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00억 FA선수가 되다-119화 (119/204)
  • 119화. 조언

    난 야구선순데… 왜 야구 프로그램이 아니라 사회면에 기사가 실리는 것인가.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미국도 끝내기 인터뷰할 때 물뿌리고 그러는데 그게 뭐가 그렇게 잘못됐다고 이렇게 난리인가?

    물론 멍청이들이 물을 쪼금 많이 과하게 뿌리긴 했지만… 그리고 타겟이 루다에게 너무 정확히 날아가서 그렇긴 했지만, 야구장에서 다 그럴 수도 있는 거지. 그리고 내가 다 막았잖아. 루다를 여자로 보는 것도 좀 그렇지만 여자 아나운서한테 물 뿌렸다고 프로야구선수들이 전부 X 쓰레기로 바꾸는 건 좀 아니지 않냐?

    프로야구 전체가 인성 쓰레기로 몰리는 건 뭐. 전체적인 문제니 묻어갈 수나 있지. 그거보다 더 큰 문제는 내가 루다를 끌어안는 사진이 전국에 쫙 퍼졌다.

    어떤 놈이 찍었는지 이달의 사진으로 뽑힌 사진…. 내 앞날에 먹구름이 꼈다. 이번생엔 장가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 창원에서 1위를 노리는 랩터스와 최하위 탈출을 노리는 폭스와의 경기가 시작됩니다.

    사고치고 욕을 처먹은 경준이가 진지해지면서 야구를 다시 시작하자 팀 성적이 올라간다. 여전히 2할 초반의 경준이지만 그전처럼 삼진이나 땅볼이 아니라 외야로 공을 띄워주기는 한다. 그것만 해도 병살이 사라지고 때때로 진루가 생기니 생산성이 좋아진다.

    그래 경준아. 형이 사람답게 치는 건 바라지도 않는다. 식물. 아니 돌덩이만 아니면 돼.

    - 김소전 풀카운트 승부 끝에 이루타를 만들어냅니다.

    - 이번 시즌 이루타머신이네요. 맞으면 이루타에요

    - 김소전선수 지난 시즌보다 장타력이 대폭 좋아졌습니다.

    - 일부 전문가들이 컨택과 장타력이 좋아졌다고 분석하고 있는데 저는 그렇게 보지는 않고요

    - 지난 시즌보다 장타율과 홈럿갯수가 늘었습니다만…….

    - 과정을 봐야 하거든요. 김소전의 타격 메커니즘 자체는 크게 달라진 게 없어요

    - 그럼 어느 부분이 달라졌을까요?

    - 선구안이 좋아졌어요. 정확히는 선구안보다 참을성이 좋아졌다고 해야 할 것 같네요. 이제는 공을 따라다니지 않고 기다립니다. 나쁜 공을 안 때리는 것만으로도 성적이 좋아지고 있어요

    이번 시즌에 성적이 나오니까 점점 좋은 공을 안 주려고 안달이다. 내가 직구에 강하다는 소문이 나서 그런가 때리기 쉬운 직구는 안주고 변화구를 던지는 비율이 높아진다.

    직구를 때려야 반발력이 커져서 공이 쭉쭉 뻗는 데 느린 공이 날아오니 오로지 힘으로 밀어내야 한다. 이제 타이밍 잡아서 맞추는 거까지는 조금 알겠는데 담장을 넘기는 힘이 아쉽다. 겨울에 더 노력해야 한다. 수련에는 끝이 없구나…….

    고작 이루타밖에 못 치고 베이스 위에서 코어 회전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사이 타석에 경준이가 들어온다.

    - 7번까지 떨어졌다 2번에 다시 자리 잡은 노경준. 1회 초 무사 주자 2루에 타석에 들어옵니다.

    - 시즌 초 장타에 대한 욕심에 테이크백 동작이 컸었거든요. 2군에 잠시 다녀오면서 타격폼을 간결하게 수정했어요.

    이제 주자로 나가서 경준이 얼굴만 봐도 저놈의 생각이 읽힌다. 저…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욕망덩어리. 저놈… 저거. 또 큰 거 노린다.

    - 스윙. 크게 돌리는 노경준. 볼과의 차이게 크게 납니다.

    - 자신감 있는 스윙과 무작정 크게 휘두르는 것하고는 달라요. 최근에 좋았던 모습처럼 간결하게 스윙을 돌려야 해요

    저… 저놈…, 그럴 줄 알았다. 한가운데로 공 들어온다고 아무 생각 없이 돌리는 배트. 직구, 스플리터, 포크볼. 죄다 같은 폼에서 나올 수 있다고 그렇게 이야기를 해줘도 못 알아듣는 멍청한 놈.

    폭스의 강영탄 하면 머릿속에 빠른 직구 밖에 들어있는 게 없으니 저따위지. 그러니까 시간 남을 때 쓸데없이 커피책이나 보지 말고 전력분석자료 보라니까 말도 디게 안 들어먹어. 어휴.

    - 2구를 준비하는 강영탄. 포수와 사인을 마치고 셋 포지션에 들어갑니다. 2구. 주자 스타트! 타자는 헛스윙. 송철형포수 3루에서 송구합니다.

    흩날리는 흙먼지. 먼지가 확 올라가곤 난 뒤에야 등 뒤에 태그가 이루어진다.

    - 김소전의 3루 도루! 과감한 도루를 성공시키는 랩터스입니다.

    - 지금 완전히 투수의 타이밍을 뱄었어요. 투수가 2루 주자 견제하는 걸 소홀히 했더니 그 틈을 놓치지 않고 파고드는 김소전이에요. 야구 얄밉게 잘하네요

    슬라이딩하면서 입에 들어온 흙을 퉤퉤 뱉어내고 있는데 3루수가 말을 건다.

    “야구 계속 X같이 할 거야?”

    “선배님 안녕하십니까”

    저 도루별로 안 좋아한다고요. 그래도 어쩌겠어요. 타석에 저 멍청이가 저러고 있으면 뭔가라도 해야지.

    “랩터스 때문에 우리 팀 아직도 바닥이다. 좀 살살해”

    그게 왜 랩터스 때문이에요? 니네 구단주가 우리 팀 수석코치 빼갔다가 승부조작하고 팀이 박살 난 거지. 그래도 그만한 게 다행이에요. 선배는 아직 야구하잖아요. 야구판이 없어질 뻔했다고요

    “열심히 하겠습니다.”

    “열심히 하지 말라고!”

    “열심히 하는 거 말고는 배우질 못해서 잘 모릅니다.”

    “됐다. 네 맘대로 해라”

    “감사합니다.”

    내가 감사하다는 데도 폭스의 3루가 도끼눈을 하고는 째려본다.

    째려보지 마요 나 타이밍 잘 봐서 주루플레이 해야 한단 말이에요. 멍청한 경준이 배트에 걸리면 희생플라이고, 똑딱이 주장 배트에 걸리면 내야땅볼에 홈 파고들어야 한다고요!

    아… 그런데 우리 감독은 홈런 20개도 못 치는 똑딱이를 왜 계속 3번에 쓰는 거야…. 감독이 야구를 몰라요. 야구를… 에효…….

    - 노경준 빗맞은 타구 높이 떴습니다. 1루수와 우익수가 따라갑니다. 파울라인 바깥으로 흘러나가는 공. 아! 우익수 정명훈! 잡아냅니다. 3루 주자 김소전 택업! 노경준의 희생플라이로 선취점을 만들어 내는 랩터스. 1:0 랩터스가 1위 탈환을 위한 시동을 겁니다.

    뭐지? 저걸 왜 잡지? 저기서 잡으면 내 발보다 빠를 거라고 생각했나? 아주 멀리 뻗어나가는 공은 아니지만 1루수가 잡으면 역동작, 정명훈은… 홈에 뿌릴 제구가 없잖아. 무슨 생각인 거냐

    - 우익수 정명훈의 공이 살짝 벗어났습니다.

    - 어깨가 강한 정명훈의 공이 정확히만 왔으면 좋은 승부가 될 뻔했는데 아쉽네요. 그것보다 김소전의 과감성이 돋보인 선취점이었어요. 어깨가 강한 정명훈인데 저 타구에 홈까지 뛰어들었어요.

    “형. 저걸 잡네요. 공 하나만 더 봤으면 큰 거 하나 칠 수 있었는데. 아. 진짜…….”

    에효… 저 머저리…….

    “다행인 줄 알아. 너 삼진 안 당하고 희생플라이 기록된 게 얼마나 다행인데.”

    “다행이라니요. 이제 딱 타이밍 잡고 있었다고요. 다음 공에 타이밍 딱 걸리는 건데. 아. 진짜. 올해 뭐가 안 돼요”

    안된다니…. 너 올해 그따위 타격으로 2할을 하고 있는 게 천지신명님이 도와주시는 거지. 저런 덜떨어진 놈은 우주의 기운이 도와주는데 왜 나는……. 됐다. 그냥 열심히나 하자.

    하위 팀을 상대로 선취점을 언제 뽑아내냐는 굉장히 중요한 일이다. 1회에 꼴등팀을 상대로 선취점을 뽑아내자 폭스가 적극적인 야구를 펼치지 못한다.

    폭스도 나름 1선발 강영탄을 내세웠지만 1회에 준 1점 때문에 결국 6회에 강영탄을 내리고 중간계투가 올라온다.

    - 6회 초. 5이닝 1실점을 한 강영탄 내려가고 박일우가 올라옵니다.

    - 오늘 공 개수가 많지는 않지만 빨리 내렸어요. 로테이션상 일요일에 또 나와야 하거든요. 주말에 재규어스와의 승부를 준비하네요

    팀이 하위권으로 떨어지면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 우리 팀 에이스가 나왔어도 승기를 잡고 가지 못하면 과감하게 승리 조를 쓰지 못하고 아껴야 한다. 그래서 가뭄에 콩 나듯 이기는 경기에 쏟아부어 1승이라도 챙겨야 한다.

    그러다 보면 지는 경기는 정말 아무것도 못 하고 헌납을 하게 되고, 그 경기를 본 팬들은 주전들의 컨디션 관리를 위해 나온 백업선수들을 욕하며 집에 돌아간다.

    연봉 값 못하는 주전들의 욕을 대신 받는 초 저연봉의 몸 빵 선수들. 딱 자기 연봉만큼씩의 역할을 해주는데 팀의 미래가 없느니, 나이 먹고 자리만 꿰차는 철밥통이라는 소리를 들으면 경기에 나가야 한다.

    슬픔과 설움. 그런데도 할 줄 아는 게 야구밖에 없으니 해야 하는 프로선수. 그 설움 안 해본 사람은 모른다.

    - 오늘 2타수 1안타. 도루 1개를 기록한 김소전 선두타자로 다시 나왔습니다.

    - 요즘 컨디션 좋은 게 보이죠. 두 번째 타석도 잘 맞은 타구가 야수 정면으로 향하면서 잡혔어요

    - 그러고 보면 아주 잘 맞은 타구들은 야수 정면으로 향하는 것 같습니다.

    - 당연하지요. 잘 맞은 타구, 공이 가장 많이 오는 곳에 야수들이 서 있는 것이거든요. 김소전. 리그에서 배트 중심에 공을 가장 잘 맞히는 타자 중 하나에요

    폭스의 투수교체. 나온 투수는 박일우. 좋게 말하면 추격조. 쉽게 얘기해서 패전처리. 팀의 에이스가 나온 경기 다음 투수가 패전처리…. 팀이 상위권이면 이런 게 장점이다.

    - 김소전 가볍게 때려냅니다. 우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 다시 한번 선두타자가 출루에 성공하는 랩터스. 추가점을 내기 위한 준비를 시작합니다.

    타격에 망설임이 없어야 하는데 망설였다. 애매하게 몸쪽 높이 들어오는공. 칠까 말까 고민하다 공이 눈에 너무 보여 잡아당겼다.

    절대 좋은 타구가 나올 수 없는 코스인데. 공이 마지막에 회전이 덜 걸렸는지 2루수 키를 넘어 우익수 앞에 톡 떨어진다.

    재수. 이렇게 되는 날은 또 돼야지. 감사합니다.

    “안녕하십니까”

    아. 너 아까 대타로 들어왔지

    “오랜만이다. 잘 지내지”

    국가대표에서 만났던 상훈이가 1루에 들어와 있다. U-24 국대에서도 우익수로 뛰던 상훈인데… 팀이 급하다 보니 1루 알바로 나왔다. 수비를 못 해서 외야에서도 우익수로 뛰는 상훈이를 1루로 쓸 정도로 급한 폭스… 팀도, 선수도 안쓰럽다.

    “그래도 경기 나오니까 좋습니다.”

    “좋으면 잘해야지”

    “잘하겠습니다.”

    “말만 하지 말고 잘해야지”

    “네… 형.”

    내가 못 한다고 구박 좀 했다고 금방 의기소침해지는 상훈이. 저놈 나중에 큰 선수가 돼야 하는 데 이리 소심해서야!

    “너 아까 삼진당할 때 왜 쳐다만 보고 있었어?”

    “네?”

    “너 삼진당할 때 왜 쳐다만 보고 있었냐고!”

    묻는 말에 대답도 못 하고 미안한 표정을 짓는 상훈이……. 보기 싫네. 지가 왜 그랬는지 자신감도 없다니. 넌 이러면 안 된다. 네놈 재능은 그러면 안 되는 재능이다.

    “상훈아. 너 김호영 선배 공 이길 수 있냐?”

    내가 묻는 말에 딱히 대답을 못 하는 상훈이.

    “상훈아. 야구는 말이야. 저렇게 하는 거야. 쟤 잘 봐봐”

    - 노경준! 크다! 크다! 크다! 담장 넘어갑니다! 전 타석의 부진을 씻어내는 큰 타구! 지난 시즌 신인왕이 돌아왔습니다.

    “상훈아. 이래도 못 치고 저래도 못 치면 저런 맛이라도 있어야지. 너도 할 수 있어”

    경준이의 배트가 돌아가는 순간 1루 커버 들어왔다 빠지는 상훈이에게 한마디를 던지면서 베이스를 돌았다.

    전에는 아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사는데 귀찮은 게 없었는데 이제는 아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챙기려니 힘드네.

    - 어제오늘 연패를 당한 폭스가 스윕을 피하기 위해선 오늘 경기를 잡아야 합니다.

    - 하위권으로 쳐져있다고 쉽게 포기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 돼요. 이기는 경기를 해야 합니다.

    선발 로테이션이 좋지는 않지만, 연승도 했겠다 상대 팀의 사기도 떨어져 있겠다. 이럴 때 눌러놔야 시즌이 편안해진다.

    다들 이기기 위해 달려드는 경기. 쉽게 이겨야 하는데 생각만큼 쉽지 않다.

    - 1루수 주상훈! 주상훈의 글러브에 빨려 들어갑니다.

    - 누가 주상훈선수 수비가 안 좋다고 했죠? 전문 1루수같은 모습을 보여주네요

    저. 이틀 동안 뭐 한 거 없던 애가 갑자기 오늘 왜 개과천선한 거야

    - 8회 말 2사 1, 2루 4:4동점. 타석에 오늘 물오른 타격감을 보여주는 주상훈입니다.

    - 선수들이 되는 날이 있는데 오늘 주상훈 선수 되는 날이에요

    - 주상훈 타격! 중견수 키를 넘어가는 타구. 2루 주자! 1루 주자까지 불러들이는 주상훈입니다!

    아… 졌다. 쟤 오늘 왜 저래…….

    - 경기 끝. 폭스가 2점을 지켜내며 선두 랩터스를 잡아냅니다.

    - 오늘 폭스의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어요. 이렇게만 경기하면 해볼 만하거든요

    - 오늘의 수훈선수. 폭스의 미래에서 현재가 된 선수 주상훈선수를 만나보겠습니다.

    - 주상훈 선수. 오늘 경기 소감 말씀해주시죠

    “팀 승리에 보탬이 될 수 있어서 다행입니다.”

    …….

    - 지난 경기에서 조금 아쉬운 모습이 있었는데 오늘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셨습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을까요?

    “김소전 선배가 자신감 있게 하라고 조언해주셔서 자신감을 가지게 됐습니다. 소전이형 감사합니다.”

    경기가 져서 그랬는지 오늘도 랩터스 홈페이지 서버가 트래픽과다로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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