 되었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공식적으로 그라도 왕국의 대영주로 등극한 것이다.

    사실 그라도 왕국의 왕이 현성의 요청을 거절했어도 크게 문제 될 것은 없었다.

    그라도 왕국의 왕이 직접 군을 일으켜 현성을 토벌할 것도 아니고, 현성이 지배하고 있는 영토와 근접해 있는 세키라 대영주는 마로저니 대영주와 영지전을 벌이느라 정신이 없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부랑자 소리를 듣는 것보다는 그라도 왕국에 속하는 게 이득이었다.

    다른 대영주들의 공적이 되거나, 영토를 접하고 있는 프로드 왕국의 대영주에게 괜한 꼬투리를 잡힐 일을 피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현성은 조용히 힘을 키웠다.

    그리고 그라도 왕국 내부에서 일어나고 있는 대영주들의 접전에 뛰어들었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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