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4권. 활약의 부작용 (156/225)

┃활약의 부작용

피투성이 거인의 이름은 타무그.

그는 본래 대영주를 모시던 하급 영주였다.

그러던 중 주군으로 섬기던 대영주가 전쟁에서 패배해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타무그는 승리한 대영주의 휘하에 남는 대신 독자적인 노선을 선택했다.

타무그는 전사한 대영주의 혈족이었다.

같은 혈족을 살해한 적에게 어찌 충성을 맹세하겠는가?

그 후 타무그는 같은 혈족의 생존자들을 규합해 변방에서 수많은 전투를 치렀다.

그 결과 타무그는 하급 영주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거대한 세력을 일궈 냈다.

이대로 쭉 성장한다면 대영주가 되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했다.

한데 제대로 사고가 터졌다.

과거 타무그가 모시던 주군을 쓰러트렸던 대영주가 쳐들어온 것이다.

타무그는 수하들과 함께 용맹하게 싸웠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애초에 타무그의 세력은 정상적인 대영주 한 명을 감당하기도 어려웠다.

한데 상대는 무려 대영주를 이긴 대영주였다.

상대가 될 리 없었다.

결국 타무그는 패배했고 고작 백여 명의 수하들과 함께 쫓기는 신세가 되었다.

타무그는 적들의 손에 죽어 그들의 양분이 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죽음을 각오하고 차원 게이트를 넘었다.

그런데…….

“어, 어째서?”

당연히 차원의 미아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데 의외로 무사히 차원 게이트를 넘어 버렸다.

‘안타깝구나.’

자신이 넘어왔으니 아마 수하들이 넘어오기는 힘들 것 같았다.

‘차라리 내가 가장 나중에 들어갈 것을…….’

스스로의 죽음을 기정사실화했기에 가장 먼저 들어간 것인데, 이런 이변이 있을 줄은 몰랐다.

그때였다.

슈욱! 슈육!

차원 게이트에서 타무그의 수하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다.

타무그는 수하들이 넘어올 때마다 기쁘면서도 가슴이 미어졌다.

‘내가 가장 나중에 들어갔어야 했는데.’

자신이 가장 늦게 차원 게이트를 넘었다면, 수하들이 한 명이라도 더 살아남았을 것이다.

‘저들이 끝이겠지?’

벌써 열 명이 넘는 신하들이 차원 게이트를 넘었다.

그렇기에 타무그는 더 이상 수하들이 넘어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다른 이들은 모두 차원의 미아가 되었겠지.’

안타까웠다.

수하들의 죽음에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았다.

그런데…….

슈욱! 슈욱!

수하들이 계속해서 넘어왔다.

열 명이 20명이 되고 20명이 30명이 되었다.

이쯤이면 끝나겠지라고 생각할 때마다 수하들이 계속해서 넘어왔다.

그리고 결국…….

타무그의 수하들은 단 한 명의 낙오자도 없이 모두 차원 게이트를 넘었다.

“하하하하!”

타무그의 입에서 커다란 웃음이 터져 나왔다.

설마 이런 기적이 벌어질 줄은 몰랐기 때문이다.

“이는 선조들께서 우리를 보살피신 것이다!”

타무그는 크게 기뻐하며 외쳤다.

‘타 차원인 이곳에서 힘을 키워 보자.’

살아남았다.

그리고 복수할 길이 열렸다.

“하나 조심하셔야 하옵니다, 주군.”

충신이자 친우인 그마루의 말에 타무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과 수하들이 모두 넘어왔다는 것은 이 신생 차원의 전력이 상상 이상이라는 뜻이었다.

“일단 차원 게이트를 빠져나가 숲에 몸을 숨긴다.”

타무그의 말에 그마루를 비롯한 휘하 신하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다급하게 도망치는 와중이었다.

그렇기에 차원 게이트를 넘을 때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하는 은신 스킬, 변신 스킬, 정보 수집 스킬들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가자!”

타무그의 외침과 함께 그마루를 비롯한 수하들이 일제히 던전을 질주했다.

던전 중간중간에 널려 있는 드레이크들은 가볍게 무시했다.

‘음, 그런데 플레이어들이 없군?’

타무그가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플레이어들이 있어야 정상인데 없었기 때문이다.

‘뭐, 나쁠 건 없지.’

플레이어가 없으면 괜히 시간 낭비를 할 필요가 없어서 좋았다.

타무그와 수하들이 차원 게이트를 통과해 타 차원에 진입했다.

중간에 작은 철판 같은 게 있었던 것 같기는 한데, 그냥 무시한 뒤 뚫고 나왔다.

“뭐야?”

“모, 몬스터다!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했어!”

저레벨 플레이어들이 자신과 수하들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타무그와 수하들은 더 크게 놀랐다.

“이게 무슨?”

차원 게이트를 통과한 직후 인적이 없는 곳으로 피하려고 했다.

한데 인적이 없을 수가 없었다.

타무그와 그 수하들이 빠져나온 던전 근처에서 수많은 생명체들의 기척이 감지되었기 때문이다.

거기다 온갖 화려하고 드높은 건물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다.

‘운도 더럽게 없군.’

하필이면 이 세계 최강국의 수도에 자리한 차원 게이트를 통과한 모양이었다.

마음이 다급해졌다.

“최대한 빨리 이동한다!”

지체하면 플레이어들이 달려들 것이다.

자신들 모두를 수용할 수 있을 정도로 무력 수준이 높은 차원이다.

어쩌면 이 차원은 자신들보다 더 많은 플레이어들을 수용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

그 정도 수용력을 가진 차원이라면?

당연히 고레벨의 플레이어들이 우글거릴 것이다.

거기다 재수 없게 하필이면 이 차원의 최강국 수도(?)로 넘어와 버렸다.

고레벨 플레이어가 우글거리는, 차원의 최정예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와 버린 것이다.

타무그와 그 수하들은 계속된 전투와 추격에 체력도 마력도 거의 바닥난 상태였다.

이런 몸 상태로 차원 최강국의 최정예와 충돌해 승리할 자신 따위는 없었다.

타무그와 그 수하들은 도시를 지나쳐 인근에 자리하고 있는 숲으로 몸을 숨겼다.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이동한다. 이곳에서 최대한 멀리 벗어나야 한다.”

“예, 주군.”

타무그는 일단 이곳에서 체력과 마력을 회복하고 세계 최강국의 수도에서 최대한 빨리 벗어날 생각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타무그와 그 수하들은 몇 가지 착각을 하고 있었다.

첫 번째.

타 차원의 세계 최강국에 온 것은 맞지만 수도는 아니었다.

당연히 최상위 레벨의 플레이어들은 이곳에 없었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이 아니라 개성이었으니까 말이다.

개성에는 현성이 만든 국제연합 기구 본사가 있다.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진 계획도시이기에 높고 화려한 건물이 많았던 것이다.

타무그와 그 수하들은 화려한 건물을 보고 제국의 수도 정도로 착각했지만, 사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개성과 비견되는 화려함을 가진 도시는 널리고 널렸다.

두 번째.

타무그와 그 수하들은 스스로 몸을 잘 숨겼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타무그와 수하들의 움직임은 수많은 원거리 측정 장비에 의해 낱낱이 파악되고 있었다.

어디 그뿐인가?

호루스의 눈을 통해 그들의 대략적인 전투력까지 파악된 상태였다.

그 결과 비상 소집령이 내려졌고 타무그와 그 수하들이 쉬고 있는 사이 세계 각국에서 최고의 실력을 가진 플레이어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었다.

아, 당연히 현성에게도 연락이 갔다.

* * *

‘이게 무슨?’

현성은 대영주들 간의 전투를 이용해 하급 영주들을 쳐서 크게 세력을 키웠다.

하지만 그 정도에 만족할 현성이 아니었다.

현성은 현재 있는 변경 남부 지역을 평정한 뒤 다른 지역으로 이동해 그곳에 있는 하급 영주들을 제거하고 그 세력을 복속시킬 생각이었다.

한데 갑자기 이변이 생겼다.

그것도 다른 곳도 아니고 지구에서 말이다.

‘백 명이 넘는 대규모 침략자 플레이어들이 등장하다니?’

현성의 등 뒤에 절로 식은땀이 맺혔다.

혹시나 하고 걱정했던 최악의 사태가 발발한 것이다.

‘추정 레벨 2000 이상이라.’

저 정도면 무드크와 그 수하들 정도의 수준이라고 봐도 무방했다.

지구 플레이어들이 아무리 모여도 전혀 상대가 되지 않을 것이다.

그간 지구의 플레이어들은 빠르게 성장했다.

하지만 그래 봤자 최상위 랭커들의 레벨이 1000레벨에도 도달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한데 그런 지구에 추정 레벨 2000대에 달하는 침략자 플레이어가 1백 명이나 넘어왔다.

그들이 날뛰기 시작하면 지구는 끝장이었다.

‘자력 결계의 쿨타임이 얼마나 남았지?’

가장 손쉬운 해결책은 자력 결계밖에 없었다.

‘이런…….’

현성의 얼굴이 엉망진창으로 일그러졌다.

‘아직 90일도 넘게 남았잖아.’

엎친 데 덮친 격이었다.

사실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자력 결계를 사용해 무드크를 쓰러트린 게 불과 얼마 전이었으니까 말이다.

‘대영주들이 직접 다스리는 직할령과 변방의 거리가 멀어서 다음 토벌군이 올 때까지는 충분히 쿨타임이 돌 거라고 생각했는데…….’

침략자 차원이 아니라 지구에서 자력 결계를 써야 할 일이 생겨 버렸다.

‘어쩔 수 없지.’

이가 없으면 잇몸이다.

어마어마한 피해를 감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정면 대결을 통해 침략자 플레이어들을 섬멸해야 했다.

다급하게 지구로 복귀한 현성이 호루스의 눈을 통해 침략자 플레이어들을 살폈다.

‘젠장.’

보고가 틀렸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는데 아니었다.

침략자 플레이어들은 정말 무드크와 그 수하들에 준하는 실력자들이었다.

‘최악의 상황을 대비해야겠어.’

현성이 파르티샤와 그녀의 신하들을 지구로 소환했다.

지금은 고사리손이라도 빌려야 했다.

현성은 지구의 최상위 레벨 플레이어들과 파르티샤 차원의 최상위 레벨 플레이어들을 총동원해 포위망을 만들었다.

군대도 동원했다.

또 심령을 제압한 몬스터 군단과 그동안 틈틈이 복구시킨 언데드 몬스터 군단도 총동원했다.

하지만 속이 착잡했다.

솔직히 말해 소집한 최상위 플레이어들과 군대 그리고 언데드 몬스터들은 큰 도움이 되지 않을 확률이 높았다.

결국은 현성, 루시아, 파르티샤 셋이서 저들 모두를 상대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침략자 차원의 플레이어들도 소환을 하고 싶은데.’

승전 대군주의 부름을 사용하면 침략자 차원에서 거둔 플레이어들을 얼마든지 소환할 수 있다.

문제는 현성의 지시에 절대복종하는 플레이어들은 이번 전투에서 큰 도움이 안 된다는 점이었다.

그렇다고 도움이 될 만한 무력을 가진 플레이어들을 부르자니 배신을 할 확률이 존재했다.

‘일단 부딪쳐 보자.’

가장 좋은 건 군과 플레이어들의 화력을 총동원해 적들이 반격하기도 전에 일망타진하는 것이다.

물론 성공 확률은 그리 높지 않았다.

‘그래도 적들의 체력과 마력을 어느 정도 소모시킬 수는 있을 거야.’

그 후 현성, 루시아, 파르티샤가 힘을 합쳐서 정면 대결로 적들을 섬멸한다.

그게 아군의 피해를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 전에…….’

무력 충돌 말고 한번 시도해 볼 만한 방법이 있었다.

* * *

“주, 주군.”

그마루의 말에 타무그의 표정이 침통하게 변했다.

“벌써 포위를 당했구나.”

타 차원에서 힘을 기른 후 복수를 꿈꿨다.

하지만 복수는커녕 살아남기도 힘들어 보였다.

이중 삼중으로 플레이어들의 포위망이 펼쳐져 있었다.

“다행히 아직은 포위망이 겹겹이 완성되지 않았습니다. 허술한 지역을 뚫고 나가야 합니다.”

그마루의 말에 타무그가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다른 곳의 포위는 이중 삼중인데 왜 저곳만 약하겠느냐?”

“서, 설마?”

“함정이다. 포위망을 구성한 플레이어들의 수준이 낮다. 아마 포위망이 허술한 지역에 적들의 진짜 정예가 숨어 있을 것이다.”

타무그의 말이 맞았다.

포위망이 허술한 지역에는 현성, 루시아, 파르티샤가 대기하고 있었다.

함정이라는 말을 들은 그마루가 허탈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타무그와 그 수하들이 차원 게이트를 넘은 건 고작 2시간 전이다.

한데 단 2시간 만에 이렇게 완벽한 포위망이 갖춰졌다.

‘아직 소모된 체력과 마력도 다 회복하지 못했거늘.’

몸이 정상이 아닌 상태에서 적들과 교전을 치르게 생겼다.

“오늘 우리는 이곳에 뼈를 묻겠구나.”

차원 게이트를 넘어서며 희망을 가졌다.

하지만 그 희망은 완전히 산산조각이 나 버리고 말았다.

‘그래도 원수 놈들에게 죽는 것보다는 낫다.’

자신들이 몸에 걸친 아이템과 죽어서 나올 스킬북이 원수의 손에 들어가는 것보다는 차라리 적의 손에 들어가는 게 나았다.

“전투를 준비하라!”

“예! 주군!”

타무그의 외침에 그마루와 신하들이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타무그는 죽음을 각오했다.

하지만 찍소리도 못 하고 죽을 생각은 없었다.

타무그와 그 수하들의 몸에서 투기가 줄기줄기 뿜어져 나왔다.

타무그와 그 수하들이 막 공격을 시작하려 할 무렵.

“어디서 온 놈들이냐?”

낯선 타 차원에서 고향의 언어가 들려왔다.

“……?”

타무그와 그 수하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 그들의 눈에 하늘에 둥둥 떠 있는 플레이어 하나가 들어왔다.

“어찌 우리의 언어를?”

타무그가 의아한 눈빛으로 상대에게 물었다.

“그라도 왕국 출신이냐? 아니면 하루크 왕국? 그게 아니면…….”

상대의 입에서 타무그와 그 수하들이 속한 차원의 왕국 이름이 줄줄이 터져 나왔다.

이에 타무그와 그 수하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신생 차원에서 어찌 자신들이 살던 차원의 왕국 이름을 줄줄이 꿰고 있다는 말인가?

* * *

‘가능할 것도 같은데.’

현성은 당혹감이 가득 담긴 표정을 짓고 있는 침략자 플레이어들을 보며 표정을 풀었다.

무력 충돌 말고 한번 시도해 볼 만한 일.

그건 바로 투항 권고였다.

전이었다면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일단 침략자 플레이어는 무조건 잡아 죽여야 하는 적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침략자 차원에서 수많은 정보를 모으며 생각이 살짝 달라졌다.

‘침략자 차원의 플레이어들은 웬만하면 차원 게이트를 넘지 않아.’

정말 궁지에 몰렸거나 죽음을 각오한 상황이 아니라면 섣불리 차원 게이트를 넘지 않았다.

저들의 행색을 보면 좋아서 차원 게이트를 넘었던 것 같지는 않았다.

전신이 피투성이에 갑옷은 찢어지고 손상된 곳투성이였다.

제대로 궁지에 몰린 상황에서 차원 게이트를 넘었다는 뜻이었다.

‘모시는 군주만 없다면…….’

현성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저들이 이미 충성을 맹세한 대영주나 왕이 있는 경우였다.

군주의 휘하에 들어 있는 신하가 모시던 군주를 배신하고 자신을 섬길 리도 없고 섬길 수도 없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만약 충성을 맹세한 군주가 없는 부랑자들이라면?

충분히 현성의 휘하에 거두는 게 가능했다.

“네놈들이 어느 왕국 출신이냐고 물었다.”

현성의 말에 침략자 플레이어들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입을 열었다.

“우리는 그라도 왕국 출신이다.”

그라도 왕국.

현성이 현재 활동하고 있는 왕국이었다.

‘어쩌면 당연한 건가?’

현성은 대한민국에 존재하는 차원 게이트를 통해 침략자들의 차원으로 넘어갔다.

차원 게이트는 랜덤으로 뚫리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비슷한 곳에 열렸다.

“하면 누구 휘하에 있었느냐? 아크사 대영주냐, 아니면 코디기 대영주? 그게 아니면 세키라 대영주? 그게 아니면…….”

현성의 입에서 그라도 왕국 대영주들의 이름이 줄줄이 흘러나왔다.

아, 물론 이 모든 정보는 현성의 손에 죽은 무드크와 그 수하들 중 시신이 온전히 보존된 이들에게 메모리 스틸 스킬을 써서 얻은 것이었다.

“어, 어떻게 그들의 이름을?”

현성의 말에 침략자 플레이어의 우두머리가 잔뜩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누구의 휘하에 있었느냐고 묻지 않느냐?”

현성의 말에 침략자 플레이어들의 우두머리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우리는 그 어떤 대영주의 휘하에도 있지 않았다. 한데 이제 보니 네놈이 이 차원의 반역자인가 보구나.”

“하!”

침략자 플레이어 우두머리의 말을 들은 현성은 기가 찼다.

그는 아마 현성이 그라도 왕국의 왕이나 대영주에게 포섭되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반역자는 무슨. 나는 이 차원을 지배하는 대군주다. 내가 무엇이 두려워 침략자들의 편에 선다는 말이냐?”

현성이 그 말과 함께 전력으로 마력을 끌어 올리며 마력 필드를 사용했다.

“크윽!”

마력 필드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는지 침략자 플레이어들 중 일부가 몸을 비틀거렸다.

하지만 말했다시피 일부였다.

대부분은 마력 필드의 영향을 받기는 했지만 그런대로 나름 버틸 만해 보였다.

‘이거 제대로 써먹으려면 마력 스텟을 더 늘려야겠어.’

많이 성장했다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았다.

“다, 당신이 이 차원 전체를 지배하는 대군주라는 말이오?”

침략자 플레이어들의 우두머리가 현성에게 물었다.

“그렇다. 또한 나는 역으로 현재 네놈들이 있는 차원을 침공하는 중이다.”

현성의 말에 침략자 플레이어들의 표정이 돌처럼 굳어졌다.

‘약간 과장하기는 했지만 틀린 말은 아니잖아.’

하급 영주들을 다수 쓰러트렸을 뿐 침략자 차원의 진짜 힘이라고 할 수 있는 대영주들을 어찌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가 확인을 해 볼 거야 뭘 할 거야.’

차원 게이트를 넘어서까지 통신이 가능한 방법은 군주의 외침이나 교류의 보석을 바른 스마트폰밖에 없다.

교류의 보석을 바른 스마트폰은 당연히 없을 테니, 유일한 방법은 군주의 외침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군주의 외침은 일방통행이다.

즉, 차원 게이트를 넘어 본래 차원의 정보를 입수할 방법도 없고 또 입수해도 전달할 방법이 없는 것이다.

“큭큭큭! 차원 게이트를 넘는 게 유일한 희망이라고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군.”

침략자 플레이어들의 우두머리가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한데 왜 나를 그냥 죽이지 않고 찾아온 것이냐?”

침략자 플레이어들의 우두머리가 현성에게 물었다.

현성이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지금부터가 중요했다.

“네놈들의 차원에 있는 수많은 플레이어들이 나를 섬기고 있다.”

“그래서?”

“네놈들에게 살길을 열어 주마. 나의 휘하에 들어라.”

“하하하하하!”

현성의 말에 침략자 플레이어의 우두머리가 커다란 광소를 터트렸다.

‘실패인가?’

그럼 이제 남은 건 정면 대결밖에 없었다.

‘잘될지 모르겠네.’

침략자 플레이어들과 충돌한다면?

모두 제압은 가능하겠지만, 실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너에게는 부족해 보이겠지만 나 역시 이들을 이끄는 군주다. 어찌 군주가 다른 군주에게 순순히 복종할 수 있다는 말이냐?”

“거절인가 보군.”

현성이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어쩔 수 없이 싸워야 할 것 같았다.

‘군과 플레이어들에게 공격을 지시해야겠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약간이라도 적들의 마력과 체력을 소모시킬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네놈의 말을 모두 믿지 않는다. 네놈이 그렇게 강해 보이지 않기도 하고 말이다.”

현성은 침략자 플레이어들의 우두머리가 한 말에 살짝 자존심이 상했다.

나름 많이 강해졌다고 생각했다.

한데 강해 보이지 않는다니?

-공격을…….

현성이 군주의 외침으로 막 공격 명령을 내리려는 찰나.

“하나 네놈에게 복종한다면 수하들의 살길이 열릴 수도 있겠지.”

침략자 플레이어들의 우두머리가 묘한 말을 했다.

“하면 내 휘하에 들겠다는 뜻이냐?”

현성이 물었다.

솔직히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생각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들이 현성의 휘하에 들기만 하면, 상당히 큰 이득이 된다.

물론 정보를 좀 더 수집한 후 현성을 배신하고 등용을 철회할 가능성도 있으니 지구에 두는 건 위험했다.

그렇지만 침략자 차원에서는 얼마든지 가능했다.

‘아공간에 넣어서 침략자 차원으로 데리고 가서 써먹으면 그만이야.’

배신을 한다면 침략자 차원에 있는 휘하 플레이어들을 동원하면 그만이다.

레벨이 조금 떨어지기는 하지만, 그 수가 무려 1만에 가깝다.

결정적으로 어차피 휘하 신하들이 피해를 봐야 한다면…….

냉정하게 말해 지구의 휘하 플레이어들이 피해를 보는 것보다는 침략자 차원의 휘하 플레이어들이 피해를 보는 게 더 나았다.

“네놈이 나보다 강하다면 네게 충성을 맹세하겠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네놈은 이 자리에서 죽을 것이다.”

타악!

그 말과 함께 마력을 잔뜩 끌어 올린 침략자 플레이어들의 우두머리가 땅을 박차고 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용인화.’

현성이 재빨리 용인화 스킬을 시전했다.

‘영역 선포.’

영역 선포 스킬 역시 사용했다.

‘뚱이, 덕구.’

두 정령도 소환했다.

파지지직! 화르르륵!

당연히 흑뢰신의 숨결과 화염의 서도 발동시켰다.

‘한번 해보자.’

갑작스럽게 성사된 일대일 대결.

이건 결코 현성에게 손해가 아니었다.

셋이서 1백 명을 상대할 각오를 했다.

한데 적장이 혼자서 현성에게 덤벼들었다.

최소한 홀로 50명 정도는 상대해야겠다고 생각했던 현성의 입장에서는 적 하나를 상대하는 것이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었다.

꽈아앙! 꽈아앙!

용인으로 화해 신혈검을 뽑아 든 현성과 침략자 플레이어 우두머리의 대결이 이어졌다.

현성은 승전 대군주의 외침을 통해 신하들에게 끼어들지 말 것을 지시했다.

그건 침략자 플레이어 우두머리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강하다.’

침략자 플레이어의 우두머리는 확실히 강했다.

하지만 현성도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침략자 차원으로 넘어간 이후 여러 업적을 쌓아 빠르게 강해졌다.

어디 그뿐인가?

현성도 쉽게 손에 넣기 힘든 초월 등급과 신화 등급 스킬북을 여럿 손에 넣었다.

무드크를 상대할 때와는 확실히 달랐다.

그때는 속수무책으로 도망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광폭화와 천뢰신의 갑옷을 발동시키지 않았음에도 미세하게나마 침략자들의 우두머리를 압도하고 있었다.

“크와아아아악!”

침략자 플레이어들의 우두머리가 괴성과 함께 두 눈을 붉게 물들였다.

광폭화 스킬을 발동시킨 모양이었다.

꽈아앙! 꽈아앙!

현성이 수세에 몰렸다.

‘하지만 나도 방법이 있지.’

현성도 아직 발동시킬 스킬이 남아 있었다.

-체력이 1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패시브 스킬 광폭화 - 초월 등급 스킬이 발동합니다.

-힘, 민첩, 마력, 정신력 스텟이 100% 증가합니다.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이 50% 감소했습니다.

-체력이 1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패시브 스킬 천뢰신의 갑옷 – 유일 초월 등급 스킬이 발동합니다.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이 5배 상승합니다.

현성은 무드크와의 전투에서 초월 등급 패시브 스킬 광폭화를 손에 넣었다.

전설 등급과는 능력치 증폭의 차원이 달랐다.

무려 100%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현성은 그때 다수의 신화 등급 방어 스킬북을 획득했다.

그 결과 오랜 시간 신화 등급에 머물고 있던 천뢰신의 갑옷이 초월 등급으로 성장했다.

꽈아아앙!

잠시 우세를 점하고 있던 침략자 플레이어의 우두머리가 현성과 충돌한 직후 힘없이 뒤로 밀려 났다.

‘내가 괜히 셋이서 너희 1백 명을 상대할 각오를 한 줄 아냐?’

루시아와 파르티샤 역시 현성의 도움으로 많은 업적을 획득했다.

하지만 적의 숫자가 많았기에 큰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였다.

쉽게 말해서 현성은 혼자서 적들의 절반, 그게 아니라면 거의 대부분을 상대할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런 계획을 세울 수 있었던 근본이 바로 업적을 통해 늘어난 스텟과 초월 등급 스킬의 추가 확보였다.

꽈앙! 꽈앙! 꽈앙!

다시 승기를 잡은 현성이 침략자 플레이어들의 우두머리를 거칠게 밀어붙였다.

침략자 차원의 우두머리는 끈질기게 버텼다.

하지만 갑자기 승부가 갈려 버렸다.

퍼어엉!

방금 전까지 나름 잘 싸우던 침략자 플레이어들의 우두머리가 갑자기 형편없이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완전한 몸 상태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초반에 침략자 플레이어들의 우두머리는 나름 잘 싸웠다.

움직임도 빨랐고 마력도 넘쳐흘렀다.

하지만 전투가 길어지자 점점 침략자 플레이어의 우두머리의 몸놀림이 둔해졌다.

그뿐이 아니라 뿜어내는 마력이 빠르게 감소했다.

애초에 체력과 마력이 조루가 아니라면, 현성과 싸우기 전부터 체력과 마력이 꽤 많이 소모되었다는 증거였다.

반면 현성은 멀쩡했다.

체력도 마력도 충만했다.

패시브 스킬 발동을 위해 의도적으로 체력을 10% 이하로 떨어트렸다.

하지만 아무리 체력 소모가 심한 스킬을 남발해도 현성의 체력은 정확히 패시브 스킬을 발동시킬 수 있는 10%를 유지했다.

절대 그 밑으로 떨어지지 않았다.

왜?

휘하 신하들이 전달해 주는 체력과 마력을 적절하게 조절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꽈아아앙!

현성의 공격에 제대로 적중당한 침략자 플레이어의 우두머리가 힘없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현성은 더 공격하지는 않았다.

그저 오만하게 침략자 플레이어의 우두머리를 바라볼 뿐이었다.

“크윽!”

만신창이가 된 침략자 플레이어들의 우두머리가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현성은 다시금 전투준비를 갖췄다.

털썩!

그때 침략자 플레이어들의 우두머리가 현성 앞에 무릎을 꿇었다.

“신 타무그, 주군께 충성을 맹세하옵니다.”

침략자 플레이어들의 우두머리가 현성에게 충성 맹세를 했다.

그 순간 현성의 눈앞에 여러 개의 시스템 메시지가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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