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권. 플레이어 협회 (1) (15/225)
  • ┃플레이어 협회 (1)

    ‘뭐야?’

    현성은 갑자기 나타난 플레이어들을 보고 적지 않게 당황했다.

    현성은 플레이어들의 기척을 느끼면 먼저 피해 다녔다.

    지금까지 플레이어들이 현성을 먼저 발견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현성이 기척을 느끼고 몸을 피하려는 순간 플레이어들이 나타났다.

    ‘고레벨이다.’

    확실했다.

    현성은 붉은 갈기 늑대 던전에서 사냥하는 플레이어들보다 엄청난 오버 스펙을 가지고 있다.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은 현성의 존재를 인지조차 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반대로 현성이 상대의 존재를 인지하지 못했다.

    ‘엄청 화려하네.’

    장비도 휘황찬란했다.

    몸에 수백억을 걸치고 다니는 꼴이었다.

    “괜찮으신가요?”

    여성이 현성에게 물었다.

    “네, 괜찮습니다.”

    “꼴이 엉망이시네요. 혹시 그놈을 만나신 건가요?”

    여성의 물음에 현성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놈이라뇨?”

    “붉은 갈기 늑대 던전에서는 볼 수 없는 상위 레벨의 몬스터 말입니다.”

    여성의 물음에 현성은 뜨끔했다.

    ‘만나긴 했지만 이미 사냥해 버렸는데.’

    하지만 그 사실을 밝힐 수는 없었다.

    ‘삼두표 그라돈을 잡으려고 온 고레벨 플레이어들인가 보네.’

    대충 상황이 짐작되었다.

    삼두표 그라돈의 존재가 알려지고 척살대가 움직인 것이다.

    “네, 만났습니다.”

    현성의 말에 여성의 표정이 밝아졌다.

    “그놈은 지금 어디 있죠? 이 근방인가요?”

    여성이 순식간에 현성의 코앞으로 다가와 물었다.

    그 엄청난 속도에 현성이 순간 멈칫하며 뒤로 물러났다.

    “아, 놀라게 해 드릴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겨우 목숨을 건지신 분께 제가 너무 무례했군요.”

    그러면서 품에서 무언가를 꺼내 현성에게 건네주었다.

    “왼팔을 다치신 것 같은데 도움이 될 겁니다.”

    현성이 얼떨결에 물건을 받아들었다.

    [하급 치유의 포션 - 희귀 등급]

    -상처를 빠르게 회복한다.

    ‘비싼 거잖아.’

    무려 희귀 등급 소모품이었다.

    “어서 팔에 뿌리시죠.”

    여성의 말에도 현성은 차마 포션을 뿌릴 수가 없었다.

    왼팔은 천천히 치유되고 있는 중이었다.

    마력이 조금만 더 회복되면 힐 스킬도 사용할 수 있다.

    조금만 지나면 스킬 효과로 치료할 수 있는 부상에 이 비싼 포션을 써 버릴 수는 없었다.

    “그보다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제가 만난 몬스터에 관한 건데…….”

    “네, 바로 말씀해 주시죠.”

    “머리가 3개 달린 커다란 표범이었습니다. 털은 검붉은색이었고요.”

    “그런 몬스터는 목격된 적이 없는데?”

    여성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의 동료들 역시 들어 본 적 없는 몬스터라는 제스처를 보냈다.

    “덩치가 집채만 한 녀석이었습니다.”

    현성의 말에 여성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오면서 목격한 발자국의 주인이라면 아마 그 정도 덩치를 지녔을 것이다.

    “저쪽으로 갔습니다.”

    “감사합니다.”

    현성의 손짓에 여성이 짧은 인사와 함께 전력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엄청 빠르네.’

    역시 상위 플레이어들은 수준이 달랐다.

    비약과 칭호의 힘으로 빠르게 강해진 현성도 저들 앞에서는 어린아이에 불과할 뿐이었다.

    아마 삼두표가 저들에게 걸렸다면 1초도 되지 않아 어육으로 변해 버렸을 것이다.

    ‘내가 잡아서 다행이네.’

    현성이 삼두표를 잡지 않았다면?

    아마 삼두표는 척살대를 만나기 전까지 던전을 휘젓고 다니며 다른 플레이어들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했을 것이다.

    ‘피해가 어마어마하게 커졌겠지.’

    현성이 삼두표의 어그로를 끌고 그것도 모자라 척살대가 도착하기도 전에 홀로 사냥한 덕분에 피해가 줄어들었다.

    ‘보상도 짭짤했고.’

    20레벨의 법칙에 걸리는 고레벨 플레이어들이 삼두표를 잡아 봤자 얻을 수 있는 것은 사체가 전부다.

    하지만 현성은 삼두표를 잡고 2개의 칭호와 1개의 스킬을 획득했다.

    서로서로 이득을 본 상황인 것이다.

    ‘뭐, 저 사람들은 똥개 훈련 좀 하겠지만.’

    아무리 열심히 수색을 해도 이미 죽어서 현성의 스킬이 되어 버린 삼두표를 찾을 수는 없을 것이다.

    * * *

    “여기가 끝인 것 같습니다.”

    척살대가 차원 게이트 앞에 멈춰 섰다.

    붉은 늑대 던전을 이 잡듯이 뒤졌지만 결국 삼두표를 찾아내지 못했다.

    “차원 게이트를 타고 다시 넘어간 거 아닐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럼 문제가 심각해져.”

    한번 넘어와서 사람의 피 맛을 본 놈이다.

    언제 또 넘어와 플레이어들을 공격할지 모른다.

    “일단 협회에 보고부터 하자.”

    “알겠습니다. 제가 보고하겠습니다.”

    선두를 맡았던 사내가 재빨리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고 보니 아까 그 사람은 던전을 무사히 빠져나갔으려나?’

    척살대의 리더 신윤아가 중간에 만나 삼두표에 대한 정보를 알려 줬던 플레이어를 떠올리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파티원을 모두 잃고 겨우 살아남은 거 같던데.’

    그때는 다급해서 미처 생각을 하지 못했다.

    중간중간 마주친 붉은 갈기 늑대가 자신에게는 별것 아니지만, 파티원을 잃은 저레벨 플레이어에게는 위협적인 몬스터라는 사실을 말이다.

    ‘지금이라도 가 봐야겠어.’

    “여기서 대기하고 있어.”

    “어딜 가시려고요?”

    “아까 혼자 남은 플레이어가 마음에 걸려서 가 보려고.”

    “알아서 잘 가겠죠.”

    “혼자잖아. 붉은 갈기 늑대 때문에 위험할 수도 있어.”

    그 말과 함께 신윤아가 전력을 다해 아까 정보를 제공해 줬던 플레이어를 만났던 장소로 달려갔다.

    순식간에 목적지에 도착한 신윤아가 던전 출입구를 향해 이동했다.

    ‘없네.’

    하지만 없었다.

    출입구에 도착할 때까지 아까 그 플레이어를 발견하지 못했다.

    혼자 고분고투하거나 중간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없었다.

    그저 길목 중간중간에 떼 몰살을 당한 붉은 갈기 늑대의 사체만 널브러져 있을 뿐이었다.

    * * *

    현성이 집에 도착했다.

    피곤해 죽을 것 같았다.

    다행히 왼팔의 부상은 집에 도착하기 전에 완치되었다.

    불사의 서 스킬과 힐 스킬의 힘이었다.

    ‘생각보다 효과가 좋아.’

    불사의 서.

    회복 속도가 느려 자체 회복 능력으로는 큰 이득을 보기는 어려운 스킬이다.

    하지만 힐 스킬과의 궁합이 좋았다.

    ‘지치네.’

    몸도 지치고 정신도 지쳤다.

    체력과 마력을 끝까지 쥐어짰다.

    이렇게 힘겨운 전투는 플레이어 각성 이후 처음이었다.

    오늘 사냥은 이득도 많았지만 손해도 많았다.

    2개의 칭호와 1개의 스킬을 얻은 건 분명 이득이었다.

    하지만 스텟을 올리느라 그간 열심히 모아 놓은 포인트를 모조리 사용했다.

    거기다 대여해서 사용하던 방패와 갑옷 값을 물어주느라 돈도 꽤 나갔다.

    사실 그 둘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포인트와 돈은 또 벌면 된다.

    진짜 문제는 따로 있었다.

    “오늘은 일찍 왔네?”

    현성의 어머니 박미숙이 웃는 얼굴로 아들을 반겼다.

    하지만 얼굴에 떠 있던 미소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너 얼굴이 왜 그러니?”

    “별일 아니에요.”

    어머니가 놀란 것도 이해는 간다.

    자신의 얼굴은 불과 반나절 만에 10년의 세월이 지나간 것처럼 폭삭 늙어 버렸으니까 말이다.

    “별일 아니기는 하루 만에 얼굴이 엄청 상했는데.”

    액티브 스킬 파이어 스피어.

    그걸 구입하느라 쓴 포인트가 문제였다.

    “오늘 좀 고생을 해서요. 몇 주 되면 괜찮아질 거예요. 그보다 배고파요. 밥 좀 주세요.”

    “아직까지 점심도 안 먹고 뭐 했어?”

    타박하듯 말하기는 했지만 박미숙이 재빨리 식사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아, 이거 골치 아프네.’

    쌓아 놓은 포인트가 있어서 전처럼 위험하지는 않았다.

    고작 10년 치 수명 정도를 사용했을 뿐이다.

    그 정도는 3주면 복구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급하게 포인트를 사용할 일이 자주 벌어지면 상당히 곤란했다.

    띠리리링!

    그때 어머니의 휴대폰이 울렸다.

    “여보세요. 어, 딸. 일하는 중에 어쩐 일이야?”

    누나가 전화를 건 모양이었다.

    “현성이? 지금 집에 와 있는데?”

    그런데 대화의 내용이 심상치 않았다.

    “사고? 그런 일이 있었니?”

    어머니가 놀란 표정으로 현성을 바라보셨다.

    “사람도 많이 죽었다고?”

    많이 놀란 듯 표정이 굳어졌다.

    ‘누나는 별 이야기를 다 하네.’

    붉은 갈기 늑대 던전에서 벌어진 일은 이미 인터넷에 기사로 올라와 있었다.

    던전에서는 항상 사망자가 나온다.

    하지만 이번 일처럼 던전 레벨을 아득히 초월하는 상급 몬스터가 나와 대량의 사망자가 발생하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당연히 기사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었다.

    기사는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던전에 입성한 플레이어들의 명단을 쭉 기재해 놓고 탈출한 사람의 명단을 삭제하는 방식으로 실종자를 파악하고 있었다.

    ‘정보 갱신이 바로 안 된 건가?’

    그게 아니라면 누나가 갱신 전의 기사를 보고 전화를 한 걸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알았다. 이만 끊을게.”

    누나와 어머니의 통화가 끝났다.

    “오늘 그래서 일찍 왔구나.”

    “걱정하지 마세요. 전 그놈 구경도 못 했어요.”

    현성의 말에도 어머니의 얼굴에 서린 걱정과 근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하루 만에 얼굴이 엉망이 됐다 했더니 그런 일이 있었구나. 역시 너무 위험한 일이야. 네가 괜히 우리 때문에…….”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에요.”

    현성이 재빨리 대답했다.

    “전 지금이 좋아요. 던전에서 몬스터를 사냥하고 강해지는 것도 재미있고요.”

    현성의 말에도 어머니의 얼굴은 쉽게 펴지지 않았다.

    “요즘 같은 세상에 각성하고 평범하게 직장 생활하는 사람은 없잖아요. 그리고 이번 일은 어쩌다가 한 번 터진 자연재해 같은 거예요.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마음 같아서는 자신이 그 상위 레벨의 몬스터를 잡았다고 말씀드리고 싶었다.

    하지만 차마 그 말은 할 수가 없었다.

    현성은 가족들에게 그저 운이 좋은 플레이어 흉내를 내고 있었다.

    수입도 줄여서 말했다.

    현성은 자신이 특별하다는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경계했다.

    더군다나 서우 길드에서 자신에 대한 정보를 캐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1레벨 플레이어라는 것.

    고유 능력으로 구매와 판매를 가지고 있다는 것.

    그 덕분에 20레벨의 법칙에서 자유롭다는 것.

    칭호를 손쉽게 얻어 낸다는 것.

    이런 사실은 가족들에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이었다.

    가족들을 믿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실수로 다른 이의 귀에 이 사실이 들어가면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가 위험해질 수 있었다.

    현성은 어머니를 다독였다.

    일반인도 일을 하다 사고를 당할 수 있다.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창고에 물건이 쓰러져 다칠 수도 있다.

    현성은 오히려 지금 하는 일이 전에 하던 노가다 일을 하는 것보다 안전하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강조했다.

    결국 붉은 갈기 늑대 던전의 폐쇄가 결정되었다.

    영구적인 폐쇄는 아니었다.

    이번 사건에 대한 조사가 마무리될 때까지의 일시적인 폐쇄였다.

    플레이어들의 출입이 금지된 붉은 갈기 늑대 던전에서는 지금 조사가 한창이었다.

    “여기서 안전 요원 둘이 저항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죽었습니다. 그리고 삼두표가 들어온 흔적은 있지만 나간 흔적은 없습니다.”

    몬스터 추적을 전문으로 하는 플레이어 김동수의 말에 모두의 표정이 아리송해졌다.

    “그럼 지금 이 던전 안에 삼두표가 있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럴 리가 없습니다. 우리가 철저하게 던전 수색을 완료했습니다.”

    척살대의 대표인 신윤아의 말에 김동수가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저도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가 없군요. 일단 놈의 흔적을 추적해 보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저도 함께하죠.”

    “감사합니다. 신윤아 씨가 함께해 주신다고 하니 제가 아주 든든합니다.”

    김동수가 너스레를 떨었다.

    김동수는 추적 능력이 뛰어날 뿐 전투력은 그리 높지 않은 플레이어다.

    김동수의 입장에서는 척살대 중 가장 무력이 강한 신윤아가 스스로 가드를 자처해 주니 고마울 뿐이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일 뿐입니다.”

    대화를 마친 두 사람은 삼두표의 이동 흔적을 따라 이동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사냥 중인 저레벨 플레이어들을 공격했군요. 그리고 이쪽으로 이동했습니다.”

    김동수는 마치 삼두표가 눈앞에서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상황을 설명했다.

    “음? 조금 이상하군요.”

    “뭐가 말인가요?”

    “삼두표가 플레이어를 공격했습니다. 당연히 일격에 당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군요. 짧게 격돌하고 도주합니다.”

    갑자기 김동수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계속 공방을 이어 가며 전투를 벌였습니다. 전투를 벌인 플레이어는 다수가 아니라 1명이군요.”

    추적이 계속되었다.

    “화염계 마력의 잔재가 진하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민첩도 꽤 높아 보이는군요. 삼두표와 전투를 벌인 플레이어는 마검사 계열로 추측됩니다.”

    한참을 달려 나가던 김동수가 갑자기 자리에 멈춰 서더니 바닥에 있던 흙을 입안에 넣어 맛을 보기 시작했다.

    “여기서 삼두표가 큰 부상을 당했군요. 꽤 많은 피를 흘린 것 같습니다.”

    “삼두표가 큰 부상을 상했다고요?”

    신윤아가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

    안전 요원조차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런 삼두표가 큰 부상을 당했다니?

    “마검사 계열이라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민첩 수치가 높은 마법사 계열 플레이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꽤 강력한 마법 스킬을 사용했습니다.”

    한참 흔적을 살펴보던 김동수가 다시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서 승부가 났군요.”

    “승부가 났다고요?”

    “예, 마법사 계열 플레이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닌 모양이군요. 여기서 근접전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마법 계열 스킬로 삼두표의 숨통을 끊었군요. 마검사 계열 플레이어가 확실한 것 같습니다. 사체가 남아 있지 않은 걸로 보아 마석이나 아이템으로 변한 것 같군요.”

    신윤아의 입이 쩍 하고 벌어졌다.

    마검사 계열의 플레이어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이도저도 안 되는 어중이떠중이에 불과했다.

    파티에서 한 사람 몫을 해내는 것도 힘든 게 바로 마검사 계열 플레이어였다.

    한데 붉은 갈기 늑대 던전에 비하면 엄청난 오버 스펙인 삼두표의 숨통을 홀로 끊어 버리다니?

    결정적으로…….

    “이곳에서 사냥을 하던 플레이어 중 최고 레벨이 24라고 보고받았는데요?”

    레벨이 맞지 않다.

    안전 요원들도 아니다.

    이차원과 이어진 차원 게이트에서 근무를 서던 2명은 순식간에 살해당했다.

    지구와 이어진 차원 게이트에서 근무하던 안전 요원들은 척살조가 올 때까지 내분으로 움직이지 않았다.

    삼두표를 척살한 것은 붉은 갈기 늑대 던전에서 사냥하던 플레이어가 확실했다.

    “플레이어 등록증을 갱신하지 않은 것 아니겠습니까?”

    플레이어 등록증의 의무 갱신 기간은 2년이다.

    레벨이 올라가기 무섭게 갱신하는 플레이어도 있긴 하지만 극소수다.

    대다수의 플레이어들은 의무 갱신 기간이 되어서야 겨우 갱신하러 간다.

    그 이유는 중간에 갱신을 하더라도 처음 신규 플레이어로 등록한 날로부터 2년이 지나면 무조건 새롭게 플레이어 등록증을 갱신해야 하기 때문이다.

    플레이어 등록증 의무 갱신 기간이 2년인 이유는 신규 플레이어가 1차 각성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최대 2년이기 때문이다.

    안전 요원 근무를 의무적으로 수행해야 하는 레벨을 기점으로 갱신을 의무화한 것이다.

    물론 2년 안에 1차 각성을 마치지 못하는 플레이어들도 존재한다.

    플레이어 협회에서는 그런 이들을 사실상 플레이어로 살아갈 만한 재능이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래도 이상한 건 마찬가지예요. 의무 갱신 기한 전에 레벨을 올려 봐야 얼마나 올리겠어요? 기껏해야 50레벨 후반대예요.”

    길드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면 더 높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날 던전에서 사냥하던 이들 중 길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플레이어는 없었다.

    신윤아의 말에 김동수도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했다.

    “확실히 이상하기는 하군요. 설사 비상식적으로 강한 플레이어가 삼두표를 처리했다고 해도 그런 실력을 가진 플레이어가 이런 하급 던전에서 사냥을 하고 있을 이유가 없는데 말입니다.”

    붉은 갈기 늑대 던전은 15~20레벨의 플레이어들이 주력으로 삼는 던전.

    안전 요원들을 손쉽게 사냥한 삼두표의 추정 레벨은 100레벨대 초반이었다.

    100레벨대 초반의 몬스터를 홀로 쓰러트릴 정도로 강한 플레이어가 붉은 갈기 늑대 던전에서 사냥을 할 이유가 없었다.

    “삼두표를 잡은 플레이어의 흔적을 추적할 수는 없나요?”

    “음, 한번 시도는 해 보겠습니다.”

    신윤아의 물음에 김동수가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대답하며 바닥을 살폈다.

    김동수는 몬스터 추적 전문이지 플레이어 추적 전문이 아니었다.

    “전투가 끝난 직후 플레이어의 흔적이 사라졌습니다. 그 플레이어를 추적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던전의 지형이 추격하기 좋은 환경이 아닙니다.”

    “삼두표와 플레이어의 전투 흔적을 정확하게 추적하셨잖아요.”

    김동수의 대답에 신윤아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음, 그게 단단한 지형이라도 체중이 무거운 몬스터의 경우는 움직이는 것만으로도 흔적을 남깁니다. 여기 발자국 보이시죠? 하지만 몸무게가 가벼운 플레이어들의 경우에는 전력을 다해 이동하거나 격하게 전투를 치르지 않는 한 흔적이 남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던전 내부의 지형은 각 던전마다 다르다.

    붉은 갈기 늑대 던전의 경우는 쉽게 흔적이 남지 않는 단단한 지형이었다.

    “거기다 전투 종료 후 스킬을 사용한 흔적이 없습니다. 스킬이라도 사용했다면 잔존 마력을 따라 어느 정도 추적이라도 해 보겠지만…….”

    김동수가 말꼬리를 흐렸다.

    “제가 무리한 부탁을 드렸군요. 죄송합니다.”

    신윤아가 김동수에게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아닙니다. 오히려 제 실력이 부족해 큰 도움이 되지 못한 것 같아 죄송할 따름입니다.”

    김동수가 어찌할 바를 몰라 하며 함께 고개를 숙였다.

    나이는 김동수가 위였지만 플레이어 협회 내부에서의 지위는 신윤아가 월등히 높았다.

    김동수의 입장에서는 까마득한 상급자가 고개까지 숙여 가며 사과하는 일이 벌어졌으니 당황할 법도 했다.

    “이만 돌아가시죠?”

    “예.”

    신윤아의 말과 함께 두 사람이 발걸음을 옮겼다.

    조사가 마무리되었으니 이제는 보고를 할 차례였다.

    하지만 신윤아는 머릿속이 복잡했다.

    조사는 마무리되었지만 오히려 더 많은 의문점이 생겨났다.

    ‘그날 던전에 출입한 플레이어들을 정밀 조사해 봐야겠어.’

    2년 차가 되기 전에 100레벨 초반대의 몬스터를 단독으로 사냥할 정도로 강력해진 플레이어가 있다.

    ‘그런 플레이어가 있다면 무조건 협회 직속이 되어야 해.’

    플레이어 협회는 국가에서 직접 관리한다.

    길드는 사조직이다.

    후원해 주는 기업들의 입김도 상당히 많이 받는다.

    초기 대격변 당시 플레이어 협회의 영향력은 상당히 강력했다.

    직속으로 거느리고 있는 플레이어의 숫자도 엄청났고, 플레이어들의 수준 역시 최고였다.

    그 덕에 국가 위기 상황에서 민첩하게 대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국가 조직인 플레이어 협회의 힘은 점점 약화되었다.

    그와 반대로 사조직인 길드의 힘은 점점 막강해졌다.

    애국심을 강조하며 적은 계약금과 보수로 플레이어를 부려 먹는 협회.

    고액의 계약금과 함께 정당한 보수를 약속하는 길드.

    플레이어들이 어디를 선택할지는 뻔할 뻔 자였다.

    협회 직속이었던 플레이어들이 길드로 빠져나가는 일이 속출했다.

    저레벨이나 중 레벨 플레이어만 빠져나가는 게 아니었다.

    최상위권 플레이어들도 자신의 소속을 협회 직속에서 길드로 옮겼다.

    그 모습을 목격하고 뒤늦게 정신을 차린 플레이어 협회가 기존의 플레이어들을 잡으려고 했다.

    하지만 정이 떨어질 대로 떨어진 플레이어들은 다시 협회 직속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그 후 플레이어 협회는 뼈를 깎는 내부 혁신에 들어갔다.

    던전과 몬스터 그리고 플레이어에 대한 이해나 제대로 된 지식도 없이 높은 자리에 앉아 이래라저래라 입만 살아 나불거리던 정치인 출신 간부들의 목이 줄줄이 날아갔다.

    그리고 그런 빈자리에 플레이어 출신의 간부가 임명되기 시작했다.

    내부 혁신을 마친 플레이어 협회는 사설 길드와 동일하게 고액의 계약금과 전폭적인 서포트를 약속하며 신규 플레이어 유치 경쟁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았다.

    희생을 강요하고 성과를 나누지 않는 플레이어 협회라는 이미지가 뿌리 깊게 박혀 버렸기 때문이다.

    좋지 않은 이미지 탓에 정말 실속 있는 신규 플레이어들은 모조리 길드에 빼앗겼다.

    오히려 별달리 특별할 것도 없는 플레이어들을 과도한 계약금을 지불하고 영입한 상황이 되어 버렸다.

    플레이어 협회는 실망하지 않고 계속해서 변화를 시도했다.

    그 결과 시간이 흐르며 과거의 좋지 않았던 이미지를 조금씩 희석할 수 있었다.

    그리고 현재에 와서는 어느 정도 성세를 회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양적으로 팽창했을 뿐 질적으로는 상당히 빈약했다.

    ‘이건 진짜야.’

    톱급 플레이어로 성장할 가능성을 가진 신인을 찾았다.

    ‘절대 놓칠 수 없어.’

    이번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먼저 찾아서 확보해야 했다.

    * * *

    현성은 다음 날 바로 일상으로 돌아왔다.

    어머니와 누나의 걱정이 더 심해지기는 했지만 플레이어로서의 삶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붉은 갈기 늑대 사냥을 마무리 지어야지.’

    현성이 처음 방문했던 붉은 갈기 늑대 던전은 폐쇄되었다.

    하지만 붉은 갈기 늑대 던전은 1개가 아니었다.

    다른 던전을 이용하면 된다.

    다만 출퇴근을 하기에는 던전과 집의 거리가 조금 멀었다.

    현성은 출장 나가는 기분으로 다른 지역으로의 이동을 결정했다.

    어차피 집 근처에 있는 던전은 붉은 갈기 늑대 던전을 제외하고 모두 클리어했다.

    오래간만에 함께 살게 된 가족들과 떨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아쉽기는 했지만 현성의 성장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현성은 짐을 챙겨 버스 터미널로 향했다.

    그러면서도 고민을 계속했다.

    ‘이건 도대체 어떻게 성장시키는 거야?’

    [불사의 서 - 유일 희귀 등급]

    -패시브 스킬

    -머리가 완전히 파괴당하지 않는 한 죽지 않습니다.

    -즉사하지 않는 한 모든 상처가 천천히 회복됩니다.

    -성장형 스킬입니다.

    어제 습득한 패시브 스킬 불사의 서.

    도대체 어떻게 성장시키는 건지 그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넷을 샅샅이 뒤졌지만 성장형 스킬에 대한 정보는 존재하지 않았다.

    ‘스킬을 계속 사용하면 되나?’

    하지만 불사의 서는 액티브 스킬이 아닌 패시브 스킬이다.

    마력을 소모해서 억지로 발동시킬 수가 없다.

    ‘자해를 할 수도 없고.’

    골치가 아팠다.

    한참 고민하던 현성은 결국 다급한 마음을 진정시켰다.

    ‘스킬을 보유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해.’

    불사의 서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현성의 생존에 큰 도움이 되는 스킬이다.

    당장 성장시킬 방법을 알지는 못했지만, 언젠가는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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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레벨 플레이어 1권

    저자 송치현

    발행인 이종주

    발행처 (주)로크미디어

    주소 서울시 마포구 성암로 330 DMC 첨단산업센터 B동318호

    Tel (02)3273-5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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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SBN 979-11-354-88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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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치현,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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