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3화 작전명 ‘白象’ (2)
설명은 끝이 났지만 김 의원과 조 의원은 심각한 표정으로 자리에 앉아 있었다.
가장 먼저 침묵을 깬 것은 김 의원이었다.
“그렇다면… 가장 상책은 원잠계획을 백지화 하는 것입니까 ”
“당신 그걸 말이라고!”
김 의원의 발언에 조 의원이 발끈하며 소리를 질렀고, 왕 의원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건 아니라고 보오. 그랬다가는 당신들이 속한 당은 영원히 정권을 잡지 못할 것이외다.”
“끄응….”
조 의원은 물론이고 왕 의원까지 고개를 젓자 김 의원은 머리를 싸매고 고개를 숙였다.
왕 의원의 말 그대로였다.
북한의 도발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덕에 외국인들로부터는 도저히 이해 못할 족속이라는 말까지 듣는 한국 국민들이었지만, 중국이 무서워 국방강화를 포기했다는 말을 듣는 순간 현 정권과 여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것은 안 봐도 빤할 일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다시 야당, 그것도 영원한 야당이 되어버릴…….
“야당만 돼도 다행이겠지… 잘못하면 매국노 취급받으며 광화문 한복판에서 조리돌림을 당할 거야…….”
작게 혼잣말을 중얼거리던 김 의원은 또 다른 방안을 내놓았다.
“그럼 원자력 잠수함 대신해서 재래식 잠수함을 개발하면 어떻습니까 장보고 4나 5로 말입니다.”
김 의원의 제안에 이번에는 조 의원이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안 됩니다. 원잠을 만든다고 나선 이유가 탄도탄을 탑재해 대북 억제력을 갖춘다는 것이었는데 지금 중국이 문제 삼는 게 바로 그 잠수함에 대량으로 실릴 것이 빤한 탄도탄 아닙니까 ”
“그럼 탄도탄의 탑재 수량을 줄이거나 아예 탑재를 안 한다면 ”
“우리가 가진 탄도미사일이 핵을 탑재했습니까 재래식 탄도 미사일 한두 발로 대북 억제력이 나올 것 같아요 ”
“끄응….”
조 의원의 반박에 김 의원은 앓는 소리를 내며 다시 고개를 파묻었다. 그런 김 의원의 모습을 보던 조 의원의 시선이 왕 의원에게로 돌아갔다.
“물어봐도 답은 없겠지만 결자해지라고 중국은 답이 있습니까 ”
조 의원의 질문에 왕 의원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잠시 고민을 하던 왕 의원이 두 사람을 향해 입을 열었다.
“내 솔직히 말하리다. 내가 이런 자리를 마련한 것은 군의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었소.”
“군이 ”
“군대가 ”
의외의 대상이 튀어나오자 김 의원과 조 의원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고, 왕 의원은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으며 설명을 이어갔다.
“믿기지는 않겠지만 군에서의 요구였소. 정확히는 군의 새로운 물결들이지. 그들은 군의 약화도 원하지 않지만 필요 이상으로 비대해지는 것도 원하지 않소.
정확히 말하자면 조국이 파탄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지. 그들은 힘으로 억누르면 더욱 큰 반동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소이다. 그래서 그들은 대안을 제시했소.”
“대안이라면 ”
“항공모함이오.”
“허!”
왕 의원의 대안을 들은 조 의원이 기도 안 찬다는 표정을 지었다가 곧장 표정을 바꾸었다.
‘이것들이 나를 놀리나 ’라는 감정을 그대로 들어낸 조 의원이 날 선 목소리로 왕 의원에게 따지고 들었다.
“항모 지금 항모라고 했습니까 항모라는 무기 자체가 항모 한 척으로 끝이 아니라는 것을 모르는 겁니까 대한민국 자체가 불침항모인데 항모가 왜 필요합니까 ”
“물론 나도 잘 알고 있소. 그리고 불침항모라는 말은… 불침은 맞지. 하지만 당장 활주로만 날아가면 육상기지는 있으나마나한 존재 아니었소 ”
“활주로야 복구하면 그만!”
“복구할 때까지 공백은 어떻게 메울 것이오 ”
“다른 기지에서….”
“어디 산속에 숨겨놓은 비밀기지라도 있소 아님 한국의 모든 공군기지들이 평양이 가진 탄도탄 사거리에서 벗어난 곳에 자리 잡고 있소 ”
왕 의원의 반문에 조 의원이 입이 조개처럼 다물어졌다.
비밀기지 인터넷 포탈에서 검색만 해도 공군기지의 항공사진이 나오는 세상이었다. 사정거리 문제야 이미 미국본토도 사정거리 내에 들어갔다고 떠들어 대는 세상이고….
조 의원의 입을 막은 왕 의원이 말을 이어갔다.
“그렇게 본다면 항공모함은 충분한 대북 억지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의견이오. 바다에 떠서 움직이는 항공모함은 쉽게 찾기가 힘이 드니까.”
“그러면 잠수함과 다른 것이 무엇입니까 ”
조 의원의 지적에 왕 의원은 손가락으로 천정을 가리키며 미소를 지었다.
“적어도 항공모함은 내려다보며 찾을 수는 있지 않소이까 ”
“끄응….”
왕 의원의 대답에 조 의원은 앓는 소리를 낼 수밖에 없었다.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김 의원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하지만 항모 건조비용과 유지비용은 만만치가 않습니다. 왕 의원이 중국의 경제파탄을 생각하듯 우리도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허… 육군 사병들의 ‘침대’를 교체하면서 10만 톤급 핵추진항모의 건조비용을 사용한 나라가 돈이 없단 말이오 아님 100만 톤짜리 항공모함이라도 만들 것이오 ”
“…….”
왕 의원의 뼈아픈 지적에 할 말이 없어진 두 사람이었다.
* * *
한국 의원들과의 만남이 있고 나서 몇 달 뒤 북경.
북경의 밤하늘을 바라보던 왕 의원은 위스키를 한 모금 마시고는 피식 웃었다.
“멍청한 놈들… 상대의 능력을 자신들 마음대로 재단하는 멍청한 놈들….”
왕 의원의 시선이 향하는 곳에는 중국 인민해방군 총사령부 건물이 자리하고 있었다.
- 작전명 ‘백상(白象)’
불가에서 흰 코끼리는 신성한 동물로 귀히 여기는 존재였기에 함부로 다치게 하거나 죽이는 것은 최고의 불경죄 가운데 하나였다.
이 점을 이용해 옛 태국의 왕은 자신에게 반대하는 신하에게 흰 코끼리를 상으로 내려주었다고 한다.
왕이 하사한 것이고, 하물며 국교인 불교에서 신성하게 여기는 동물인 흰 코끼리이기에 하사를 받은 신하는 최대한 좋은 먹이를 주며, 최고의 우리를 제공하며 관리를 해야만 했다.
그런 과정에서 막대한 지출이 생기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었고, 결국 하사를 받은 신하의 가문은 망해버리고 말았다.
백상 작전은 그 흰 코끼리의 이야기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북한의 도발을 이유로 벌어지는 한국군의 전력강화, 특히 해군과 공군의 전력강화는 중국에게도 고심거리였지만 마땅한 방책을 찾기도 힘이 든 문제였다.
직접적인 압박을 가하는 것은 예전에 있었던 사드 배치 때 써먹어 보았지만 별다른 소용이 없다는 것만 확인했었다. 아니 한국국민들 사이에 중국에 대한 반감이 확산되는 일이 벌어졌었다.
또 경제적인 압박을 가하는 것은 중국에게도 별로 좋지 않은 일이었다.
중국의 제조업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중국산 고가제품들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것이 한국산 정밀부품들이었다.
일본제를 쓰려고 하니 핵심부품들의 경우 한국이 이미 추월한 부분들도 상당했기에 그럴 수도 없었다.
연예부분은 중국 본토를 막아봤자 한국 본국 내지는 주변국에 가서 돈을 더 쓰고 온다는 것을 사드 사태 당시에 발령했던 한한령을 통해 경험을 했었다.
결국, 남은 것은 우회적인 방법뿐이었다. 적당한 우회책을 찾기 위해 각종 자료를 뒤지던 가운데 나온 것이 항공모함이었다.
항공모함 역시 위협적인 무기였지만 원잠에 비해서는 탐지와 방어가 수월한 무기였다. 거기에 심리전 전문가가 한국인의 민족성을 지적했다.
‘한국인은 크고 장대한 것을 좋아한다.’
‘자신들의 자존심만 만족된다면 분수에 넘쳐 곤궁에 빠지더라도 무리를 한다. 항공모함이라면 한국국민들의 자존심을 자극시킬 것이고 그들은 주저없이 항공모함을 선택할 것이다.’
결국, 한국인들을 자극해 항공모함을 만들도록 유도한다는 기본 계획이 만들어졌다.
물론 겉으로는 중국이 한마디도 안했기 때문에 반중 감정이 만들어질 이유도 없을 일이었다.
그리고 항공모함 건조와 유지라는 능력 이상에 일에 매달려 한국군의 여력도 많이 상실될 것이 확실한 일이었고 말이다.
하지만, 작전에 참가한 왕 의원은 속으로 고개를 저으며 중국 군부를 오만하고 멍청하다 생각했다.
저들은 오만하다.
한국이 아무리 소국이고 불경기에 휘청거리고 있다고 하더라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경제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무시하고 있다.
한국이 미국과 점점 거리를 두고 있다고 해도 여전히 동맹의 1순위는 미국이며, 미국 또한 자신들의 국익과 합치하는 한 저들을 지원할 것이라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한국이 대형함선을 건조해 본 경험이 없다고 해도 그들은 항공모함보다 더 큰 선박을 건조해 본 경험이 있고, 자신들은 아직 벽에 막혀 있는 특수선들을 개발해 세상에 내놓은 능력이 있다는 것을 무시하고 있다.
거기에 한국인들은 스스로 작심하고 힘을 모으면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물들을 만들어 낸다는 것 또한 간과하고 있다.
아니, 중국 군부는 지금의 한국인들을 ‘그때’의 한국인들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
군부의 인사들이 내놓은 전제조건들을 하나하나 따져보던 왕의원은 홀로 자문하고는 다시금 한모금의 위스키를 삼키고는 중얼거렸다.
“QE급이라….”
군부에서는 작전이 성공해 한국이 항모를 만들더라도 자신들이 보유한 랴오닝 급과 비슷한 규모가 가장 유력하며, 최대한 노력해봤자 영국의 신예 항모인 퀸엘리자베스(QE)급을 넘지는 못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왕 의원의 직감은 계속해서 그 의견을 부정하고 있었다.
한국인들의 능력과 거기에 더해질 조력들을 생각한다면 ‘최대 QE급’이 아니라 ‘최소한 QE급’.
그것도 중국에게 뼈아플 QE급 항공모함이 만들어질 것이다.
“그걸 나는 말을 안했지….”
피식 웃으며 작게 중얼거린 왕 의원은 빈 잔에 위스키를 다시 채웠다.
어린아이라기보다 아기라고 불릴 6살 때 겪은 문화대혁명.
온 중국 대륙을 광기로 물들였던 문화대혁명은 아직도 그에게 잦은 악몽을 선사하고 있었다.
그리고 한창 청운의 꿈을 펼칠 무렵 벌어진 천안문사태에서 그는 평생의 지기를 잃었다.
그가 소심해진 것은 그때부터였다.
꽤 힘이 있는 가문의 직계였기에 마음만 먹으면 지금보다 더 높은 곳에 빠르게 위치할 수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그저 너무 눈에 띄지 않게, 그렇다고 너무 뒤처지지는 않게, 그런 식으로 전인대에서도 자리를 잡아갔다.
그리고 그렇게 얻은 권력을 이용해 자신의 사업을 벌여갔다. 사업을 벌여 부를 쌓음에 있어도 같은 방식이었다.
남의 눈에 뜨이고 입에 오르내릴 정도로 거대한 부를 눈에 보이게 쌓지 않았다. 그저 꽤 산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만 치부하면서 살아왔다.
그렇게. 그저 그렇게 소심하게, 가늘고 길게 살아온 것이 지금의 중국 전인대의 왕 의원, 왕 쓰차오였다. 그러나 허점투성이의 백상작전 실행자가 된 것은 그가 소심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이것은 나의 반항이자, 복수다.”
문화대혁명의 광기와 그로 인해 성장의 기회를 잃었던 역사를 잊은 채 다시 1인 독재로 돌아가는 권력자를 향한 반항이고 천안문에서 미래를 잃은 친우를 위한 복수였다.
소심한 자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반항이자 복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