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전단 1941-1화 (1/4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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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프롤로그

“여보, 고 대령이 오셨네요.”

“안으로 들어오라고 해요.”

잠시 후, 말쑥한 해군 대령의 제복을 입은 남성이 서재로 들어왔다.

“안녕하셨습니까 선배님.”

“어, 그래. 어서 와, 여기 앉아. 여보~ 차 좀 갖다줘요.”

“예.”

서재에 있는 소파에 앉은 고 대령은 선배의 부인이 차를 갖고 오자 가볍게 목례를 하고는 찻잔을 받아들었다.

고 대령의 맞은편에 앉은 선배는 반가움이 가득한 얼굴로 고 대령을 바라봤다.

“그래, 이게 얼마만이야 ”

“1년은 족히 넘었습니다. 계속 바다에 있다 보니…….”

“뱃놈이 바다에 있어야 뱃놈이지. 그런데 오늘은 어쩐 일로 설마 천하의 고명진이 나한테 인사청탁을 하러 오지는 않았을 거고 말이야 ”

“제가 하면 받아주실 겁니까 ”

“네가 할 놈도 아니고 내가 받아줄 놈도 아니라는 거 잘 알면서 왜 그러냐 진짜 무슨 일 때문에 온 거야 ”

용건을 묻는 선배는 싱글싱글 웃고 있었지만 마주 앉은 고 대령의 얼굴에서도 미소가 사라져 있었다.

찻잔을 옆으로 치운 고 대령은 본론으로 들어갔다.

“얼마 전부터 이상한 소문이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소문 누가 또 뒷돈이라도 쳐먹었다더냐 ”

“그게 아니라 우리 해군에서 항모를 만들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정말입니까 ”

“이야~ 바다에만 있던 뱃놈까지 들었으면 이거 모르는 놈이 없겠구만 ”

“사실인 겁니까 ”

“요즘 애들 말대로 실화다.”

선배의 대답에 고 대령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우리 해군 상황에 항모가 가당키나 합니까 ”

“국방강화를 위해 필요한 일이다.”

“정말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

고 대령의 물음에 선배는 입을 다물었다. 잠시의 침묵이 흐르고 선배는 입을 열었다.

“…그렇게 생각한다.”

잠시 후, 선배의 집을 나온 고 대령은 허탈한 표정으로 밤하늘을 바라봤다.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보던 고 대령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탄식을 했다.

“이 미쳐버린 세상!”

*    *    *

1941년 12월 22일.

마닐라 항.

육중한 덩치를 자랑하는 중순양함 휴스턴이 마닐라 만으로 들어오는 항로를 틀어막고 떠있었다.

단순한 정박이 아닌 듯 연돌에서는 계속해서 매연이 올라오고 있었고, 항로를 가로막고 선 휴스턴의 모든 주포들과 좌현의 부포들은 바다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들이 언제 온다고 했나 ”

휴스턴의 함교에서는 아시아 함대의 사령관 하트 제독의 물음에 함장은 손목시계를 확인했다.

“그들이 약속을 지킨다면 앞으로 5분 정도 남았습니다.”

“흐음….”

함장의 대답을 들은 하트 제독은 영 마땅치 않다는 표정을 지으며 주변을 돌아봤다. 만의 바깥쪽을 향한 주포를 본 하트 제독은 다시 함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드럼 요새는 ”

“감시 인력을 모두 투입해 대비하고 있다고 통신이 왔습니다.”

“흐음….”

대답을 들은 하트 제독은 조금은 짐을 덜은 표정을 지었다. 휴스턴의 주포는 8인치인데 반해 드럼 요새의 주포는 14인치였다.

14인치 4문이라면 ‘Plan B'상황이 되더라도 충분히 자신들의 몫을 할 것이었다. 제독의 표정을 살피던 휴스턴의 함장이 조심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잠시 들어가셔서 쉬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

“휴식을 취하라는 건가 아니면 저 양반 꼴 보기 싫으니 같이 끌고 들어가라는 건가 ”

하트제독은 턱짓으로 함교 바깥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풍채 좋은 육군 장성이 망원경을 들고 바다를 살피고 있었다.

입에는 옥수수 자루로 만든 담배 파이프를 물고, 머리에는 필리핀 육군 원수의 정모를 쓴 맥아더 대장이었다.

“왜 이곳까지 따라와서는…….”

주변의 병사나 장교 모두 긴장해 서있는 것을 보며 혼잣말로 투덜거리던 통신장교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 빌어먹을 놈들한테 언제 올 거냐고 물어봐!”

“알겠습니다!”

졸지에 불똥이 튄 통신장교는 함교 뒤에 줄지어 달린 함내 통신용 송수화기 가운데 하나를 들어 명령을 전달했다.

잠시 후, 통신실에서 걸려온 보고를 받은 통신장교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하트 제독에게 보고를 했다.

“이미 우리 코앞에 와있다고 합니다.”

“뭐 ”

통신장교의 대답에 하트 제독은 좌현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찰랑이는 파도와 수평선, 그리고 푸른 하늘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무슨 빌어먹을 농담… 헉!”

통신장교에게 한마디 하려던 하트 제독은 순간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함교 밖으로 달려 나갔다.

휴스턴의 좌현에서 500m정도 떨어진 곳에서 믿기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바다와 하늘의 일부분이 사라지며 거대한 항공모함과 한 척의 중형 함선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하트 제독은 멍하니 눈앞에 버티고 선 함대를 바라봤다.

어느새 선내에 소문이 돌았는지 휴스턴의 좌현 갑판과 선체에는 수병들이 다닥다닥 달라붙어 있었다.

“제독. 저 앞에 있는 함대가 보이오 ”

“보입니다, 장군.”

얼떨떨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진 맥아더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헛소리한다고 했을 일이로군.”

모습을 드러낸 항공모함의 함교에서 빛이 번쩍이며 일정한 패턴을 보이며 번쩍이는 빛을 해독한 통신 장교가 함장에게 보고를 했다.

“입항 허가를 요청하고 있습니다.”

함장은 제독을 바라보며 무언의 질문을 던졌고, 하트 제독은 맥아더를 바라봤다. 맥아더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제독은 함장에게 명령을 내렸다.

“허가한다고 신호를 보내고 뱃머리를 돌리게.”

“알겠습니다.”

잠시 후, 휴스턴은 마닐라 항을 향해 천천히 뱃머리를 돌렸다. 휴스턴이 선체를 돌리자 멈춰 있던 함대도 마닐라 항구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느새 멈춰 선 휴스턴의 옆을 거대한 항공모함이 지나가는 동안, 하트 제독은 하나라도 놓칠세라 뚫어지게 항공모함을 바라봤다.

자신이 탄 휴스턴을 유람선처럼 보이게 만드는 항공모함을 바라보던 하트 제독은 의문을 감출 수 없었다.

‘식민지로 전락한 나라가 저런 기술을 가진 항공모함 함대를 구성했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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