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전단 1941-29화 (29/464)

# 29

29화 미루고 싶었던 조우 (2)

2차 대전을 통해 재미 한국인에 대한 미국인들, 특히 주류 백인 계층의 시선이 좋아지면서 재미한국인들은 다른 아시아계 미국인 집단보다 빠르게 미국 중산계층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국계 미국인들의 사회적 구심점 역할을 하던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미국 정가에도 소수의 몇을 제외하고는 쉽게 뿌리를 박을 수 있었다.

그 제외된 소수의 대표격인 인물은 바로 리숭민이었다.

- 2005년. 2차 대전 종전 60주년 특집 BBC 다큐멘터리.

‘2차 대전 음모론의 총아, 대한민국 해군 9전단’의 5화 ‘대격변’의 내레이션 한 토막.

*    *    *

한동안 백악관에서 두문불출하던 류 중령이 외출을 할 것이라는 정보를 접한 리숭민은 부지런히 움직였다. 일찌감치 류 중령의 단골 레스토랑 앞에 도착한 리숭민은 류 중령이 보이자마자 사람 좋은 미소를 지으며 류 중령을 불렀다.

“류 중령! 이거 오랜만이오! 그동안 잘 지냈소 ”

“아… 예, 반갑습니다.”

여전히 떨떠름한 기색을 보이며 류 중령이 아는 체를 하자 리승민은 류 중령의 옆으로 바싹 다가갔다.

“이렇게 류 중령을 만나다니 참으로 하나님께 감사를 해야겠소이다. 내 이번에 류 중령에게 소개를 해줄 이들이 있소이다. 다들 조국의 독립에 일생을 건 이들이지. 잠시 자리를 옮기는 것이 어떻소 ”

“그 분들을 이 자리로 부르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

류 중령을 한인동지회로 데리고 가려던 리숭민은 난데없이 끼어드는 목소리에 눈살을 찌푸렸다.

“댁은 뉘신가 ”

졸지에 불청객이 되어버린 정 수석팀장은 싱글싱글 웃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정길수라고 합니다. 대한민국 9전단과 함께하고 있는 민간인들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그런가 만나서 반갑네. 하지만 자네가 끼어들 자리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만 ”

리숭민의 말과 동시에 험악한 인상을 가진 청년들이 앞으로 나섰다. 순식간에 분위기가 험악해졌지만 정 수석팀장은 여전히 싱글싱글 웃으면서 리숭민을 바라봤다.

“그렇습니까 저는 확실히 끼어들어도 될 자리라고 생각합니다만 ”

말과 동시에 정 수석팀장이 가볍게 손짓을 했고, 그때까지 전혀 존재감이 없던 벌레와 빨갱이가 정 수석팀장의 옆자리에 서서 청년들과 리숭민을 노려봤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은 팽팽한 분위기 속에 정 수석팀장은 리승민에게 말을 걸었다.

“아! 제 설명이 조금 부족했군요! 제9전단과 미국 행정부 사이의 의견조율을 담당하고 있는 정길수라고 합니다. 지금 미국으로 오고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대표해 미국 행정부와 렌드리스와 관련된 제반 조건들을 협의하고 있습니다.”

“렌, 렌드리스라고 임시정부가 오고 있다 ”

리숭민은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고, 정 수석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미국 행정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한반도의 유일한 정부로 인정을 했고, 이는 미국의 상하원도 동의를 했습니다. 그리고 연합국의 일원으로 자격을 인정받았고, 렌드리스를 받을 수 있는 자격도 확보했습니다. 이 모든 것을 임시정부를 대표해 바로 저! 정길수와 대한민국 해군 9전단의 지휘관 고재환 제독께서 이뤄냈습니다. 이 모든 과정들이 1월 27일에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이후 이뤄진 것입니다. 그렇게 결과를 만들고 나니 참으로 궁금해지더군요. 미국에 오신 이후 진주만 공습이 있기까지 그동안 리 선생께서는 무엇을 하셨는지 설명을 해주시겠습니까 저는 선생님을 좋은 자리로 모셔서 설명을 들을 용의가 충분합니다만 ”

“나, 나는….”

심리적 공황에 빠진 리승민이 대답을 못하고 허우적대는 모습을 본 정 수석팀장은 쐐기를 박아 넣었다.

“조만간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요인들과 광복군, 그리고 독립지사들께서 이 미국에 오실 겁니다. 저는 그분들에게 리 선생님에 대한 ‘공정하고 엄정한’ 평가를 요청할 것입니다. 그러니 그 때까지 리 ‘선생’, 모~옴 건강히 계시기 바랍니다. 류 중령, 들어가시죠.”

대놓고 쏴버린 비난과 경고에 리숭민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작게 코웃음을 치며 몸을 돌린 정 수석팀장은 마찬가지로 얼음덩어리가 되어버린 류 중령을 채근했다. 정 수석팀장의 채근에 류 중령은 넋이 나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응 예, 그러죠.”

입구에 들어서기 직전 있었던 한바탕의 설전으로 인해 아예 저 멀리 달아났던 류 중령의 넋이 돌아온 것은 전채요리가 나올 무렵이었다.

“어이, 노안 정 선생. 괜찮겠냐 그러다 길거리 한복판에서 총 맞아 죽을지도 모른다.”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벌레가 주의를 주자 옆에 앉았던 빨갱이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벌레 말이 맞다. 여기는 우리가 살던 때의 서울이 아냐. 끽해야 가스통 들고 설치거나 계란이나 집어던지는 때가 아니라고. 해방정국 배경의 드라마 안 봤냐 수틀리면 사방에서 권총이 튀어나오던 시대란 말이다.”

벌레가 빨갱이가 주의를 줬지만 정 수석팀장은 별 것 아니라는 표정을 지었다.

“제 아무리 미친놈들이라도 해방정국의 서울도 아닌 워싱턴 한복판에서 총질을 하겠냐 ”

“샌프란시스코나 뉴욕, 호놀룰루면 어떻게 할 건데 ”

“흐음….”

빨갱이의 지적에 정 수석팀장은 그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듯 팔짱을 끼고 생각에 잠겼다. 그 모습에 벌레와 빨갱이는 가지고 있던 007가방을 류 중령과 정 수석팀장에게 내밀었다.

“방탄조끼다. 양복 속에 입어도 티가 안 나는 디자인이야. 권총탄까지는 막아준다. 류 중령도 보험 하나 들었다 생각하시고 꼭 입고 다니시고.”

“이건 또 어디서 난 거냐 ”

“PMC 활동할 때 고객들에게 입힌 거다. 아프리카 치안이 좀 험악했어야지. 의뢰주가 ‘진짜’ 사업가여서 ‘진짜’ 비즈니스 상담만 하는데도 목숨 걸고 다녀야 했다.”

“잘 쓰마.”

“아까처럼 총 맞고 다닐 일은 제발 벌이지 마라.”

“잘 쓰겠네.”

벌레의 설명에 정 수석팀장과 류 중령은 냉큼 007 가방을 받아들었다.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류 중령이 건넨 감사의 말에 그 답지 않게 예의바르게 대답한 벌레가 정 수석팀장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나하고 빨갱이가 교대로 호위할 테니까 화장실 가서 얼른 껴입고 오십쇼. 우선 류 중령부터.”

“그러지요.”

방탄조끼를 껴입은 류 중령과 정 수석팀장이 다시 자리에 앉자 벌레와 빨갱이는 본격적으로 정 수석팀장을 쪼아댔다.

“이봐. 노안 정 선생. 오늘 점심 잘못 먹었니 왜 갑자기 사태 험악하게 만들어 ”

“그러게 말이야. 지난번에 공개토론에서는 임시정부를 이용해 점진적인 배제를 하기로 하지 않았었어 오늘 보니까, 아주 면전에서 갈아버리더라 ”

느긋하게 포도주까지 비운 정 수석팀장은 이유를 설명했다.

“같잖게 놀잖아. 갑질을 하려면 좀 세련되게 해야지. 어깨들 죽 불러 세워놓고 갑질을 하고 있으니 무슨 쌍팔년도도 아니고….”

“지금 쌍팔년도 맞아.”

“아니, 쌍팔년도보다 더 옛날이지….”

정 수석팀장의 대답을 들은 벌레와 빨갱이가 딴죽을 걸었고, 류 중령도 고개를 끄덕였다. 정 수석팀장은 다시 채워진 포도주잔을 들며 말을 이었다.

“내가 S그룹 본사 심장부에 있을 때 느낀 게 뭔지 아냐 눈치가 있어야 갑질도 제대로 하는 법이야. 그런데 우리의 리 선생, 그 눈치가 없더라. 조만간 임정이 도착하면 그 즉시 칼질해야겠어.”

“단단히 마음먹었나 보네….”

정 수석팀장의 말을 들은 벌레는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한편, 옆에서 조용히 정 수석팀장의 말을 듣고 있던 류 중령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나도 리숭민이 마음에 드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독립 운동가인데 너무 괄시하는 것 아닌가 ”

류 중령의 말에 정 수석팀장은 고개를 저었다.

“까놓고 말해서요. 1942년 지금 한반도에 사는 이들 가운데 리숭민 아는 이들이 몇이나 될 것 같습니까 범부 김백 선생은 아는 사람들이 있어도 리숭민 아는 사람들은 거의 없을 걸요 임정 오면 바로 치워버려야 여러모로 편해집니다.”

독기가 펄펄 뿜어져 나오는 정 수석팀장의 발언에 벌레와 빨갱이는 조용히 속삭였다.

“애들 좀 불러서 옆에 세워놔야겠다.”

“나도 그 생각했어.”

열이 올라 거칠어진 숨을 정리하던 정 수석팀장은 수군거리던 벌레와 빨갱이를 불렀다.

“거기 역적모의 그만하고 나 좀 도와줘야겠다.”

“도움 ”

*    *    *

워싱턴. FBI사무국.

늦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FBI사무국은 사무실마다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었다.

“Mr.정과 Mr.류의 오늘 행적입니다.”

“그래 ”

부하 직원이 가지고 온 보고서를 읽어 나가던 후버 국장의 눈길은 ‘리숭민’이라는 단어에 멈춰 섰다.

“리숭민 ”

“재미 한국인 사회에서 활동하는 독립운동가입니다. 여기 사찰보고서입니다.”

리숭민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을 한 부하는 관련 서류철을 후버 국장에게 내밀었다.

“흐음… 재미한인사회의 절반 정도를 좌지우지한다 권력욕이 강하고, 개신교도에 반공산주의자라… 흐음….”

서류철을 내려놓은 후버 국장은 콧소리를 내며 생각에 잠겼다. 잠시 생각에 잠겨있던 후버 국장은 결론을 내렸다.

“나로서는 저 9전단의 인물들이 불안했는데 잘 됐군. 이용할 가치가 있겠어. 이 리숭민이라는 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조사해봐.”

“알겠습니다.”

*    *    *

정 수석팀장 일행과 리승민의 충돌이 있고 보름 후, 후버 국장은 예상도 못한 손님을 맞이했다.

“국장님. 샌프란시스코의 Mr.정이 국장님과의 면담을 요청했습니다. 지금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어떻게 할까요 ”

일본계 미국인들의 수용시설 이주 근황에 관한 보고서를 살피던 후버 국장은 정 수석팀장이 찾아왔다는 소리에 서류를 덮었다.

“안으로 모시도록.”

“알겠습니다.”

보좌관이 나가고 잠시 후, 정 수석팀장이 들어서자 후버 국장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반갑게 맞이했다.

“FBI방문을 환영합니다. 국장 에드가 후버요.”

“처음 뵙겠습니다. 정길수라고 합니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대한민국 해군 9전단과 민간인들을 대표하고 있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자 이쪽으로.”

상견례를 하고 악수를 교환한 후버 국장은 정 수석팀장에게 자리를 권했다. 테이블 맞은편 소파에 앉은 후버 국장은 느긋한 얼굴로 정 수석팀장을 바라봤다.

“그래. 여기는 무슨 일이신지 ”

“다름이 아니라 국장님과 우리 쪽의 공통된 관심사에 대해 협의를 가졌으면 해서 왔습니다.”

“공통 관심사 ”

“정확히 말하자면 한 사람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으면 합니다. 리숭민이라고 잘 아실 거라고 생각됩니다만 ”

“‘Japan inside out'의 저자를 말하는 것인가요 한국의 독립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라는 것까지만 알고 있습니다.”

후버 국장의 대답에 정 수석팀장은 옆에 내려놓은 서류가방에서 태블릿을 꺼내 한 남자의 사진을 스크린에 띄워 후버 국장에게 내밀었다.

“요즘 리숭민과 자주 접촉을 하는 남자인데 누구인지 아시겠습니까 ”

“모르겠소만 ”

“그렇습니까 그럴 수도 있겠군요. 이 워싱턴의 FBI 본부만 해도 직원들이 한둘이 아니니까 말이지요.”

정 수석팀장의 말에 후버 국장의 표정이 날카로워졌다. 날카로워진 표정만큼이나 날카로워진 목소리로 후버 국장은 정 수석팀장에게 따지고 들기 시작했다.

“Mr.정. 당신,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 잘 알고 있는 겁니까 ”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래요 Mr.정, 당신은 지금 FBI가 민간인을 대상으로 공작을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겁니다. 내가 그 말을 토대로 백악관에 보고를 하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모르는 건 아니겠지요 ”

“잘 알고 있지요. 저는 단지 국장님이 주의를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제가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맥아더 장군이나 하트 제독의 보고서에 9전단과 9전단에 동승한 이들이 모두 미래에서 왔다는 것을 기록했을 겁니다. 맞지요 ”

“…맞소.”

“그럼 그 미래인들인 우리가 리숭민을 배격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지 않을까요 ”

“그래서 ”

“그리고 리숭민을 배제하는 것이 한국과 미국의 공동이익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생각해 보실 수 있지 않을까요 ”

정 수석팀장이 ‘양국의 공동이익’을 언급하자 후버 국장의 얼굴에 호기심이 감돌기 시작했다.

“리숭민을 배제하는 것이 공동의 이익이라는 합리적인 이유가 있습니까 ”

“리숭민은 미국과 한국의 통치이념을 무시하는 이입니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독재자. 조금 길게 설명하자면 대한제국의 새로운 황제가 되기를 원하는 것이지요.”

“황제 ”

'King'도 아닌 ‘Emperor'라는 단어가 나오자 잠시 멈칫하던 후버 국장은 피식 웃으며 검지를 좌우로 까딱거렸다.

“No. No. No. Mr.정이 방금 말한 이유는 합리적이지가 않아요. 한국과 미국의 통치이념이 다르다는 점이 두 나라가 공동의 이익추구를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가 없어요. 국제정치를 모르시지는 않겠지요 ”

“그 지적은 맞습니다. 제가 가장 처음 말씀드린 전제가 없다면 말이지요.”

“전제 ”

“9전단과 우리가 미래에서 왔다는 것 말입니다.”

“그 전제는 잊지 않았소. 오히려 나는 Mr.정이 지금 현재를 너무 간과하고 있다고 보오.”

“제가 간과하는 점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

“그렇소. Mr.정과 Admiral 고, 그리고 여러분들의 일행들은 극히 소수이며 아는 이들도 극히 적다는 점입니다. 내 말 무슨 뜻인지 잘 아시겠지요 ”

“우리가 미래를 알고 있는데도 말입니까 ”

“여러분들에게는 과거의 역사겠지만, 우리에게는 현재고 아직은 알 수 없는 앞으로의 미래요. ‘자칭 미래에서 왔다는 몇몇’이 말했다고 정책을 바꾸거나 새로 만드는 국가지도자들을 국민들이 신뢰할 것이라고 봅니까 미안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현재’ 한국계 미국인들의 ‘지도자’를 단지 ‘미래’에서 온 몇몇의 말만 믿고 관계설정을 바꾸는 모험을 하고 싶지 않소.”

“그 말씀… 인정할 수밖에 없군요. 알겠습니다.”

자신의 패배를 인정한 정 수석팀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버 국장의 집무실을 나가기 직전 정 수석팀장은 슬쩍 밑밥을 던졌다.

“제가 국장님께 리숭민의 배제가 양국의 공동이익이라고 말씀드린 것은 단순히 리숭민이 독재자이기 때문은 아닙니다. 이번 전쟁이 끝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발생할 또 다른 전쟁과 그 전쟁에서 죽어나갈 젊은 미국 청년들의 희생을 막기 위해서입니다.”

“또 다른 전쟁 ”

“이 부분은 헐 국무장관님과도 이야기가 되어야 하는 부분이니 그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때 뵙도록 하겠습니다.”

가벼운 목례로 작별인사를 한 정 수석팀장은 후버 국장의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닫힌 문을 바라보던 후버 국장은 데스크로 돌아가 한쪽으로 치워놨던 서류철을 다시 펼쳐 들었다. 하지만 잠시 후, 후버 국장은 신경질적으로 서류를 덮어 한쪽으로 치우고는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리숭민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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