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권. 침략자 (131/225)
  • ┃침략자

    거의 포인트를 퍼 주다시피 하며 교류의 보석 2와 3D 게임을 활성화시켰다.

    처음에는 적자의 연속이었다.

    하지만 월 정액제를 시작하고 가챠 시스템을 도입하자 순수익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에 따라 바닥을 치고 있던 현성의 포인트도 빠르게 차올랐다.

    얼마나 빠르게 차올랐냐 하면 용인화 스킬을 사용할 때 소모할 포인트를 남기고도 신화 등급 스킬을 두 개나 더 구입 할 수 있을 정도였다.

    현성에 의해 공짜로 뿌려진 교류의 보석 2 역시 완벽하게 대중화되었다.

    ‘한번 맛을 보면 벗어날 수가 없지.’

    현성이 한 달 이용료까지 줘 가며 뿌렸기에 교류의 보석 2는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갔다.

    한번 빠른 속도를 맛본 유저들은 다시 교류의 보석 1을 사용하지 못했다.

    가격이 정상화되었음에도 다른 전자 제품에 교류의 보석 2를 바르기 위해 지속적으로 교류의 보석 2를 구입했다.

    ‘컴퓨터 사양도 올려야지.’

    현성은 컴퓨터의 종류를 다양화했다.

    사양별로 가격대를 달리한 것이다.

    ‘처음에는 별생각이 없이 가격이 저렴한 저사양 컴퓨터를 구매하겠지만…….’

    게임을 하다 보면 답답해서 고사양으로 바꿀 게 뻔했다.

    그렇게 되면?

    ‘다시 교류의 보석 2를 구매하겠지.’

    또 컴퓨터나 스마트폰의 수명은 그리 길지 않다.

    특히 고사양 게임을 돌릴수록 더 자주 망가진다.

    ‘AS센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소프트웨어적이든 하드웨어적이든 시스템 오류가 발생하거나 부품 하나가 고장 나면?

    유일한 해결책은 새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것뿐이었다.

    ‘일단 익숙해지게 만들기만 하면 된다.’

    편리하게 사용하던 물건이 없어지면 불편을 느낀다.

    대한민국 사람 중에 컴퓨터, TV, 스마트폰이 없는 이가 몇이나 되겠는가?

    현성은 시스템 상점을 이용하는 모든 플레이어를 컴퓨터, TV, 스마트폰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몸으로 만들 계획이었다.

    신규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몬스터 사냥 공략법이나 각 대격변에 대응하는 매뉴얼을 올리는 사이트도 개설했다.

    ‘뭐, 사소한 문제가 있다면 새로운 정보가 나오지 않는다는 점이지만.’

    현성을 제외한 다른 1레벨 플레이어들도 이런저런 정보들을 올렸다.

    한데 대부분 현성이 이미 알고 있는 정보였다.

    쉽게 말해 3차 대격변까지의 정보만 올라와 있고 그 이후 미래에서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아무런 정보가 없었다.

    그 때문에 앞으로 벌어질 수도 있는 4차 대격변에 대한 정보를 얻으려는 현성의 계획은 완벽하게 실패했다.

    ‘이것도 그놈의 굴레 때문인가?’

    현성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뭐, 그건 어쩔 수 없지.’

    애초에 사이트를 만든 목적 자체가 컴퓨터와 스마트폰의 대중화였다.

    그런 만큼 현성이 손해 볼 일은 없었다.

    ‘완전히 손해도 아니고.’

    팁 게시판 덕분에 현성도 모르고 있던 전설 및 신화 등급 몬스터에 대한 정보를 꽤 많이 알 수 있었다.

    ‘앞으로 더 발전할 거야.’

    지금은 약간 주먹구구식이다.

    하지만 인터넷 문화가 발전하면 더 많고 다양한 정보들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완벽하게 대중화가 되면.’

    지속적으로 컴퓨터와 스마트폰 그리고 교류의 보석 2를 팔아먹을 단초가 마련된다.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와 디젤 발전기 그리고 경유 판매는 자동으로 따라오는 덤이나 다름없었다.

    ‘시스템 상점을 이용하는 모든 고객들의 포인트를 지속적으로 빨아먹는다.’

    지금도 막대한 포인트를 빨아들이고 있었지만 현성은 그 정도로 만족하지 못했다.

    1억 가진 사람이 10억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고, 10억 가진 사람이 1백억 가진 사람을 부러워하는 것처럼 더 많은 포인트를 원했다.

    원래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 법이다.

    * * *

    아프리카 소말리아.

    소말리아는 원래 전 세계에서 알아주는 빈국이었다.

    또한 치안이 불안하기로 유명한 나라이기도 했다.

    하지만 레드 드래곤 사건 이후 달라졌다.

    소말리아 군부가 현성의 휘하에 들어간 이후 소말리아는 급변하기 시작했다.

    부정과 부패가 사라졌다.

    현성이 주는 구호물자로 인해 굶어 죽는 이들이 사라졌다.

    병들어 죽는 이들의 수도 급감했다.

    하지만 소말리아는 아직 가난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새롭게 거듭난 소말리아 정부는 국가 기간 전략 사업으로 레이드를 선택했다.

    소말리아는 영토의 크기에 비해 인구가 적었다.

    당연히 플레이어의 숫자에 비해 던전의 숫자가 많았다.

    소말리아 정부는 대대적인 세금 혜택을 앞세워 타국 플레이어들을 끌어들였다.

    소말리아 정부 입장에서는 던전 웨이브도 예방하고 돈도 버는 일석이조의 계획이었다.

    문제는 세금 혜택에도 불구하고 소말리아로 넘어오는 플레이어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이었다.

    소말리아의 부족한 인프라가 문제였다.

    숙박 시설부터 여가 생활까지 부족한 게 너무 많았다.

    소말리아 정부는 한국계 기업들의 도움을 받아 부족한 인프라를 늘려 가며 국가의 기틀을 잡아 나갔다.

    당연히 그 한국계 기업의 소유주는 현성이었다.

    소말리아가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현성은 더 많은 부를 쌓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현성의 진짜 목적은 소말리아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물자를 빼돌려 파르티샤의 차원에 투자하는 거였다.

    소말리아는 빠르게 성장해 나갔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던전에 대한 관리가 부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소말리아 공무원들은 던전에서 빠져나온 이계인의 존재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다.

    2.5미터에 달하는 큰 키.

    피부 전체를 뒤덮고 있는 푸른 비늘.

    얼핏 보면 몬스터로 오해할 만한 외형이었다.

    하지만 그 이계인에게는 몬스터와는 다른 확연한 차이점이 있었다.

    바로 본능이 아니라 이성에 따라 움직인다는 점이었다.

    또한 지능 역시 현생 인류와 맞먹을 정도로 높았다.

    ‘내가 최초인가 보군.’

    이계인이 자신의 눈앞에 떠오른 최초 업적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운이 좋았어.’

    다른 일족에게 선수를 빼앗기지는 않은 모양이다.

    이계인이 조심스럽게 주변을 살폈다.

    ‘저 종족이 이 차원의 지배자인가?’

    이계인이 던전 입구를 지키고 있는 소말리아 공무원들을 보며 생각했다.

    ‘일단 탐색부터 시작한다.’

    탐색을 하려면 눈에 띄는 자신의 외형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은신 스킬을 사용한 이계인이 소말리아 공무원에게 다가갔다.

    ‘일반인이군.’

    플레이어가 아니었다.

    ‘거울의 양면.’

    이계인이 소말리아 공무원을 상대로 스킬을 시전했다.

    그 순간 2.5미터에 달하는 거구를 가진 이계인의 외형이 눈앞에 있는 소말리아 공무원처럼 줄어들었다.

    푸른 비늘 역시 점점 검게 물들었다.

    잠시 후.

    이계인의 모습이 자신의 눈앞에 있는 소말리아 공무원과 쌍둥이처럼 동일하게 변했다.

    ‘가 볼까?’

    지구인의 모습으로 탈바꿈한 이계인이 어둠을 뚫고 소말리아의 도심으로 스며들었다.

    * * *

    3차 대격변이 일어나고 초월 등급 레비아탄이 등장한 이후 현성은 바짝 긴장했다.

    그렇지만 의외로 별다른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육해공에서 전설 등급 몬스터가 꾸준히 등장하긴 했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은 육상과 공중은 물론 수중에서도 전설 등급 몬스터를 사냥할 수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 결과 현성은 생각보다 평화로운 일상을 보낼 수 있었다.

    ‘새로운 골렘들도 잘 적응한 것 같고.’

    현성은 어느 정도 여유가 생기자 최상급 골렘 두 기를 추가로 구매했다.

    이름은 허윤자와 허미자로 지었다.

    신분은 마분석에게 지시해 조선족으로 만들었다.

    허윤자는 허순자와 마찬가지로 가사 도우미가 되어 어머니를 곁에서 모셨다.

    허미자는 허명자와 한 조를 이뤄 누나의 비서로 만들었다.

    ‘굳이 하나만 놓을 필요는 없지.’

    솔직히 포인트가 더 여유로웠다면 어머니와 누나 옆에 골렘으로 이루어진 군단을 만들어 배치했을 것이다.

    ‘일단 급한 불은 끈 거니까.’

    최상급 골렘 두 기가 힘을 합치면 전설 등급 몬스터는 충분히 격퇴가 가능했다.

    초월 등급 몬스터가 등장한다면?

    최소한 어머니와 누나가 몸을 피할 시간 정도는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뭐, 그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 자체가 거의 없기는 하지만.’

    대한민국은 몬스터 청정 구역이었다.

    호루스의 눈 덕분에 차원 게이트가 완성되기도 전에 플레이어들이 출동한다.

    사실 그런 상황에서 최상급 골렘을 추가로 구매한 것은 너무 과한 대비일 수도 있었다.

    하지만 현성은 개의치 않았다.

    ‘보험은 많을수록 좋아.’

    몬스터만이 아니라 혹시 모를 플레이어의 공격까지 대비해야 했다.

    이미 여러 번의 전적이 있는 만큼 방심할 수는 없었다.

    ‘그나저나 평화로워서 좋네.’

    현성은 오래간만에 찾아온 휴식을 즐겼다.

    또래 청년들처럼 오래간만에 게임도 하고 친구들과 술도 마시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오늘인가?’

    현성의 친구들이 하나둘 결혼을 하고 있었다.

    오늘도 친구 중 하나가 장가를 간다.

    ‘뒤풀이도 있다고 했으니까.’

    한동안 얼굴을 보지 못한 친구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현성도 바쁘지만 직장인인 현성의 친구들도 바빴다.

    그렇기에 서로 시간을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결혼식인 만큼 웬만한 녀석들은 다 참석할 것이다.

    현성이 양복을 차려입고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해 결혼식장으로 이동했다.

    ‘차가 필요가 없네.’

    현성은 타고 다니던 차를 아버지에게 넘겨드린 후 새 차를 사려고 했다.

    그런데 이런저런 일로 바빴고 막상 차를 살 필요가 없다 보니 어영부영하다가 차 없이 지내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제 자동차 판매를 시작해도 되겠네.’

    여러 법적인 절차와 세금 문제 때문에 시스템 상점에 차량 판매를 미뤄 왔다.

    하지만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현성이 소유하고 있는 국내 대기업 중에는 자동차 회사도 있었다.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현성의 누나 최현지의 지휘 아래 외국계 자동차 회사들을 흡수합병 하며 덩치를 키웠다.

    ‘타사 차량을 구매해서 연구 개발하는 건 흔한 일이지.’

    연구용으로 구입한 척하고 시스템 상점에 판매하면 문제 될 일도 없고 의심받을 일도 없다.

    ‘가격은 얼마로 하면 좋을까?’

    새로운 포인트 수입 창구가 생겼다.

    현성이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예식이 열리는 홀로 걸어갔다.

    “현성아!”

    결혼식을 하는 당사자인 친구 성혁이가 현성을 불렀다.

    “축하한다.”

    현성이 미소를 지으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와 줘서 고맙다.”

    “고맙긴 당연히 와야지.”

    현성이 간단히 친구 성혁이와 인사를 나누고 예장식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결혼이라.’

    친구의 결혼식을 바라보다 보니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두 분이 은연중 바라시는 것 같기는 한데.’

    어머니와 아버지는 현성과 최현지에게 대놓고 결혼 언제 할 생각이냐고 타박하지는 않으셨다.

    하지만 은근히 바라시는 것 같기는 했다.

    ‘나이 때문에 서두를 필요는 없지.’

    현성의 수명은 사실상 무한하다.

    누나 최현지 역시 현성이 준 비약과 스킬 덕분에 일반인보다 월등히 긴 수명을 가지고 있다.

    현성은 결혼을 꼭 해야겠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렇다고 비혼주의자도 아니었다.

    그저 적당한 짝을 만나지 못했을 뿐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현성을 노리는 이들은 많았다.

    플레이어들 중에서도 많았고 일반인 중에서도 많았다.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강한 플레이어.

    가장 많은 부를 가진 플레이어.

    거기다 사생활도 깔끔하다.

    마다할 이유가 없는 1등 신랑감인 것이다.

    ‘이제 거의 끝나 가네.’

    결혼식이 서서히 마무리되고 있었다.

    현성의 눈에 신부의 손을 잡고 환하게 웃는 신랑의 모습이 들어왔다.

    두 사람은 정말 행복해 보였다.

    ‘내가 저런 삶을 살 수 있을까?’

    그저 가난에서 벗어나는 것만 생각했다.

    눈앞에 닥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쳤다.

    그런데 어느새 현성은 평범한 삶과는 동떨어진 인생을 살게 되었다.

    ‘슈퍼 히어로가 되고 싶지는 않았는데.’

    현성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지구를 지키는 슈퍼 히어로가 되어 버렸다.

    ‘잘 살아라.’

    현성이 옅은 미소를 지으며 새로운 부부의 탄생을 축하했다.

    친구 성혁이의 결혼식이 끝난 뒤 현성은 곧바로 자동차 판매에 들어갔다.

    일단 현성이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 회사들의 차량을 시스템 상점에 등록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거 XX 온 그대에 나왔던 차량 아님?

    -맞음. 주인공 친구가 타던 차임.

    -주인공이 타고 다니던 차량은 없나요? 난 그거 가지고 싶은데.

    -일단 주인공 친구 차량 풀렸으니까 주인공이 타던 차량도 풀릴 가능성이 높음.

    -난 XX의 사랑에 나온 차 가지고 싶은데. 그건 안 파나?

    현성은 상당히 비싼 가격에 차량을 판매했다.

    한데 말 그대로 불티나게 팔렸다.

    일단 차량이라는 제품에 대한 호기심이 가장 컸다.

    ‘드라마와 영화가 홍보를 제대로 했지.’

    현성이 판매하는 드라마나 영화에는 많은 차량이 등장한다.

    버스와 택시 같은 대중교통은 물론 세단, SUV, 오픈카, 트럭 등등.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던 자동차라는 물건에 대한 호기심이 판매 욕구를 상승시켰다.

    ‘예상보다 더 반응이 좋아.’

    현성은 잘해 봐야 몇십 대에서 몇백 대 정도의 판매를 예상했다.

    그래서 가격을 상당히 비싸게 잡았다.

    한데 몇천 대가 팔려 나갔다.

    ‘이거 생각보다 더 많은 포인트를 벌 수 있겠어.’

    지구에는 수많은 차량들이 존재한다.

    현성이 현재까지 판매한 차량은 대중 브랜드다.

    ‘프리미엄 브랜드랑 슈퍼카 브랜드는 가격이 더 높지.’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차량들은 대다수가 프리미엄 브랜드나 슈퍼카 브랜드의 차량들이다.

    ‘제대로 꿀 빨아 보자.’

    현성이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과 슈퍼카 브랜드 차량들을 대거 구입했다.

    한국에 재고가 없으면 미국, 독일, 이탈리아, 영국, 중국, 일본 가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구매했다.

    또 본사에 직접 연락을 해서 주문을 넣었다.

    ‘각각 다르게 인디오더를 해야지.’

    색, 파츠 하나까지도 다 다르게 만들어서 마케팅을 할 계획이었다.

    현성이 대대적으로 프리미엄 브랜드 차량과 슈퍼카 브랜드 차량들을 구매하기 시작하자 작은 소란이 일어났다.

    소란의 원인은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었다.

    -최현성 플레이어가 자동차에 관심을 보였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은 잔뜩 긴장했다.

    -최현성 플레이어가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 회사에 막대한 투자를 할 계획이라고 한다.

    이에 세계 각국의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자사주 확보에 열을 올렸다.

    그 덕분에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의 주가가 확 상승했다.

    사실 현성이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동차 회사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건 괜찮았다.

    앞선 기술과 그간 쌓아 온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적대적 인수 합병이었다.

    현성은 그간 소설, 만화, 게임, 영화, 애니메이션 등의 문화 사업에 관심을 가졌다.

    그리고 대대적인 적대적 인수 합병을 통해 문화 사업체를 대거 흡수해 규모를 키웠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 입장에서는 비슷한 일이 자신들에게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으니 미리 대비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저 자동차 몇 대 구매해 팔아먹을 계획이던 현성의 입장에서는 어이가 없을 수밖에 없었다.

    ‘내가 자동차 회사를 왜 구매해?’

    문화 사업과 제조업은 그 근본이 다르다.

    현성의 입장에서는 굳이 자동차 제조업에 관심을 둘 필요가 없었다.

    문화 사업체를 인수하거나 투자한 건 고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함이었다.

    현성이 직접 나서지 않으면 후속작 출시 여부가 불투명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자동차 판매의 경우 굳이 제조사를 인수하거나 투자할 필요가 없다.

    고객들이 원하는 건 영화나 드라마에 나왔던 자동차니까 말이다.

    ‘난 그냥 인기 있는 모델을 구매해서 판매하기만 하면 그만인데.’

    물론 문화 사업처럼 고객들이 나서서 특별한 자동차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설사 그런 일이 발생해도 굳이 자동차 제조사를 인수할 필요는 없었다.

    미국 대통령 차량인 더 비스트처럼 특별 주문 제작을 하면 그만이었으니까 말이다.

    자동차 제조 회사를 인수하는 것보다 특별 주문 제작을 넣는 게 더 싸게 먹혔다.

    ‘별일이 다 있네.’

    현성은 대수롭지 않게 웃어넘겼다.

    하지만 이는 변화한 현성의 위상을 증명하는 사건이었다.

    현성이 별생각 없이 저지른 일로 인해 국제 경기와 글로벌 기업들의 주가가 요동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보여 줬으니까 말이다.

    * * *

    ‘수준이 너무 낮은데?’

    이계인은 소말리아 곳곳을 탐색했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플레이어들의 수준이 상당히 낮다는 점이었다.

    ‘어떻게 이런 차원에 벌써 3차 차원 게이트가 오픈된 거지?’

    이계인의 눈에 비친 지구의 수준은 높게 평해야 2급 차원 정도였다.

    한데 벌써 3차 게이트가 열렸다.

    ‘국가별로 플레이어의 수준 차이가 심한 건가?’

    아마 그럴 확률이 높았다.

    ‘좀 더 정확한 정보를 파악할 필요성이 있어.’

    그간 이계인이 습득한 정보는 그 질이 너무 낮았다.

    존재 자체를 들키지 않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움직이다 보니 플레이어는 건드리지도 않았다.

    항상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정보를 흡수했다.

    ‘저놈 정도면 적당하겠어.’

    이계인이 새로운 목표물을 정했다.

    목표물의 추정 레벨은 대략 300 초중반.

    그간 이계인이 파악한 플레이어들 중에서 최상위 레벨에 해당하는 인물이었다.

    사아아악!

    은신 스킬을 사용한 이계인의 몸이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풋내기군.’

    제대로 된 감지 스킬이 없는지 자신의 존재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동안 내가 너무 조심스럽게 움직였나?’

    현재 차원 게이트를 넘어온 이계인은 자신이 유일하다.

    당장 동료가 보충될 확률도 상당히 낮았다.

    그렇다 보니 당연히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일단 정보부터 확보한다.’

    이계인이 조심스럽게 목표물의 등 뒤로 다가갔다.

    목표물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식사에 열중하고 있었다.

    이계인이 목표물을 향해 살며시 손을 뻗었다.

    우득!

    목표물의 목뼈가 부러졌다.

    그와 동시에 업적이 떠올랐다.

    정말 죽은 것이다.

    ‘너무 쉽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최대한 조심했다.

    한데 굳이 그럴 필요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약했다.

    이 지구라는 별에 존재하는 플레이어들의 평균 레벨이 모두 이 정도 수준이라면…….

    ‘나 혼자서도 정복이 가능하겠어.’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다.

    고작 이 정도 수준의 차원이라면 자신의 방문이 허락될 리 없었기 때문이다.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해.’

    이계인이 가볍게 혀를 차며 시체의 머리에 손을 올렸다.

    ‘메모리 스틸.’

    스킬을 사용하자마자 시체의 주인이 가지고 있던 한 달간의 기억이 이계인의 머릿속으로 흘러들어 왔다.

    ‘약소국이 맞았군.’

    이계인은 꽤 질 높은 정보들을 많이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한 달간의 기억은 너무 적었다.

    또 대부분의 기억이 별달리 쓸모가 없는 일상생활로 이루어져 있었다.

    ‘일단 정보를 더 수집한다.’

    이 나라는 문화도 뒤떨어졌고, 치안이 불안했으며, 플레이어의 수준도 상당히 낮았다.

    하지만 타국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

    이계인이 자신이 방금 전 죽인 집주인의 서재로 들어갔다.

    그 후 능숙하게 컴퓨터를 켰다.

    ‘인터넷이라.’

    이런 정보 전달 수단이 있을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통신 스킬보다 훨씬 낫군.’

    플레이어가 아닌 이들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거기다 이 인터넷이라는 곳은 방대한 정보를 담고 있었다.

    ‘신기한 세상이군.’

    마력을 사용하지 않고 움직이는 자동차와 선박 그리고 비행기까지…….

    이계인의 상식으로는 저게 어떻게 가능한가 하는 의문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플레이어에 대한 정보를 검색했다.

    ‘타국의 최상위 랭커들이 전설 등급 몬스터를 사냥하고 있을 정도라.’

    그래 봐야 2급 차원 수준의 무력이었다.

    ‘이상하군. 침공이 속도가 너무 빨라.’

    침공이 시작된 지 아직 30년도 채 되지 않았다.

    한데 벌써 3차 차원 게이트가 오픈되었다.

    빨라도 너무 빠르다.

    그때 놀라운 정보가 입수되었다.

    ‘단둘이 3차 차원 게이트를 안정시켰다고?’

    3차 차원 게이트는 일반적으로 대륙과 대륙의 이동을 막는 역할을 한다.

    한데 이 세계는 바닷길이 계속해서 이어져 있었다.

    ‘절대 강자가 둘이나 있군.’

    개인의 힘으로 3차 차원 게이트를 막아 낼 정도라면…….

    ‘최하 800레벨 이상의 플레이어다. 어쩌면 1000레벨에 도달한 플레이어일 수도 있어.’

    이계인의 얼굴에 진한 긴장감이 피어올랐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이기를 잘했군.’

    역시 규격 외의 존재가 있었다.

    1000레벨에 도달한 플레이어는 자신이 어찌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었다.

    ‘침공 속도가 빨라진 건 이 둘 때문이겠군.’

    자신이 차원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었던 이유도 이 둘 때문임이 확실했다.

    ‘나에게는 고맙게 되었군.’

    어쩔 수 없이 최악의 선택을 했다.

    한데 그 최악의 선택이 최선의 결과로 돌아왔다.

    이계인이 열심히 인터넷을 뒤졌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표정이 어두워졌다.

    ‘정보는 많지만 깊이가 얕다.’

    꼭 필요한 필수적인 정보는 인터넷이라는 것을 통해 구할 수가 없었다.

    ‘이 독특한 문명은 차후 침공에 방해가 되겠어.’

    전쟁의 승패를 좌우하는 것이 바로 정보다.

    한데 이 지구라는 별은 독특한 문명을 발달시켜 전 세계 정보를 하나로 모으는 것은 물론 자유로운 교류까지 가능했다.

    ‘분열시켜야 한다.’

    적의 세력을 약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서로 상잔하게 만드는 것이다.

    ‘어디로 가는 게 좋을까?’

    최강의 플레이어인 최현성이라는 지구인을 피하면서도 지구인들을 분열시킬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지고 있는 곳.

    이계인이 열심히 인터넷을 뒤졌다.

    그리고 최선의 결과를 찾아냈다.

    미합중국.

    ‘그곳으로 간다.’

    이계인이 목적지를 정했다.

    ‘비행기라는 걸 타야겠군.’

    소말리아라는 나라는 미국과 꽤 멀리 떨어져 있다.

    가장 빨리 이동하는 방법은 비행기를 타는 것이다.

    ‘이 세계의 문명은 상당히 꼼꼼하군.’

    타국에 입국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신분이 있어야 했다.

    이계인이 조용히 집주인의 옷가지와 소지품을 챙겼다.

    ‘거울의 양면.’

    그 뒤에는 집주인의 얼굴을 빼앗았다.

    ‘플레이어에 대해 개방적인 나라라서 다행이군.’

    본래 가지고 있던 일반인의 신분으로는 미국이라는 나라에 입국이 불가능했다.

    하지만 플레이어는 가능했다.

    필요한 물품을 모두 챙긴 뒤 이계인은 집주인의 시체를 아공간에 넣어 버리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 * *

    ‘뭐지?’

    현성의 표정이 굳어졌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메시지가 눈앞에 떠올랐기 때문이다.

    -휘하 신하 세이나부가 사망했습니다.

    ‘내 휘하에 든 신하가 죽었다고?’

    현성은 군주라는 직업을 얻고 난 뒤 꽤 많은 플레이어들을 휘하에 거두어들였다.

    하지만 그들이 사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현성의 휘하에 든 이들은 대부분이 세계 최고의 실력을 가진 랭커들이었다.

    척살대원들의 경우도 나름 엄선한 기준을 중심으로 뽑았다.

    그에 대한 보답이라도 하듯 랭커들과 척살대원들은 착실하게 성장해 나갔다.

    현성이 비약과 아이템 지원을 빵빵하게 했기 때문에 큰 부상을 입는 경우는 있어도 사망하는 경우는 없었다.

    사실 휘하에 든 신하가 전사하면 군주인 현성에게도 큰 손해다.

    그간의 투자가 날아가는 건 물론, 아까운 통솔력이 영구적으로 손실되기 때문이다.

    ‘누구지?’

    현성의 기억에는 없는 이름이다.

    그 말은 랭커가 아니라는 뜻이다.

    현성은 일단 강선영 길드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혹시 제 휘하에 든 플레이어 중에 전사한 사람이 있나요?”

    현성이 인사도 생략하고 다급하게 물었다.

    -지금까지는 없습니다. 아, 던전 안에 들어가 있다면 정보 수집이 늦어질 수도 있습니다.

    “지금 당장 세이나부라는 인물에 대해 알아봐 주세요.”

    -알겠습니다.

    강선영 길드장과의 통화가 끝났다.

    ‘2기 척살대원인가?’

    현성이 2기 척살대원의 명부를 확인했다.

    하지만 세이나부라는 이름은 없었다.

    ‘랭커도 아니고 척살대원도 아니라면…….’

    소말리아 군부 수장들밖에 남는 인물이 없었다.

    위이이잉!

    다시금 현성의 전화기가 울렸다.

    강선영 길드장이었다.

    “예, 강선영 길드장님, 알아보셨나요?”

    -네, 소말리아 플레이어였습니다.

    현성의 예상이 맞았다.

    -던전 밖에 나와 있다고 해서 국제 전화를 해 봤는데, 받지를 않습니다. 그런데 이자를 왜 알아보라고 하신 건지?

    강선영 길드장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현성이 알아보라고 한 세이나부는 과거 소말리아 군벌의 수장 중 하나였다.

    실력은 소말리아 플레이어들 중 탑이었다.

    하지만 전 세계를 기준으로 하면 겨우 상위권에 턱걸이하고 있는 수준이었다.

    현성이 관심을 가질 이유가 전혀 없는 인물인 것이다.

    “죽었습니다.”

    -예?

    “세이나부라는 이름의 플레이어가 죽었습니다. 던전 밖이라고 하니 몬스터에게 당한 건 아닌 것 같군요.”

    -소말리아 군부 수장들이 알력 다툼을 벌이던 중에 암살당했을 확률이 가장 높습니다.

    강선영 길드장의 말이 가장 신빙성이 있었다.

    하지만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현성이 서로 다투지 말라는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네.’

    소말리아 내에서는 최고의 실력을 가지고 있는 플레이어가 던전 밖에서 갑자기 사망했다.

    플레이어인 그가 교통사고 같은 사고를 당해 사망하거나 지병이 발작해 갑자기 급사할 확률은 제로에 가까웠다.

    “일단 시체를 수습하고 바로 조사에 착수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뚝!

    강선영 길드장의 대답을 들은 현성이 전화를 끊었다.

    ‘부하 플레이어에게 암살당했을 확률이 가장 높기는 한데.’

    겨우 안정기에 접어든 소말리아가 괜한 혼란에 휩싸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다시금 현성의 전화기가 울렸다.

    역시나 강선영 길드장이었다.

    “시체는 수습했습니까?”

    현성이 전화를 받자마자 물었다.

    -저 자문위원장님.

    “네.”

    -그 세이나부라는 이름의 플레이어가 방금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출국했습니다.

    “그게 무슨?”

    현성은 분명 시스템 메시지를 받았다.

    시스템 메시지는 절대적이었다.

    세이나부라는 이름의 소말리아 플레이어는 이미 사망했다.

    휘하에 든 신하 명단에도 세이나부라는 이름은 없었다.

    죽은 사람이 미국행 비행기를 타고 출국했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 당장 미국으로 가야겠습니다.”

    -예, 전용기를 준비시키겠습니다.

    “아닙니다. 사라 플레이어의 도움을 받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뚝.

    현성이 강선영 길드장과의 통화를 끝낸 뒤 곧바로 사라를 호출했다.

    ‘단순한 범죄자 플레이어인가?’

    설사 그렇다고 해도 위험했다.

    다른 사람으로 변신하는 스킬을 가졌다면?

    ‘미국 대통령으로 둔갑하는 것도 가능해.’

    현성의 휘하 플레이어를 살해하고 그 신분을 훔쳤다.

    그리고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미국으로 가고 있었다.

    ‘조기에 진압을 해야지.’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르는 살인자를 미국 한복판에 풀어놓을 수는 없었다.

    슈욱!

    사라가 현성의 집에 도착했다.

    “또 무슨 일이 있나요?”

    사라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일단 도착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지금 당장 급하게 미국에 가야 할 일이 있어서요. 일단 바로 출발하죠.”

    현성의 말을 들은 사라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내가 무슨 자기 전용 자가용도 아니고…….’

    사라가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하지만 현성이 자신을 호출했다는 것은 꽤 큰 사고가 터졌다는 뜻이었다.

    ‘또 그때처럼 되지는 않겠지?’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전 세계 바다를 누비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했다.

    ‘왜 하필 이런 스킬을 얻게 돼서…….’

    장거리 공간 이동이라는 고유 스킬을 얻은 게 천추의 한이었다.

    사라가 현성의 손을 잡았다.

    슈욱!

    사라가 공간 이동 스킬을 시전했다.

    그와 함께 현성과 사라가 미국으로 이동했다.

    * * *

    ‘꽤 신기하군.’

    이계인은 비행기라는 지구의 문물이 꽤 신기하게 느껴졌다.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이렇게 거대한 쇳덩이가 어떻게 하늘을 나는지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새처럼 날갯짓을 하는 것도 아닐진대.’

    지구에는 그 외에도 이해가 되지 않는 문명의 이기들이 많았다.

    ‘나중에 이 별을 점령하고 나면 타 차원을 침공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겠어.’

    이런 편리한 물품들을 자신의 일족이 독점할 수 있게 된다면?

    현재의 불리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점령부터 해야겠어.’

    완벽하게 점령을 하려면 지구라는 별이 가진 장점부터 망가트려야 했다.

    이계인은 앞으로 작전을 구상하며 시간을 보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목적지에 도착했다는 안내 방송과 함께 비행기의 고도가 점점 하락했다.

    잠시 후 비행기가 지상에 착륙했다.

    이계인이 태연하게 비행기 승객들과 뒤섞여 지상으로 내려왔다.

    * * *

    ‘저놈이다.’

    현성이 날카로운 눈빛으로 미리 인상착의를 확보한 세이나부를 주시했다.

    ‘역시 가짜였어.’

    현성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루스의 눈도 가지고 왔다.

    호루스의 눈으로 파악한 세이나부는 인간이 아니었다.

    ‘새로운 종의 몬스터인 건가?’

    호루스의 눈은 세이나부를 몬스터로 판단했다.

    한데 몬스터치고는 너무 이상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인간과 다를 바가 없었다.

    ‘일단 잡고 보자.’

    현성이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보안 요원으로 위장한 미국의 플레이어들이 세이나부를 제지했다.

    그사이 다른 승객들이 공항 안으로 모습을 감췄다.

    세이나부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눈빛으로 보안 요원으로 위장한 미국 플레이어들에게 항의했다.

    잠시 후.

    비행기 근처에 남아 있는 사람은 현성과 보안 요원으로 위장한 미국 플레이어들 그리고 세이나부의 가죽을 뒤집어쓰고 있는 몬스터뿐이었다.

    저벅저벅.

    현성이 세이나부에게 접근했다.

    세이나부는 현성을 보고 흠칫 놀랐다.

    “넌 도대체 정체가 뭐지?”

    현성이 물었다.

    하지만 세이나부는 대답 대신 마력을 끌어 올렸다.

    좌아아아악!

    세이나부의 피부가 찢어지고 푸른 비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크아아아앙!

    푸른 비늘을 가진 2.5미터의 몬스터로 변한 세이나부가 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전설 등급 정도인가?’

    호루스의 눈으로 파악된 몬스터의 등급이었다.

    휘익!

    현성이 용혈검을 뽑아 들고 마주 달려들었다.

    서걱!

    용혈검이 몬스터로 변한 세이나부의 오른팔을 가볍게 잘라 냈다.

    -캬아아악!

    몬스터가 포효를 터트리며 마력을 뿜어냈다.

    촤르르르륵!

    몬스터의 몸이 푸른 물줄기에 휩싸였다.

    그와 동시에 강하게 반항했다.

    꽈아앙! 꽈아앙!

    마력으로 이루어진 수창이 연달아 현성에게 날아들었다.

    현성은 용혈검을 휘둘러 가볍게 그 공격을 차단했다.

    콰콰콰콰콰콰!

    그러자 놈이 입에서 워터 브레스를 내뿜었다.

    꽈아아앙!

    현성은 가볍게 워터 브레스를 분쇄했다.

    ‘약해.’

    현성이 마력을 가득 머금은 용혈검을 휘둘렀다.

    서걱!

    용혈검이 몬스터의 몸을 휘감고 있던 푸른 물줄기와 함께 사지를 베어 냈다.

    서걱! 서걱!

    몬스터를 향해 총 네 번 용혈검을 휘둘렀다.

    털썩!

    그 결과 몬스터는 사지를 잃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캬앙!

    머리와 몸통만 남은 몬스터가 사납게 입을 벌리며 현성을 물려고 했다.

    ‘뭐지?’

    현성은 머리와 몸통만 남은 몬스터를 의심스러운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방금 전까지 놈은 인간과 전혀 다를 바가 없었다.

    보안 요원으로 위장한 미국 플레이어들과 대화까지 나눴다.

    지성이 있었다는 뜻이다.

    한데 지금은 이성보다 본능이 앞서는 전형적인 몬스터처럼 행동했다.

    화르륵!

    현성이 화염의 서를 사용했다.

    -캬아아악!

    몸에 불이 붙자 몬스터가 괴성을 지르며 몸을 꿈틀거렸다.

    현성은 무심히 그 광경을 지켜봤다.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난 뒤 화염의 서를 해제했다.

    “이놈은 생포하죠.”

    “생포요?”

    “예, 뭔가 이상합니다.”

    현성의 지시에 미국 플레이어들이 몬스터를 포획했다.

    포획은 무척이나 손쉬웠다.

    사지를 잃었으니 육탄전을 할 수도 없고 화염의 서가 남아있던 마력을 모조리 불태워 버렸으니 스킬을 사용할 수도 없었다.

    사지와 마력을 잃은 몬스터는 그저 사나운 짐승과 다를 바가 없었다.

    “새로운 종의 몬스터인가?”

    현성이 머리를 마구 움직이며 입을 딱딱거리는 몬스터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인간으로 위장할 수 있는 몬스터의 등장은 상당히 치명적이었다.

    ‘조사를 해 보면 답이 나오겠지.’

    잘하면 몬스터와 대화가 가능할지도 몰랐다.

    현성이 생포한 몬스터와 함께 한국으로 향했다.

    얼마 전 완공된 평양의 연구 시설로 보낼 생각이었다.

    * * *

    ‘녀석은 완전히 포기해야겠군.’

    이계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역시 강하다.’

    최현성 플레이어.

    추정 레벨은 1000 이상.

    ‘어쩌면 더 강할 수도 있겠어.’

    이계인이 얼굴을 찌푸렸다.

    이계인은 여전히 소말리아에 머물고 있었다.

    비행기에 탑승해 미국으로 떠난 것은 이계인이 만든 권속이었다.

    이계인은 상당히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정체를 발각당하는 순간 목숨을 잃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직접 미국으로 가는 대신 권속을 파견했다.

    미국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상층부로 파고들어 갈 방법을 모색해 보기 위해서였다.

    한데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해 버렸다.

    ‘도대체 어떻게 알아낸 거지?’

    권속은 사냥한 지구인 플레이어의 시체를 매개체로 이계인의 피와 살 그리고 레벨과 스텟을 투자해 만들었다.

    ‘손해가 너무 크다.’

    권속을 만드느라 레벨이 떨어졌고 스텟이 손실되었다.

    한데 제대로 써먹어 보지도 못하고 망가져 버렸다.

    ‘그래도 직접 가지 않아서 천만다행이군.’

    만약 레벨과 스텟의 손실을 아까워해 권속을 만들어 보내지 않고 직접 미국으로 향했다면?

    권속 대신 이계인이 생포되었을 것이다.

    ‘다시 시도한다.’

    떨어진 레벨과 손실된 스텟은 사냥을 통해 보충하면 그만이었다.

    * * *

    현성이 생포해 온 몬스터에 대한 조사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아무리 연구를 해도 딱히 눈에 띄는 점이 없었다.

    -캬아아앙!

    몸통과 머리만 남은 몬스터는 목이 터져라 소리만 질렀다.

    인간의 외형을 하고 인간의 언어로 대화를 나눴던 모습은 도저히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온갖 약물과 스킬을 총동원했다.

    하지만 몬스터에게서 이성이 남아 있었다는 흔적을 발견할 수는 없었다.

    “혹시 인간에게 기생하는 형태의 몬스터가 아니었을까요?”

    “그런데 숙주는 이미 비행기 탑승 전에 사망하지 않았습니까?”

    “어쩌면 숙주의 생명을 빼앗고 뇌에 남은 기억 정보를 활용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게 가장 신빙성이 있지만 대화가 가능했다는 건 지능이 있다는 건데, 이놈에게서는 그걸 전혀 찾아볼 수 없습니다.”

    “단순히 반복된 말을 반복한 게 아닐까요?”

    “지능 없이 단순히 반복된 말만 하며 출국 심사를 통과하고 비행기를 타서 정확히 자신의 좌석에 앉는 게 가능할까요?”

    여러 가설이 나왔다.

    하지만 정답은 없었다.

    ‘답답하네.’

    현성도 골치가 아팠다.

    3차 대격변이 벌어지고 바다를 평정한 이후 별다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

    한데 그간의 침묵을 비웃기라도 하듯 엄청난 대형 사고가 터졌다.

    ‘일단 호루스의 눈 다운그레이드 버전을 더 많이 만들어야 해.’

    호루스의 눈은 인간으로 위장하고 있는 몬스터의 정체를 정확하게 파악했다.

    생포한 실험체를 대상으로 실험해 본 결과 호루스의 눈 다운그레이드판도 인간으로 위장한 몬스터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각국의 수뇌부들을 지켜야 한다.’

    최악의 가정이지만 각국 수뇌부들이 학살당할 수도 있다.

    또 어쩌면 각국의 수뇌부로 위장한 몬스터가 핵 발사 버튼을 누를 수도 있다.

    인류는 안타깝게도 스스로를 멸망시킬 수 있는 무기를 이미 보유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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