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7권. 뚱이 (76/225)
  • ┃뚱이

    ‘공짜 포인트도 꽤 짭짤하네.’

    고객과 상담을 하고 정당한 상담료(?)를 받았다.

    현성은 얼마 전부터 자신의 몸값을 상당히 높게 올렸다.

    각투브크처럼 현성에게 직접 컴플레인을 제기하기 위해 용병 고용을 하는 이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현성은 그런 이들을 만나면 일단 근거리 통신망 설치를 제안했다.

    직접 컴플레인 걸겠다고 수천억 포인트를 쓰는 갑부들인 만큼 현성의 제안에 응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응도는 그리 높지 않았다.

    고객들 중 극히 일부만이 현성의 요청에 응했다.

    거의 가뭄에 콩 나는 수준이었다.

    대부분의 고객들은 현성의 말을 제대로 듣지도 않고 화만 냈다.

    ‘성격이 왜 그렇게 다 불같은 거야?’

    애초에 용병 고용의 목적 자체가 컴플레인인 만큼 웃는 얼굴로 대화하기가 힘들었다.

    ‘뭐, 나야 상관없지만.’

    현성이 용병으로 활동하는 이유는 포인트 벌이다.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급박한 상황에 고용되어 몬스터를 잡아도 좋고, 방금 전처럼 대화만 몇 마디 나누고 공짜 포인트를 얻어도 좋았다.

    솔직히 시간당 효율로 따지자면 몬스터를 잡는 것보다 컴플레인을 걸었던 고객을 상대하는 게 포인트 벌이에 더 좋았다.

    ‘도대체 언제쯤 누적 포인트 1,000조를 넘기냐?’

    수천억 포인트씩 벌고 있지만 1,000조 포인트는 너무 까마득했다.

    현성이 다시금 구매창을 열었다.

    혹시 골렘 말고 다른 쓸 만한 게 있나 살펴볼 요량에서였다.

    ‘사자의 부활이라……. 쓸 만한 것 같은데 현대에서는 쓸 일이 없잖아.’

    사자의 부활은 죽은 인간이나 몬스터의 시체에 어둠 속성 마력을 부여해 언데드로 만드는 방법이다.

    대규모 병력이 필요한 상황에서 유용할 것 같기는 한데, 현대에서 사용하기에는 거부감이 너무 클 것 같았다.

    ‘정령의 돌이라. 이건 약간 복불복 느낌이고.’

    정령을 소환해 주는 정령의 돌은 가격대가 비쌌다.

    문제는 이게 소환 성공률이 100%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구매평에는 수천억 포인트를 투자했는데 꽝이 말이 되냐며 난리치는 내용이 많았다.

    친화력에 따라 소환되는 정령의 종류와 등급이 결정된다는데, 너무 운에 기대는 면이 강했다.

    ‘그냥 한번 익혀 볼까?’

    사자의 부활은 몰라도 정령 소환술에는 꽤 흥미가 생겼다.

    ‘도박하는 스타일이 아닌데.’

    자칫 잘못하면 수천억 포인트가 허공으로 날아가 버릴 위험이 있었다.

    ‘한번 해 보자.’

    어차피 방금 전에 정령 소환술 구입 비용 정도는 벌지 않았는가.

    -소모형 아이템 정령의 돌 - 전설 등급을 구매하시겠습니까? 한번 구매한 물품은 환불이나 교환이 불가능합니다.

    -[예] [아니오]

    현성이 예를 눌렀다.

    -소모형 아이템 정령의 돌 - 전설 등급을 구매하셨습니다.

    화악!

    황금빛 빛무리에 휩싸인 정령의 돌이 현성의 눈앞에 나타났다.

    현성이 손을 뻗어 정령의 돌을 움켜쥐었다.

    -소모형 아이템 정령의 돌 - 전설 등급을 사용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현성이 곧바로 예를 눌렀다.

    사용하지 않을 거면 구매하지도 않았다.

    파삭!

    정령의 돌이 산산이 부서지며 현성의 몸을 휘감았다.

    그 후 사라졌다.

    그게 끝이었다.

    ‘뭐야?’

    현성이 허탈한 눈빛으로 자신의 몸을 살폈다.

    변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설마 이게 끝인 건가?’

    아무래도 정령 소환에 실패한 것 같았다.

    ‘괜히 도박 같은 걸 하는 게 아닌데.’

    요즘 벌어들이는 포인트가 많아졌다고 너무 쉽게 쉽게 지르는 감이 있었다.

    파직!

    ‘어?’

    그때 현성의 몸에서 작은 스파크가 튀었다.

    파직! 파직!

    작은 스파크들이 점점 늘어났다.

    그러더니 하나로 뭉치기 시작했다.

    그렇게 뭉친 스파크는 살찐 고양이의 모습으로 변했다.

    -뇌전의 정령 소환에 성공했습니다.

    그와 동시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이건 뚱이잖아?”

    뇌전의 정령은 현성이 어렸을 적 키웠던 고양이 뚱이와 똑같이 생긴 외형을 가지고 있었다.

    뚱뚱한 체형과 짧은 다리 귀차니즘이 가득한 표정까지.

    -캬앙!

    고양이 모습을 한 뇌전의 정령이 울음소리를 냈다.

    -뇌전의 정령이 최현성 플레이어님과의 계약을 요청했습니다. 받아들이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현성이 예를 선택했다.

    파지직!

    예를 누른 순간 뇌전의 정령이 현성을 향해 한 줄기 뇌전을 쏘아 보냈다.

    뇌전의 정령이 뿜어낸 뇌전과 현성의 마력이 마구 뒤엉켰다.

    ‘하나로 합쳐지고 있어.’

    현성의 마력과 뇌전의 정령이 뿜어낸 뇌전이 완전히 하나가 되었다.

    -액티브 스킬 정령술 - 전설 등급을 습득하셨습니다.

    메시지가 뜬 순간 현성은 자신과 뇌전의 정령이 하나로 이어져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굳이 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저 의지만으로 뇌전의 정령에게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이리 와.’

    의지를 보내자 뇌전의 정령이 잽싸게 몸을 날려 현성의 어깨에 자리를 잡았다.

    뚱뚱한 외형과 달리 상당히 민첩했다.

    “네 이름은 앞으로 뚱이다.”

    -냐앙!

    현성의 말에 뇌전의 정령이 알겠다는 듯 짧은 울음소리를 냈다.

    ‘진짜 뚱이가 살아 돌아온 것 같네.’

    어렸을 때 현성이 키웠던 고양이 뚱이는 천수를 누리고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그 후에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았다.

    현성이 뚱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분명 뇌전으로 이루어진 정령인데도 정말 살아 있는 고양이를 만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앞으로 잘 부탁한다.”

    뚱이가 알겠다는 듯 앞발로 현성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뚱이를 얻은 뒤에도 현성의 일상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다.

    평소와 똑같이 사냥과 용병 고용을 이어 가며 평범한 일상을 해 나갔다.

    뚱이는 전투 상황에서 생각보다 큰 도움이 되었다.

    정령은 계약자의 마력을 에너지원으로 삼아 자유자재로 자신의 모습을 바꿀 수 있다.

    마력을 많이 공급해 주면 조그만 고양이가 집채만 한 호랑이로 변하는 것도 가능했다.

    전투력 역시 계약자가 얼마나 많은 마력을 전달해 주느냐가 좌우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직접 마력을 사용해 흑뢰룡의 숨결을 사용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정령의 장점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있고, 일정 분량의 마력을 축적해 놓고 있을 수 있다는 점이었다.

    마치 마력 충전용 배터리처럼 비전투 상황일 때 뚱이에게 마력을 건네주면 마력을 비축해 놓고 있다가 전투 시 소모해 활용할 수 있었다.

    현성의 마력 총량이 늘어난 효과가 생기는 것이다.

    장점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현성과 뚱이의 마력 공유는 최대 1킬로미터 정도까지는 아무런 손실 없이 전달됐다.

    장거리에서 강력한 뇌전 공격을 투사하는 데 중간에 소모되는 마력이 사라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상황에 따라 지형을 이용해 몬스터를 가둬 놓고 포위 공격 하는 게 가능했다.

    거기다 뚱이는 정찰병으로서의 역할도 훌륭하게 수행했다.

    현성은 뚱이와 호흡을 맞추며 차근차근 사냥을 해 나갔다.

    그러던 도중…….

    -고용주 파르티샤 님이 용병 최현성 님의 고용을 신청하셨습니다. 수락하시겠습니까?

    -[예] [아니오]

    용병 고용이 떴다.

    ‘파르티샤? 가장 먼저 날 고용했던 사람이잖아.’

    전에는 영웅 등급 몬스터를 대거 사냥해 업적 하나를 늘리는 쾌거를 이뤄 냈다.

    이번에는 과연 어떤 상황일까?

    ‘전처럼 몬스터가 많았으면 좋겠는데.’

    파르티샤라는 플레이어에게는 미안한 이야기지만, 그쪽의 사정이 어려우면 어려울수록 현성에게 이득이었다.

    현성이 예를 선택했다.

    화악!

    그 순간 밝은 빛무리가 현성의 몸을 휘감았다.

    “제발 가지 마세요! 마석과 아이템은 모두 가져도 좋으니 최대한 저와 플레이어들을 지켜 주세요!”

    용병 고용에 응하자마자 고용주 파르티샤의 외침이 들려왔다.

    “알겠습니다, 고용주님.”

    현성이 짧게 대답하고 용혈검을 뽑아 들었다.

    상황은 한눈에 봐도 개판이었다.

    현성이 소환된 장소는 전에 봤던 성이었다.

    하지만 한 가지 달라진 점이 있었다.

    성벽의 일부가 무너진 것이다.

    고용주 파르티샤와 플레이어들은 몸으로 무너진 성벽을 막아서고 있었다.

    하지만 끝도 없이 쏟아지는 몬스터들의 물량 공세에 방어막이 금방이라도 뚫릴 것처럼 위태로웠다.

    “멈춰!”

    현성이 워크라이 스킬을 사용했다.

    몬스터들의 몸이 순간적으로 굳어졌다.

    파지지직!

    경직된 몬스터들을 향해 흑뢰룡의 숨결이 떨어져 내렸다.

    -캬아아악!

    뱀과 인간을 반쯤 합쳐 놓은 것 같은 몬스터들이 흑뢰룡의 숨결에 떼로 몰살을 당했다.

    현성이 용혈검을 휘두르며 뱀 인간들을 뚫고 나갔다.

    “뚱아!”

    그와 동시에 뚱이를 소환했다.

    “성안으로 들어오는 놈들은 다 지져 버려!”

    -냐앙!

    뚱이에게 성의 방어를 맡긴 현성이 무너진 성벽을 따라 밖으로 나섰다.

    -캬아아아악!

    사방에서 뱀 인간들이 달려들었다.

    휘익!

    현성이 흑뢰룡의 숨결을 사용하는 동시에 용혈검을 휘두르며 몬스터들을 베어 나갔다.

    ‘이거 아무리 봐도 용종 같은데.’

    리자드맨도 용종이고 와이번도 용종이다.

    이무기도 용종이었다.

    그런 만큼 뱀과 인간을 반쯤 섞어 놓은 뱀 인간들 역시 용종일 확률이 높아 보였다.

    ‘한번 확인해 보자. 용의 혈조.’

    현성이 오래간만에 스킬을 발동시켰다.

    좌아아악!

    바닥에 흘러내린 피가 거대한 혈조로 변해 뱀 인간들을 쓸어버렸다.

    현성의 예상대로 용종 몬스터가 맞았다.

    ‘오래간만에 용혈검이 포식하겠네.’

    현성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용의 혈갑.’

    용혈검의 옵션 2개를 동시에 발동시켰다.

    현성은 용의 혈갑과 용의 혈조를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뱀 인간들을 쓸어버렸다.

    믿을 수 없는 업적 – 일반 등급

    -단독으로 상위 레벨의 몬스터 나루크 300마리를 사냥하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아크샤 사냥꾼 - 일반 등급]

    시간이 얼마 지나지도 않아 업적 획득 메시지가 떴다.

    ‘좋아. 이번에도 제대로 꿀 빨 수 있겠어.’

    용병 고용 비용도 받고 몬스터를 잡아 포인트와 마석 아이템도 얻는다.

    어디 그뿐인가.

    업적 달성도 충분히 가능해 보였다.

    ‘제대로 날뛰어 보자.’

    현성과 뚱이가 동시에 스킬을 사용하자 체력과 마력이 마른 논바닥에 뿌린 물처럼 쭉쭉 줄어들었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소모된 체력과 마력을 회복시켜 줄 도시락들이 사방에 널려 있었으니까 말이다.

    현성이 날뛰기 시작하자 몬스터들의 숫자가 급감했다.

    용의 혈조와 용의 혈갑.

    거기다 흑뢰룡의 숨결과 화염의 서가 뒤섞이자 말 그대로 몬스터들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특히 나루크라는 이름의 몬스터는 용종이었기에 현성의 입장에서는 사냥하기가 더 쉬웠다.

    용종을 상대했을 때 용혈검의 공격력과 옵션이 더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크아아아앙!

    그때 천지를 뒤흔드는 커다란 포효가 터져 나왔다.

    -정신계 공포 스킬 피어에 걸리셨습니다.

    -공포에 잠식당한 신체가 10초간 경직됩니다.

    -패시브 스킬 굴하지 않는 정신이 발동합니다.

    -패시브 스킬 꺾이지 않는 신념이 발동합니다.

    ……중략……

    -피어 스킬에 저항합니다. 경직 시간이 1초로 감소합니다.

    ‘뭐야?’

    굴하지 않는 정신 스킬을 포함해 온갖 정신계 공격 방어 스킬들이 일제히 발동됐음에도 현성의 몸이 1초간 굳어 버렸다.

    쿠웅! 쿠웅!

    멀리서 5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신장을 가진 뱀 인간이 달려오는 게 보였다.

    딱 봐도 전설 등급이다.

    ‘이건 심각한데.’

    피어 스킬에 완벽하게 저항하지 못했다.

    그 말은 전투 중 현성의 몸이 갑자기 굳어 버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였다.

    ‘튀어야 되나?’

    용병 고용을 취소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지구로 귀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성안에 있던 이들은 다 죽을 것이다.

    ‘한번 해 보자.’

    현성이 무너진 성벽을 막고 있던 뚱이의 소환을 해제하고 다시 소환했다.

    ‘뚱아, 가라!’

    -냐아아아앙!

    현성의 명령에 뚱이가 힘찬 포효와 함께 거대한 뱀 인간을 향해 달려들었다.

    파지지직!

    현성의 마력을 듬뿍 머금은 뚱이가 뱀 인간을 향해 강력한 칠흑빛 뇌전을 뿜어냈다.

    뚱이는 정령이다.

    하지만 현성이 가지고 있는 정령술이라는 스킬에 종속된 존재이기도 했다.

    그 덕분인지 뚱이에게는 흑뢰룡의 숨결이 가지고 있는 옵션인 ‘모든 스킬과 행동이 뇌전의 힘을 부여받습니다.’가 고스란히 적용되어 있었다.

    쉽게 이야기해서, 뚱이 몸 자체가 흑뢰룡의 숨결이나 마찬가지라는 말이었다.

    -캬아아아악!

    전설 등급으로 추정되는 몬스터가 뚱이의 공격에 성난 포효를 터트렸다.

    하지만 정령인 뚱이가 피어 스킬에 걸려들 일은 없었다.

    현성은 거리를 멀리 벌린 덕분인지 다른 정신계 방어 스킬을 통해 피어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 웬만하면 정신계 공격에 당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좀 부족했나 보다.

    현성은 일단 구매창을 열어 자신이 익히지 않은 정신계 공격 방어 스킬북들을 구입했다.

    이 정도면 충분하겠다고 생각해서 굳이 더 익히지는 않았는데, 역시 스킬은 아무리 많아도 부족했다.

    연속적으로 스킬을 습득했다는 메시지들이 떠올랐다.

    ‘이 정도면 괜찮겠지?’

    현성이 슬쩍 거리를 좁혔다.

    물론 피어 스킬에 걸리면 뚱이를 방패 삼아 1초를 버티고 공간 이동 계열 스킬을 사용해 몸을 피할 생각이었다.

    -캬아아앙!

    다시금 뱀 인간의 포효가 터져 나왔다.

    -정신계 공포 스킬 피어에 걸리셨습니다.

    -공포에 잠식당한 신체가 10초간 경직됩니다.

    -패시브 스킬 굴하지 않는 정신이 발동합니다.

    -패시브 스킬 꺾이지 않는 신념이 발동합니다.

    ……중략……

    -피어 스킬에 완벽하게 저항합니다.

    ‘역시.’

    예상대로였다.

    방금 전에 정신 공격 저항 스킬북을 익히느라 투자한 포인트만 3조가 넘었다.

    사실 더 사고 싶었지만 매물이 없어서 못 샀다.

    ‘이번에도 걸렸으면 답이 없었는데.’

    이제는 답이 생겼다.

    “하압!”

    현성이 힘찬 기합과 함께 워크라이 스킬을 발동시켰다.

    하지만 전설 등급 몬스터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뚱이의 공격을 무시하고 맹렬한 속도로 현성을 향해 질주했다.

    ‘이럴 줄 알았다.’

    워크라이 스킬 역시 일정 수준 이상의 몬스터에게는 전혀 통하지가 않았다.

    ‘전리품으로 피어 스킬북이 나오면 좋겠는데.’

    현성이 당할 정도로 강력한 정신 공격 스킬이다.

    그 정도로 강력한 스킬이라면 랭커급의 플레이어들에게도 분명히 통할 것이다.

    하지만 전리품에 대한 기대는 일단 눈앞의 전설 등급 몬스터 사냥에 성공한 후에 생각할 일이었다.

    슈욱!

    현성이 공간 이동 스킬을 사용해 뱀 인간의 이동 경로로 이동했다.

    꺄아아아악!

    뱀 인간이 포효를 터트리며 손에 들린 삼지창으로 찔러 왔다.

    현성이 뱀 인간의 가랑이 사이로 슬라이딩을 하듯 미끄러졌다.

    휘익!

    그 후 웅크린 다리를 펴고 전력을 다해 뛰어오르며 용혈검을 뱀 인간의 가랑이 사이로 찔러 넣었다.

    파지지직!

    화르르륵!

    흑뢰룡의 숨결, 화염의 서, 용의 혈조가 동시에 발동했다.

    푸욱!

    용혈검이 뱀 인간의 비늘을 꿰뚫었다.

    하지만 현성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얕아.’

    방어력이 얼마나 좋은지 용혈검이 절반도 채 박혀 들어가지 않았다.

    인간과 동일한 체구였다면 용혈검이 반만 틀어박혔어도 치명상을 입었을 것이다.

    하지만 뱀 인간은 키가 5미터가 넘는 거인이었다.

    휘익!

    뱀 인간의 꼬리가 현성을 향해 날아들었다.

    공간 이동 계열 스킬을 발동시켜 피하려고 했다.

    -마력의 흐름이 불안정한 장소입니다. 액티브 스킬 블링크 – 영웅 등급의 발동이 캔슬되었습니다.

    그렇지만 이미 주변은 뱀 인간의 마력으로 가득 차 있었다.

    꽈아아앙!

    뱀 인간의 꼬리와 현성의 몸이 충돌하며 마치 포탄이 폭발하는 것 같은 폭음이 터져 나왔다.

    “큭!”

    흙바닥에 처박힌 현성의 입에서 절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온몸이 삐걱거리는 것 같았다.

    몸에 이상이 생기자 불사의 서가 발동했다.

    순식간에 몸에 가해졌던 충격이 사라졌다.

    ‘용의 혈갑 덕분에 살았네.’

    뱀 인간의 꼬리 치기 위력은 엄청나게 강력했다.

    아마 용의 혈갑과 마왕의 갑주가 아니었다면 뼈가 부러지고 살이 찢어졌을 것이다.

    슈욱!

    현성이 공간 이동 계열 스킬을 사용해 거리를 벌렸다.

    꼬리 치기를 날린 뱀 인간이 현성을 향해 자신의 무기인 삼지창을 던졌기 때문이다.

    무기가 사라진 뱀 인간을 향해 현성이 용혈검을 휘둘렀다.

    파강!

    용혈검과 뱀 인간의 왼팔이 충돌하는 순간 금속과 금속이 충돌하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푸른빛 마력을 줄기줄기 뿜어내고 있는 뱀 인간의 방어력은 방금 전과 차원이 달랐다.

    뱀 인간 역시 현성이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알아차리고 전력을 끌어 올린 것이다.

    파강! 파강!

    ‘엄청 단단하네.’

    용혈검이 연신 뱀 인간의 비늘을 두드렸지만 도무지 뚫릴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뱀 인간의 몸을 감싸고 있는 비늘이 쪼개지고 작은 출혈이 있기는 했지만, 놈의 체구를 감안하면 그 정도 상처는 생채기에 지나지 않았다.

    파지지직!

    전력을 다해 흑뢰룡의 숨결을 날려 보기도 했지만 스킬 저항력이 얼마나 높은지 제대로 먹혀들지가 않았다.

    ‘누가 이기나 한번 해 보자.’

    아마 뱀 인간의 마력도 무한하지는 않을 것이다.

    현성은 줄기차게 마력을 쏟아부었다.

    뚱이 역시 최선을 다해 현성을 도왔다.

    뱀 인간은 자신이 던졌던 삼지창을 집어 들고 현성에게 맹공을 퍼부었다.

    현성은 뱀 인간과 전투를 벌이며 주변에 있던 몬스터들을 향해 화염의 서를 날렸다.

    체력 및 마력 보충용이었다.

    전투가 지속되자 뱀 인간의 몸을 휘감고 있던 마력이 서서히 옅어지기 시작했다.

    ‘마력 스텟은 그렇게 높지 않아.’

    뱀 인간은 전형적인 근접 전사 타입의 몬스터였다.

    방어력도 높고 공격력도 높다.

    하지만 현성이 거리를 벌리면 마땅히 공격할 수단이 없었다.

    기껏 한다는 게 손에 들린 삼지창을 던지는 것이었다.

    ‘충분히 잡을 수 있어.’

    현성의 주변에는 아직 많은 숫자의 도시락이 남아 있었다.

    거기다 뱀 인간의 몸 곳곳에 생긴 생채기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용혈검이 게걸스럽게 먹어 치우고 있었다.

    뱀 인간은 점점 체력과 마력이 떨어졌고, 현성은 계속해서 체력과 마력을 보충하며 싸웠다.

    장기전으로 가게 되면 누가 이기게 될지 어린아이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뱀 인간은 물러서지 않았다.

    몬스터답게 더욱더 맹렬하게 현성을 향해 공격을 퍼부었다.

    ‘마력이 거의 바닥난 거 같은데.’

    뱀 인간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던 마력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콰직!

    그 증거로 용혈검이 뱀 인간의 비늘을 가볍게 꿰뚫으며 점점 더 깊은 상처를 내고 있었다.

    상처가 늘어나자 뱀 인간의 체력도 점점 떨어지기 시작했다.

    파강!

    ‘어라?’

    그런데 이상하게 뱀 인간의 몸에 상처가 하나둘 늘어날수록 반대로 점점 더 공격이 먹히지 않았다.

    용혈검에 의해 입는 상처가 점점 줄어들었고, 흑뢰룡의 숨결로 입는 타격을 거의 무시하기 시작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현성으로서는 영문을 알 수가 없었다.

    ‘도시락이 거의 다 떨어져 가는데.’

    지속적으로 체력과 마력을 회복시켜 주던 몬스터들의 숫자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무너진 성벽을 지키고 있던 이들은 그나마 남은 몬스터들을 막는 것도 버거워 보였다.

    애초에 저들이 도움을 주러 온다고 해도 특별히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끝까지 버텨 보자.’

    이곳은 현성의 지구가 아니다.

    다른 차원이다.

    현성의 입장에서는 최선을 다해 싸우다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오면 용병 고용을 취소하고 돌아가면 그만이다.

    파강! 파강!

    용혈검과 삼지창이 연속적으로 충돌하며 불똥을 튀겼다.

    뱀 인간의 몸에 난 상처가 하나둘 늘어났다.

    체력이 떨어졌는지 움직임도 상당히 둔해졌다.

    하지만 방어력은 더욱 상승했다.

    이제는 최대한 마력을 집중하지 않으면 비늘을 뚫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뚱이도 이제는 할 수 있는 게 없네.’

    뱀 인간의 스킬 저항력이 강해진 뒤 현성은 뚱이를 자잘한 잡몹 사냥으로 돌려 버렸다.

    현성이 뱀 인간을 집중 공격 할 때 뚱이는 잡몹을 잡아 흡혈공과 흡혈왕의 액세서리 세트의 옵션을 발동시켰다.

    뚱이가 바닥난 체력과 마력을 회복시키는 지원가 역할을 해 준 것이다.

    문제는 더 이상 잡을 몬스터가 없다는 점이다.

    현성은 일단 뚱이의 소환을 해제했다.

    뚱이가 가지고 있던 마력이 현성에게 되돌아왔다.

    하지만 체력은 회복할 길이 없었다.

    현성의 체력이 뚝뚝 떨어졌다.

    뱀 인간과 현성.

    둘 중 누구의 체력이 먼저 바닥나는지가 관건이었다.

    현성은 최선을 다해 버텼다.

    아니, 기다렸다.

    -체력이 10%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패시브 스킬 광폭화 - 전설 등급 스킬이 발동합니다.

    -힘, 민첩, 마력, 정신력 스텟이 40% 증가합니다.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이 50% 감소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시지가 떠올랐다.

    ‘놈의 공격은 마왕의 갑옷과 용의 혈갑으로 버틴다.’

    내부로 들어오는 충격은 불사의 서를 이용해 회복하면 그만이었다.

    콰직!

    급격히 상승한 스텟으로 인해 현성의 기동성과 공격력 또한 폭등했다.

    스킬의 위력 역시 방금 전과는 천양지차라고 느껴질 정도로 강해졌다.

    -캬아아아악!

    팽팽하던 균형이 깨졌다.

    콰직!

    푸욱!

    비늘이 깨지고 베어지며 뱀 인간의 몸에 부상이 빠르게 늘어났다.

    용혈검은 뱀 인간의 피를 먹어 치우면서 현성의 바닥난 체력과 마력을 회복시켰다.

    하지만 그 좋던 상황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이 자식, 도대체 무슨 스킬을 가지고 있는 거야?’

    광폭화 스킬의 발동으로 인해 현성의 공격력은 엄청나게 증가했다.

    한데 점점 뱀 인간에게 들어가는 공격이 약해지고 있었다.

    뱀 인간의 방어력이 더 상승한 것이다.

    파강! 파강!

    뱀 인간이 맨몸으로 현성의 공세를 받아 내며 묵직하게 전진해 왔다.

    현성도 물러서지 않았다.

    광폭화 스킬을 사용하기 전에는 뱀 인간의 힘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충분히 뱀 인간의 힘을 맞받아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모든 공격을 받아 낼 수 있다는 건 아니었다.

    콰직!

    뱀 인간의 삼치장이 용의 혈갑과 마왕의 갑주를 꿰뚫고 현성의 왼쪽 어깨를 관통했다.

    푸욱!

    현성 역시 용혈검을 뱀 인간의 상처 부위에 찔러 넣었다.

    현성과 뱀 인간이 공격 일변도로 서로를 공격했다.

    양측 모두 체력이 얼마 남지 않았다.

    최대한 빠르게 승부를 봐야 했다.

    그리고 이런 개싸움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 있는 건 뱀 인간이 아닌 현성이었다.

    현성의 몸에 하나둘 상처가 늘어났다.

    하지만 순식간에 본래 모습을 되찾았다.

    바닥을 맴돌던 체력은 뱀 인간의 상처를 후벼 파며 보충했다.

    뱀 인간의 물리 저항력과 스킬 저항력은 실로 엄청났지만 이미 몸에 생긴 상처를 회복시킬 능력은 없었다.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는 난타전이 얼마나 이어졌을까?

    쿠웅!

    결국 뱀 인간이 쓰러졌다.

    지속적으로 피를 흘리며 체력을 소모한 뱀 인간.

    뱀 인간이 흘린 피로 체력을 회복한 현성.

    제 살 깎아 먹기 식의 장기전이 벌어진 순간부터 승자는 이미 결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믿을 수 없는 업적 – 전설 등급

    -단독으로 상위 레벨의 전설 등급 네임드 몬스터 나루크 로드 쿠랄을 사냥하셨습니다.

    -업적 보상 : 칭호 [홀로 나루크 로드 쿠랄을 쓰러트린 자 - 전설 등급]

    ‘네임드였네.’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

    홀로 나루크 로드 쿠랄을 쓰러트린 자 - 전설 등급

    -마력 스텟 6 증가.

    ‘마력 스텟 6 증가라.’

    나루크 학살자 업적으로는 마력이 8 증가했다.

    현성의 입장에서는 한 번에 마력 스텟이 14나 증가한 셈이었다.

    사아아아악!

    그때 숨이 끊어진 뱀 인간의 몸에서 잔존 마력이 뿜어져 나와 하나로 뒤엉켰다.

    그와 함께 찬란하게 빛나는 황금빛 스킬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현성의 입가에 환한 미소가 맺혔다.

    이제 진짜 보상을 확인해 볼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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