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권. 교류의 보석 2 (130/225)

┃교류의 보석 2

“알래스카에 속해 있는 무인도 사말가섬이 전술핵급 폭발과 함께 증발했습니다.”

국방장관의 보고에 윌슨 대통령의 얼굴이 처참하게 일그러졌다.

“최현성 플레이어의 짓인가?”

미국 영토를 향해 전술핵급 공격을 날릴 이는 현재 최현성 플레이어밖에 없었다.

“그렇습니다.”

국방장관이 씁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우리를 시험하는 건가?”

사말가섬은 작은 무인도다.

하지만 엄연히 미국의 영토였다.

미합중국이 자국의 영토에 전술핵급 공격을 받았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선전포고를 하고 전면전에 들어가 무력으로 대대적인 보복을 가해도 무방했다.

상대가 최현성 플레이어만 아니라면 분명 그렇게 했을 것이다.

“보복은 무리고…… 항의를 하는 건 가능할까?”

“항의한다면 최현성 플레이어는 미 영해의 해양 전설 등급 몬스터를 사냥하던 도중 발생한 사고라고 주장할 겁니다.”

그럼 미국 입장에서는 딱히 할 말이 없다.

막말로 현성이 미 영해의 해양 전설 등급 몬스터 사냥을 중단하고 사라지면?

결국 미국만 손해다.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군.”

윌슨 대통령이 고개를 푹 숙였다.

인명 피해는 없다지만 미국 영토 중 하나가 전술핵급 공격을 당해 증발했다.

한데 미국은 그런 짓을 벌인 이에게 항의조차 할 수 없었다.

미국은 이번 일을 현성이 자신의 위상을 과시하기 위해 벌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나 아니었다.

이건 해양 전설 등급 몬스터를 잡다가 발생한 소소한 사고에 불과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미국이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현성의 위상이 변했다는 증거였다.

얼마 전이었다면?

애초에 현성이 고의로 이런 짓을 할 거라는 생각 자체를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별생각 없이 현성에게 해양 전설 등급 몬스터 레이드를 좀 더 조심스럽게 진행할 것을 주문했을 것이다.

왜?

스스로를 강자라고 생각하고 현성을 꼭 포섭해야 하는 중요한 협력 대상 정도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데 이제는 입장이 바뀌어 버렸다.

미국은 은연중에 현성을 자신들 위에 군림하는 강자로 생각했다.

그렇기에 현성이 별생각 없이 한 일에 온갖 의미를 부여하고 해석할 수밖에 없었다.

약자는 자신의 생존을 위해 항상 강자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었으니까 말이다.

* * *

현성과 루시아는 먹고 자는 시간까지 아껴 가며 부지런히 움직였다.

그 결과 전 세계 바다에 존재하는 해양 전설 등급 몬스터 소탕을 빠르게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완전히 안심할 수는 없었다.

해양 전설 등급 몬스터 소탕은 마무리했지만, 바다 곳곳에 존재하는 수많은 차원 게이트를 단 하나도 던전화시키지 못했다.

그 말은 전 세계 바다에서 언제든지 새로운 해양 전설 등급 몬스터가 등장할지 모른다는 뜻이었다.

‘제대로 장사를 해야지.’

현성은 한국으로 복귀하자마자 경매를 열어 해양 전설 등급 몬스터를 사냥하고 얻은 레비아탄의 가호와 전설 등급 마석을 판매했다.

세계 각국은 해로를 확보하기 위해 웃돈을 주고 레비아탄의 가호와 전설 등급 몬스터의 마석을 구입했다.

레비아탄의 가호는 선박들을 보호해 준다.

전설 등급 몬스터의 마석은 호루스의 눈 다운그레이드판을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었다.

원래는 육지에서 사용되었을 호루스의 눈 다운그레이드판이 바다에서 먼저 활용되었다.

‘다운그레이드라고는 하지만 직경 1백 킬로미터 정도는 감지할 수 있으니까.’

전설 등급 몬스터의 존재를 알아차리고 피신하기 충분한 거리다.

레비아탄의 가호와 호루스의 눈 다운그레이드판을 사용하면?

인류는 3차 대격변이 발생하기 전처럼 안전하게 바다를 누빌 수 있었다.

또한 플레이어들이 해양 영웅 등급 몬스터를 상대로 하는 수중 레이드에 도전했다.

아직은 미숙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다면 해양 전설 등급 몬스터 레이드도 무난하게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당분간은 좀 쉬고 싶은데.’

최근 너무 바쁘게 움직였다.

현성도 사람인 이상 휴식이 절실했다.

‘그렇지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

수많은 해양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시스템 상점을 이용한 장사 그리고 영화, 드라마, 만화, 게임 등의 문화 사업을 통해 많은 포인트를 벌어들였다.

부서진 빨강이 역시 다시 복구했고, 신화 등급 언데드 레비아탄 역시 다시 완성되었다.

하지만 현성은 그 정도에서 만족할 수가 없었다.

‘부족해.’

포인트가 부족했다.

‘유사시 하루 이상 용인화를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포인트는 상시 보유하고 있어야 해.’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초월 등급 언데드 레비아탄 역시 아직 완성시키지 못했다.

‘며칠만 쉬고 파르티샤의 차원으로 넘어가자.’

파르티샤의 차원에는 육해공 가리지 않고 온갖 종류의 몬스터들이 득실거렸다.

그곳에서라면 지구보다 더 빠르게 포인트를 채우고 초월 등급 언데드 레비아탄을 완성할 수 있을 터였다.

* * *

현성은 편안한 여가를 즐겼다.

잠도 푹 잤고 부모님을 모시고 맛난 음식도 많이 먹었다.

던전은 쳐다도 보지 않았다.

‘슬슬 업그레이드를 해야 할 것 같은데.’

현성이 집에서 가정부 역할을 소화하는 허순자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허순자와 허명자는 400레벨을 가진 중급 골렘이다.

현성은 허순자와 허명자에게 어머니와 누나의 호위를 맡겼다.

지금까지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한데 요즘 들어 부족한 점이 많이 보였다.

‘랭커들이라면 무난히 상대가 가능해.’

지구 플레이어들의 전체적인 수준이 올라갔다.

반면 고정 레벨을 가지고 있는 허순자와 허명자의 전투력은 그대로 고정되어 있었다.

‘최상급 골렘을 구입하면 좋을 것 같은데.’

최상급 골렘은 무려 600레벨이다.

하지만 가격이 상당히 비쌌다.

무려 30조 포인트나 한다.

‘포인트가 너무 부족해.’

뭘 하려고만 하면 포인트가 문제였다.

‘이제 슬슬 휴가를 끝내야겠네.’

마음 같아서는 더 오래 쉬고 싶었다.

서면 앉고 싶고, 앉으면 눕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현성 역시 며칠간의 휴식으로 몸과 마음이 살짝 풀어졌다.

‘이럴 때일수록 더 부지런하게 움직여야지.’

늘어지다 보면 한도 끝도 없다.

이제는 마음을 다잡고 몸을 움직여야 할 때였다.

‘이 정도면 많이 쉬었어. 내일 당장 파르티샤의 차원으로 넘어간다.’

현성이 마음을 굳혔다.

그때였다.

-고용주 게스피트 님이 용병 최현성 님의 고용을 신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게스피트에게서 용병 고용 메시지가 날아왔다.

‘드디어 완성된 건가?’

현성의 눈이 번뜩였다.

벌떡 자리에서 일어난 현성이 예를 눌렀다.

화악!

그 순간 밝은 빛무리와 함께 현성의 모습이 지구에서 사라졌다.

“왔느냐?”

현성이 도착하자마자 피곤으로 뒤덮인 게스피트의 목소리가 귓가를 울렸다.

“예, 완성하신 겁니까?”

현성이 게스피트를 보며 물었다.

게스피트는 무척이나 지쳐 보였다.

입고 있는 옷도 꼬질꼬질했고 눈 밑에는 진한 다크서클이 자리해 있었다.

“그렇다. 기존에 비해 소모되는 포인트의 수량을 대폭 줄였다. 뭐, 그렇다고 해도 초기형 교류의 보석에 비하면 세 배는 더 많은 포인트를 소모할 거다.”

“더 줄일 수는 없는 겁니까?”

현성의 물음에 게스피트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속도는 아홉 배가 늘었는데 비용은 고작 세 배만 늘어났다. 여기서 뭘 더 어떻게 개량하라는 거냐? 더는 불가능하다.”

게스피트의 말에 현성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현성도 될지 안 될지 몰랐던 일이다.

한데 가능해졌다.

‘하지만 이 정도에 만족할 수는 없지.’

1차 목표를 이뤘다.

그럼 뭘 해야겠는가?

당연히 2차 목표를 세우고 개발을 진행해야 했다.

“훌륭하십니다.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현성이 일단 당근을 던져 주었다.

“이제 그 3D 게임이라는 걸 서비스할 수 있는 거냐?”

“물론입니다.”

“기대가 되는구나.”

진성 게이머인 게스피트의 눈이 번뜩였다.

“이제 줄어든 매출을 다시 늘릴 수 있을 겁니다.”

현성과 게스피트는 게임 서비스를 통해 많은 포인트를 벌어들였다.

월정액 시스템과 가챠 시스템의 콜라보 덕분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약빨이 서서히 떨어지고 있었다.

리X지를 비롯한 여러 게임의 동시 접속자 수가 서서히 하락하고 있었다.

당연히 매출도 떨어졌다.

사실 월정액 시스템과 가챠 시스템은 양날의 검이다.

제대로 고객들의 피를 빨아먹을 수 있지만…….

그 때문에 등을 돌리는 이들이 많아진다.

‘충성 고객만 믿고 있을 수는 없지.’

동시 접속자 수와 매출이 하락했어도 진성 게이머들은 남아 있었다.

당연히 매출도 어느 정도 유지가 되었다.

하지만 그것만 믿고 있다가는 언젠가는 망할 수밖에 없다.

‘접속자 수와 매출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어.’

현성은 지금도 가챠 이벤트를 계속하고 있다.

주문서 랜덤 박스 이후에도 온갖 주문서 및 아이템 이벤트를 열었다.

이벤트를 하면 당연히 순간적으로 매출이 오른다.

하지만 그 여파로 게임을 접는 사람도 나온다.

‘어차피 가챠 이벤트로 포인트를 빨아먹지 않아도 접을 사람은 접는다.’

아무리 새로운 업데이트를 해도 반복되는 노가다와 단순한 패턴에 질려 게임 자체를 접는 이들을 붙잡을 수는 없다.

‘이제 그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마련해 줘야지.’

기존과 전혀 다른 그래픽과 타격감.

채집과 제작을 비롯한 전혀 다른 패턴의 성장 방식.

물론 게임의 기초는 동일하다.

어차피 레벨링 게임은 노가다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본인만 다르다고 느끼면 그만이야.’

기초가 동일하다고 해도 포장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받아들이는 이들에게는 전혀 새로운 게임으로 느끼게 만들 수 있다.

현성이 전혀 새로운 혁신적인 게임을 만들 필요는 없다.

단지 게이머들에게 그렇게 느껴지는 게임을 선보이기만 하면 된다.

“당장 판매를 시작하고 새로운 게임을 서비스하겠습니다.”

현성의 말에 게스피트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맺혔다.

“드디어 다 같이 즐길 수 있겠구나.”

게스피트는 현성이 서비스할 게임을 미리 해 봤다.

일종의 베타 테스터 역할을 소화한 것이다.

사실 게스피트가 전력을 다해 개량된 교류의 보석 보급판을 만든 원동력 역시 게임이었다.

“예, 그런데 게스피트 님.”

“왜 그러느냐?”

“막 교류의 보석 2 개발이 끝난 상황에서 이런 말씀을 드리기는 뭐하지만…….”

“설마 더 성능이 좋은 교류의 보석 3을 만들어 달라고 할 생각은 아니겠지?”

게스피트가 현성을 노려보며 물었다.

“난 너를 그런 양심 없고 몰염치한 XXX 같고 XX한 X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게스피트의 말에도 현성은 담담했다.

“게스피트 님, 영화와 드라마는 요즘도 즐겨 보시나요?”

현성의 말에 게스피트가 고개를 끄덕였다.

“좀 불편하지 않으신가요?”

“뭐가 말이냐?”

“영화와 드라마를 즐기시려면 DVD 플레이어와 TV가 필요하지 않으십니까? 외부에서는 보기가 상당히 불편하실 것 같은데요?”

“그렇기는 하지.”

DVD 플레이어와 TV만 필요한 게 아니라 캠핑용 대용량 배터리나 디젤 발전기도 필요했다.

“전송 속도가 빨라지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으로 바로 영화나 드라마를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현성은 노트북도 판매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CD롬이 없는 노트북만 판매했다.

DVD 플레이어와 TV의 판매 수량을 꾸준히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개량된 교류의 보석 보급판을 사용하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영화를 보는 게 가능하다고 하지 않았느냐?”

게스피트가 도끼눈을 뜨고 물었다.

“물론 가능은 합니다. 하지만 자주 끊길 겁니다.”

현재 개량된 교류의 보석 보급판 속도로 스트리밍은 무리였다.

“물론 영화를 다운받는 건 가능합니다. 하지만 상당히 오래 기다리셔야 합니다. 그렇지만 성능이 향상되기만 하면 바로 스트리밍을 즐기실 수 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영상을 보실 수 있는 겁니다.”

현성의 말이 이어질수록 게스피트의 얼굴이 엉망진창으로 일그러졌다.

“아, 그리고 그래픽을 올려서 게임을 하시더라도 중간에 끊기는 현상이 말끔하게 사라지실 겁니다. 게임을 하다 중간에 렉 걸리면 상당히 짜증 나지 않습니까?”

게스피트의 두 눈이 분노로 물들었다.

“그러니까 게스피트 님의 원활한 여가 생활을 위해서라도 교류의 보석 3 개발에 착수해 주셨으면 합니다.”

“이 사기꾼 XX야!”

결국 게스피트의 입에서 욕설이 터져 나왔다.

‘결국은 수락하실 거면서 버티시기는…….’

지구로 복귀한 현성이 속으로 구시렁거렸다.

게스피트는 결국 교류의 보석 3 개발에 착수하겠다고 약속했다.

단순히 게스피트가 게임광이자 영화광이기에 현성의 제안을 수락한 건 아니었다.

현성과 게스피트는 공동 파트너다.

당연히 교류의 보석 3가 나오게 되면 현성은 물론이고 게스피트의 수입도 늘어나게 된다.

게스피트가 교류의 보석 2 개발에 박차를 가한 이유도 실질적으로는 점점 떨어지는 매출 때문이었다.

떨어지는 매출을 올릴 방법은 기술의 혁신을 통해 새로운 게임을 서비스하는 수밖에 없었다.

‘스마트폰 게임 시장이 열릴 날도 머지않았어.’

지금은 소수의 1레벨 플레이어들만 게임을 즐긴다.

포인트가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시간이 없는 것도 문제였다.

하지만 스마트폰 게임 시장이 활성화되면?

이동하는 와중에도 밥을 먹으면서도 사냥을 하면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스마트폰 게임도 가챠 시스템이 잘 먹히지.’

차근차근 푸는 게임의 종류를 늘린다.

그 후 PC 게임이나 콘솔 게임만이 아니라 스마트폰 게임 시장까지 장악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지구 문화 산업을 장악해야겠어.’

현성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많은 영화, 드라마, 소설, 만화, 애니메이션 등등의 후속작을 만들었다.

하지만 결국 남에게 의뢰를 맡기거나 작가와 감독을 개인이 고용하는 형태였다.

디X, 디X니, 넷XX스 등등.

전 세계에 영상 매체들을 제작 판매하는 수많은 거대 회사들이 존재한다.

어디 그뿐일까?

소설, 만화, 게임, 애니메이션으로 범위를 넓히면 그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모조리 사들여 주지.’

현성의 포인트는 바닥을 치고 있지만 현금은 넘쳐 났다.

‘대형 제작사들을 통째로 사들인다.’

이번 기회에 주먹구구식 제작이 아니라 체계적인 제작 환경을 만들어 놓을 계획이었다.

아, 물론 현성은 지시만 할 것이다.

일일이 직접 나서 지시를 하기에는 회사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결정적으로 시간이 없었다.

‘루시아가 하고 싶어 했으니까.’

이번 일은 루시아에게 전권을 넘겨주면 될 것 같았다.

* * *

현성은 지시를 남기고 사냥을 위해 파르티샤의 차원으로 넘어갔다.

그 후 루시아가 진두지휘하는 대대적인 대형 제작사 구매 계획이 실행되었다.

가장 단순한 방법은 적대적 인수 합병이었다.

주식회사는 주식을 많이 가진 이가 회사의 주인이니까 말이다.

하지만 무조건 적대적 인수 합병만 하는 것은 너무 비효율적이었다.

루시아는 오래전부터 문화 산업을 주시했다.

그리고 적절하게 상대의 약점을 찌르는 선택을 했다.

워X 미디어의 본사.

루시아가 대주주 신분으로 워X 미디어 CEO와 마주했다.

“더 이상의 다툼은 크게 의미가 없어 보이는군요.”

루시아의 말에 워X 미디어 CEO가 굳은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겁니다.”

워X 미디어 CEO의 입장에서 루시아는 침략자였다.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완벽하게 패배하지는 않았다.

“이쯤에서 서로 손을 잡죠. 계속 싸워 봐야 서로 손해만 볼 뿐입니다.”

주가가 너무 많이 올랐다.

“회사 경영에 일절 간섭하지 않고 의결권 역시 양도해 드리겠습니다.”

루시아의 말에 워X 미디어 CEO가 표정을 굳혔다.

“지금 우리의 백기사를 자처해 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워X 미디어 CEO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그렇습니다.”

루시아가 차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적대적 인수 합병이 목표 아니셨습니까?”

“제 요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그렇게 하겠죠.”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워X 미디어 CEO가 마른침을 꿀꺽 삼키며 물었다.

‘수용할 수 있으면 무조건 수용한다.’

회사 경영에 간섭하지 않고 의결권을 양도해 준다면, 자신의 위치가 더욱 굳건해진다.

사실 막대한 자본금을 가진 최현성 플레이어와 돈으로 싸워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적이 되었다.

하지만 적이 아니라 친구가 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최현성 플레이어가 워X 미디어의 아군이 되어 준다면?

그보다 더 든든한 일은 없을 것이다.

“드XX라 2를 시작으로 원래 계획했던 시리즈를 제작해 주십시오.”

“예?”

워X 미디어 CEO의 표정이 황당함으로 물들었다.

설마 이런 어처구니없는 요구를 할 줄은 몰랐다.

“그 외에도 제가 요구한 영화들을 지속적으로 제작해 주셔야 합니다.”

“하지만 적자가 날 수도 있는 사업입니다.”

영화 제작사는 바보가 아니다.

이득이 날 것 같으면?

알아서 시리즈 제작에 들어간다.

시리즈 제작을 포기한 이유는 뻔히 손해를 볼 게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그 사실이 알려지면 다른 주주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제작비를 전액 지원하겠습니다.”

루시아의 말에 워X 미디어 CEO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그런 조건이라면 전혀 손해 볼 게 없었다.

“대신 제작에 대한 전권을 제가 임명한 이에게 넘겨주셔야 합니다.”

“으흠.”

워X 미디어 CEO가 잠시 고민하는 척을 했다.

하지만 답은 정해져 있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어차피 버린 자식 취급하던 게 바로 드XX라 시리즈다.

제작에 대한 전권을 넘긴다고는 하지만 제작비를 전액 지원해 준다면 그건 충분히 감수할 수 있었다.

‘성공하면 좋고 실패해도 손해 볼 건 없다.’

결정적으로 막대한 자본을 가진 최현성 플레이어를 적이 아닌 아군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린 앞으로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을 겁니다.”

루시아가 손을 내밀었다.

워X 미디어 CEO가 그런 루시아의 손을 잡았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워X 미디어와의 합의가 끝났다.

‘이제 다음은 월X 디X니 스튜디오에 갈 차례군.’

웬만하면 원만하게 합의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그게 불가능하다면?

현성의 지시대로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서라도 경영권을 확보할 계획이었다.

* * *

-캬아아앙!

-끼이이잉!

수만 마리에 달하는 몬스터들이 코너에 몰려 공포에 떨고 있었다.

현성은 담담히 그 광경을 지켜봤다.

바다의 제왕 스킬은 육지에서도 그 위력을 백분 발휘했다.

그 결과 현성의 사냥은 더 쉬워질 수밖에 없었다.

현성이 직접 몰이꾼이 되어 몬스터들을 몰 수도 있었고, 직접 전투에 참여해 전의를 상실한 몬스터들을 때려잡을 수도 있었다.

‘좋네.’

바다의 제왕 스킬은 상당히 쓸 만했다.

현성은 빠르게 사냥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초월 등급 레비아탄의 완성은 쉽지 않았다.

신화 등급 언데드 몬스터인 빨강이를 만들 때도 느꼈지만 너무 급이 떨어지는 하위 등급 몬스터의 마력은 상위 등급 언데드 몬스터를 만드는 데 그리 효율적이지 못했다.

초월 등급 언데드 레비아탄의 경우 영웅 등급 몬스터의 마력은 거의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나마 전설 등급 몬스터의 마력이 약간 도움이 되긴 했지만, 그 역시도 중간에 손실되는 마력이 많았다.

‘급하게 마음먹지 말자.’

천천히 초월 등급 언데드 레비아탄을 완성시킨다.

어차피 지금 사냥은 업적과 포인트 획득의 목적도 있었다.

‘생각보다 좋단 말이야.’

처음에는 탐탁지 않게 생각했던 워터 브레스는 초월 등급 스킬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엄청난 위력과 효율을 자랑했다.

지금의 경우처럼 말이다.

현성이 수만 마리에 달하는 몬스터들을 향해 워터 브레스와 흑뢰신의 숨결 스킬을 사용했다.

콰콰콰콰콰콰!

칠흑빛 뇌전을 머금은 거대한 물기둥이 몬스터들을 향해 날아갔다.

콰아아아아앙!

워터 브레스는 바닥에 있는 낙서를 지우는 것처럼 말끔하게 몬스터들을 이 세상에서 지워 버렸다.

워터 브레스는 엄청난 마력을 소모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워터 브레스가 몬스터를 지워 버릴 때마다 흑뢰신의 숨결이 사방으로 퍼져 나가며 현성에게 체력과 마력을 공급해 주었으니까 말이다.

또 워터 브레스 역시 현성이 보유한 스킬이었기에 흡혈공을 비롯한 피흡 스킬들과 혈신의 액세서리 세트가 자연스럽게 체력과 마력을 흡수했다.

현성은 워터 브레스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몬스터들을 쓸어버렸다.

몬스터들이 지형의 도움을 받아 저항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워터 브레스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화산 지대에 숨으면 화산을 통째로 날려 버렸다.

땅속에 숨으면 지반 자체를 붕괴시켜 버렸다.

워터 브레스는 관통형 스킬이었지만 검처럼 활용하면 무엇이든 베어 버릴 수 있었다.

‘판매량이 얼른 늘어나야 하는데.’

현성은 교류의 보석 2를 바로 상품으로 판매했다.

하지만 그리 많이 팔리지는 않았다.

교류의 보석 2가 교류의 보석 1보다 성능이 더 좋다.

하지만 교류의 보석 1로도 현재 서비스하는 게임을 어느 정도 즐길 수 있었기에 생각보다 호응도가 떨어졌다.

포인트 소모도 문제였다.

교류의 보석 2의 가격은 현성과 게스피트가 임의로 낮출 수 있다.

하지만 교류의 보석 2가 교류의 보석 1보다 아홉 배 빠른 대신 세 배나 더 많은 포인트를 소모한다는 점은 어찌할 수가 없었다.

현대 지구로 치면 인터넷 사용료가 세 배나 오르는 셈이다.

‘일단 밑밥부터 깐다.’

현성은 교류의 보석 1을 팔 때와 마찬가지로 교류의 보석 2를 거의 헐값에 풀었다.

‘당장은 느리겠지만 천천히 퍼져 나갈 거야.’

인간이라는 존재는 편한 것을 한번 접하면 쉽게 과거의 불편한 삶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차량을 소유하지 않은 사람은 가까운 거리를 걸어서 이동하거나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으로 이동한다.

그걸 불편하다고 전혀 인지하지 못한다.

하지만 한번 차량을 소유하면?

그 후부터는 차량을 이용하지 않고 걷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한다.

인터넷 역시 마찬가지다.

4G나 5G의 속도를 체감한 사람들은 과거의 2G나 3G로 쉽게 회귀하지 못한다.

‘돌아가면 게임부터 풀어야지.’

일단 교류의 보석 2가 어느 정도 판매되면 교류의 보석 2를 이용해서만 즐길 수 있는 게임들을 풀 생각이다.

‘입소문을 타게 만들어야지.’

교류의 보석 2가 대중화되어야 현성이 더 많은 포인트를 벌 수 있었다.

* * *

석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현성은 만반의 준비를 끝마쳤다.

교류의 보석 2가 어느 정도 팔려 나갔다.

원했던 회사들도 확보가 끝났다.

현성이 대대적인 광고와 함께 3D 게임의 포문을 열었다.

그와 동시에 엄청나게 많은 유저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교류의 보석 2를 구입한 고객들만 접속한 건 아니다.

교류의 보석 1을 구입했던 고객들 역시 호기심에 3D 게임에 접속했다.

하지만 교류의 보석 1 사용자들은 낮은 그래픽과 뚝뚝 끊기는 현상 때문에 제대로 게임을 즐기기가 힘들었다.

‘더 많은 유저들을 끌어모아야 해.’

현성은 대대적인 이벤트를 벌였다.

포인트를 뜯어내는 가챠 이벤트가 아니었다.

공짜로 초보 아이템과 버프를 주는 착한 이벤트였다.

또 게임 외적인 보상도 풀었다.

일정 레벨에 도달하면 소량의 포인트를 선물로 주는 이벤트를 연 것이다.

소량의 포인트라고는 하지만 그 포인트로 교류의 보석 2를 구입하고 일정 레벨에 도달할 때까지 게임을 즐기고도 남았다.

쉽게 말해 현대로 치면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모뎀도 공짜로 주고 인터넷 비용도 면제해 준 셈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교류의 보석 2의 판매가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당연히 게임 동시 접속자 수가 엄청나게 급증했다.

하지만 이를 위해 현성과 게스피트는 엄청난 포인트를 소모해야 했다.

‘이건 손해가 아니다. 엄연히 미래를 위한 투자다.’

교류의 보석 2의 속도를 한번 맛본 이들은 절대 교류의 보석 1의 속도에 만족할 수 없다.

교류의 보석 2의 속도에 익숙해진 이들이 게임에 푹 빠진다면?

그때 월 정액제와 가챠 시스템을 총동원해 포인트를 뽑아내면 그만이다.

‘마음껏 즐기라고.’

원래 세상에는 공짜가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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