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전단 1941-25화 (25/464)

# 25

25화 밀당… 그리고 공밀레, 공밀레… (4)

지상전 장비에 대한 간단한 시연이 있은 다음, 정 수석팀장과 그의 기획팀으로 구성이 된 한국 대표들과 맥네어 준장 일행과 트루먼 일행은 회의실로 자리를 옮겼다.

다들 정해진 자리에 앉자 정 수석팀장이 급조된 직책명과 함께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대한민국 전시행정 정책 담당 수석 정길수라고 합니다. 만나게 되어 반갑습니다.”

“미 상원 국방사문위원회 위원장 해리 S.트루먼이오. 만나서 반갑소.”

짧은 상견례가 오가고 바로 회의가 시작되었다. 약간의 긴장감이 섞였지만 밝은 분위기의 한국 대표들과는 달리 트루먼 쪽은 잔뜩 흐림이었고, K-1전차를 보고 온 맥네어 준장 쪽은 한발 더 나아가 폭풍우가 치기 일보직전이었다.

병기부에 폭풍우가 예상되는 가운데 먼저 입을 연 것은 트루먼이었다.

“마셜 장군을 통해서 여러분들이 만나기를 원한다고 들었습니다.”

“예. 앞으로의 전쟁에 있어서 귀국과 우리 대한민국과의 효율적인 협력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정 수석팀장의 대답에 트루먼은 미심쩍은 표정으로 정 수석팀장을 바라봤다.

“미국과 대한민국의 협력이라… 좋은 말입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지금 Mr.정이 말한 협력은 국가와 국가 사이의 협력입니다. 즉, 대단히 정치적인 문제란 말이지요. 돌리지 않고 바로 묻겠소. Mr.정의 말과 결정이 대한민국 정부의 말과 결정이라고 내가, 아니 우리 미국 정부가 확실하게 믿어도 되는 것이오 ”

“믿으셔도 됩니다.”

정 수석팀장의 대답에 트루먼은 옆에 내려놓았던 가방에서 서류철을 꺼내 테이블 위로 올려놓았다.

“샌프란시스코로 오면서 여러분들과 관련된 이 서류를 읽었습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서부터 맥아더 장군과 하트 제독까지 모두 여러분들이 미래에서 왔다고 했소. 그리고 저 장비들을 그것을 확증하고 있고. 그 말이 뜻하는 것은 여러분들과 중국에 있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라는 단체는 같은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사용한다는 것 외에 그 어떤 연관성도 없는 것 아니오 ”

트루먼의 질문에 정 수석팀장은 미소를 지으며 한 장의 종이와 여권을 꺼내 트루먼에게 내밀었다.

“대한민국 헌법의 전문(前文,Preamble)을 번역한 것입니다. 거기에 보시면 ‘대한민국 정부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계승한다,’라고 적혀 있습니다. 이 말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계승한 것이 대한민국 정부라는 것입니다. 거기에 더해 샌프란시스코 항구에 대한민국의 영토인 대한민국의 군함과 선박들이 정박해 있고, 이곳에 대한민국의 군인들이 머물고 있고, 여기 대한민국 국민임을 증명하는 신분증을 가진 대한민국 국민들이 있습니다. 따라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흐음… 잠시 시간을 주시겠소 내일 다시 이야기 합시다.”

“알겠습니다.”

전문의 번역본과 여권을 확인한 트루먼은 한발 뒤로 물러섰다.

다음 날, 다시 자리로 돌아온 트루먼은 정 수석팀장에게 워싱턴에서 날아온 답변을 이야기해 주었다.

“좋습니다. Mr.정. 본 국방사문위원회는 군사장비에 한하여 정 수석을 포함한 여러분들에게 ‘대한민국’을 ‘대표’한다는 ‘자격’을 ‘인정’해서 렌드리스를 받을 자격을 드리겠습니다. 단! 다시 말씀드리지만 이는 ‘군사장비’에 한해서라는 것을 유념하셨으면 합니다. 이는 미국 행정부와 미국 의회의 동의를 받은 것이며 루스벨트 대통령도 동의를 한 것입니다. 인정하시겠습니까 ”

트루먼의 물음에 정 수석팀장은 잠깐 침묵하더니 정회를 요청했다. 다시 회의가 속개되었을 때, 정 수석은 이쪽의 요구사항을 내밀었다.

“‘군사장비’가 아니라 ‘군사부분’이라면 받아들이겠습니다.”

“군사부분이라면 ”

“인적자원 부분 포함입니다.”

정 수석팀장의 대답에 트루먼을 포함한 정치인들은 작은 목소리로 수군거렸다. 잠시 동안의 격론이 이어진 끝에 트루먼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인정합니다.”

“서면으로 확정지어주셨으면 합니다.”

“협의가 완료되는 대로 협정문에 넣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국방사문위원회와 정 수석팀장 일행과의 협의는 수많은 정회와 속회를 겪으며 거의 보름에 걸쳐서 이뤄졌다. 협의 과정에서 정회를 연발하게 만든 것은 크게 세 가지였다.

하나는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대한민국 군 병력과 민간인들을 위한 경제적 지원 문제. 격론이 이어진 끝에 동일등급의 미군과 미 행정부 관리가 받는 급여의 75%수준의 금액을 렌드리스에 포함하는 것으로 결론이 지어졌다.

두 번째는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광복군’에 관한 문제였다. 해당 안건이 나오자마자 트루먼은 군사부분이 아니라며 거부를 했지만 정 수석팀장은 다음과 같은 주장으로 안건의 포함을 밀어붙였다.

“전쟁입니다! 전쟁! 대한민국의 군이 미국의 동맹군으로 자신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는 군사부분의 정책을 의결하고 실행할 임정과 전쟁을 수행할 광복군은 필수요소입니다! 이는 국방사문 위원회가 해야 할 일이 맞습니다!”

결국, 이 문제는 트루먼의 연락을 받은 상원외교위원회의 의원들이 도착하고 나서야 결론이 내려졌다. 아니, 결론을 전달받았다.

“미국 정부와 의회는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했소. 또한 여러분들이 요청한대로 임시정부의 요인들과 광복군을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미국으로 불러들이기로 했소.”

“감사합니다!”

미국 정부의 결단을 전해들은 정 수석팀장과 대표단이 기쁜 소식을 알리기 위해 잠시 정회가 이어지는 동안, 트루먼은 상원외교위원회의 의원과 담소를 나누었다.

“이렇게 빠르게 결정이 돼서 한시름 놓았습니다. 저 치들, 아니 저 정 수석이라는 자, 협상의 전문가입니다.”

“아군은 늘수록 좋다고 하지 않았소 그리고… 트루먼 의원도 들었을지 모르겠지만 워싱턴에 도는 말이 있소. ‘시어도어는 게이샤에 빠졌고, 프랭클린은 궁녀에 빠졌다.’”

마지막 하나는 국방사문위원회의 본업과 관련된 것이었다. 이름하야 ‘0.5인치 전쟁’으로 불린 ‘한미 군용 장비 공동생산 계획’이었다.

맥아더 장군과 제이슨 소령의 보고서를 봤기 때문에 미군도 관심이 많은 부분이었다. 그 결과, 후일 ‘슈퍼 바주카’라고 불리게 될 바주카포의 구경확장, K6와 같은 ‘신속 총열교환 구조’를 적용한 M2HB의 개량품 채용, K4의 미군 채용. M320의 총류탄 대체 등의 대부분의 항목에서 양측은 수월하게 합의를 할 수 있었다.

순조롭게 진행되어 보이던 협의가 암초를 만난 것은 소총탄이 시작이었다.

“제이슨 소령의 전투보고서와 맥아더 장군의 보고서를 읽으셨다니 우리 한국군이 사용하는 소총과 소총탄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아시고 오셨을 겁니다. 이게 바로 그 탄입니다. 5.56x45mm NATO탄입니다.”

소개와 동시에 정 수석팀장은 실탄을 테이블 위로 올려놓았다. 보고서에 언급된 문제의 탄환을 본 미국인들은 하나같이 피식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이게 소총탄이라고 ”

“토끼사냥 나갈 때 쓰면 딱이로군!”

자리에 있는 모든 미국인들이 매도를 하는데도 정 수석팀장은 미소를 잃지 않았다.

“과연 그럴까요 잠시 이 총을 봐주시지 않겠습니까 ”

정 수석팀장은 테이블 아래에서 AK-47을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이게 2차 대전 후 소련군이 제식으로 사용한 소총입니다. 그리고 이 소총에 들어간 탄환은….”

테이블 옆에 7.62x39mm탄을 내려놓으며 정 수석팀장은 설명을 이어갔다.

“5.56보다 뚱뚱하지만 더 작은 탄환을 사용하지요. 그리고….”

정 수석팀장은 StG-44가 프린트 된 종이들을 꺼내 미국인들에게 나눠주었다.

“히틀러의 독일군이 앞으로 쓰게 될 StG-44소총입니다. 이 총의 탄환은 7.92x33mm탄입니다. 더 작네요 ”

“STG "

“Sturmgewehr. 돌격소총(Assault Rifle)이란 뜻입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소련군 사단급 병력에 포위된 독일군 대대가 공중 투하된 이 소총들을 이용해서 자력으로 포위에서 탈출했다는 기록이 있을 정도입니다.”

“흐음….”

정 수석팀장의 말에 미국인들은 신중한 표정으로 눈앞에 놓인 소총과 탄환들을 관찰했다. 침묵이 흐르고 무엇인가 결심을 한 맥네어가 트루먼에게 뭐라고 귓속말을 속삭였다. 고개를 끄덕인 트루먼이 정 수석팀장에게 제안을 했다.

“실제 사격 테스트를 했으면 하오.”

“알겠습니다. 밖으로 나가시죠.”

공군기지 외곽의 사격훈련장에서 벌어진 테스트에서 참석자들은 M1개런드와 BAR 그리고 HK416과 AK47을 가지고 테스트를 진행했다. 테스트가 끝나고 다시 회의실로 돌아온 미국인들은 무언가 아쉽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결국 맥네어 장군이 미국인들을 대표해 감상을 이야기했다.

“확실히 한국쪽 대표들이 말한 대로 괜찮은 탄이오. 반동도 적고 자동사격에서 반동 조절도 쉽고… 하지만 여전히 위력이 약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소.”

“전투용 탄환은 수렵용 탄환이 아닙니다. 필요 이상으로 강할 필요가 없어요.”

정 수석팀장이 반박을 했지만 맥네어 장군은 고개를 저었다.

“그렇지만 위력이 약하면 병사들이 불안해 할 소지가 너무 크오. 병사들이 자신들의 총을 믿지 못하는 것만큼 안 좋은 경우는 없소.”

‘썅! 그런 양반이 전차를 그따위로 만드냐!’

당장이라도 튀어나오려는 욕설을 억지로 참는 정 수석팀장의 모습에 트루먼이 말을 덧붙였다.

“나 역시 정 수석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아요. 하지만 말이오. 전쟁은 벌어졌고 M1개런드가 막 대량으로 보급되기 시작한 참이에요. 지금 당장 신규 탄약에 맞춰 새로운 소총을 개발해 생산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의 낭비가 큽니다.”

“그렇다면 이건 어떻습니까 ”

정 수석팀장은 새로운 탄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7.62x51mm NATO탄입니다. 30-06과 구경은 같습니다. 차이점이 있다면 30-06이 7.62x63mm라면 이건 7.62x51mm라는 것이 차이점이지요. 이건….”

정 수석의 설명이 길어지려하자 트루먼이 잽싸게 말을 끊었다.

“방금 말했다시피 M1개런드가 막 보급이 되기 시작한 시점이오.”

“그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시지요. 63mm와 51mm. 언뜻 보면 참 애매한 숫자입니다만 인치로 바꾸면 간단해집니다. 2.5인치와 2인치. 개런드의 문제는 약실규격을 2인치로 줄이기만 하면 됩니다. 아예 신규 소총을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지요. 그리고 잘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전쟁, 절대 단기전으로 끝이 안 납니다. 장기전에는 자원소모가 엄청나지요. 가뜩이나 대량으로 생산해서 대량으로 소비되는 탄환인데 이 0.5인치를 줄임으로써 발생할 경제적 이점을 한번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

“응 ”

정 수석의 말에 트루먼이 눈을 반짝이며 자세를 바로 했다.

“잠깐 그 부분. 좀 더 이야기를 나눠봅시다.”

공용탄약의 문제는 빠르게 수면 위로 올라왔다. 당장 전쟁에 뛰어들 미국의 병사들이 사용할 제식 소총과 관련된 문제였기 때문에 각급 지휘관은 물론이고 총기 제조사들까지 다 한마디씩 해대느라 워싱턴 정가는 시끌시끌해졌다.

그리고 너도나도 테스트를 해보겠다고 나선 통에 결국 필코 세이프티가 가지고 있던 7.62mm탄의 80%가 단 사흘 만에 소모되고 말았다.

총성으로 얼룩진 닷새가 지나가고 ‘0.5인치’전쟁의 최종승리는 한국이 가져갔다, 그리고 승리의 1등공신은 우습게도 M60E6였다.

‘우리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바로 이 ‘경’기관총을 사용할 수 있다. 당장 독일군이 사용하는 MG34와 앞으로 사용할 예정인 MG42를 M1919와 비교해보라! 그리고 M1919와 이 M60E6와 비교해 보라!’

정 수석한 발언의 요지를 이해한 미군 장성들은 혹하는 표정을 지었다. 반면 역설계를 담당해야 할 엔지니어들이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에 정 수석은 회심의 일격을 가했다.

“이거 인치 단위로 설계가 된 ‘미국에서 만든’ 총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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