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전단 1941-24화 (24/464)

# 24

24화 밀당… 그리고 공밀레, 공밀레… (3)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이후 매일 저녁마다 정례화 되어버린 공개토론회에서 정 수석팀장은 어뢰스캔들이 가져온 결과를 참석자들에게 설명했다.

“…따라서, 미 행정부와 군부 상층부가 우리를 호의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는 점에서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고 판단됩니다. 거기에 더해 우리가 미래로부터 왔다는 확신까지 심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이 확신을 이용해야 합니다!”

“확신을 이용한다 설명이 필요하네.”

참석자들을 대신해서 고 제독이 던진 질문에 정 수석팀장은 다시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

“이 확신을 이용해 우리는 우리의 이익을 좀 더 편하고 안정적이게 취할 수 있습니다. 하나, 임정을 불러들이는 것에 힘을 실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임정을 이용해 리숭민의 견제를 할 수 있습니다. 둘, 우리가 가진 무장들 가운데 이 시대의 기술로 생산 가능한 무장들을 좀 더 싸게 취득함으로써 렌드리스의 효율을 높일 수 있습니다.”

“싸게 취득한다 ”

“공구를 하는 것입니다.”

“아아~.”

‘공구’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토론장에 참석한 모든 이들이 한목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참석자들의 호의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정 수석팀장은 더욱 자신만만해진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갔다.

“아무리 미국이라고 해도 렌드리스의 규모를 무한정 확대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는 우리 몫의 렌드리스를 소련에게 가야할 부분에서 빼내야 합니다. 소련을 지치게 만들어야만 종전 후 한반도의 안전을 획득할 수 있습니다. 물론, 렌드리스가 없었더라도 소련이 이기기는 했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알던 역사에서처럼 1945년에 승전하는 것이 아니라 좀 더 장기전이 되었을 확률이 큽니다. 그리고 종전 후 확장정책을 피기에도 힘에 부쳤을 것이고 말입니다.”

정 수석팀장은 스크린에 올린 세계지도의 소련부분을 주먹으로 쾅 치고는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즉, 이 소련에 제대로 엿을 먹인다면! 한반도의 분단을 막을 수 있습니다! 어떻게 소련에 갈 렌드리스를 뺄 수 있는 한 빼서 우리 쪽으로 돌리는 겁니다! 공산주의의 최대 스폰서의 힘을 빼고 반대로 우리의 힘을 키우는 겁니다!”

“와아아!”

정 수석팀장의 발언에 토론장은 함성으로 물결쳤다. 참석자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본 강 대령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건 뭐… 표결을 할 필요도 없어 보입니다.”

강 대령의 말에 고 제독은 작게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절차는 지켜져야 하네. 민주주의니까.”

*    *    *

미 해군 병기개발국을 뒤집어 버린 문제의 보고서가 국무장관의 손에 전해지게 된 바로 그날, 마셜은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오자마자 한쪽에 치워놨던 보고서들을 꼼꼼히 읽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맥아더가 직접 작성한 보고서와 참고용으로 동봉된 제이슨 중령-소령에서 진급해 바로 맥아더의 본부에 말뚝 박혔다,-의 전투 보고서를 살피던 마셜은 보고서의 몇몇 문장에 펜으로 표기를 하고는 생각에 잠겼다.

‘고기동 장갑차량과 일반적인 소총탄의 규격보다 작은 규격의 소총탄을 사용하는 자동사격이 가능한 라이플, 거기에 수류탄 위력의 유탄을 연속 사격하는 소형 기관총이라… 그리고 맥아더가 반드시 채용해야 한다고 우기고 있다 ’

보고서를 보던 마셜은 결국 결론을 내렸다.

“직접 봐야겠군.”

그리고 약속된 날. 마셜 참모총장을 필두로 미 육군의 높으신 분들이 샌프란시스코로 달려왔다. 그들을 맞이한 이는 송 사장이었다.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 육군 예비역 준장 송일한입니다. 반갑습니다.”

“미 육군참모총장 조지.C.마셜일세. 반갑네.”

“육군항공대 사령관 헨리 아놀드일세.”

가볍게 악수를 교환한 송 사장은 대기하고 있는 K151고기동차로 마셜과 아놀드를 안내했다.

“시연장소인 미 육군 항공대 기지로 모시겠습니다.”

“특이한 차로군.”

“짚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흠….”

콧소리를 내며 K151의 차문을 연 마셜은 두툼한 문짝을 보고는 눈을 빛냈다.

“방탄인가 ”

“방탄입니다.”

“재미있군.”

짧은 평가와 함께 마셜이 조수석에 탑승하자 뒷문을 열고 아놀드와 송 사장이 탑승했다.

잠시 후, 미 육군 헌병대의 오토바이가 선도하는 가운데 마셜과 아놀드, 송 사장이 탑승한 K151과 다른 미군의 고위 장교들이 탑승한 짚들이 샌프란시스코 외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한편, 차 안에서는 송 사장이 앞으로의 일정을 안내했다.

“우선 기지에 도착하시면 우리 대한민국 공군 소속의 전투기들과 기타 항공기, 그리고 장갑장비들을 보시게 될 것입니다. 전투기들의 시연을 보신 다음, 장갑장비들을 보시게 되실 것입니다.”

“…….”

송 사장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마셜과 아놀드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아니 각자의 생각에 빠져 송 사장의 말에 대답을 할 여유가 없었다.

아놀드는 지금까지의 패러다임을 전부 깨버렸다는 미래의 항공기를 본다는 기대감에, 마셜은 자신이 탄 차를 시작으로 성능을 확인해야 할 목록을 다시 반추하느라 정신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미 육군 항공대 기지에 도착한 마셜 일행은 활주로 근처의 격납고로 향했다. 격납고에 들어서자 송 사장은 대기하고 있던 박 대령을 마셜 일행에게 소개했다.

“한반도에 탑재된 함재기 부대의 지휘관 박현석 대령입니다. 그리고 이쪽은 오늘 시연을 담당할 편대의 편대장 조윤하 소령입니다.”

송 사장의 소개가 끝나자마자 박 대령과 조 소령은 바로 경례를 올렸다. 답례를 한 마셜은 조 소령을 보고는 눈을 빛냈다.

“여군인가 ”

“그렇습니다.”

대답을 들은 마셜은 샌프란시스코에 와서 처음으로 미소를 지어보였다.

“카메라 기자들은 좋아하겠군. 그리고 워싱턴의 시끄러운 여자들은 더 시끄러워지겠군.”

“이쪽으로.”

짧은 상견례를 끝내고 송 사장은 마셜 일행은 비행기들이 있는 곳으로 안내했다.

“왼쪽으로부터 F-5F, FA-50. 그리고 KF-1C입니다.”

*    *    *

시연회가 끝나고 한반도를 포함한 해군 함정들의 견학까지 끝낸 다음 마샬은 샌프란시스코를 떠났다. 워싱턴 D.C.로 향하는 열차에서 마셜은 잔뜩 흥분한 표정으로 부관에게 명령을 내렸다.

“지금 즉시 맥네어에게 전문을 보내서 샌프란시스코로 오라고 해! 그리고 국방사문위원회에도 연락을 취해! 트루먼 상원의원과 할 이야기가 있다!”

“알겠습니다!”

명령을 속기한 부관이 부지런히 통신실로 향하는 동안 마셜은 맞은편에 앉은 아놀드를 바라봤다.

“어떻게 생각하나 ”

“한마디로 말하자면 환상적입니다. KF-1C정도의 전투기를 대량으로 배치할 수 있다면 제공권 확보는 물론이고 B-17클래스의 폭격기들까지 다 대체할 수 있습니다. 물론 그보다 더욱 큰 폭격기도 만들어낼 수 있고 말입니다. 전투기의 탑재량이 8톤이라니! B-17이 얼마를 탑재하는 지 아십니까 7.8톤입니다!”

“하늘에 떠 있는 파이 같은 소리 하지 말고… 그들의 제안을 어떻게 생각하냐는 말일세.”

“생각하고 말 것도 없습니다! 바로 수락을 해야 합니다! 엔진 샘플이 있고, 그러한 기체를 설계한 설계사들도 있습니다!”

마셜의 말에 아놀드는 생각할 필요도 없다는 듯 바로 즉답을 했다.

“하지만 연봉을 꽤 많이 지불해야 하지 않나 ”

마셜의 물음에 아놀드는 빙긋이 웃었다.

“우리가 줄 필요가 있습니까 우리가 슬쩍 말만 하면 항공기 제조사들이 알아서 지갑을 열어댈 겁니다.”

아놀드 장군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던 마셜이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그건 그렇고 재미있지 않나 전투기는 조종과 정비 훈련 목적으로 사용되고 정작 훈련기는 공격기로 개조해 사용한다니 말이야.”

“생산시기와 노후정도, 그리고 기체 성능을 따지면 합리적일 수도 있습니다.”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의 주제가 된 것은 KF-5F와 FA-50의 역전된 신분이었다. 2015년 도입 이후, 뛰어난 가성비에 매료된 필리핀은 추가에 추가를 더해 FA-50을 꾸준히 도입했다.

하지만 거기서 발생한 문제가 FA-50으로 예비 파일럿들의 비행훈련과 전술작전 모두를 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제트 엔진 전투기에 익숙한 정비 인력의 부족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필리핀과 한국이 찾아낸 꼼수가 전투용으로는 부적합하지만 아직은 사용가능한 KF-5F의 양도였다.

문제는 필리핀까지 가는 방법이었다. 공장에서 갓 나온 신품 FA-50은 페리 비행에 문제가 없지만 낡아서 삐거덕거리는 KF-5F가 필리핀까지 자력으로 비행한다는 것은 모험이었고, 결국 합동훈련을 하기 위해 필리핀으로 향하는 한반도의 격납고에 ‘이삿짐’ 또는 ‘택배’로 불리며 실리게 되었다.

예상치 않았던 짐이었기 때문에 두 기종 모두 애물단지 취급을 받았고, 결국, 한반도가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하고 사람들이 머물 장소가 정해지자마자 가장 먼저 내려진 것이 저들 ‘택배’였다.

*    *    *

“질문 있습니다!”

“말씀하세요.”

정 수석팀장의 프레젠테이션에서 필코 세이프티 소속 전투요원 하나가 손을 들었다. 발언권을 얻은 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필코 세이프티, 이제는 대한민국 육군 기갑부대 소속 전차장 남궁일호입니다. 한반도에 계시는 전투기 설계팀을 이용해 한국 공군과 미 공군이 함께 사용할 전투기를 생산한다는 것은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전차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

“전차 말씀입니까 ”

“예. 셔먼을 같이 쓰자고 하신다면 반대입니다! 태평양 전선에서는 무적이지만 유럽전선에서는 어떻게 하실 겁니까 기존의 계획에 따르면 대한민국 육군을 조직한 다음 유럽에서 실전경험과 인지도를 쌓도록 되어있습니다. 문제는 바로 그 유럽전선입니다. 유럽전선에 어떤 괴물들이 있는지 모르시지는 않겠지요 ”

남궁일호의 발언에 정 수석팀장은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문제로 고심을 했지만 답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가 보유한 K1을 복제 생산하고 싶어도 기술이 없으니 말입니다. 이 부분은 차라리 미국에게 떠넘기는 것이 더 경제적이라는 판단입니다.”

“떠넘긴다는 것은 무슨 의미입니까 ”

“‘지금 니네 전차에 이런이런 문제가 있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이런 전차들과 싸워야 하고 거기에 더해 이런이런 전차들과 으르렁거려야 한다. 그러니 이런이런 점을 개선해서 생산하는 것이 낫다.’라고 말하는 거죠. 이거 외에는 답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더 좋은 대안이 있습니까 ”

“…없습니다.”

“관련해서 다른 분은 ”

조 수석팀장의 대답에 남궁일호는 힘없이 자리에 주저앉았다. 다른 참석자들 역시 침묵을 지키자 조 수석팀장은 다음 안건으로 넘어갔다.

“다음 안건은 ‘공구’에 관한 겁니다.”

*    *    *

마셜이 워싱턴 D.C.로 돌아가고 바로 사흘 뒤, 미 육군 장성과 딱 봐도 기름밥 많이 먹었음직한 사람들, 그리고 역시나 보는 즉시 ‘정치 좀 많이 했을 듯한’ 이들 한 무리가 샌프란시스코의 육군 항공대 기지로 찾아왔다.

“레슬리 맥네어 준장이다. 이들은 육군 병기부 소속의 엔지니어들이다.”

“해리 S.트루먼이오. 이분들은 저와 같은 국방사문위원회 소속의 상원의원들이시고.”

손님을 맞이하기 위해 나온 이들 가운데 뒷줄에 서있던 정 수석팀장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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