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3화 (23/24)

에필로그 

3장 : 민구와 다솜 1.

사건이 일단락 되었다.

형사들이 나에게 협조를 요청해 증인으로서 증언을 했다.

물론 나는 법정에 직접 가지는 못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나는 꽤 많이 다쳐 있었다.

왼손에는 칼이 박혀 있었고, 온 몸을 난타 당했다.

사건이 일단락 된 후에도 나는 그저 병실에 있었다.

가족도 없이 혼자 있을 거라고 생각한 내 생각과는 다르게, 의외로 많은 분들이 문병을 와주셨다.

김철씨는 물론이고, 형우와 지연. 그리고 호구 아저씨와 호구 아저씨의 부인이 될 예정인 수빈이와 그녀의 친구들 까지.

그 중에서 가장 의외는 당연하게도 내가 도움을 주지 못했었던 그녀들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녀들이 왔을때 꽤나 미안했다.

김판석의 강간과 폭행에서 나는 그녀들을 더 일찍 구해줄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움직이지 못했고, 그 결과 더 많은 여자들이. 그리고 그녀들이 더 긴 고통을 당했다.

하지만 지연과 다른 여자들은 그저 내게 고맙다고 말했고.

나는 미안하고 말했다.

용서해 달라고 말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그녀들은 나를 용서해 주었다.

약 2달에 가까운 기간 동안.

다솜 양은 날 찾아오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리 실망하지는 않았다.

나는 그녀를 결국 구할 수도 없었다.

그녀는 결국 강간을 당했고... 나는 그녀를 구할 수 없었다.

찾아오지 않는게 더 나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래도 약간의 서운한 맘이 든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 서운함도 미안함에 가려져 그리 신경쓰이지 않았다.

"이제 좀 괜찮아?"

형우가 물었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이제 괜찮아."

몇 개월이 흐르고 나는 드디어 퇴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물론 내 몸이 완벽하게 치유된 것은 아니었다.

몸은 괜찮았지만, 왼손에는 큰 흉터가 남겨졌고, 왼손에는 힘이 잘 들어가지 않았다.

가벼운 물건은 괜찮지만, 무거운 물건을 들 수 없었고 더불어 손도 조금씩 떨렸다.

"그래도 이만하기를 다행이지."

내가 그렇게 말하며 웃자 형우가 약간은 미안한 듯 보였다.

"미안하다."

아니나 다를까 형우가 그렇게 말한다.

"미안하기는 임마. 지연이도 엄청 힘들었다며?"

나는 그렇게 말하며 옷을 가라 입고 형우에 어깨에 손을 얹고 함께 나갔다.

"그런데 그 여자애는 또 안 왔어?"

"응?"

형우의 물음에 내가 모르겠다는 시선으로 바라보자 형우가 말했다.

"박다솜이라는 여자애 말야. 안 왔냐고?"

"안왔지."

나는 그렇게 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안 오는게 더 좋을 지도 몰라. 그 애도 힘들 꺼 아냐."

나는 약간의 씁쓸함을 담아서 이야기 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형우가 고개를 저었다.

"그 다음에는 한번도 안왔다고?"

"그 다음에?"

내가 묻자 형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너 7일동안 정신 못 차리고 있을때 왔었어."

"저, 정말?"

형우가 고개를 끄덕인다.

형우의 말로는 다솜양이 약 일주일의 기간동안 날 찾아왔다는 것이다.

그것도 밤새 간호하면서 말이다.

나는 그 말에 약간 놀랐다.

"그래서 아마도 올꺼라고 생각했는데..."

형우와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병원 밖으로 나왔는데, 형우가 갑자기 말을 끊고 나를 툭툭 쳤다.

나는 형우를 바라보다가 형우가 앞을 가리켜 그 쪽을 바라보았다.

거기에 박 다솜양이 서 있었다.

나는 순간, 말을 잃었고 형우는 그런 나를 바라보더니 피식 웃고는

"잘 해봐 임마."

하고 먼저 앞으로 가서 박다솜양에게 인사를 건냈다.

박다솜양도 뭐라고 인사를 건냈고, 형우는 고개를 끄덕이고 옆으로 떠 났다.

나는 뻘쭘하게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리고 내 앞으로 그녀가 다가왔다.

가까이 다가온 그녀에게서 부드러운, 달콤한 향기가 느껴진다.

그녀가 날 바라보고 약간은 수줍게 웃으며 물었다.

"몸은 괜찮으세요?"

"아, 예?"

나는 되물었고, 그녀는 나의 어벙한 모습에 살며시 미소지으며 다시 말해싿.

"몸은 괜찮으세요?"

"아- 괘, 괜찮습니다."

"정말요?"

하면서 그녀가 고개를 약간 숙이자,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옆으로 쏟아진다.

그리고 그녀가 그걸 알고 손으로 귀 뒤쪽으로 머리카락을 넘긴다.

섬새한 손놀림과 더불어 그녀의 목선과 귀가 보인다.

나는 그런 그녀의 동작을 하나씩 바라보며 움직이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저기, 아저씨. 혹시 시간 괜찮으시면 제가 밥 한끼 사도 될까요?"

그녀가 물었다.

"아, 괘, 괜찮아요."

나는 괜히 부담주는 것 같아 그렇게 말했는데 그녀가 날 바라보며

"싫으세요?"

라고 물었고,

"아, 아니요. 싫기는요! 조, 좋아요!"

나는 어벙하게 또 말한다.

그녀가 약간 방긋 웃으며 말했다.

"그럼 저랑 같이 가요."

하고 나와 함께 자신의 차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녀와 함께 온 음식점은 꽤 좋아 보이는 양식집이었는데,

나는 솔직히 이런 곳이 처음이라 뭘 시켜야 할 지 몰랐고, 그녀는 그런 내 모습을 어느 정도 눈치를 챘는지 뭐가 맛있다고 하며 설명해 주었고, 나는 그녀가 맛있다고 말한 음식을 시켰다.

종업원이 다솜양을 끈적하게 바라보고 지나간다.

그리고 아마도 그 시선은 나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부드럽고 청순해 보이는 스타일의 그녀의 미모는, 지나가는 사람들이 돌아볼 정도였다.

내가 생각하기에는 청순함으로는 대학 5명의 미녀들 중에서 최고인 것 같았다.

그녀는 내가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자, 약간 얼굴을 붉히며,

"저, 이상한가요?"

라고 물었고, 나는 그녀를 넉 놓고 바라보고 있다가 그녀가 말해서 당황하며

"예?"

라고 되물었다.

"저... 신경 많이 쓴 건데..."

그녀는 자신의 의상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는 청초해 보이는 원피스를 입고 있었는데 그녀의 청순한 이미지와 너무나 잘 어울렸고, 지금 보니, 머리와 화장에도 신경 쓴 모양이었다.

"아니요! 예, 예뻐요."

나는 그렇게 말하며 호들갑을 떤다.

내가 봐도 내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그녀는 패시시 웃는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녀의 웃음을 바라본다.

음식이 나오고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물론 이야기 중에 김판석 일당에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녀와 함께 있는 이 시간이너무나 행복하다.

물론 그녀가 겪은 일들은 끔찍한 일들이지만, 그래도... 나는 이 시간이 행복할 뿐이었다.

그리고 음식을 다 먹고 다시 그녀의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그녀는 나를 집으로 대려다 주었다.

그리고 나는 몇 달만에 우리 집으로 되돌아왔다.

"고맙습니다. 다솜양."

"아니요... 괜찮아요."

그녀가 그렇게 말한다.

나는 어물쩡하게 차에서 내린다.

뭔가 들어가서 차라도 한잔 하자고 이야기 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용기가 나지 않는다.

거기다가 집에 몇 달간 들어가지 않아서 지저분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차에서 내려 그녀에게 인사한다.

"조심해서 들어가세요."

"아... 예."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는 약간 아쉬워 하면서 뒤 도는데, 갑자기 문을 닫는 소리가 들려 뒤돌아 보니,

다솜양이 차에서 내려 나에게 다가와서는 조심스럽게 입을 연다.

"저, 저기...요..."

"예?"

내가 묻자 그녀가 말한다.

"아, 아니요. 그... 그러니까."

그녀가 그렇게 말하다가

"아, 아니에요. 아, 안녕히 들어가세요."

라고 말하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내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가 놀라며 나를 바라본다.

나는 용기를 내서 말한다.

"차, 차라도 하실래요?"

나는 용기를 가지고 말했지만, 그녀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이다가.

문득 그녀가 말이 없어 고개를 든다.

그러자 내가 본 것은 환하게 웃고 있는 다솜양의 얼굴이었다.

그녀는 기쁜 듯 환하게 웃으며

"좋아요!"

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그녀의 미소를 보고 나도 모르게 그녀의 팔을 잡아 당기며 그녀를 껴안아 버렸다.

순간, 그녀가 놀라서 몸이 굳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화들짝 놀라며 그녀를 놔 주며

"죄, 죄송합니다. 다, 다솜양... 미, 미안해요!"

라고 말했는데,

그녀는 순간 놀란 표정으로 날 바라보다가 미소지으며 날 껴안았다.

그녀가 내 목을 감싸고 안기자, 그녀의 머리카락에서 향기로운 향이 느껴지고,

그녀의 가슴이 내 가슴에 닿는다.

그녀는 그 상태에서 물었다.

"아저씨 저 좋아해요?"

나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때 그녀가 내 목쪽에 얼굴을 묻으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묻는다.

"저 강간당했어요... 저... 더럽죠?"

라고 말하는 순간, 나는 그녀의 몸을 끌어 안는다.

그리고 손을 올려 그녀의 뒷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한다.

"아니."

그리고 내가 말한다.

"나야 말로... 미안해."

"아니에요... 제가 그때 말 들었어야 했는데..."

그녀는 날 껴안고 그렇게 말한다.

"저 정말 좋아요?"

"응."

"더러운데요?"

"아니야!"

약간 말이 강하게 나간다.

그녀는 그 반응에 내 목에서 얼굴을 들고 날 바라본다.

우는 얼굴의 그녀는 입가에는 미소가 가득하다.

그리고 살짝 발을 들어올리고 내 입술에 키스한다.

나 역시 그녀의 입술에 키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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