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1권. 보상 (120/225)

┃보상

레드 드래곤과 함께 지상으로 떨어져 내리는 현성에게 보상이 쏟아졌다.

[믿을 수 없는 업적 – 신화 등급]

-단독으로 800레벨 이상 차이 나는 상위 레벨의 네임드 몬스터를 사냥하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최초의 레벨 파괴자 - 신화 등급]

[믿을 수 없는 업적 – 신화 등급]

-단독으로 상위 레벨의 신화 등급 네임드 몬스터 레드 드래곤 카이라스를 사냥하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홀로 레드 드래곤 카이라스를 쓰러트린 자 - 신화 등급]

‘역시 신화 등급 몬스터였어.’

현성의 입가에 기쁨의 미소가 피어났다.

과거 현성은 준신화 등급인 오크 로드를 쓰러트리는 데 모든 힘을 다 쏟아야 했다.

그때는 컨트롤이 불가능한, 이성이 날아가 버리는 버프 스킬들까지 총동원하고 나서야 겨우 오크 로드를 쓰러트렸다.

한데 이번은 달랐다.

온전하게 정신을 유지한 상태에서 현성이 컨트롤이 가능한 버프 스킬만을 사용해 준신화 등급도 아니고 신화 등급 몬스터를 쓰러트렸다.

이는 그간 현성이 엄청나게 성장했다는 증거였다.

쿠우우우웅!

거대한 레드 드래곤의 사체가 지상에 나뒹굴었다.

사아아아악!

그와 함께 레드 드래곤의 사체에서 잔존 마력이 뿜어져 나오며 분해되기 시작했다.

‘아깝네.’

사체가 그대로 남았다면?

탐식의 서를 이용해 스텟을 대폭 늘릴 수 있었을 것이다.

어디 그뿐인가?

아직 유일 영웅 등급에 머물고 있는 탐식의 서를 단번에 전설 등급이나 준신화 등급으로 성장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다음에 기회가 있겠지.’

현성은 아쉽지만 다음을 기약했다.

사아아아악!

잔존 마력이 소멸하며 거대한 레드 드래곤의 사체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한데 그때 뜻밖의 선물이 생겼다.

-귀속 아이템 용혈검 – 유일 전설 등급이 유일 준신화 등급으로 성장했습니다.

-귀속 아이템 용혈검 - 유일 준신화 등급이 유일 신화 등급으로 성장했습니다.

용혈검이 전설 등급에서 준신화 등급으로, 그다음에는 준신화 등급에서 신화 등급으로 한 단계도 아니고 무려 두 단계나 성장한 것이다.

‘신화 등급 용종 몬스터 피가 좋기는 좋네.’

그동안 전설 등급 용종 몬스터의 피를 상당히 많이 흡수시켰지만 감감무소식이었다.

한데 신화 등급 용종 몬스터의 피와 잔존 마력을 쪽쪽 빨아먹으니 단번에 신화 등급으로 성장했다.

현성이 재빨리 용혈검의 정보를 확인했다.

[용혈검 - 유일 신화 등급 - 귀속 아이템]

-주변에 흩어진 피를 흡혈해 사용자의 체력과 마력을 회복시킵니다.

-용종의 피를 흡수할 경우 공격력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체력과 마력 회복 속도 역시 폭발적으로 증가합니다.

-화염 속성을 가집니다.

-용종의 피를 지속적으로 흡수할 경우 성장이 가능합니다.

-블루 드레이크 제토스의 마력, 이무기 구프의 마력, 레드 드래곤 카이라스의 마력과 플레이어 최현성의 마력이 뒤섞여 본래의 한계를 아득히 뛰어넘었습니다.

-플레이어 최현성 외의 인물이 사용할 경우 옵션이 발동하지 않습니다.

-플레이어 최현성의 의지에 따라 하루 세 번 용혈검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액티브 스킬 - 용의 혈조 사용 가능.

-액티브 스킬 - 용의 혈갑 사용 가능.

크게 달라진 옵션은 없었다.

그저 화염 속성을 가진다는 한 가지 문구가 추가되었을 뿐이다.

‘이걸 어떻게 적용할지 모르겠네.’

용혈검 테스트는 나중에 해도 된다.

현성은 일단 거대한 실드를 만들었다.

외부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 후 망자의 부활 스킬을 시전했다.

휘이이이잉!

현성의 마력이 급속도로 빨려 들어가며 거대한 레드 드래곤의 육체가 재구성되었다.

“큭!”

마력이 소모되는 속도가 상상을 초월했다.

전설 등급도 아니고 준신화 등급도 아닌 신화 등급 몬스터다.

당연히 망자의 부활 스킬에 소모되는 마력도 어마어마할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은 무리야.’

레드 드래곤의 육체가 어설프게나마 구성되자 현성이 식은땀을 흘리며 스킬을 중단했다.

-크아아아앙!

수십 미터에 이르는 장대한 체구와 세 쌍의 날개를 가진 붉은빛이 도는 본 드래곤이 사납게 포효했다.

아직 미완성된 상태였지만 그 위용이 실로 대단했다.

‘일단 들어가 있어.’

다른 이들의 시야를 가리기 위해 펼친 실드를 유지하기도 버거울 정도로 마력이 고갈되어 버렸다.

현성은 레드 드래곤을 아공간에 넣은 후 전리품을 회수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겨우 두 개네.’

현성의 눈앞에 보이는 스킬북은 고작 두 개에 불과했다.

‘좀 많을 줄 알았는데.’

신화 등급 몬스터가 원래 아이템을 적게 주는 것일 수도 있고 용혈검이 피를 많이 빨아 먹어서 적게 나온 것일 수도 있다.

현성이 일단 스킬북 두 개를 챙긴 후 정보를 확인했다.

[용인화 - 신화 등급]

-액티브 스킬북

-용인으로 변신합니다.

-용인이 되면 모든 스텟이 30% 증가합니다.

-용인이 되는 순간부터 생명력이 급격히 감소합니다.

‘이게 뭐야? 설마 그게 스킬이었어?’

레드 드래곤은 용인으로 변한 후 더 강해졌다.

하지만 그게 스킬일 줄은 몰랐다.

용인화는 아이템 형식으로 섭취하는 웨어 울프 킹의 심장이나 오우거의 진혈과 비슷한 효과를 냈다.

다만 스텟 증폭치가 낮았다.

대신 쿨타임이 없었다.

거기다가…….

‘페널티도 뭔가 이상한데.’

마력을 소모하거나 스텟이 줄어드는 게 아니었다.

생명력이 급격히 감소한다는 다소 애매한 페널티였다.

‘생명력이 도대체 뭘 의미하는 거지?’

체력은 아니었다.

‘일단 나중에 확인하자.’

지금 테스트할 사항은 아니었다.

현성이 다른 스킬북을 살폈다.

[용왕의 지배력 - 신화 등급]

-액티브 스킬북

-하위 등급의 용종 몬스터를 지배합니다.

-지배하는 용종 몬스터의 숫자와 등급에 따라 소모되는 마력이 달라집니다.

‘대박.’

현성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번져 나갔다.

용종 몬스터를 지배하는 능력이라니?

이거라면 차원 게이트에서 용종 몬스터가 나오거나 몬스터 웨이브에서 용종 몬스터가 등장할 때 손쉽게 제압이 가능했다.

어디 그뿐인가?

동시다발적으로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했을 때 용종 몬스터를 조종해 다른 몬스터를 공격하는 것 역시 가능했다.

‘이이제이의 최고봉 스킬이네.’

몬스터로 몬스터를 막을 수 있다면 인류의 피해가 급감할 것이다.

‘어쩌면 용종 몬스터로 이루어진 군단을 만들 수 있을지도 몰라.’

용종 몬스터를 차근차근 한 마리씩 지배한다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일단 이것도 나중에 테스트해 보자.’

각 용종 몬스터의 등급별로 지배하는 데 소모되는 마력이 얼마인지 정확히 파악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일단 뒤처리부터 하자.’

현성은 분신을 조종해 자리를 피하게 했다.

그 후 분신술 스킬을 캔슬하고 뚱이를 통해 분신이 가지고 있던 아이템을 챙겼다.

‘심증은 있겠지만 물증은 없겠지.’

분신은 얼굴을 완벽하게 가려 주는 갑옷을 입고 있었다.

당연히 현성과 똑같이 생긴 분신의 얼굴이 노출될 리는 없었다.

물론 체형과 사용하는 스킬 때문에 약간의 의심은 가지겠지만 물증은 없다.

“현성 씨!”

신윤아가 랭커들과 함께 현성에게 달려왔다.

“괜찮으세요?”

신윤아의 물음에 현성이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네, 괜찮습니다.”

현성의 대답에 신윤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선발대와 연락이 끊어져서 많이 당황했어요.”

신윤아의 말에 현성이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몬스터 웨이브를 막아 내는 것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수많은 이들이 죽었다.

“일단 뒷정리부터 하시죠.”

“네, 알겠어요.”

현성의 말에 신윤아가 플레이어들을 통솔해 차원 게이트를 봉인하고 생존자들 구조에 들어갔다.

현성은 일단 육안으로 몬스터의 존재를 확인했다.

일단은 모두 소탕된 것 같았다.

하지만 안심할 수는 없었다.

현성이 호루스의 눈을 꺼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오기 전에 연구실에서 가지고 온 것이었다.

현성이 호루스의 눈을 착용했다.

그 순간 수많은 정보들이 현성에게 쏟아져 들어왔다.

현성은 일단 사건이 일어났던 현장 주변의 정보를 살폈다.

‘도망간 놈은 없는 것 같네.’

사건 현장 주변에서 플레이어를 제외한 몬스터의 마력 흐름이 감지되지 않았다.

현성이 호루스의 눈을 다시 아공간에 넣었다.

그 후 플레이어들을 도와 차원 게이트를 봉인하고 생존자들을 구조했다.

그때 일단의 플레이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주변을 두리번거리더니 현성을 발견하고 환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최현성 플레이어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들이 현성에게 다가와 감사의 뜻을 표했다.

“최현성 플레이어님의 도움이 없었다면, 우리 소말리아가 그대로 멸망할 뻔했습니다.”

“맞습니다. 최현성 플레이어님은 우리 소말리아의 영웅입니다.”

“최현성 플레이어님 같은 분이 있으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최현성 플레이어님의 희생정신 덕분에 세계의 평화가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그들은 넉살 좋게 감사 인사를 전한 후 입이 마르고 닳도록 현성에게 아부를 했다.

그 뒤에는 콩트를 시작했다.

“저, 그런데 우리 소말리아는 참 가난한 나라입니다. 그래서 다른 강대국들처럼 마땅히 드릴 게 없습니다.”

“어허, 최현성 플레이어께서 그런 걸 바라고 움직이시는 분인가?”

“맞네. 그런 말을 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실례이자 최현성 플레이어님을 모욕하는 일이네.”

“제가 실례를 했습니다.”

지들끼리 북 치고 장구 치고 다 하더니 알아서 보상 문제를 당연히 없는 일로 만들어 버렸다.

이들의 모습에 현성은 어이가 없었다.

애초에 보상을 받을 생각이 없긴 했지만 이건 아니었다.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양심도 남아 있지 않은 건가?’

사건이 다 종료된 후에 슬그머니 모습을 드러낸 이들은 소말리아 플레이어이자 국가의 권력을 움켜쥐고 있는 군부의 수장들이었다.

‘쓰레기 같은 놈들.’

이자들은 자신들의 목숨이 아까워 몬스터 토벌을 포기했다.

자신들만 살겠다고 도망가서 수많은 인명이 목숨을 잃었다.

한데 무슨 염치로 이 자리에 나타났다는 말인가?

거기다 기껏 나타나서 말로 현성을 가지고 놀려고 하고 있었다.

‘죽여 버릴까.’

마음 같아서는 모조리 쳐 죽여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또 그런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도 않는다.

문제는 합법적인 방법으로도 이들을 처벌을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곳은 소말리아였고 소말리아 법을 따라야 했다.

현성이나 UN이 소말리아 내정에 간섭할 수는 없는 것이다.

‘완전 미친 나라네.’

괜히 ‘국경 없는 의사회’가 철수한 게 아니었다.

유니세프나 국제적십자위원회 같은 기구들도 소말리아에서의 활동을 힘들어했다.

봉사하러 온 사람을 죽이거나 납치하는 일이 빈번한데 정부가 이를 제대로 해결해 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갑갑한 나라를 어떻게 하나?’

죽일 수도 없고 합법적으로 처벌할 수도 없다.

“저…… 왜 그러시는지?”

소말리아 플레이어 리더의 말에 현성이 허탈한 웃음을 터트렸다.

“차원 게이트 봉인과 인명 구조나 도와주시죠.”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현성의 말에 소말리아 플레이어들이 재빨리 흩어졌다.

그들은 현성이 보상 문제를 언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에 만족한 것 같았다.

‘내 식으로 해결하자.’

현성의 눈에 진한 독기가 피어올랐다.

아마 이대로 소말리아를 방치하면 다시금 비슷한 일이 벌어질 것이다.

그건 막아야 했다.

‘스스로 개선할 의지가 없다면, 그 의지를 강제로라도 심어 주마.’

저들은 살아 있을 가치가 없는 인간쓰레기들이었다.

당연히 현성도 저들을 제대로 된 인간으로 대우해 줄 생각이 없었다.

* * *

구조 작업이 마무리된 후 소말리아 군부의 우두머리들은 현성을 위한 환영회를 준비했다.

자국의 위기를 막아 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도 있었고 현성에게 잘 보이기 위한 아부의 의미도 있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이대로 보상 문제를 덮어 버리기 위해서였다.

마음 같아서는 무시해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목적을 이루기 위해 애써 마음을 다잡았다.

“소말리아는 가난한 나라입니다. 많은 지원이 필요합니다.”

“식량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이번과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플레이어의 수준을 올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웅 등급 아이템 지원이 절실합니다.”

군부의 우두머리들이 되도 않는 개소리를 지껄였다.

서로 적대하던 이들이 이럴 때는 참 죽이 잘 맞았다.

현성에게 나라를 구원해 준 보상을 해 주기는커녕 오히려 지원을 해 달라고 징징거렸다.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 줬더니 보따리까지 내놓으라고 하는 격이었다.

“최현성 플레이어님은 인류의 구원자이자 세계 최고의 부자가 아니십니까?”

“가난한 소말리아를 위해 자비를 베푸시지요.”

소말리아 군부 우두머리들은 현성이 보상 문제를 언급하지 않자 얼굴에 철판을 깔았다.

그리고 현성을 호구로 보고 단단히 한몫 뜯어낼 마음을 먹었다.

‘네놈들은 인간으로서 가져야 할 최소한의 양심도 없는 놈들이구나.’

현성이 파르티샤의 차원에 식량을 공급하기 위한 연막으로 꽤 많은 양의 식량을 아프리카 국가에 기부했다.

그중에는 소말리아도 포함되어 있었다.

하지만 식량이 제대로 배분된 경우는 없었다.

정말 굶주린 이들에게 식량이 배분되기는커녕 중간에 군부에서 다 해 처먹었다.

지금 이놈들의 말은 자신들이 해 처먹을 식량과 아이템을 공급해 달라는 뜻이었다.

‘네놈들이 원하는 걸 주마.’

하지만 그 대가는 톡톡히 치러야 할 것이다.

앞으로 이들은 스스로의 의지가 아니라 현성의 지시에 절대복종하는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자유의지가 말살되고 현성의 의지에 따라 생각하고 행동해야 했다.

“아이템보다 더 손쉽게 강해질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현성의 말에 군부의 우두머리들이 눈을 반짝였다.

“그게 정말입니까?”

“도대체 그 방법이 뭔지?”

“제가 랭커들을 휘하에 들이고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으실 겁니다.”

휘하에 들인다.

그 말에 군부 우두머리들의 눈빛이 묘하게 변했다.

현성이 가진 전설 등급 직업 군주에 대해서는 꽤 많이 알려져 있었다.

장점으로는 스텟이 늘어난다.

현성의 전폭적인 지원도 받을 수 있다.

단점은 현성의 휘하에서 쫓겨나는 순간, 그간 올린 레벨과 익힌 스킬이 사라진다.

이게 공식적으로 알려진 장점과 단점이었다.

‘어떤 게 좋은 선택이지?’

‘일단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으니 그건 좋을 것 같은데.’

‘대신 휘하에서 쫓겨나면 그간 올리거나 익힌 레벨과 스킬이 사라져 버리잖아.’

‘어차피 레벨 업 생각도 없으니 크게 상관없지 않나?’

군부 우두머리들은 플레이어임에도 사냥에 크게 열중하지 않았다.

온갖 향락을 즐기느라 레벨을 올리는 건 게을리했다.

하지만 부하들에게 추월당할 정도까지 레벨 업을 안 하지는 않았다.

또 온갖 부정 축재로 모은 돈을 이용해 스킬북을 구입해 스스로를 강화하는 데 열중했다.

‘나쁘지는 않을 것 같은데.’

‘어떻게 하는 게 좋으려나?’

군부의 우두머리들이 잠시 고민했다.

머릿속으로 열심히 계산기를 두드렸지만 쉽게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 한 명이 총대를 메고 나섰다.

“만약 최현성 플레이어님의 휘하에 들어가게 되면, 어떤 지원을 해 주시는 겁니까?”

“일단 식량과 생필품부터 시작해서 스킬북을 대대적으로 지원해 드릴 예정입니다.”

현성의 말에 군부 우두머리들의 눈이 진한 탐욕으로 물들었다.

“그리고 좀 나중 일이기는 하지만, 대표 한 분을 뽑아 전설 등급 스킬북을 선물로 줄까 합니다.”

“저, 전설 등급 스킬북요?”

“그게 정말이십니까?”

군부 우두머리들의 눈이 뒤집어졌다.

“물론입니다. 그래야 앞으로 소말리아에 이런 참담한 일이 없지 않겠습니까?”

현성이 인자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최현성 플레이어에게 잘 보이기만 하면 전설 등급 스킬북을 손에 넣을 수 있어.’

‘전설 등급 스킬북을 손에 넣으면 소말리아 전체를 손에 넣는 것도 꿈이 아니야.’

군부 우두머리들의 눈이 탐욕으로 물들었다.

지금 이렇게 한자리에 모여 하하, 호호 하고 있지만, 사실 이들은 서로 적대적인 관계였다.

소말리아가 연방제 국가를 표명하고 있지만 사실 군부의 우두머리들은 다른 주를 적국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지금 한자리에 모인 것도 현성을 만날 기회를 걷어차 버릴 수 없기에 어쩔 수 없이 모여 억지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다.

‘내가 먼저 손에 넣어야 해.’

‘잘만 하면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나라 전체를 차지할 수 있다.’

‘괜히 머뭇거리다가는 나만 손해 볼 수도 있어.’

권력욕에 눈에 먼 군부 우두머리들이 빠르게 계산을 마쳤다.

그들은 전설 등급 직업 군주의 숨겨진 효과까지는 알지 못했다.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도 겨우 짐작만 하고 있는 효과다.

최빈국 소말리아의 일부 지역을 지배하는 군벌의 우두머리들이 알 수 있는 정보가 아니었다.

그들은 그저 필요에 따라 포기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현성에게 잘 보여서 힘과 재물을 얻는다.

그 힘으로 소말리아 전역을 지배한다.

그 뒤에는?

상황을 봐 가며 현성을 손절할지 말지 결정하면 그만이다.

“오래전부터 최현성 플레이어님을 흠모해 왔습니다. 거두어 주십시오.”

한 명이 나섰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현성이 미소를 지으며 등용 스킬을 시전했다.

-플레이어 시아드에게 등용을 제의하셨습니다.

-플레이어 시아드가 등용 제의를 받아들였습니다.

-통솔력 50이 소모됩니다.

“이모탈 길드의 일원이 되셨으니, 일단 선물부터 드리죠.”

현성이 아공간에서 영웅 등급 스킬북을 꺼내 가장 먼저 충성 맹세를 한 시아드에게 넘겼다.

“식량과 의료 물자도 곧 넘겨드리겠습니다. 사리사욕을 배제하고 오직 고통받는 국민들을 위해 사용해 주세요.”

“꼭 그렇게 하겠습니다!”

시아드의 대답에 다른 군부 우두머리들이 코웃음을 쳤다.

아마 중간에서 다 빼돌릴 것이다.

하지만 그건 지금 당장 중요한 게 아니었다.

‘바로 주잖아.’

‘나도 받아야지.’

지금 이 자리에서 현성의 지원을 받지 못하면 바보였다.

손해였다.

거기다 현성이 말했듯이 이모탈 길드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엄청난 특권이다.

이모탈 길드의 일원이 되면?

미국이나 러시아를 포함한 강국들도 섣불리 소말리아를 건드리지 못한다.

“저도 거두어 주십시오.”

“앞으로 최현성 플레이어님께 충성을 다하겠습니다.”

한 명이 나서서 성과를 얻어 내자 경쟁에 불이 붙었다.

군부 우두머리들이 앞다투어 현성에게 머리를 조아리고 충성을 맹세했다.

현성은 그들을 모두 휘하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선물도 줬다.

‘정말 모든 스텟이 늘어났어.’

‘영웅 등급 스킬북과 식량도 받았어.’

군부 우두머리들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맺혔다.

“전 소말리아가 더 이상 해적의 나라라는 오명을 뒤집어쓰지 않았으면 합니다. 제가 지원해 준 식량과 의료 물자라면 분명히 소말리아를 되살릴 수 있을 겁니다. 부디 소말리아의 재건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저만 믿으십시오.”

충성을 맹세한 군부의 우두머리들이 호언장담을 했다.

“전 여러분들을 믿습니다.”

현성이 술잔을 들며 건배를 청했다.

소말리아 군부의 우두머리들도 일제히 잔을 들었다.

현성은 수많은 입에 발린 소리를 했다.

사리사욕을 채우지 마라.

청렴해져라.

자신의 몸을 사리지 말고 국민들을 위해 봉사해라.

……등등.

겉으로 볼 때 이런 현성의 행동은 호구에 가까웠다.

믿을 사람이 따로 있지 권력욕에 눈이 먼 소말리아 군부를 믿는 건 바보짓에 가까웠다.

하지만 현성은 자신이 있었다.

자신을 비웃고 있는 소말리아 군부의 우두머리들은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서서히 변화할 것이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현성의 말을 충실히 이행하는 충신으로 변모할 터였다.

* * *

현성이 소말리아를 떠났다.

그와 함께 소말리아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이 시작되었다.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런 현성의 행동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고 생각했다.

부패한 군부가 있는 한 구호물자가 힘겨운 삶을 살아가고 있는 소말리아 국민들에게 제대로 전달될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조금 달랐다.

구호물자가 도착했다.

“빨리빨리 옮겨.”

항구 관계자들이 구호물자를 빼돌렸다.

차량에 구호물자가 실려 목적지로 이동했다.

“2/3만 실어라.”

그 와중에 구호물자가 또 빼돌려졌다.

목적지에 도착한 후에도 마찬가지였다.

“완전 횡재했네.”

“이게 다 얼마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썩어 버린 소말리아 공무원들은 탐욕스럽게 구호물자를 횡령했다.

물론 아닌 경우도 있었다.

절차대로 정해진 수량을 이송시킨 공무원도 있었다.

하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었다.

“저 바보 덕분에 우리 몫이 늘어났어.”

“머리 같은 놈.”

부패한 공무원들은 청렴한 동료들을 바보 취급했다.

그리고 더 과하게 자신의 몫을 탐했다.

결국 굶주린 국민들에게 전달될 구호물자는 처음 물량의 1/10도 채 남지 않았다.

“당신이 이것 좀 시장에 내다 팔아.”

“알았어요.”

부패한 공무원들은 국민들에게 무상 배급되어야 할 구호물자를 친인척들에게 넘겨 비싼 가격에 팔아먹고 사익을 챙겼다.

평소 같았으면 여기서 상황이 종료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구호물자를 빼돌린 이들을 엄벌에 처하겠다!

-국가 비리를 뿌리 뽑겠다!

각 군부의 우두머리들이 비리 숙청을 외치며 대대적인 감사에 나섰다.

공무원들은 당황했다.

자신들이 구호물자를 빼돌려 돈을 벌면 어떻게 하겠는가?

일부는 자신들이 먹고 일부는 상납한다.

한데 상납받을 대상이 갑자기 자신들을 엄벌하겠다고 한다.

“헛소리를 하는 게 분명해.”

“최현성 플레이어가 준 거니까 비리 척결하는 시늉을 하는 거겠지.”

비리 공무원들은 군부 우두머리들의 선언을 가볍게 넘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빼돌린 구호물자를 찾았습니다!”

“당장 체포해!”

부패한 공무원들은 처벌을 받았다.

“자네는 참 성실하군. 자네를 구호물자 운송 총책임자로 임명하겠네.”

청렴한 공무원들은 승진을 했다.

구호물자 횡령 혐의를 부인하고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현성이 다수의 사이코 메트리 스킬북을 선물했기에 그들의 주장은 아무런 힘도 얻지 못했다.

사이코 메트리 스킬 덕에 괜히 수사를 한답시고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다.

그냥 딱 보면 견적이 나왔다.

물론 아무런 장애가 없었던 건 아니었다.

당연히 그간 쌓아온 혈연이나 인맥으로 버터 보려는 이들도 있었다.

“내가 누군 줄 알아? 시아드 사령관님의 친동생이야!”

범죄를 저지른 이들 중 하나가 조사관들에게 큰소리를 쳤다.

조사관들도 섣불리 어찌하지 못했다.

시아드 사령관은 이 지역의 왕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아무리 성역 없는 수사를 명했다고 해도 왕의 아우를 일개 조사관들이 어찌 건드리겠는가?

문제가 불거지자 시아드 사령관이 사건 현장에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형님! 이 미친놈들 좀 어떻게 해 주십시오. 감히 저를 체포하려고 했습니다.”

시아드 사령관의 동생은 이번 일이 형이 구호물자를 독점하기 위해 꾸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더 열성적으로 구호물자를 빼돌렸다.

한데 조사관들이 자신까지 체포하려고 하자 독이 단단히 오른 상태였다.

시아드 사령관이 잔뜩 분노한 표정으로 조사관들을 노려봤다.

‘젠장, 괜한 짓을 했어.’

‘적당히 건드렸어야 했는데.’

조사관들은 된통 혼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혼이 난 것은 맞았다.

한데 그 방향이 틀렸다.

“내가 범죄를 저지르고 반항하는 놈들을 어떻게 하라고 했지?”

시아드 사령관의 추궁에 조사관 하나가 얼떨결에 입을 열었다.

“두들겨 팬 후 감옥에 처넣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자네들은 지금 뭘 하고 있나! 당장 이놈을 두들겨 팬 후 감옥에 처넣지 않고!”

분노한 시아드 사령관의 명령에 조사관들이 몽둥이를 휘둘렀다.

퍼억! 퍼억!

“악! 악! 형님, 저한테 왜 이러시는 겁니까? 형님! 형님!”

시아드 사령관의 동생이 애타게 형을 찾았다.

하지만 시아드 사령관은 이미 전에 그가 알고 있던 부패한 권력자가 아니었다.

지금의 시아드 사령관은 소말리아의 발전을 위해서라면 친동생이 아니라 처자식이라도 버릴 수 있는 구국의 애국자가 되어 있었다.

소말리아가 빠른 속도로 정상 국가의 면모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구호물자가 제대로 돌고 일자리가 생겨났다.

군부의 대립이 사라졌다.

지위 고하에 상관없이 부패가 척결되었다.

단 몇 가지 변화만으로도 소말리아는 빠르게 변화했다.

이 놀라운 변화를 이끌어 낸 현성에 대한 칭송이 터져 나왔다.

그와 동시에 인류의 수호신교가 무서운 속도로 소말리아 전역에 퍼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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