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29. 돈. 돈. 돈(1)
한 차례 삐걱거리기는 했지만 프로모션 행사는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유럽, 미국, 아시아 등.
전 세계에 걸친 홍보였다.
“오늘부터 개봉이지?”
“응.”
프랑스를 포함해 전 세계 동시 개봉.
중국만 심의 문제 때문에 개봉이 보류된 상태였다.
“관 숫자가 적어서 어찌 될지 모르겠네.”
“여기부터는 작품의 힘을 믿어야죠.”
배급사는 흔히 말하는 메이저가 아니었다.
프랑스 현지에서도 독점관을 먹을 수준은 아니었고, 미국이나 아시아는 더했다.
한국에서야 진호의 영향으로 관을 좀 더 확보했을 뿐, 나머지는 상당한 마이너였다.
“영화가 대박을 쳐야 우리도 보너스를 받는데 말이지.”
“대표님이 보너스 주신대요?”
“너 러닝 개런티로 계약했잖아. 회사에 떨어지는 돈만큼 우리 지갑도 불려 주신다고 했거든.”
“흐흐. 너무 기대는 하지 마요.”
영화 출연 계약 당시 진호의 몸값은 그리 높지 않았다. 상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영화라고는 한 편이 전부였던 신인.
출연료를 낮추고 흥행 성정에 따른 개런티 계약을 맺었다.
“그래도 또 모르잖아. 밤마다 고사 지내면서 자련다.”
“······같이 지낼까요?”
“자식이. 너도 기대하고 있구나?”
아니면 속세를 초탈한 도인이지 않을까.
진호도 흥행에 대해서라면 기대와 불안을 함께 품고 있었다.
개봉 첫 날의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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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개봉 오 일 후.
적은 상영관으로 초반에 주춤하던 관객수는 나흘째가 되는 날부터 폭발적으로 상승.
순식간에 40만명을 돌파했다.
현지에서도 영화 흥행을 반영하여 관을 늘리고 있는 추세였다.
“북미 쪽 수익은 아직 집계 안 됐나?”
“주말 성적 기다려야 합산해서 나올걸요? 대충 듣기로는 전체 순위 20위 안에 들어가 있다고 하던데.”
“좋은 거냐?”
“관수를 생각하면 호성적이죠.”
박스오피스 성적 자체는 준수했다.
본고장인 프랑스야 당연한 이야기고 북미나 아시아권의 흥행도 상당했다.
특히, 아시아권에서는 한국이 인기가 많았다.
아무래도 출연자가 한국인이다 보니 마케팅에 도움이 많이 된 것이다.
“손익분기점은 넘을 거 같지?”
“넘고도 남을 걸요? 이 기세면 일주일 안쪽에 넘을 거 같아요. 그 뒤는 수익이죠.”
“수익 좋네. 흐흐.”
“아니, 왜 형이 더 좋아하고 그래요.”
“왜긴. 아끼는 동생이 성공하면 형이 좋아하고 그러는 거지.”
개봉 성적이 좋다보니 회사 분위기도 좋았다.
수익으로 회사에 투자를 한다는 이야기도 왕왕 돌고, 새롭게 전속 계약하는 사람들이 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닌 말로 스타 한 명이면 회사가 굴러가는 법.
진호는 말 그대로 회사를 끌고 가고 있었다.
“그래서 점심은 뭐로 할래? 저녁 비행기로 미국 가야 하는데.”
“순댓국이요.”
“특으로 먹자.”
입맛은 여전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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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석은 손으로 입가를 눌러야 했다.
아니면 자꾸 웃음이 새어나와서 이상한 꼴이 되었기 때문이다.
안 그럴 수 있겠는가?
하루가 다르게 수익이 늘어나는 모습이 보이는데.
“현석아, 얼굴.”
“어, 어. 왔냐?”
오랜 친구이자 건설업체의 사장인 차태훈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새끼. 많이 좋은가 보다?”
“티 나?”
“거울 봐라. 얼굴이 아주 그냥 하회탈이네.”
“흐흐흐. 숨기려고 하는데 잘 안되네.”
최현석도 그냥 마음 편이 웃어 보였다.
‘새끼, 속물 같기는.’ 툴툴 거리는 친구의 말에도 기쁜 마음은 가시질 않았다.
“400만 넘었다면서?”
“어. 국내만 해도 그 정도. 지금 관 수 확보한다고 난리다. 뒤늦게 탄력 받은 덕분에 우리만 신났지.”
“이야. 입소문으로 400만이라. 북미는 주말 스코어 해서 5등 찍었다며?”
“누적으로 치면 어마어마하다. 다음 주에 중국에서도 개봉 시작하면 수익이 얼마일지 가늠도 안 돼.”
“부럽네, 부러워.”
“흐흐. 한껏 부러워해라.”
미국에서야 워낙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많아서 관을 잠식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저예산 영화 치고는 상당히 선전하는 중.
개봉 한 지 제법 시일이 지났음에도 주말 스코어 5등을 찍고 있다는 것이 이를 반증했다.
“프랑스에서는 기록 세웠지?”
“어. 그쪽에서는 1등. 완전 석권했지. 관 수 주춤하던 것도 첫 주에 탄력 받고나서 확 늘렸잖아. 지금은 그냥 완전 독점 중이지.”
“크으. 프랑스에서 한국인이 주연을 하는 영화가 석권이라. 참, 오래 살고 볼 일이다.”
“그러니까. 그 덕에 프랑스에서 한국으로 관광 오는 사람이 늘었다잖아.”
“이거 뭐 진흥청? 그런 곳에서 상 줘야 하는 거 아니냐?”
“상은 이미 받았지. 문화 진흥······뭐더라? 하여튼 공로상 받았어.”
진호는 이미 몇 개의 상을 수상했다.
한창 잘 나가는 한류 스타를 그냥 둘리 없지 않은가.
냅다 불러다가 이런 상, 저런 상 막 던져댔다.
“하여튼 한국 놈들 발 빠른 건 알아줘야 해.”
“흐흐. 나중에 회사에 진열 방 하나 따로 만들려고. 여기서 끝날 사람이 아니잖아. 방 하나는 다 채우고도 남을 거다.”
“어이구, 자랑이 아주 그냥 술술 나오네. 흰소리 그만 하고 용건이나 말 해. 리모델링 한다고?”
“어. 돈 자랑 하는 거 같아서 좀 그렇지만, 이번에 많이 벌었거든. 벌었으면 회사에 써야지. 안 그러냐?”
“새끼. 어깨에 힘 들어갔네.”
“액수 보면 너도 힘 들어 갈 거다.”
최현석이 눈썹을 꿈틀거리며 종이위에 ‘0’을 써 내려갔다.
차태훈의 눈이 ‘0’의 개수에 따라 점차 커졌다.
“어때? 리모델링하는데 부족함은 없겠지?”
“······그냥 하나 사지?”
0이 지나치게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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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사가 있는 연예인들은 정산을 받는다.
회사가 연예인의 수익을 관리 한 후, 계약에 맞게 일정 시기마다 이를 처리해 주는 방식이다.
최현석도 평범하게 이 방법을 따랐다.
“정산이요?”
“음. 제작사 쪽에서 돈을 보내 왔거든. 러닝 개런티라 계산이 복잡해서 그쪽도 몇 단계로 잘라서 보내는 중이야.”
“그럼 출연료에 개런티 포함해서 나온 건가요?”
“생각보다 금액이 많아서 놀랐다.”
최현석이 계산된 정산 금액을 보여 주었다.
천천히 ‘0’을 세던 진호의 눈이 커다랗게 뜨였다.
그가 생각하던 금액을 훨씬 초과하고 있었다.
“이거, 진짜에요?”
“응. 러닝 개런티로 계약한게 신의 한수였다. 월드 와이드 수익이 벌써 1억 달러를 넘어섰잖아. 단순하게 숫자로 따져도 투자대비 5배 이상이야.”
“지금도 계속 올라가는 중인데 말이죠?”
“중국 개봉도 남았고. 전부 끝나면 이 돈의 몇 배는 들어 올 거야.”
진호가 어마어마한 금액에 쉬이 눈을 떼지 못했다.
CF찍으면서 나름 돈 좀 만져 봤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수익은 상상 초월이었다.
얼추 계산을 하자면 최종적으로 100억 이상이었다.
“······어우. 이런 돈은 생각을 못 해 봐서인지 살짝 어지럽네요. 이거 전부 제 돈이라 이거죠?”
“그래. 계약한대로 정확하게 계산했어. 차후에 들어오는 돈도 전부 정산해서 주마.”
“원래 배우하면 이렇게 벌어요?”
“아니지. 보통 우리나라 스타배우라고 해도 7~8억? 출연료로만 치자면 그렇지. 넌 출연료를 1억 안쪽으로 하고 러닝 개런티로 계약했잖아. 덕분에 왕창 버는 거지.”
할리우드 스타야 수백억을 출연료로 받는다지만 그건 자본의 규모가 다르다.
애초에 이번 영화 역시 큰 자본 들이지 않았다.
감독의 명성과 배우의 이름으로 작품성을 추구하는 것이 본래의 목표.
이런 상업적인 흥행은 모두의 예상을 벗어난 일이었다.
“와. 이거 살 떨려서 통장도 못 보겠네요.”
“흐흐. 익숙해 져야지. 돈이 돈을 번다고 하잖아. 명성이 오르면 그만큼 몸값도 오르는 거야. 앞으로 이보다 몇 배는 벌 수 있을 거다.”
“대표님. 연기하는 배우를 키우겠다면서요.”
“벌어서 나쁠 건 없으니까. 네 덕에 회사도 좀 키워 보자. 하하.”
기분 좋은 속물이다.
진호가 수없이 찍힌 ‘0’을 다시 한 번 보고는 최현석을 따라서 웃었다.
돈 보고 싫어 할 사람 어디 있겠는가.
기분이 찢어지게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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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흥행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미국을 포함한 유럽 쪽 흥행에 이어서 일본과 동남아시아에서도 괜찮은 수익을 올렸다.
흥행에 따른 매체의 섭외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국내 매체만이 아닌, 해외 유수의 매체들 역시 영화와 주연 배우인 진호를 주목했다.
애초에 유명했던 벨로스와 빌의 경우보다 새롭게 탄생한 신성이 더욱 흥미로운 대상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매거진, 평론 프로그램, 토크쇼 등에 매일같이 출석하면서 흥행에 불을 붙였다.
그러기를 벌써 한 달 째.
“슬슬 주춤하는 분위기네.”
“응. 개봉하는 신작도 늘고, 슬슬 관 수가 줄어가. 대충 800만 정도에서 멈출 거 같네.”
은서가 과일음료를 쪼르륵 빨며 답했다.
“천만 못 가는 게 아쉽지만 그래도 이게 어디냐.”
“와, 천만. 비슷하게라도 한 번 가보는 게 꿈인데.”
“이번에 영화 시나리오 많이 들어오지 않았어?”
“응. 근데 마음에 드는 게 없어.”
은서의 드라마도 제법 히트를 쳤다.
첫 화 시청률을 6.7%로 찍은 뒤로 계속해서 상승.
마지막 화에서는 15%를 기록했었다.
CF도 연타석으로 터지고 예능에서도 제법 활약을 했었다.
벌이로도 짭짭했지만 가장 큰 소득은 대중의 인정이었다.
전까지만 해도 ‘전직 아이돌’이라는 이명에 가려져 있던 은서가 본격적으로 연기로 인정받은 것이다.
영화 시나리오가 우수수 날아온 건 단순한 인기 덕만이 아니었다.
“한 번 같이 봐 줄까?”
“응. 시간 날 때 회사로 한 번 와줘.”
“회사로?”
“응. 우리 대표님 약 좀 올리게. 내가 오빠랑 계약하라고 그렇게 말 할 때는 안 들어 먹더니 이제 와서 배 아파 하더라.”
“큭큭. 너무 놀리진 말고.”
말은 간단하게 했지만 아쉬움에 땅 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다.
드라마 하나 반짝하고 소속소를 찾을 때 어중간하게 접근했던 대부분의 회사가 그랬다.
괜찮은 신인 정도로 생각했지, 누가 이 정도의 황금 거위일 줄을 알았겠는가.
“아. 오빠, 근데 중국은 어떻게 된 거야? 그쪽 심의 끝나고 개봉해야 할 날짜가 지났잖아.”
그렇게 고소함을 씹던 은서가 문득 중국에 대한 걸 떠올리고 물었다.
지금껏 벌어들인 수익만큼을 벌 수 있는 시장이 중국이었다.
돈, 돈 하는 건 아니었지만 기대는 하고 있었다.
“글쎄다. 중국 쪽은 우리도 자세한 내용을 알기 어려워서. 그쪽에서 대놓고 막아두면 할 방법이 없고.”
“중국 쪽에 거슬릴 내용이 있나? 딱히 그런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질질 끌지?”
“글쎄다. 나도 알고는 싶은데······”
띠링.
순간, 진호의 폰이 반짝였다.
더 있는 이름은 서훈의 것이었다.
“서훈 형이네?”
“서훈 선배가? 무슨 일인데?”
“······아.”
톡 내용을 확인하던 진호의 얼굴이 굳었다.
이건 꽤 오래전에 서훈에게 부탁을 해 두었던 질문.
그에 대한 답이었다.
[진호야, 너 황천이라고 알지?]
하늘은 맑은데.
왜 이 이름이 이곳에서 나오는 걸까.
진호는 ‘네’라고 짧게 답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