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억 FA선수가 되다-172화 (172/204)
  • 172화. 1위팀의 위기

    “그게 무슨 말이야? 뭘 한다고?”

    “선수들이 영양제를 받아왔다고요.”

    “그래. 영양제 먹을 수도 있지. 그런데 이건 아니잖아?”

    “아니긴 뭘요? 외부에서 약을 받아와서 트레이닝팀에 제출하고 무해하다고 인증까지 받았는데요.”

    “야! 그게 말이야! 최강훈이한테 받아온 약을 먹는 게 말이 돼!”

    “최강훈이 아니고 라파엘로가 추천한 미국 의사가 심혈을 기울여서 만든 개인 처방이라잖아요.”

    “미쳤냐! 미쳤냐고! 한국의 약쟁이가 최강훈이면 라파엘로가 미국의 최강훈인데! 미쳤냐고!”

    “왜 소리를 질러요! 나도 어이가 없어 미치겠는데! 난 뭐 소리 지를 줄 몰라서 안 지르는 줄 알아!”

    최근 응원팀의 페이스가 좋아서 사이가 좋던 커플이 무슨 일 때문인지 단골 카페에서 소리를 지르며 싸우기 시작한다.

    멀리 카운터에서 멍한 눈으로 손님을 기다리던 카페 사장님이 무표정한 얼굴로 알 수 없는 알약을 입에 털어 넣는다.

    “다 버려.”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니에요.”

    “약쟁이가 주는 약을 먹는 건 쉬운 일이고?”

    “약 자체는 멀쩡하니까요.”

    남자가 여자를 경멸스럽게 쳐다본다.

    “왜? 왜 그렇게 쳐다보죠?”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으니까?”

    “나도 속이 터진다고요.”

    남자의 경멸스러운 눈에 항변하는 여자, 남자는 여전히 마음에 들지 않는다.

    “왜들 그래? 왜 그러는 거야? 최강훈이가 누군지 몰라? 작년에 사고 벌써들 잊은 거야?”

    “알죠. 알다마다요.”

    “그런데 왜 그래?”

    “그 개싸가지 최강훈이 바뀌었어요.”

    “뭐?”

    “최강훈이 친절하고 깊이 있는 타격코치가 되었다고요.”

    “우리 동네 도둑고양이가 백두산 호랑이가 됐다고 하는 게 더 믿을 만 하겠다.”

    “그러시던가?”

    “야!”

    “왜!”

    남자와 여자의 눈빛이 허공에서 한바탕 춤을 춘다. 실체가 보이진 않아도 펜싱 경기를 하는 듯 허공에서 펼쳐지는 숨 막히는 승부. 긴 승부 끝에…. 여자의 칼이 남자의 심장을 찌르고 들어간다.

    “윽…. 그래서 그놈이 주는 약을 먹겠다?”

    “벌써 먹였어요.”

    “야! 너 진짜 이따위로 할 거야?”

    “그럼 어쩌라고? 선수 맞춤형 분석을 해주고 개인별로 디자인한 약도 줬다는데 어쩌라고!”

    “넌 단장이 뭐 하는 거야! 그런 거 막으라고 단장에 앉혀놨더니 뭐 하는 거냐고!”

    “그걸 어떻게 막아요! 그렇게 잘하면 네가 하던가! 나도 속이 터지는데 왜 자꾸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여자의 사자후에 남자와 카페 주인이 동시에 움찔하지만 이미 충분한 내성이 생긴 두 남자가 금세 하던 일로 복귀한다.

    “차라리 우리 코치진과 트레이닝 파트를 보강하자.”

    “이미 충분해요. 차고 넘쳐요.”

    “차고 넘치긴! 모자라니까 선수들이 다른 훈련장과 코치를 찾는 거 아니야!”

    혀를 끌끌 차는 여자

    “그런 게 아니고 그 선수들 김소전처럼 되고 싶은 거예요. 외부 강사에게 조금 더 선진적이고 디테일한 야구를 배우고 자기 몸에 딱 맞는 영양제를 먹고 싶은 거라고요.”

    “이미 우리 전력분석팀에서 하고 있잖아? 우리 식당에서 매끼 나오는 반찬만 60가지가 넘어. 취향대로 먹으라고 깔아주는데 부족하다는 거야? 밥 먹고 나면 먹을 영양제부터 보충제까지 손닿는 곳 여기저기 비치해뒀는데?”

    “그런 게 아니라니까!”

    “그럼 뭔데?”

    “팀에서 있으면 결국 랩터스가 원하는 선수로 가다듬어 질 거에요. 선수들 그게 싫은 거라고요. 김소전처럼 자기가 잘해서 팀을 자기에게 맞출 수 있는 팀원이 되고 싶었던 거라고요.”

    “그렇다고 약을 해?”

    여전히 여자를 나쁜 놈 보듯 바라보는 남자

    “약 이래 봐야 질 낮은 건강보조식품 같은 거예요. 그렇게 걱정할 거 없다고요.”

    “어떻게 걱정을 안 해 약 성분이 없어도 이상한 거 먹고 몸 상하는 거 아니야?”

    “어휴. 저 약들이 딱히 몸에 좋은 것도 없지만 대신 딱히 몸에 나쁜 것도 없어요.”

    여전히 여자가 못 미더운 남자

    “그래서 결론은 계속 레슨받고 정체불명의 약을 받아먹게 하겠다?”

    “어차피 시즌 중이라 선수들 몇 번 가지도 못해요. 우선은 더 지켜보려고요.”

    “난 불안하다.”

    “나도 이러기 싫은데 선수들이 원해요.”

    “선수들은 원래 그런 거야.”

    “알아요. 선수들은 눈곱만큼이라도 실력이 늘어날 것 같으면 물불 안 가리는 거 알아요. 그래서 어지간하면 들어주고 싶은 거예요.”

    “최강훈이 모니터링 하려면 힘들 텐데….”

    “내가 돈만 많은 멍청이도 사람 만들고 있는데 그 정도로 힘들다고 할까 봐요. 걱정 마요.”

    * * *

    타자들이 한 시즌을 치르다 보면 수도 없이 타격폼을 바꾸곤 한다. 다른 사람들 눈에는 그게 그거 같아 보일지 몰라도 엄지발가락 위치 이동, 배트를 잡는 손가락 위치 이동 같은 소소한 변화가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잘하겠다는 노력. 그거 다 좋다. 다 좋은데…. 너희들은 좀…. 심하지 않냐?

    - 랩터스와 썬더스가 수원에서 만났습니다. 썬더스의 5할 승부가 달려있는 중요한 경기 지금 시작합니다.

    - 최근 랩터스의 페이스가 좋지 않죠. 그에 반해 썬더스는 마운드의 힘으로 하위권을 탈줄하고 있어요.

    - 그렇습니다. 지난주 썬더스의 팀 평균자책점이 2점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에 반해 랩터스의 타선은 전체적으로 페이스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 지난 시즌부터 보이는 모습인데, 랩터스 타자들 타격 사이클이 크게 왔다 갔다 하죠. 한 시즌을 지나면서 컨디션이 좋을 때도 있고 나쁠 때도 있고 하는 건 당연한데 랩터스는 그 폭이 너무 커요.

    - 아무래도 타선에 젊은 선수들이 많아서 그렇지 않겠습니까?

    - 그렇죠. 어린 선수들이 아직 한 시즌을 온전히 치러내는 노하우가 부족하다고 볼 수 있겠어요.

    “형. 현범이랑 규환이의 타격폼이 비슷해 보이지 않아요? 내 눈이 이상한가? 분명 다른폼인데…. 왜 비슷해 보이지….”

    경기전 프리배팅시간. 오늘도 무식하게 힘으로 공을 날려버린 경준이가 자기 차례를 마치고 나와 짝다리를 집고는 다른 선수들을 감평하기 시작한다.

    자기나 잘할 것이지…. 오지랖은….

    “똑같으니까.”

    “형. 똑같지는 않죠. 현범이는 오픈스탠스, 규환이는 스퀘어로 서는데요. 당장 스탠스부터 다른데 똑같지는 않아요.”

    음…. 어디서 주워들은 건 있어서 아는 척을 하기는….

    “타석에 서는 거야 본인 편한 대로 서면 되지. 준비 자세는 아무 상관이 없다. 타격에 들어가면서부터 메커니즘이 똑같잖아.”

    “그쵸? 똑같죠? 자세가 다른데 왜 똑같지…. 전에는 안 그랬던 것 같은데….”

    얘는 야구 같은 고급 스포츠를 할 게 아니라 어디 산속에서 단순노동이나 시켰으면 딱 맞을 놈인데…. 세상이 너무 좋아졌다.

    “저놈들 요즘 인터렉티브 이모셔녈 베이스볼 아카데미에서 과외받잖아.”

    “인터? 인터 뭐요?”

    “인터렉티브… 아니다…. 됐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최강훈이 레슨장에서 과외받잖아. 그러더니 저 꼴이다.”

    “아…. 그 카운터에 누나가 예쁘다는 레슨장~.”

    고개가 절로 흔들어진다. 지금 카운터 누나가 예쁜 게 중요하냐? 선수들 타격폼이 똑같아졌다는 게 중요하지….

    그건 그렇고 성신이는 그 누나 사진 좀 찍어놓으라니까 왜 안 찍어오는 거야. 경기 끝나고 또 얘기해봐야겠네.

    “형 그런데 저 폼 예쁘지 않아요? 배트 돌리는 것만 보면 그림 같아요.”

    “예쁘지. 예뻐. 폼만 보면 예쁘지.”

    “그렇죠. 저 예쁜 폼을 가지고 왜 못 맞출까요? 형은 근본 없는 타격폼으로도 그렇게 잘 치는데.”

    이…. 이XX가. 지금 무슨 그런 말을. 레그킥을 하면서 중심이동을 하는 타격폼이 얼마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폼인데…. 이 못 배워 먹은 놈 같으니라고….

    “형 쟤들 그냥 둘 거에요? 팀도 그렇고 형도 그렇고 왜 그냥 놔둬요? 쟤들 못 맞추기 시작하면서부터 팀 성적도 떨어지잖아요. 이래도 돼요?”

    되겠냐? 안되지.

    “야구를 잘해보겠다고 이런 방법 저런 방법 찾고 있는데 무작정 못 하게 할 수가 없잖아. 해보고 스스로 안되는 걸 느끼고 와야지. 저 선수들 아직 어리잖아. 시행착오는 지금 많이 해봐야지.”

    “와~ 누가 보면 형 무슨 은퇴할 때 된 할아버지인 줄.”

    이놈아. 내가 은퇴 직전까지 야구 좀 잘해보겠다고 매년 이것저것 시도해봐서 알아. 답도 없이 헤매는 게 얼마나 힘들고 괴로운데…. 넌 내가 업어 키우니까 꿀 빨면서 야구하는거야.

    “진짜 그냥 둬요?”

    “자기들은 폼 예뻐지니까 만족한다잖아. 둬봐야지. 교과서로 열심히 공부만 한 애들이 왜 사회 나와서 깨지는지 해봐야 알지.”

    “형 진짜 나쁘네요. 내 친구들 깨지라고, 기도하고 있었다니…. 와…. 인성….”

    내가 인성이 안 좋았으면 네놈 입부터 꿰맸을 거다.

    - 1회 초부터 랩터스 좋은 기회를 잡고 있습니다. 1번 타자 루카스의 내야안타에 이은 2타자 김소전의 연속안타, 이어서 3번 노경준의 볼넷까지. 순식간에 베이스를 꽉 채운 랩터스. 타석에 4번 타자 성현범 들어옵니다.

    - 랩터스 1,2,3번은 꾸준해요. 기복 없이 출루에 성공하고 있거든요. 문제는 여기부텁니다. 4번 성현범 앞에 밥상이 차려졌는데 언제부턴가 도무지 먹지를 못하고 있어요.

    음…. 최악의 결과다. 무사 만루라니…. 경준이 저 멍청한 놈 땅볼만 쳐도 루카스 발이면 홈에 들어갈 수 있는데…. 볼넷을 골라내다니…. 이거 경기 초반 최대의 위기다.

    - 삼진! 성현범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납니다.

    - 아. 이걸 놓치네요. 오늘 성기현 선수의 구위가 좋아 보이진 않거든요. 이건 쳤어야지요.

    이럴 줄 알았다. 저 겉보기에만 예쁜폼…. 미안하지만…. 현범아 넌 저런 예쁜 폼으로 칠 수가 없어….

    - 성현범 시즌 초반 좋았던 모습을 잃고 최근 성적이 많이 나빠졌습니다.

    - 시즌 중반이 오면서 타격자세가 좀 바꿨죠. 성현범의 장점이라면 직구에 포커스를 맞추고 비슷한 공을 전부 힘으로 걷어내는 건데 컨택에 집중하기 시작하면서부터 파괴력이 줄고 있어요.

    - 그렇다고 타율이 올라간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타율은 더 떨어지고 있습니다.

    - 공을 끝까지 보면서 잡아놓고 치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되고 있어요. 공을 끝까지 보다 보니 타이밍이 너무 뒤에 생기거든요. 성현범이 호쾌하긴 하지만 그렇다고 배트스피드가 아주 빠른 편이 아닌데 빠른공 타이밍을 못 맞춰요.

    - 새로운 타격폼이 안 맞는다는 말씀이시네요

    - 시즌 중에 조금씩 타격폼을 바꾸는 경우는 있지만 이렇게까지 크게 바꾸는 경우는 별로 없는데. 성현범 선수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어요.

    - 양규환! 엉덩이가 빠지면서 건드린 타구 4-6-3! 4-6-3으로 연결되는 더블플레이! 썬더스 1회 초 무사만루 절체절명의 위기를 무실점으로 벗어납니다.

    - 랩터스 아쉽네요. 볼카운트 몰리니까 양규환 선수가 억지로 배트를 가져다 댔어요. 이러면 썬더스 반격의 기회가 생기겠죠.

    음…. 이건…. 아무리 생각해도 감독이 책임져야 한다. 타자들 상태가 저 모양인데. 저놈들을 4번 5번에 박아넣는 생각 없는 감독…. 이래서 감독이 똑똑해야 하거늘….

    그나저나 큰일이네…. 1회부터 이러면…. 오늘 경기 쉽지 않겠는데.

    - 경기 끝! 1위 랩터스를 상대로 주말 3연전의 첫 경기 승리를 가져가는 썬더스! 5위로 올라서면서 중위권 싸움의 불을 붙입니다.

    - 경기 끝! 홈에서 위닝을 확보하는 썬더스! 썬더스의 시즌은 이제 시작입니다.

    - 경기 끝! 1위 랩터스에게 스윕을 선사하는 썬더스! 이번 시즌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랩터스에게 치명상을 안기면서 4위 워호스를 정조준합니다.

    이게 뭐냐… 스윕…. 이럴 수는 없다. 심지어 투수들은 무너지지도 않았는데…. 타자 놈들이 배트 대신 삽만 들고 있다가 세 경기를 내리 내줬다.

    이거…. 문제가 있는데…. 내가 선수들에게 뭐라고 말을 해줘야 하나? 자기들이 물어보지도, 안았는데…. 기술적인 얘기를 하기도 그렇고…. 고민스럽다…. 이게 뭐야….

    * * *

    “감독님. 고생하셨습니다.”

    “고생이라니요. 스윕을 당했는데요. 속이 쓰리네요.”

    원정에서 스윕을 당하고 집으로 올라오는 감독이 차안에서 단장과 통화를 한다.

    “그건 좀 아쉽네요. 안 당할 수 있는 스윕이였는데요.”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안 되네요. 스스로 알을 깨고 나오길 기다리는데…. 기다리는 게 쉽지 않네요.”

    “저희 프로예요. 결과로 라인업 구성해야 하지 않겠어요?”

    “맞는 말이긴 한데. 그게 쉽지 않네요. 우리 선수들 아직 경험이 부족합니다. 이것저것 해보면서 깨져보고 느껴봐야죠. 가능성은 충분한 선수들이니 기다려주고 싶어요.”

    “최강훈이가 만든 작품들이에요. 몸에 배기 전에 끊어내야 해요.”

    단장의 말에 감독이 잠시 침묵의 시간을 갖는다.

    “후…. 단장님도 아시는걸. 우리 선수들은 왜 모를까요. 저런 타격폼은 강훈이 정도 돼야 가능한데…. 하다가 벽을 느끼고 자기 타격폼을 찾기를 바래야죠.”

    “늦어요. 그러다 이것도 저것도 안 될 수도 있어.요”

    “그 정도는 아닙니다. 우리 팀 선수들 지원이 너무 좋으니까 자기가 스스로 생각하는 시간이 부족했어요. 이 선수들 이제야 자기의 야구를 생각하고 있어요. 시간이 필요합니다.”

    “감독은 성적에 책임을 져야 하는 건 아시죠?”

    “물론이죠. 그 정도로 떨어지기 전엔 해결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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